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2

[글로벌 포커스-차창훈] 天下체계와 중국의 꿈-국민일보

[글로벌 포커스-차창훈] 天下체계와 중국의 꿈-국민일보

[글로벌 포커스-차창훈] 天下체계와 중국의 꿈

입력 : 2013-08-18 17:33
  • [글로벌 포커스-차창훈] 天下체계와 중국의 꿈 기사의 사진

우리는 이미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며 협력하는 G2 시대에 접어들었다. 오늘날 세계질서는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통해서 등장했던 서구의 국가들에 뒤이어서 2차 세계대전 후 패권국으로 등장하여 전후 복구와 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하였던 미국 중심의 단극 시대는 막이 내렸다. 물론 GDP와 국방비 및 군사력 지표를 보면 중국은 미국에 상당히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경제의 핵심적인 행위자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 증대로 중국이 추구하는 세계 질서의 밑그림에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1840년대 아편전쟁 이후 자신의 역사발전 단계에서 중국적 사고방식에 따른 이론적 담론을 역사적으로 항상 제기해 왔다. 소위 중국인의 중체서용(中體西用)의 정신은 마오쩌둥의 혁명이론,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베이징 컨센서스, 후진타오의 조화사회론 등으로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계승되었다. 2012년 제18차 전당대회에서 당장으로 삽입된 후진타오의 조화사회론이 제기된 이래 중국 내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운용하는 전략 및 새로운 국제질서 이론에 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으로 사회과학원 철학 교수인 자오팅양(趙汀陽)의 ‘천하체계(天下體系)’와 류밍푸(劉明福) 국방대 교수의 저서 ‘중국의 꿈(中國夢)’이 있다.

먼저 자오팅양은 중국이 지식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서구의 생각을 단순히 수입하는 것을 그치고, 중국의 전통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것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중국의 천하관을 오늘날의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용하기를 바란다. 그에 따르면 ‘천하’는 세계를 단순히 민족국가 혹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대신 모든 것을 포괄하는 세계라는 관점에서 간주된다. 천하는 위계적인 조공체계와 비교되며, 서구 제국주의와도 매우 다른 개념의 세계 질서로서 정당화된다. 그에 따르면 이제 중국이 강한 현대국가를 성취했고, 천하사상을 촉진하고 건설하여 현대의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천하체계는 세계 문제의 중국적 해결책에 대한 중국인의 갈망을 드러내준다

류밍푸는 ‘중국의 꿈(中國夢)’에서 중국이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을 포함한 종합국력까지 미국을 추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이 일본처럼 경제 강국이 되는 데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군사적 부흥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공격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또한 억지이론을 활용하여 중국이 강함을 통해서 평화를 추구할 수 있으며,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이 되는 것은 미국을 추월하는 전략적 기회를 쟁취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중국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변방의 국가로 전락될 것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류밍푸의 책은 중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민족주의적 열망과 그 실현에 대한 우려의 불편한 결합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가 지금까지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의 가치들, 이를테면 개방적인 자유 무역, 규범에 기반한 다자주의 제도 협력, 협력 안보, 민주주의 공동체, 문제의 공동 해결, 법의 지배, 공유된 주권 등과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질서에 대한 중국적 가치의 실현은 동아시아 지역과 같은 곳에서 미국 주도 질서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에 도전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지지자’의 모습을 유지할 것이지만, 지역 내에서는 수정된 질서를 요구하는 ‘약탈자’의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자신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상하여 제기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서 다른 국가들의 동의와 리더십을 획득하고 세계 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가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 교수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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