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3

(31) 권용득 - ‘전쟁터에는 반드시 삐야(위안소)가 있다’는 일본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증언처럼, 일본군의 사기를 충전하고...

(31) 권용득 - ‘전쟁터에는 반드시 삐야(위안소)가 있다’는 일본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증언처럼, 일본군의 사기를 충전하고...


권용득
18 May at 06:11 ·
‘전쟁터에는 반드시 삐야(위안소)가 있다’는 일본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증언처럼, 일본군의 사기를 충전하고 병력 손실을 예방하려던 위안소는 일본군이 가는 곳마다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전쟁에 본국 여성은 물론 식민지 여성을 동원하기도 했고, 점령지 여성을 동원하기도 했다. 위안부 한 사람이 상대했던 일본군 수도 위안부마다 달랐고, 전쟁터의 양상에 따라 위안부에 대한 처우도 달랐다.
가령 배봉기 할머니를 비롯한 오키나와 도카시키 섬 조선인 위안부 네 명은 미군의 대규모 공습 이후 일본군과 함께 산속으로 숨었다.(당시 도카시키 섬 조선인 위안부는 총 일곱 명이었는데 한 명은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고, 두 명은 부상을 당한 후 미군 야전병원에 수용됐다.) 산속으로 숨은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군의 취사병 역할을 맡았다. 당시 도카시키 섬 식량은 일본군이 통제했고, 일본군과 함께 지낸 조선인 위안부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생존 확률이 높았다.(식량이 떨어진 섬 주민들은 굶주려야 했고, 다른 섬 주민들은 일본군에 의해 옥쇄를 당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그 순간만큼은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이 서로의 생존을 위한 ‘동지적 관계’였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동지적 관계’ 같은 표현을 함부로 썼다가는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중일전쟁 이후 일본 내 공창에 종사하던 여성은 자신들의 고객이나 다름없던 남성이 전쟁에 동원된 바람에 전쟁터로 일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도 여성의 이동을 부추겼을 것이다. 그중에는 그전부터 매춘업에 종사하던 조선인 여성도 있었고, 누군가는 그 사실을 꼬투리 잡아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 ‘자발적 매춘’은 사실 빈곤층 여성에게 강요된 애국이었고, 따라서 ‘자발적 매춘’은 그게 아무리 자발적이었다 하더라도 빈곤층 여성을 성적 도구로 전쟁에 동원한 국가 책임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자발적 매춘’이라는 표현을 비판의 의도로 인용하는 것조차 어렵다.
관동군의 기술요원으로 동원돼서 위안소를 지었던 한 조선인 남성은 조선인 위안부가 불쌍하다며 자신은 ‘분한 마음’에 일본인 위안부를 이용했다고 했다. 그 조선인 남성은 해방 후 건축 일을 계속 하며 잘 먹고 잘 살았다. 그 조선인 남성이 목격했던 조선인 위안부나 그 조선인 남성을 상대해야 했던 일본인 위안부는 어떻게 살았는지 알 길이 없다.
한편 그 조선인 남성의 ‘분한 마음’을 엉뚱하게도 한 남성 원로 만화가의 미국 여행기에서 발견한 적도 있다. 우연히 백인 여성과 잠자리를 갖게 된 걸 대단한 자랑처럼 묘사하는 반면 흑인이나 라틴계 여성을 괄시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부디 오해 없길. 나는 앞서 말한 두 남성을 비난하는 차원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이 오랜 시간 그 정도였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성전 대승의 용사 대환영, 몸과 마음을 바친 미녀의 서비스’
중국의 한 위안소 입구에 붙어 있던 현수막 문구다. 아래 첨부한 노래방 에어간판 문구와 닮았다. 심지어 항시 대기 중인 아가씨 국적이 다양한 것까지 닮았다.(일본군의 위안소에도 다양한 국적의 여성이 동원됐다.) 지금도 혹시 전시 상황인가? 남성 인민의 사기를 충전하고 노동력 손실을 예방해야 하는 전시 상황? 인생은 원래 전쟁이고 전쟁터에는 반드시 위안소가 필요하다면 할 말 없다. 다만 지금 이 다른 나라 여성의 이동과 ‘자발적 매춘’을 부추기고 있는 건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각종 권력형 성착취 사건이나 n번 방 성착취 사건도 일본에서 수입된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야 말로 일본과 ‘동지적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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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Park Yuha, Soon Ae Choi and 177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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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득
권용득 이런 얘기만 하면 일본 책임 흐리고 일본한테 면죄부 준다는 똥멍충이들은 정말이지 상대하고 싶지 않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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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Park Yuha 그 원로만화가의 감성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죠. 이른바 ‘백마’컴플렉스로. 요즘은 좀 달라졌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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