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2

17 책 라종일 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김현진 | 라종일 (지은이) | 알마 | 2017-07-05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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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교수가 청춘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성공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와 자칭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에세이스트 김현진. 겹치는 데라고는 전혀 없는 두 사람이 의외의 책 <가장 사소한 구원>을 함께 펴냈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발단은 이렇다. 폭력을 동반한 이별, 가장 사랑했던 친구의 끔찍한 사고사, 실직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김현진은 절실하게 낫고 싶은 심정으로 라종일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끔찍한 현실과 고민을 하소연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가 책으로 엮이게 된 것이다.

봄부터 겨울까지, 네 계절 동안 두 사람이 나눈 편지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소한 삶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당차면서도 톡톡 튀는 김현진의 글과 노교수의 따뜻하고 차분한 글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교차되는데, 노교수는 청춘의 고민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경청하며 가장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들을 진심을 다해 들려준다. 서른두 통의 편지는 네 계절이 지나는 동안 한 청년의 상처와 고통이 점차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가슴 뭉클한 순간들을 선사한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소통은 또 다른 아픈 청춘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2015.01.20)



대한민국 1퍼센트라 불리는, 이른바 성공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와 10대 시절 <네 멋대로 해라>를 출간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자칭 집도 절도 빽도 없는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에세이스트 김현진. 두 사람이 뜻밖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로 주고받은 편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알게 된, 겹치는 데라고는 전혀 없는 30대 '날백수'와 멋스러운 70대 노교수는 네 계절 동안 32통이나 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 편지들 안에는 이 시대 '청춘'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담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그 반대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길을 걸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혹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느꼈던 감정의 흐름들, 내면에 꼭꼭 숨겨놓았지만 빙산의 일각처럼 그 작은 편린만 종종 드러나곤 했던 아픈 상처들, 일상에서 문득 발견하는 소중한 깨달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들어가며_내 남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꽃 지는 날 그대를 그리워하네
웃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노래할 수 있다면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병맛’을 아십니까?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나요?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증오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면
사소한 말들이 전해준 구원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
구멍가게 앞에 놓인 평상을 기억하며
이 세상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사랑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유
아이는 어른을 사람으로 키웁니다
마음이 슬퍼지려고 할 때면
자랑하지 마라
어떻게든 위로, 더 위로
세상을 사는 방식
왜 아름다움을 추구할까요?
균형은 유지하는 것
싸구려 위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것
우리가 괴물을 키워낸 걸까요?
사람에 대한 사람으로서의 관심
소명을 따라서
경박한 오만
세상이 조금은 격정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야기가 주는 힘
따뜻하고도 달콤한 경험
끝이 없는 추신




P.5-9 : 들어가며_내 남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남들 보기에 멀쩡한 남자 친구를 별로 사귀어보지 못한 것은 나의 오랜 콤플렉스다. 남자인 친구도 거의 없고, 연애는 실패만 거듭했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해선 안 될 방법으로 사랑한 까닭이었다. 나 역시, 남에게 사랑을 줄 만한 사람이 못 되었다. 아귀처럼 끝없이 받기만 원하는 사람을 어느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런 좋지 못한 성정과 운이 따라주지 않은 환경과 중독적으로 소비한 알코올이 합쳐져 나는 누구도 탓할 수 없이 제 손으로 평탄치 못한 삶을 만들어왔다. 게다가 최근 1~2년간은 흉사가 겹쳤다. 폭력을 동반한 이별, 가장 사랑했던 친구의 끔찍한 사고사, 실직…. 이따위 일들이 숨 가쁘게 일어나면서 나는 원래도 별로 괜찮은 상태가 아닌 주제에 더욱 신속히 망가져갔다.
마음을 의탁할 만한 종교도 없었고 몇 안 되는 친구들에게 언제까지 하소연을 늘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에 깊이 베인 자상은 끊임없이 피를 흘렸다. 바닥에 질질 흘리고 다니는 그 피가 발바닥을 적시면 너무 미끄러워서 나는 자꾸만 넘어졌다. 피 묻은 발자국을 돌아보면 서 나는 생각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지인이 많지 않아 마음을 터놓은 몇 사람에게만 사정을 말했는데 오랫동안 꺼놓았던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라종일 선생님의 목소리는 내가 기꺼이 그 고통을 쏟아놓게 되는 몇 안 되는 음성이었다. 구차하고 기나긴 사정을 다 듣고 난 선생님은 세 가지를 이야기하셨다. 첫째, 이제 아무 걱정 하지 마라. 둘째, 나는 네 편이다. 셋째, 글 쓰는 사람은 원래 어느 정도 불행해야 한다. 당신도 그것을 알지 않느냐?

