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3

권용득 - 최근 위안부 문제 관련 포스팅에 원한 같은 정념이 섞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정념을 투사하지 않으려고 나름...

권용득 - 최근 위안부 문제 관련 포스팅에 원한 같은 정념이 섞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정념을 투사하지 않으려고 나름...


권용득
24 May at 01:00 ·
최근 위안부 문제 관련 포스팅에 원한 같은 정념이 섞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정념을 투사하지 않으려고 나름 자제하는데 잘 안 된다. 작년 여름 배봉기 할머니 이야기(https://www.facebook.com/yongdeuk77/posts/3391103297582470)를 한 온라인매체에 게재했다 조리돌림 한바탕 당하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는데, 아직도 그때의 여파가 적잖이 남아 있다. 그전에도 조리돌림이야 종종 당했지만, 조리돌림보다 그 조리돌림에 알 만한 사람들이 동조하는 걸 보고는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때 조리돌림에 앞장섰던 사람이 정의연 신임 이사장 이나영 선생님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이나영 선생님과의 친분으로 그랬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싶었다. 글은 써서 뭐하나, 내가 무엇을 어떻게 쓰든 어차피 읽는 사람 마음인데 싶었다는 얘기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일전에도 얘기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박유하 선생님 때문은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 관련 이미지는 모두 성욕에 굶주린 일본 병사와 겁에 잔뜩 질린 어린 소녀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며 분노를 자극하는 방식이었다. 밥 먹고 하는 일이 이미지 생산이다 보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는 그림만이 아니다. 상상을 부추기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그 배경의 중심에는 소녀상이 있었고, 그 몇 년 전만 해도 소녀상이 함의하는 이미지는 무비판적으로 소비됐다.
이를테면 2014년 앙굴렘 만화축제에서의 위안부 만화전은 우리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어떤 식으로 소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전시를 중단해 달라던 일본 측의 항의와 별개로 그 전시는 오히려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절대악’의 존재를 부풀리면서 문제를 납짝하게 가공한달까.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와 같은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 항의하는 일본을 비난하기 바빴다. 당시 다른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 박유하 선생님이었다. 박 선생님은 아래 첨부한 첫 번째 그림 같은 경우 피해자를 앞세워 일본을 응징하고 싶은 한국 남성의 욕망이 그대로 투사된, 위안부 문제와 가장 멀리 떨어진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때부터 박 선생님 페북을 팔로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뒤 박노자 선생님이 박 선생님의 <제국의 위안부>를 공개 비판했다.(박노자 선생님의 공개 비판이 있기 오래 전부터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 선생님의 비판이 있었다. 그와 관련된 글을 쓴 바 있는데, 그 글은 다음 링크 참고하시면 된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5109) 그러더니 여러 분야의 장삼이사들(비하 아님. 저도 장삼이사임)이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뭐 다들 아시다시피 박 선생님은 <제국의 위안부>와 함께 법정까지 갔다. 당시에는 <제국의 위안부>를 안 읽었지만, 고발 과정 자체만으로도 의아했다. 고령의 피해자들이 정말 책을 읽었을까 싶어서 의아했던 게 아니다. 단지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고, 그 얘기를 포스팅하면 ‘그럼 피해자의 고통은요!’ 같은 쿠사리가 돌아오기 일쑤였다.
일단 <제국의 위안부>부터 읽어야겠다 싶었다. 그랬더니 이 고발이 더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이해됐다. 지원단체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구나, 우리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이구나 싶었다. 물론 지원단체가 박 선생님을 직접 고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제국의 위안부>가 재판부로부터 삭제 판정을 받은 부분은 알려진 바와 달리 피해자를 묘사한 구절보다 정대협을 비롯한 그동안의 지원운동을 비판한 구절이 상당수다.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나눔의집을 방문한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제국의 위안부>와 박 선생님을 처벌한 만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며 자신이 피해자들에게 책을 읽어줬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또한 박 선생님 배후에 일본 우익 세력이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고발은 나눔의집 고문 변호사가 주도했다. 하지만 고소장은 피해자들의 이름으로 제출됐다. 뚜렷한 물증은 없고 심증뿐이다. 합리적 의심은 이럴 때 쓰면 안 되는 건가. 안 된다. 우리사회에서는 ‘피해자의 고통’이 최우선이니까. 피해자 자격이 없는 박 선생님의 고통은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었다. <제국의 위안부> 사태로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됐고, 그저 궁금했다. 누군가에게 반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부조리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현재로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증언집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와 논문을 틈나는 대로 찾아봤다. 관련 운동의 역사도 공부했다.(그래서 쓴 글도 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4137/) 그런데 위안부 문제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괴로운 일이었다. 특히 송신도 할머니의 피해 사례(아마도 앞서 말한 이미지에 차용됐을 대표적 피해 사례)는 악몽을 꿀 만큼 떨쳐내기 힘들었다. 이처럼 낱낱이 알게 되면 당사자가 아니라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고, 관련 운동이 분노에 충분히 사로잡힐 만하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그동안 쏟아낸 위안부 문제 관련 글은 품고 있기 힘들어서 그랬을 뿐이다. 위안부 문제로 만화를 만들 생각도 없고, 책을 쓸 생각도 없다. 그렇게라도 해야 견딜 만했다. 나는 나를 위한 운동을 한 셈이다.

