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그것이 새날의 시작을 알리는 중앙방송의 개시음악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시였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였는가?…)
또 한밤을 지새운 피로감보다 초여름의 짧은 밤을 야속하게 여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전등부터 끈 그이께서는 창가에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어제끼시였다. 밤새 정화된듯 싶은 이른 아침의 밝고 신선한 공기가 물결처럼 흘러들어와 달아오른 머리와 가슴을 식혀주었다.
창문아래 정원은 아직도 정적속에 잠겨있었다. 소소리높이 자란 백양나무들사이로 내다보이는 동평양쪽 하늘에서는 해돋이를 준비하는듯 붉은 기운이 퍼지고있었다. 지구의 자전이 저토록 빠른가 싶게 보는 사이에도 알리게 붉어지는 하늘, 마침내 그 하늘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광대한 폭의 선홍빛 노을을 펼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지중 미소를 지으시였다. 집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때가 많아서 자주 보는 광경이지만 볼수록 아름답고 장쾌함에 심신의 피로마저 잊게 되는 아침노을이였다.
이윽고 지평선우에 해가 떠올랐다. 가슴우에 얹었던 팔을 힘차게 풀어내리며 집무탁으로 되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날의 일들을 계획하시였다. 아직 읽지 못한 문건과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는 관계로 오전중에는 다른 일에 시간을 바칠수 없으시였다. 오후 첫시간에는 우선 수령님의 접견을 받아 10월로 예견하는 당중앙위원회 제6기 제4차전원회의 보고와 결정서작성방향을 토론하실 작정이였다. 그 다음에는 선전선동부 책임일군들에게 당장 래달에 평양에서 열리기로 되여있는 식량 및 농업증산에 관한 쁠럭불가담나라들과 발전도상나라 농업상들의 토론회와 관련한 행사진행방향을 그어주고 그것이 끝나는 차제로 당력사연구소에 나가 백두산혁명전적지에서 발굴된 구호문헌보존대책을 토론하여야 하였다. 그밖에도 오후에는 완공단계에 들어간 순안국제비행장운영과 관련하여 민용항공국장을 만나야 하고 문화예술부장으로부터는 수령님탄생 70돐경축 대공연준비계획을 청취해야 하는 등… 토의와 료해와 결론을 기다리는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마침 그때 가벼운 문소리와 함께 책임서기가 들어왔다.
《오늘은 이렇게 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계획한 일과 즉 오전과 오후로 나누고 시간별로 쪼갠 사업일정을 설명하시였다. 책임서기는 고개를 왼쪽으로 약간 기웃한채 주의깊게 들었다. 그는 그렇게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는 좋은 기억력을 가지고있었다.
《송철만소장이 총참모부에 올라와 대기하고있답니다.》
《오-참, 그 동무를 오늘 만나기로 했지. 오전에는 안되겠고… 오후 세시경으로 계획합시다.》
《세시면 민용항공국장을 접견할 시간입니다.》
책임서기의 머리속에는 벌써 하루일정이 시간별로 정리되여있었다.
《항공국장은 래일 만나도 되니 그 시간에 송철만소장을 부르시오. 무력부장동무와 같이…》
《알겠습니다.》
계획한 일정대로 김정일동지께서는 오전시간을 집무실에서 보내시였다. 그리고 오후 첫시간이 되자 금수산의사당에 가시여 수령님의 접견을 받으시였다. 그이께서 의사당에 도착하셨을 때 수령님께서는 팔이 짧은 생모시 속적삼차림으로 정원에 나와 소풍을 하고계시였다. 두분의 사업토의는 거기 정원 분수못가에서 진행되였다.
수령님께서는 왼손을 허리에 올리고 초물부채로 슬렁슬렁 바람을 일구며 당전원회의준비와 관련한 김정일동지의 보고를 들으시였다. 다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시더니 《내 생각엔.》 하고 드디여 견해를 피력하시였다.
《회의의정은 그대로 하면 좋을것 같소. <전당, 전국, 전민이 달라붙어 간석지개간과 새땅찾기를 위한 대자연개조사업을 힘있게 벌릴데 대하여>는 포괄범위가 넓으면서도 구체적이고 자연을 대적한 선전포고처럼 힘도 있소.