살짝 궁금하지 않은가? 쭉 엘리트 코스를 거쳐온 탁월한 정치인, 행정가, 교육자이며 6개 국어를 구사하는 외교가에 대학 총장까지 지낸 석좌교수와, 몇 권의 안 팔리는 책을 내고 삼십 대 초반인데도 여태껏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성격도 별로 좋지 않고 가끔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날백수, 겹치는 데라곤 전혀 없는 두 사람이 네 계절 동안 서른두 통이나 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P.13-15 : 꽃 지는 날 그대를 그리워하네
선생님께.
지난번 뵌 이후로 어쩐지 ‘꽃 지는 날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어디선가 읽은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꽃이 져도, 꽃이 피어도 선생님께서는 특유의 안온한 표정을 잃지 않으실 것만 같아 그런가 봅니다. 세상만사 삼라만상이 무서운 일은 없고 모두 우스운 일뿐이라는 말씀이 마음속에 깊이 박혀서 그런 모양입니다.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세상에 무서운 일은 없고, 우스운 일뿐이다. 살아오면서 참되고 바르고 아름다운 기억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가 물어보면 나는 그냥 즐겁고 행복하다고만 말한다.” 선생님은 엷게 웃으며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냐고 물으셨죠. 그때 선생님의 미소가 깊은 바닷속을 담담히 흐르는 거대한 해류와 같아서 저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 나이 먹고도 인생이라는 바다의
얕은 물에서 발목이나 찰랑거리며 모래나 간질이고 있는 저로서는 결코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심해의 물결 말입니다.
산다는 것의 엄중함이 무엇인지 생각하니 숙연해졌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한참을 되뇌어보았습니다.

세상에 무서운 일은 없고, 우스운 일뿐이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역사의 격변기를 직접 보셨고, ‘킹메이커’라 할 만큼 정치판에서도 큰 역할을 하셨고, 커다란 대학의 총장도 역임하셨지요. 그러면서 온갖 사람들이 머리 쓰며 제 이익을 좇는 광경을 무수히 보셨을 텐데, 어떻게 하면 제 이득을 위해 눈에 불을 켠 무서운 사람들을 우습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아주 사소한 불행 하나도 저는 사실 두렵습니다. 이것들을 우스운 일로 여길 수 있는 마음 자세는 과연 어떤 것에 있을까요. 저는 정말 알고 싶습니다. 아직 삼십 대 초반에 앞다투어 찾아온 반갑지 않은 일들, 이런 제 개인의 상처까지도 모두 우스운 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다 져버린 날,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P.16-18 : 웃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현진에게. 현진의 편지를 받고 문득 생각나는 어휘들이 있었어요. “탈출” “탈옥”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이야기 중에 별생각 없이 한 말이 그렇게 날카로운 화두로 되돌아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작...





저자 :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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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XX 같지만, 이건 사랑 이야기>,<우리는 갈 곳이 없다>,<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 총 29종 (모두보기)
소개 : 10대에 쓴 공교육 탈퇴기 『네 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여러 책을 써냈으며, 30대가 된 지금까지 돈 없고 집 없고 빽 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에 쓰고 있다. 페미니즘 에세이 『불량소녀 백서』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MB시대를 살아 낸 치열한 삶의 기록 『그래도 언니는 간다』, 서울살이의 비망록 『뜨겁게 안녕』 등 여러 책을 냈으며 지은 소설로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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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라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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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장성택의 길>,<가장 사소한 구원>,<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 … 총 14종 (모두보기)
소개 :
1940년 12월 5일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학사와 석사를, 그리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1972년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미국의 스탠포드대, 미시간대, 남가주대, 프랑스의 소르본대, 그리스의 아테네대 등에서 연구교수와 교환교수를, 그리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펠로우를 역임했다.
1995년 현실정치에 참여하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 국가정보원 해외담당 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영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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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질문, 뻔하지 않은 대답 속에서
진정한 ‘위로’를 발견하다