요즘 한 시민단체 활동가 친구는 후원 끊겠다는 전화 받는 게 일이라고 한다. 정의연이나 나눔의집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정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가 아닌데도 그렇다고 한다. 이 일련의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그만큼 죽을 맛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이 정의연을 향한 공격을 자기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이해하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 일련의 사태를 자초한 건 어디까지나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이다.(나눔의집은 내부 고발이 있었으니까 별개로 치자) 정의연의 가장 큰 문제는 비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 같은 장삼이사나 눈엣가시 박 선생님의 비판은 그렇다 치고, 당사자의 비판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문제 제기를 했던 당사자가 오히려 운동을 훼손하는 가해자 취급받고, 그 문제 제기는 결국 공론화되지 못했다. 지금은 어떤가. 이용수 할머니의 공개 발언을 토착왜구와 조중동의 음모로만 취급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정말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이들 덕분에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게 훨씬 더 암울한 결과 아닐까. 아래 첨부한 두 번째 그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개인적 원한에도 불구하고 정의연이 이 사태를 잘 수습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바란다.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기 바란다. 누가 먼저 지적하기 전에 이참에 자신들의 불찰도 살펴봤으면 한다. 내가 감히 이래라저래라 할 일 아니지만. 나도 사실 그런 참견 딱 질색이지만.
Image may contain: text
Image may contain: 2 people
144김희숙, Park Yuha and 142 others
8 comments
22 shares
Like
Comment
Share
Comments
권용득
권용득 이 사달의 기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시아여성기금. 그 기금 주도했던 와다 하루키나 우스키 게이코나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욕먹는 건 물론(이때만큼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가 용케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를 비난함) 지들 좌파한테도 욕먹고, 지들 우익한테도 욕먹고. 그 어느 쪽도 이쯤에서 절충해보자는 얘기 안 함. 애초에 역사 문제를 왜 법적으로만 해결해야 하는지, 정치적 해결을 대안 삼으면 안 되는 건지 고민이 부족했음. 중간에서 욕만 푸짐하게 먹던…See more
Hide or report this
前종군위안부 比여성에 보낸 日총리 사과편지-日언론반응
NEWS.JOINS.COM
前종군위안부 比여성에 보낸 日총리 사과편지-日언론반응
前종군위안부 比여성에 보낸 日총리 사과편지-日언론반응
7
Like
 · Reply · 1w
권용득
권용득 “쓰구나이(아시아여성기금) 절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곤란에 부딪혔다.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식민지, 점령지의 주민 측에 어떠한 마음의 움직임이 있는가에 대해서, 식민지와 점령지를 만들고 있는 측에서는 감각이 둔하다. 상상력이 둔하다. 이 일에 대한 자기 파악이 부족하다. 일본국가는 패전 후에도 연속되고 있기 때문에 전쟁 중에 있었던 둔감함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우리 안에 있다.”
 
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 발기…See more
11
Hide or report this
Like
 · Reply · 1w
박인식
박인식 저장해놓고 차근차근히 읽어보겠습니다. 링크해주신 것 포함해서. 궁금한 것 있으면 여쭤보겠습니다.
Hide or report this
Like
 · Reply · 1w · Edited
권용득
권용득 말씀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제국의 위안부' 사태)는 사실 시각차가 워낙 커서 주류의 인식와 조금 다른 얘기를 하면 쉽게 매도당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아니면 어떤 목적(가령 어느 한쪽을 부정하거나 어느 한쪽을 긍정하는 데)에 동원되기도 하고요. 말하자면 저는 박 선생님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실지 그게 더 궁금합니다.
1
Hide or report this
Like
 · Reply · 1w
박인식
박인식 권용득 지금 박 교수님 홈피에 링크되어 있는 자료 읽고 있습니다. 소송 자료부터 시작해서. 한달쯤 시간 잡고 시작했습니다. 관련 기사 뿐 아니라 반론, 재반론도 찾아보려니 시간이 그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권 선생님 페북도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자료 어느 정도 확인하고 나면 ‘제국의 위안부’ 다시 한 번 읽을 생각입니다.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어서 뭐가 문제이고 뭐를 문제 삼는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1
Hide or report this
Like
 · Reply · 1w · Edited
------------





