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득
16 May at 07:11 ·
과거 정대협의 운동이 보수정권 하에서 얼마나 힘들었겠냐는 얘기도 있던데, 아무래도 평행우주가 실재하는 모양이다. 도저히 동의가 안 된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는 보수든 진보든 위안부 문제를 자신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줄기차게 이용해왔다. 위안부 문제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용케 한목소리를 냈고, 그만큼 위안부 문제는 오랜 시간 불가침 성역이었다. 가령 아래는 1997년 동아일보 사설과 2018년 민중의 소리 사설 중 일부.
“해방 52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피맺힌 아픈 상처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다운 나이 순결한 처녀의 몸으로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몸과 마음을 갈기갈기 찢긴 위안부 피해자들이다. (중략) 국내에서는 위안부피해자들에게 생활안정비 월 50만원과 약간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질병에 시달리는 할머니들이 안정되게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사회가 이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일본은 도덕적 책임만 인정하여 민간차원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 국민기금」을 통해 피해자 1인에게 5백만엔씩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존 위안부 1백86명 중 7명이 이 위로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으나 나머지는 죄를 인정하지 않는 돈은 「영혼을 더럽히는 돈」이라며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및 MBC와 함께 8월15일부터 9월10일까지 위안부 피해자돕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 할머니들이 힘겹게 부여잡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자는 뜻이다. 위안부할머니들의 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바로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일이다. 이 비원(悲願)의 모금운동에 전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19970823/7278934/1)
“피해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피해자 구제안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국가 차원에서 이를 피해자에게 강요해왔다면 이러한 행위야말로 또 다른 가해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국가폭력으로 볼 수 있다. (중략) 2015년 당시 합의 내용을 보면 국가 차원의 진정 어린 사과 없이 고작 일본 정부가 내놓은 10억엔으로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들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였다. 대신 우리 정부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해 더 이상 이 문제로 일본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알려지면서 큰 반발을 불러왔다. 시쳇말로 돈으로 영혼을 판 것이다. 또 청산해야할 역사적 적폐에 대해서도 입을 막고 오히려 이를 두둔해야할 판이었으니 우리 국민들이 느껴야 할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략)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흘려야할 피눈물은 더했다. 한일 합의 직후 이용수 할머니는 먼저 피해자를 만나야 할 게 아니냐면서 피해자를 배제한 합의는 무효라고 울부짖었다. (중략) 따라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된 합의의 부산물인 화해치유재단을 사실상 해산하기로 밝힌 것은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비뚤어진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인 것이다. (중략) 사정이 이러한 데도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망언을 이어간다면 더 큰 국민적 분노 앞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http://www.vop.co.kr/A00001336154.html)
1997년 동아일보 사설은 위안부 피해자가 국민기금 받으면 ‘더러운 돈 받은 화냥년’ 취급받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당시 국민기금을 수령한 7명의 위안부 피해자는 모 시민단체의 반대로 국민성금과 국가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피해자 자격을 박탈한 셈이다. 이후 국민기금을 수령한 위안부 피해자는 총 61명이다.
2018년 민중의 소리 사설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조지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화해치유재단은 해산됐지만, 2018년 당시 위안부 생존자 47명 가운데 35명이 일본 정부의 보상금을 수령했다.
언론사 이름을 지우면 어느 쪽이 동아일보인지 어느 쪽이 민중의 소리인지 헷갈릴 만큼 두 언론사의 톤이 비슷하다.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68Soon Ae Choi, Seokhee Kim and 66 others
1 comment4 shares
Like
CommentShare
Comments

Do-Eon Kim 위안부는 보수 진보 막론하고 역대 정권의 '전가의 보도' 같은 거였죠.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