대한민국 1퍼센트라 불리는, 이른바 성공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와 10대 시절 《네 멋대로 해라》를 출간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자칭 집도 절도 빽도 없는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에세이스트 김현진. 두 사람이 뜻밖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로 주고받은 편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알게 된, 겹치는 데라고는 전혀 없는 30대 ‘날백수’와 멋스러운 70대 노교수는 네 계절 동안 32통이나 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 편지들 안에는 이 시대 ‘청춘’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담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그 반대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길을 걸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혹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느꼈던 감정의 흐름들, 내면에 꼭꼭 숨겨놓았지만 빙산의 일각처럼 그 작은 편린만 종종 드러나곤 했던 아픈 상처들, 일상에서 문득 발견하는 소중한 깨달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사소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구원’이 될 수 있는 이야기
이 책의 저자 김현진은 만만치 않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삶의 어려움을 똑같이 체감하는 또 하나의 ‘청춘’이다. “누구도 탓할 수 없이 제 손으로 평탄치 못한 삶을 만들어왔다”고 자책하던 그에게 라종일 교수와의 만남은 어쩌면 ‘평탄치 못한 삶’에서 벗어날 새로운 돌파구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김현진이 찾은 돌파구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만나고 싶은 기회이자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속 깊이 묻어두었던 아픔, 상처, 진심을 남김없이 털어놓을 상대가 있다는 것, 그가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아무 편견 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는 것, 그리하여 그와 주고받은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는 것, 이것이 아주 개인적인 편지를 ‘책’이라는 물성에 담아 모두에게 공개하는 이유다. 김현진은 이렇게 말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도망칠 틈새를 찾아내듯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구원에 매달렸다. 그것이 선생님과의 서신 교환이었다. … 선생님은 몇 번이나 이 기록들을 책으로 묶어내는 것을 망설이셨다. 그럼에도 부끄러움이 충만한 이 기록들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선생님의 답장들을 나 혼자 읽기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아픔들은 누구라도 한 번쯤 지나치게 되는 보편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선생님의 답신들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혜안과 어렵지 않은 스마트함을 동시에 지닌 것들이었다.”(김현진 <들어가며>)

‘멘토’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 주는 공감과 위로
그렇다면 대화 상대인 라종일 교수는 어떨까? 그의 말은 어떤 것을 품고 있기에 이 시대 청춘에게 ‘혜안’과 ‘스마트한 위로’를 주는 걸까? 김현진은 “이 시대의 멘토라는 사람들은 얼마나 뻔한 이야기만 하는지. 그래서 나는 라 선생님께 매달리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현진의 말대로 라종일 교수는 뻔한 이야기, 어설픈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가장 현실적이고 어쩌면 뼈아플 수 있는, 그래서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전한다. 그렇기에 40여 년이라는 차이가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 공감과 이해 그리고 위로가 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들려주어야만 할 것 같은 흔히 말하는 ‘멘토’로서가 아닌, 더 나아가 인생을 좀더 경험한 선배로서가 아닌, 똑같은 인간으로서 상대를 대할 때 우리는 그의 말에서 힘과 깨달음을 얻는다. 라종일 교수는 마지막 편지에서 김현진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 역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처음 현진이 글을 주고받자고 제안했을 때는 물론 그것이 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현진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려웠던 상황에서 저와 글을 주고받은 것이 현진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글을 보면서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현진에게 밀려서(?) 신통치 않은 답을 쓰면서 어쩌면 저도 현진 못지않게 힘을 얻었는지 모릅니다.”(본문 248쪽)

“웃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주변의 누추함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라종일 교수만의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잔잔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 에너지에서 나오는 사려 깊은 나눔과 소통, 이것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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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징징대는 여성 화자 때문에 막판에는 좀 짜증남. 라종일 교수 부분만 일부 킵.
젤리곰 ㅣ 2016-02-25 l 공감(0) ㅣ 댓글(0)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나의 이야기'이기에 허공에 질문을 던져보고, 스승의 따뜻한 말들을 되짚어 읽어본다.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 이름 붙인 그들의 서신이 나에게 닿아 '가장 소중한 구원'이 될 때까지.
리니 ㅣ 2015-09-22 l 공감(0) ㅣ 댓글(0)



비오는날 카페에 앉아 무심코 집어들었다가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게 만든책. 거창한 위로도 아닌데도 그냥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
라이냥 ㅣ 2015-07-14 l 공감(0) ㅣ 댓글(0)



좋은멘토는힘들고상처받은이에게구원일수있다.라종일교수처럼30대보다청춘이고70대만큼경륜있는분이라면멘토로서는최적격이다.고래는자기아픔만생각하고상처와싸우려하기때문에쉽게포획된다고한다.인생도마찬가지다.얼마전세상을뜬신시아레논이부부침실에서오노요코를만난얘기도나온다.
lawplex ㅣ 2015-04-05 l 공감(0) ㅣ 댓글(0)