권용득
24 May at 01:00 ·



최근 위안부 문제 관련 포스팅에 원한 같은 정념이 섞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정념을 투사하지 않으려고 나름 자제하는데 잘 안 된다. 작년 여름 배봉기 할머니 이야기(https://www.facebook.com/yongdeuk77/posts/3391103297582470)를 한 온라인매체에 게재했다 조리돌림 한바탕 당하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는데, 아직도 그때의 여파가 적잖이 남아 있다. 그전에도 조리돌림이야 종종 당했지만, 조리돌림보다 그 조리돌림에 알 만한 사람들이 동조하는 걸 보고는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때 조리돌림에 앞장섰던 사람이 정의연 신임 이사장 이나영 선생님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이나영 선생님과의 친분으로 그랬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싶었다. 글은 써서 뭐하나, 내가 무엇을 어떻게 쓰든 어차피 읽는 사람 마음인데 싶었다는 얘기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일전에도 얘기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박유하 선생님 때문은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 관련 이미지는 모두 성욕에 굶주린 일본 병사와 겁에 잔뜩 질린 어린 소녀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며 분노를 자극하는 방식이었다. 밥 먹고 하는 일이 이미지 생산이다 보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는 그림만이 아니다. 상상을 부추기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그 배경의 중심에는 소녀상이 있었고, 그 몇 년 전만 해도 소녀상이 함의하는 이미지는 무비판적으로 소비됐다.
이를테면 2014년 앙굴렘 만화축제에서의 위안부 만화전은 우리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어떤 식으로 소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전시를 중단해 달라던 일본 측의 항의와 별개로 그 전시는 오히려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절대악’의 존재를 부풀리면서 문제를 납짝하게 가공한달까.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와 같은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 항의하는 일본을 비난하기 바빴다. 당시 다른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 박유하 선생님이었다. 박 선생님은 아래 첨부한 첫 번째 그림 같은 경우 피해자를 앞세워 일본을 응징하고 싶은 한국 남성의 욕망이 그대로 투사된, 위안부 문제와 가장 멀리 떨어진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때부터 박 선생님 페북을 팔로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뒤 박노자 선생님이 박 선생님의 <제국의 위안부>를 공개 비판했다.(박노자 선생님의 공개 비판이 있기 오래 전부터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 선생님의 비판이 있었다. 그와 관련된 글을 쓴 바 있는데, 그 글은 다음 링크 참고하시면 된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5109) 그러더니 여러 분야의 장삼이사들(비하 아님. 저도 장삼이사임)이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뭐 다들 아시다시피 박 선생님은 <제국의 위안부>와 함께 법정까지 갔다. 당시에는 <제국의 위안부>를 안 읽었지만, 고발 과정 자체만으로도 의아했다. 고령의 피해자들이 정말 책을 읽었을까 싶어서 의아했던 게 아니다. 단지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고, 그 얘기를 포스팅하면 ‘그럼 피해자의 고통은요!’ 같은 쿠사리가 돌아오기 일쑤였다.
일단 <제국의 위안부>부터 읽어야겠다 싶었다. 그랬더니 이 고발이 더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이해됐다. 지원단체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구나, 우리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이구나 싶었다. 물론 지원단체가 박 선생님을 직접 고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제국의 위안부>가 재판부로부터 삭제 판정을 받은 부분은 알려진 바와 달리 피해자를 묘사한 구절보다 정대협을 비롯한 그동안의 지원운동을 비판한 구절이 상당수다.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나눔의집을 방문한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제국의 위안부>와 박 선생님을 처벌한 만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며 자신이 피해자들에게 책을 읽어줬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또한 박 선생님 배후에 일본 우익 세력이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고발은 나눔의집 고문 변호사가 주도했다. 하지만 고소장은 피해자들의 이름으로 제출됐다. 뚜렷한 물증은 없고 심증뿐이다. 합리적 의심은 이럴 때 쓰면 안 되는 건가. 안 된다. 우리사회에서는 ‘피해자의 고통’이 최우선이니까. 피해자 자격이 없는 박 선생님의 고통은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었다. <제국의 위안부> 사태로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됐고, 그저 궁금했다. 누군가에게 반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부조리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현재로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증언집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와 논문을 틈나는 대로 찾아봤다. 관련 운동의 역사도 공부했다.(그래서 쓴 글도 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4137/) 그런데 위안부 문제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괴로운 일이었다. 특히 송신도 할머니의 피해 사례(아마도 앞서 말한 이미지에 차용됐을 대표적 피해 사례)는 악몽을 꿀 만큼 떨쳐내기 힘들었다. 이처럼 낱낱이 알게 되면 당사자가 아니라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고, 관련 운동이 분노에 충분히 사로잡힐 만하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그동안 쏟아낸 위안부 문제 관련 글은 품고 있기 힘들어서 그랬을 뿐이다. 위안부 문제로 만화를 만들 생각도 없고, 책을 쓸 생각도 없다. 그렇게라도 해야 견딜 만했다. 나는 나를 위한 운동을 한 셈이다.