문제는 보고서를 잘 만드는것인데 공뜬 소리를 하지 말고 전문가들을 인입하여 목표를 과학적으로 세워야 하오. 결정서도 그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무원총리는 태천발전소와 남포갑문건설문제를 이번 회의에 포함시키지 말고 따로 취급하자는 의향입니다.》
왼손으로 허리를 짚고 천천히 부채질을 하며 솟구쳐오르는 물보라를 바라보시던 수령님께서 문득 김정일동지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그건 총리가 잘못 생각하는거요. 태천발전소와 남포갑문건설은 대자연개조와 떼놓을수 없소. 태천발전소건설은 그자체가 대자연개조사업이고 남포갑문건설로 말하면 간석지개간이나 새땅찾기와 직결되여있소. 물… 물이 없고서야 서해안에 아무리 많은 간석지를 막은들 무슨 보람이 있겠소. 그러므로 나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남포갑문건설문제에 특별한 의의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대동강하구에 대규모갑문을 건설하시려는 수령님의 의도속에는 참으로 많은 의미와 큰 기대가 포함되여있었다. 대동강하구에 갑문을 건설하는것은 우선 대동강물을 잡아 서해지구의 간석지물문제를 풀기 위해 절실히 필요하였다. 지금 평안남도 온천군과 증산군일대의 간석지논들에서는 물이 모자라 얼마든지 더 높일수 있는 알곡소출을 내지 못하고있었다. 온천군 6월3일협동농장 같은데서는 간석지를 막아 논을 푼지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물을 넉넉히 대주지 못하여 문덕군안의 협동농장들보다 논벼 정보당 수확고가 퍼그나 떨어졌다. 사정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평안남도와 황해남도일대에서도 관개용수의 부족을 느끼고있었다. 그러므로 남포갑문이 건설되면 평안남도의 논밭들은 물론 멀리 황해남도 재령, 안악, 신천, 은률군일대의 논밭들에도 물을 넉넉히 대줄수 있고 은파호를 비롯한 이 일대 저수지들의 물은 청단쪽으로 돌려쓸수 있었다. 남포갑문은 또한 큰 공장, 기업소들과 주민이 집중되여있는 대동강하류지대의 긴장한 공업용수와 먹는물문제를 푸는데서도 의의가 크고 갑문을 건설하여 대동강과 재령강의 수심이 깊어지면 남포로부터 순천, 덕천, 재령에 이르는 공업지대와 농업지대들이 하나의 대운하로 련결되여 수상운수발전의 넓은 전망이 열리게 될뿐아니라 갑문우에 철길과 자동차길을 놓아 서해안에 륜환선을 형성함으로써 이 지대의 교통운수를 더욱 발전시킬수 있게 될것이였다.
《그럼 남포갑문건설과 관련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전망목표를 결정서에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옳소.》 수령님께서는 부채를 바꾸어쥐며 여유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래야 건설에 참가한 군인들도 그렇고 전체 인민이 당의 의도를 알고 그 관철에 적극 떨쳐나설것이요. 문제는 건설기한인데… 그건 어떻게 할 계획이요. 전문가들은 아직도 20년이나 15년을 주장하고있소?》
《많은 론의를 거쳐 10년안까지 나왔는데 그 이상은 더 어쩔수 없다는 견해들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5년동안에 건설할수 있으리라고 보았습니다.》
《5년에?》
수령님께서는 놀라운 눈길로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시였다.
《5년동안에 꽤 완공할수 있을가? 계산기초가 어쨌든 20년인데…》
《힘들것입니다. 하지만 건설을 군대가 맡은 이상 해내리라고 생각합니다.》
수령님께서는 그제야 긍정하시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지난번 정치국 확대회의때 김정일동무가 남포갑문건설을 군대에 맡기자고 강하게 주장한 까닭이 인제는 리해되오. 5년!… 비슷하오. 건설규모나 조건으로 보아 그이상 줄잡기는 힘들거요. 한데 전문가들이 접수할수 있겠는지 모르겠구만.》
《론의를 좀 해보았는데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일정하게 가능성이 보이는것만큼 당의 결심으로 그냥 내밀자고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당의 결심으로 내민다.… 결심이 그렇다면 나는 반대 없소. 좋소. 5년으로 누릅시다. 전원회의 결정에도 그렇게 찍어 밝히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두분의 담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20분이 조금 지나 김정일동지께서는 벌써 집무실에 돌아와 인민무력부장과 송철만소장을 접견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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