때로는 위트있게, 때로는 따끔하게 조언하는 노교수의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약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나는 뜻밖의 계기였다. 저자들에게, 이 기획에 감사한다.
Pfote ㅣ 2015-04-02 l 공감(2) ㅣ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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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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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따뜻한 가르침 꿈꾸는글장이 ㅣ 2016-06-10 ㅣ 공감(2) ㅣ 댓글 (0)

얼마 전 라종일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그는 교수보다는 작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독서량에 놀랐고 중학교 때 읽은 소설의 내용까지 세세히 기억하는 모습에 한번 더 놀랐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문학작품들을 대하는 그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졌다. 세상 모든 일의 뒷면을 살피려 하고, 특히 사람의 일에 마음을 쏟는 그는 휴머니스트였다.

인터뷰 전에 조금 읽다가 덮어뒀던 <가장 사소한 구원>을 마저 읽었다. 10대에 쓴 <네 멋대로 해라>로 유명한 작가 김현진이 털어놓은 고민에 라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짜인 이 책은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글들로 꽉 채워져 있다.

단순히 '아픈 것도 청춘이다'라며 상처를 받아안으라 하지 않고,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잔잔한 어조로 읊조리고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구원을 얻었다"고 말하는 라 교수의 말에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건 나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세상이 달리 보이기 때문이리. 그와 나눴던 따뜻한 대화를 책으로 다시 나눈 기분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삶이라는 것이 험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사람들을 지탱해준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경험해야 하는 쓰라림이나 환멸에 대한 가장 큰 약이 바로 삶이란 어려운 것이고 이 세상에서의 장밋빛 기대란 대부분 가당치 않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이었을 것입니다. ... 행복이란 이제, 적어도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권리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에 대한 집착이, 그 참기 힘든 가벼운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심리학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어요.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들은 자기의 바람을 부정하는 세상을 부정하는 행위로 스스로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모든 것이 어렵기 짝이 없는 전쟁 상황이나 포로수용소에서는 자살률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였습니다. (26~27)




이른바 학벌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당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인정하지 않는 한 열등감은 없다.˝ (40)

사람마다 갖추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한 가지 직장, 한 가지 일에만 국한하여 살면서 거기서 좌절한 것으로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에 따라 세상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41)




우리는 일생 동안 성장통을 겪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성장통을 치르고 나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착각이라도 하는 순간, 그 사람은 사람으로서 죽은 것이 아닐까요.(47)

사람의 일생이란 결국 자기가 자신에 관해 만든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어떤 설득력을 갖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따라 사기꾼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별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48)

<잠언>의 한 구절은 증오를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언> 16장 32절, 57)

핀다로스가 펠롭스의 전설을 주제로 쓴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을 하지 않고 어떻게 영광과 해줄 이야깃거리가 있는 노년을 맞을 수 있겠는가?˝(65)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게 보입니다. 종종 어디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발생했다든지 전장에서 몇몇 사상자가 났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보듬고 안아 키웠을 구체적인 사람입니다. (97)




음악이란 온몸과 마음을 바치지 않으면 어떤 수준에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었어요. 조금만 더 하면 만족할 만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유혹이 늘 있었기 때문입니다. ... 고통스러운 기억밖에 없지만 한동안 악기 하나를 해보려고 노력한 경험은 후회하지 않아요. 다른 분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런 소리가 저절로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112)



저는 효도란 궁극적으로 부모님에게 잘해드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충실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효의 근본은 자기 자신의 존재에 관한 큰 긍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현세에서는 우선 생명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효도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존재에 관한 큰 긍정 없이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177)

항상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185)




지도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외국에서 날아오거나 어떤 특정한 혈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단지 우리 판단으로 봤을 때 자질과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우리와 필요나 목적을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186)

결론은 위대한 지도자가 우리의 온갖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각자의 처지에서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187)




˝어떤 슬픔도 그것을 이야기에 담거나 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배신입니다.˝(애나 펠스, 240)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갑니다. 때때로 그렇게 묻혀 없어진 이야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도 합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한 방향으로 정리될 때 그것이 그 시대 그 사회의 정의이지 않겠는가.˝(240)




`로봇 다리` 수영 선수로 알려진 김세진 군의 어머님이 김군을 이런 말로 단련시켰다 합니다. ˝넘어졌을 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붙들어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붙들어 일이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사람 사회의 가장 중요한 진리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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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청춘을 위한 가장 소중한 구원 『가장 사소한 구원』 라종일, 김현진 리니 ㅣ 2016-01-25 ㅣ 공감(1) ㅣ 댓글 (0)