요즘 한 시민단체 활동가 친구는 후원 끊겠다는 전화 받는 게 일이라고 한다. 정의연이나 나눔의집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정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가 아닌데도 그렇다고 한다. 이 일련의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그만큼 죽을 맛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이 정의연을 향한 공격을 자기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이해하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 일련의 사태를 자초한 건 어디까지나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이다.(나눔의집은 내부 고발이 있었으니까 별개로 치자) 정의연의 가장 큰 문제는 비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 같은 장삼이사나 눈엣가시 박 선생님의 비판은 그렇다 치고, 당사자의 비판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문제 제기를 했던 당사자가 오히려 운동을 훼손하는 가해자 취급받고, 그 문제 제기는 결국 공론화되지 못했다. 지금은 어떤가. 이용수 할머니의 공개 발언을 토착왜구와 조중동의 음모로만 취급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정말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이들 덕분에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게 훨씬 더 암울한 결과 아닐까. 아래 첨부한 두 번째 그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개인적 원한에도 불구하고 정의연이 이 사태를 잘 수습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바란다.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기 바란다. 누가 먼저 지적하기 전에 이참에 자신들의 불찰도 살펴봤으면 한다. 내가 감히 이래라저래라 할 일 아니지만. 나도 사실 그런 참견 딱 질색이지만.




144김희숙, Park Yuha and 142 others

8 comments22 shares

Like
CommentShare

Comments


권용득 이 사달의 기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시아여성기금. 그 기금 주도했던 와다 하루키나 우스키 게이코나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욕먹는 건 물론(이때만큼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가 용케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를 비난함) 지들 좌파한테도 욕먹고, 지들 우익한테도 욕먹고. 그 어느 쪽도 이쯤에서 절충해보자는 얘기 안 함. 애초에 역사 문제를 왜 법적으로만 해결해야 하는지, 정치적 해결을 대안 삼으면 안 되는 건지 고민이 부족했음. 중간에서 욕만 푸짐하게 먹던…See more
Hide or report this

NEWS.JOINS.COM
前종군위안부 比여성에 보낸 日총리 사과편지-日언론반응前종군위안부 比여성에 보낸 日총리 사과편지-日언론반응

7


Like

· Reply
· 1w

권용득 “쓰구나이(아시아여성기금) 절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곤란에 부딪혔다.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식민지, 점령지의 주민 측에 어떠한 마음의 움직임이 있는가에 대해서, 식민지와 점령지를 만들고 있는 측에서는 감각이 둔하다. 상상력이 둔하다. 이 일에 대한 자기 파악이 부족하다. 일본국가는 패전 후에도 연속되고 있기 때문에 전쟁 중에 있었던 둔감함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우리 안에 있다.”
 
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 발기…See more
11
Hide or report this


Like

· Reply
· 1w

박인식 저장해놓고 차근차근히 읽어보겠습니다. 링크해주신 것 포함해서. 궁금한 것 있으면 여쭤보겠습니다.
Hide or report this


Like

















· Reply
· 1w
· Edited


권용득 말씀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제국의 위안부' 사태)는 사실 시각차가 워낙 커서 주류의 인식와 조금 다른 얘기를 하면 쉽게 매도당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아니면 어떤 목적(가령 어느 한쪽을 부정하거나 어느 한쪽을 긍정하는 데)에 동원되기도 하고요. 말하자면 저는 박 선생님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실지 그게 더 궁금합니다.
1
Hide or report this


Like

· Reply
· 1w

박인식 권용득 지금 박 교수님 홈피에 링크되어 있는 자료 읽고 있습니다. 소송 자료부터 시작해서. 한달쯤 시간 잡고 시작했습니다. 관련 기사 뿐 아니라 반론, 재반론도 찾아보려니 시간이 그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권 선생님 페북도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자료 어느 정도 확인하고 나면 ‘제국의 위안부’ 다시 한 번 읽을 생각입니다.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어서 뭐가 문제이고 뭐를 문제 삼는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1
Hide or report this


Like

· Reply
· 1w
· Edited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