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순례 한반도 구간 걷기에 대해 마음을 모은 과정, 복괘復卦를 읽다. | 인문여행, 생각
2019.06.02. 01:14
빛살(bota****)
카페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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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지구시민촌은 각 나라 대표들의 주제 발제와 소개에서 시작해서 공연과 연주, 영화 상연 등으로 첫째날을 보내고, 둘째 날은 하루 종일 수십개의 분과 발표와 토론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오전에는 자유로운 제안을 통해 생각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단순한 이 구성 방식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회 준비 위원회는 장소와 시간 배정만 합니다.
저는 마지막 날 제안에 ‘동아시아 순례 한반도 구간 걷기’를 제안했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었던 일입니다.
제 인생은 중요한 순간에는 꼭 순례를 했습니다.
농민으로, 생태 교육자로 살기로 결심했을 때 ‘우리쌀 지키기 100인 100일 걷기’를 기획하고 실행했습니다.
이후에 이런 흐름 속에서 참여해야 할 과제가 있으면 늘 해왔던 것 같습니다.
생명평화 탁발 순례, 워크 나인, 제주 해군 기지 반대 등 여러 순례에 참여하고 늘 마음을 내왔습니다.
동아시아인으로 살기로 마음 낸 이후에는 난징 순례를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항저우 천도호(千島湖) 공동체 순례를 했고, 올해는 동아시아지구시민촌과 함께 DMZ 순례를 했습니다.
제 삶과 순례는 중요한 성장의 과정과 이어진 일입니다.
이제 오래지 않아 저는 저를 묶고 있는 경제적 조건이라는 굴레도 상당히 많이 벗어나게 됩니다.
삶을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이 사회 변화와 수행, 독서와 연구로 돌릴 수 있게 됩니다.
한반도 걷기 주제에 22명의 참가자가 모였습니다.
즐겁게 토론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상상했고, 이 일은 될 일이라는 확신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북조선을 포함한 한반도 순례를 하게 된다면 아픔이 많은 곳을 가고 싶고 그 과정 전체를 책으로 엮어 보고 싶고, 걷는 자리마다 나무를 심고 싶습니다.
매년 준비 성격의 작은 순례를 꾸준히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준비하고 있다 보면 기회가 옵니다.
시작하는 날은 2022년 2월 22일 2시입니다.
이 내용에 대해 22명이 서명했습니다.
이 주제는 DMZ 순례를 하면서 조금 더 확대되어 동아시아 순례 한반도 구간으로 다시 정의됩니다.
자연스럽게 DMZ 순례는 동아시아 순례 한반도 구간 DMZ 코스가 되었습니다.
DMZ은 demilitarized zone 의 약자입니다.
흔히 ‘비무장 지대’라고 번역됩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읽으면 ‘군대없는 영역’이라고 읽어도 됩니다.
현재는 남한과 북조선의 경계인 4km 구간이지만 이 구간은 한반도 전체로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가 군대없는 비무장 평화 지대가 되는 상상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DMZ은 군사적 대치의 공간이지만 또 동시에 수 많은 은유와 상징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군대가 없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DMZ은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들의 DMZ 순례는 수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순례 내내 한반도 순례에 대한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주역괘를 찾아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과정이 다 마치고 마지막 식사를 한 뒤에 이제 각자 떠나기 직전에 주역괘를 찾는데 동의하는 사람 20여명이 같이 모였습니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 순례를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2022년에는 한반도의 북조선을 포함한 순례를 하길 원합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해야 합니까?
하늘의 지혜를 구합니다.‘
이 질문을 하고 18명이 각자 하나씩의 동전을 던져 6줄의 사상(四象)이 담긴 주역괘를 찾았습니다.
복괘(復卦)의 3번입니다.
복괘의 첫줄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의 기도를 거울처럼 비춰줬습니다.
復, 亨. 出入无疾, 朋來, 反復其道,
저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읽었습니다.
‘남한과 북조선은 자유롭게 오고 가고 싶습니다.
자유롭게 만나면 아픔이 치유됩니다.
동지들 같이 걸으면 그 길은 다시 회복됩니다.
그러나, 복괘 3번의 이야기는 빈복頻復입니다.
頻復, 厲无咎. 義无咎也. : (기꺼이 돌아오지 않고 오다 말다를) 빈번히 반복하니 염려스럽지만 허물은 없다. 왜냐면 올바른 길을 찾기 때문이다.
복괘의 3번은 위(位),응(應),중(中)이 모두 없습니다.
적절한 자리도 없고, 호응해주고 도와줄 사람도 많지 않고, 실제 실력도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런 조건에서도 복괘(復卦)를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가능성을 찾는 모습입니다.
복괘 3번이 바뀌면 명이괘(明夷卦)가 됩니다.
명이는 땅 아래에 태양이 있어 세상은 어두워진 모습입니다.
명이괘의 중요 메시지는 밖으로 빛을 드러내기 어렵더라도 마음 안에 간직한 빛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권유입니다.
중요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강화도에서 한강을 막고 있는 철조망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복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복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곤괘(坤卦)를 이해해야 합니다.
곤괘는 모두가 음인 괘입니다.
따뜻한 빛은 없고 찬 바람만 불어오는 들판을 상상하면 됩니다.
그 차가운 들판 사이로 처음으로 하나의 빛과 따뜻함이 가장 아래에서 시작하는 그림이 복괘입니다.
䷁ ䷗
이 사진의 배경인 철조망은 남한과 북조선을 가로 막고 있고, 우리가 자유롭게 만날 수 없는 벽입니다.
그 앞에 줄지어선 순례단은 따뜻한 온기입니다.
저는 이 사진에서 복괘를 읽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이 빛과 따뜻함을 쉽게 잃어 버리지 않으려면 이 빛을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아직은 미약한 빛이기 때문입니다.
이 빛은 마음 안에 담아둬야 할 빛입니다.
빛을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오래지 않아 그 빛으로 따스함을 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일을 이루어내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저는 언제나 공개적인 제안을 해서 동의하는 사람을 모아내고 회의를 통해 기본적인 개념을 공유하고 약속을 정합니다.
그리고, 주역괘를 같이 찾아 봅니다.
주역괘는 그 자체가 가진 힘이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확신을 가지는 사람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 다음은 결국 그 마음이 일을 합니다.
#복괘 #동아시아순례 #동아시아지구시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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