『가장 사소한 구원』 라종일, 김현진 / 알마

답 없는 청춘을 위한 가장 소중한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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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나서

? 간간이 친구와 얘기를 나눈다. "전화해도 돼?" 혹은 "나 고민이 있어"라는 말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대개 고민 상담이다. 청춘, 그리고 사회 초년생이라는 경계 안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우리는 서로 될 수 있는 한 좋은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조언을 남긴다. 하지만 역시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비슷한 출발선에서 달려, 비슷한 거리에 머물러있는 우리는 서로에게 '원할 것 같은' 답을 내어줄 수밖에 없고, 선택 또한 자신의 몫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아직 선택의 끝을, 결과를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는 바라던 정도의 위안을 얻고, 다시 집에 돌아가 같은 고민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이럴 땐, 제대로 인생을 경험해본 누군가의 말 한마디라도 있었음 좋겠다. 답을 내려주진 않더라도, 약간의 힌트라도 누가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도 필요로 하는 애송이 같은 청춘에게 말이다.


꽤 여러 번이나 답답함을 맛보고 나니, 속마음을 진심으로 내보일 '인생 선배'가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모든 것을 터놓을 만큼 가깝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직접 대면해서도 좋지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서신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여기, 나의 부러움을 한가득 담은 책 한 권이 있다.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가장 사소한 구원』이다.


?궁지에 몰린 쥐가 도망칠 틈새를 찾아내듯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구원에 매달렸다. 그것이 선생님과의 서신 교환이었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선생님은 고통을 활자로 옮기라며 단호하게 이야기하셨다. "이야기된 고통은 더이상 고통이 아니다. 당신이 그 고통들을 글로 쓸 수 있을 때 당신은 비로소 낫게 될 것이다." (7쪽)

돈도 빽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보내는 ‘은밀한 연서’는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라종일 교수에게 닿는다. 자기 비하와 한탄이 가득한 청춘의 편지에 답하는 노교수의 회신에는 "기다렸다."라는 따스한 말과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온 조언이 함께한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행복에 대해,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해, 세상에 대해…….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청춘이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 꼭 갖춰야 하는 게 뭘까요?"라고 물으면, 스승은 "왜 어른이 되려고 합니까?"라고 다시 묻는다. 청춘이 "우리 사회 청년들의 곁길이 너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조언을 구하면, 스승은 "에덴의 낙원 이후에 세상이 자기에게 친절하리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된다."라는 따끔한 말을 던져주는 것이다. 질문이 질문을 부르고, 당연하게 답이 나와 있을 것 같은 물음에 또 다른 의문이 생기는 이 스릴 있는 서신 교환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현실과 맞물려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늘 당신 편입니다"하고 모든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들어주고, 투정 섞인 신세 한탄에 내가 보지 못한 이면을 가르쳐주는 누군가가 못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쯤, 편지의 수신자를 나에게로 돌려보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나의 이야기'이기에 허공에 질문을 던져보고, 스승의 따뜻한 말들을 되짚어 읽어본다.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 이름 붙인 그들의 서신이 나에게 닿아 '가장 소중한 구원'이 될 때까지.


Written by. 리니

한국 에세이/ 편지, 서간집
소장하고 있는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선생님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즘 그렇게 할 수 있는 청년들이 몇이나 될까요.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규칙을 온몸을 다해 준수한 다음, 그것을 자신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자긍심을 가지면서 경쟁이 극도로 격화된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것이 젊은 세대의 생존법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주류 사회의 길에서 벗어난, 혹은 낙오되어버린 저 같은 사람은 그저 그 광경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지만, 한때 그 안에 소속되어 있었던 사람으로서, 또 한사람의 (늙은?) 젊은이로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자기 스스로 생각해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71쪽)


그런데 얼마 전 ˝우리나라의 앞날은 십 년 후 필리핀처럼 될 것이다.˝라는 글을 봤습니다. 지금처럼 자기계발로 역량을 높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시대는 지금이 마지막이고, 결국 계급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제 우리나라의 `계급`은 완전히 고착화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교육 문제도 그렇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이제 저물어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좀 천한 소리까지 동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대학을 가느냐가 그 사람 인생 절반 정도는 결정해버리는 것 같아요. (120쪽)

우리가 어려운 일들은 잘 헤쳐나왔으니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앞으로 닥쳐오는 문제들은 어쩌면 이제까지 당면했던 문제들보다 결코 쉽지 않은 것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불합리한 장애 없이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어 있다고 여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공동의 공적인 사안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사적인 존재에만 안주하지 말고 공적인 인간으로서 함께 참여하고 함께 노력할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140쪽)



제가 너무 낙관적인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낙관적이지도 않고 더구나 우리나라가 훌륭하다는 생각도 않습니다. 제가 진보이고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면에는 구석구석 어려운 일들이 도사리고 있겠지요. 그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비판적인 안목으로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내부의 부정적인 면을 파헤치는 것도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좋아지겠지요. 적어도 ˝부러울 것이 없다˝든지 ˝아름다운 것만 보라˝는 것보다는 좋은 일입니다. 단지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보다 보면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이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것, 가족, 친구들, 자기가 사는 세상 등을 우선 귀하게 여기고 부족한 것을 고쳐 나가는게 좋아 보입니다. 항상 현실에 비판적인 안목을 유지하면서 개혁과 개선을 추구하는 것만큼이나 이미 이뤄놓은 것을 평가하고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리라 여깁니다. 그러나 그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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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편지 주고 받고 책을 내줬으면, 『가장 사소한 구원』 - 라종일, 김현진 물숲 ㅣ 2015-11-20 ㅣ 공감(3) ㅣ 댓글 (0)


☞ 제목에 딸린 부제는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다. (포스팅 제목에 같이 넣으려 했건만 글자수 제한을 받아 할 수 없었던) 길고 긴 부제가 이 책에 대해 말해준다. 70대와 30대가 과연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을까.

편지에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얘기가 어우러져있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어온 70대 교수에게 헬조선을 살고있는 지금의 30대 청년이 과거는 어땠느냐고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묻는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절대 회피하지는 않고 집요하게 묻는다. 둘의 기싸움이 팽팽해서 웃기도 했다.

젊은이는 솔직하게 대놓고 묻는다. 하지만 노교수는 말을 아낀다. 그러면 젊은이는 그래도 알고싶다며 다시 곧바로 물어본다. 그제서야 노교수도 조금 드러낸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이가 원하는대로 속시원한 대답은 아니다. 노교수는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젊은이는 두루뭉술한 답변은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또 웃겼던 것은, 젊은이가 과거의 인물을 끌어와 지금과 대입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노교수는 예전에 그 인물을 만난 적이 있었노라며 일화를 얘기해준다. 그런데 그 인물이 영국의 찰스 왕세자/다이애나 왕세자비 내지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다. 읽으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나라 버전으론 김대중 前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해줬고, 일베나 서북청년단 같은 단체에 대해서 물어보자 옛날에 서북청년단 또한 직접 만나본 적 있다면서 얘기해준다. 얼마나 신기한가. 인터넷이나 매체에서 접하는 게 아닌 직접 본 사람의 생생한 증언이다. (얘기를 들으면 내가 얼마나 언론에 보이는 것만 생각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노인은 귀중하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단시간에 너무 빨리, 많이 변했기에 간극이 크다.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하고 담담하게 그랬노라고 말해주는 노인도 있는데 왜 세상은 꼰대만 많은 것 같을까. 이런 어르신은 대체 다 어디 계신 걸까. 이런 세대사이의 간극은 책에서 30대가 말하듯 노인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 그리고 70대의 노교수는 그런 잘못된 인식마저 콕 집어서 얘기해준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30대의 말은 왠지 20대(대학생)가 말하는 것처럼 읽혔다. 초반엔 공감하며 읽었지만 점차 지치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그녀는 내내 징징거린다.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 연달아 터진 개인적 불운으로 인해 매우 힘든 상태임을 처음부터 고백하는데 노교수도 몇 번은 잘 받아주다가 결국 '마음이 쓰인다'며 짚고 넘어간다. 나는 여기서 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가 그녀에게 마음이 걸린 것도 이 지점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노교수는 예리하게 지적하고 관점의 전환을 촉구한다. 너무 그것만 바라보고 살지 말라고.

읽다보면 감정이 전이돼서 피로해질 정도인 그녀의 절망이 깔린 물음들은 독자입장에서는 고맙다. 나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던 것들을 대신 물어주니까. 그녀가 총대를 매준 것이다. 확실한 답변을 위해 그녀 또한 논지가 미숙함을 알면서도 일부러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물음을 던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물음에 대한 노교수의 답변은 '이래라 저래라'가 아니다. 멘토를 자청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더 힘들게 살아왔으니 너희는 지금 힘든 것도 아니다' 도 아니다. 너희들이 직접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도록 그가 보고 듣고 겪고 느낀 얘기들을 해준다. 강요하지 않고 여지를 주는 얘기는 얼마나 재미난가. 노교수가 경험했던 근현대사 얘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더불어 이 책에는 종교적인 담론도 가득하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삶에 기독교(개신교 + 천주교)가 빠지지 않았던 사람들이기에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느껴왔던 종교적 병폐와 우리나라 발전사와 어우러지는 기독교적 얘기, 그리고 최근엔 교황 방한에 대한 이슈까지도 서로 주고받는다.

그러나 역으로 이 때문에 책이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다. 노교수의 교훈적 얘기에는 간혹 '하느님이 주신'으로 시작하고 그러니 '하느님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기승전-하느님으로 끝나는 문장들이 있고 성경 비유나 관련 얘기는 꽤 많다. 때문에 기독교 신자라면 이 책이 더 절절하게 공감갈테지만 무교나 여타 종교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고 넘기면 될 것 같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이 궁금했는데 그런 것들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특히 교회의 사업화 같은 것들이나 우리나라에 왜 유독 기독교가 많은지 같은 것들).

+) 책을 살 때에도 저자에 대한 정보는 없었지만 편견을 갖게 될 까봐 일부러도 찾아보지 않았다.
사실 다 읽은 지금도 상세히 검색해보지 않아 자세한 건 모르고, 그저 책에서 만나 본 느낌에만 충실했다.

++) 노교수 지금 말은 상당히 점잖지만 일화를 들으면 젊은시절 얼마나 혈기왕성했을지 짐작이 간다. 아버지가 '경망스럽다' 했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일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닌건 어떤 상황에서도 아니라하는 강경함이 있으시다(다이애나 비 사망에 관한 코멘트는 대사관이 그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고 일본 신사참배에 대해 일본인 친구에게 던지는 농담은 뼈가 있었다). 『밤은 선생이다』에서 황현산 선생님이 젊은 시절 책 못 읽게 한다고 분노했다던 그 모습이 겹쳐서 혼자 웃었다.

+++) 영국에서 대사관 하고 있던 시절 얘기들도 엄청 재밌다. 역시 영국도 병폐가 만만찮아.

++++) 나이는 30대와 비슷하지만 나는 노교수가 하는 얘기에 더욱 감화되어 읽었다. 내 생각은 그녀보다 이쪽에 더 가까운 듯 하다.

※ 오타가 있다
전자책이라 정확한 쪽수는 알 수 없지만,
- [세상을 사는 방식] 에서, "말하자면 넒은 층의 국민들에게서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것] 에서, "다른 형제들도 어려움은 마차가지였겠지요."
- [이야기가 주는 힘] 에서, "조금 덜 잘난 채하고 조금 더 겸손한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할까요."

종이책에도 똑같은 오타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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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서 단순함이 나온다 내이름은초록 ㅣ 2015-07-22 ㅣ 공감(3) ㅣ 댓글 (0)


한동안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에 나가지 못하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책을 쌓아놓고 이것저것 읽으면서도 기록하거나 일기를 쓰지 못했다.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과수원 나무들이 햇살에 뿌옇게 빛나는 걸 보면서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오후엔 산책을 할까 생각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쉽게 나가지 못하는 이상한 증상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사람을 만나면 쓸데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끝도 없이 쏟아냈다. 요즘 들어 나는 중독적 성향이 강하고 자기 조절 능력이 취약하다. 뭔가 시작하면 집중을 하는 게 아니라 그 행위에 매여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을 만나면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렇다-계속해서 지껄이고 있다. 너무 비판적인 이야기나 감정적인 이야기를 필터 없이 다 쏟아내면서 나는 위선적인 사람이 아니다, 라며 합리화를 하는데 집에 와서 볼일을 보다가 문뜩 내가 뭔가에 쫒기 듯 살고 있구나 싶다. 사십이 넘어서면서부터 이제껏 내가 추구해왔던 건 지식과 삶의 의미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나와 내 주변에 대해 바로 알자, 라는 생각이 십년이 지나자 너무 한쪽으로만 편향된 균형을 잃었다는 위기감이 든다.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그간 나를 붙잡아 줄 의미의 중력 같은 게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들이고 해부하고 비판하는 내 자신이 싫어진다. 그런 행위가 어떤 선을 넘어 의미를 해체하고 현실성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사소한 구원>은 제목에 몹시 끌린 책이다. 또 책이냐고? 그렇지만 어쩌겠냐? 삶에서 못 배우는 아둔함을 책을 읽으면서 어떡하든 깨어 버려야겠으니. 반세기 가량의 나이차가 나는 노교수와 작가의 서른 두 통의 편지글을 접하면서 나는 사소한 것 같지만 깊이 있는 철학적 종교적 지혜를 기대했다. 그건 책의 제목과 표지 때문에도 그랬다. 그런데 책 내용은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적이었다. 젊은 작가인 현진은 불우했던 과거의 상처와 비관적인 현실의 무력함 때문에 상처 입은 영혼처럼 보였다. 현진은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위축되고 불행했다. 아마도 그녀는 붙잡을 끈이 필요했으리라. 그것이 책이나 종교가 아니라 살아있고 교감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인 것을 이해한다. 풍요롭고 좋은 것에서 빈곤하고 악한 것이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과 멘토와 상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요새 느끼는 거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더 그렇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에서 운동권이었고 기독교 신자이면서 집값 폭락의 희생자이며 인문학에 열광하지만 쇼핑을 좋아하는 다중적인 인간이다. 가장 사회의 영향을 격하게 받은 자가 아닌가. 너무 많은 것들로 인해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삶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복잡다단한 생각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반성은 잠시이고 현실에서는 그 사이클에 푹 빠져 있는 게으름이라니. 책 내용 중에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구절이 있다. “어떤 문제이건 그것이 발생한 차원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언젠가 고미숙의 <호모 에로스>에서 읽었던 ‘변화하고 싶으면 삶의 차서와 배치를 바꾸라’는 말이 생각난다. 문제를 느끼기는 하지만 삶의 차서와 배치를 바꿀 열정이 부족하니 번뇌가 생긴다. 열정이 부족하다는 건 아무래도 충분히 깨닫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나의 게으름도 큰 몫 한다. 이제는 아주 많이 가벼워져야 한다. 고질적인 꼰대의 모습, 수다스러운 중년 아줌마, 탐욕스러운 자기만족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고 나의 심혼은 말해준다. “문제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크고 작은 상처, 그 상처의 아픔이 아니라 그 아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있겠지요.” “저는 우선 자신의 상처를 남에게 드러내 보이거나 반대로 장한 일로 추어올려 앞세우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 자기 탐닉은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천한 일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노교수는 내가 지나쳐버린 작은 실수가 삶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성찰을 준다. 아프니까 괜찮다는 생각은 분명 합리화다. 노교수의 정신세계는 많은 지식이 있음에도 담백하고 섬세하면서도 균형이 잡혀 있다. 잘 기억하고 잘 보존한다.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한 에너지를 훼손하지 않고 미래를 열어놓고 바라본다. 감상적인 긍정이나 비난을 삼가면서도 인생의 소중했던 시간들을 잘 갈무리해서 삶의 동력으로 활용한다. 그간 책으로 읽었던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하면 내면화하여 나를 성장할 토양으로 만들 것인가. 가장 굵직한 주제는 기본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에 대한 자긍심과 타인에 대한 자비로운 마음이 기반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글 서두에 “글로 쓰인 것들은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에 동감한다.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다.

나 말고 누가 나를 망치겠는가? 밤바람 ㅣ 2015-06-22 ㅣ 공감(0) ㅣ 댓글 (0)

오랫동안 사람들은 삶이라는 것이 험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사람들을 지탱해준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경험해야 하는 쓰라림이나 환멸에 대한 가장 큰 약이 바로 삶이란 어려운 것이고 이 세상에서의 장밋빛 기대란 대부분 가당치 않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이었을 겁니다. 이런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야 한다는 기대가 생긴 것은 근대에 들어와서입니다. 행복이란 이제, 적어도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권리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에 대한 집착이, 그 참기 힘든 가벼운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6~27)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진주가 상처의 표시인 것처럼 작가의 스타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의 결과라는 말을 한 적이 있지요. 그는 아름다운 것이 잔혹한 것에서 나오며, 아름다운 것 자체가 잔혹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작품이란 고통받는 영혼의 숨겨진 자서전이라고도 표현했어요. 문제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크고 작은 상처, 그 상처의 아픔이 아니라 그 아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있겠지요. (28)



“이 세상에서 자기가 인정하지 않는 한 열등감은 없다.” ? 엘리너 루스벨트 (40)



사람 사이의 사랑이란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순수한 사랑이란 것이 자기기만이 되기 쉽다는 것을, 그래서 짧은 순간 자신과 상대방을 속일 수 있지만 결국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차라리 스스로 더 이상 속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멈추는 것이, 짧았던 환상 속에 오래 머물러있는 것이 다행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92)



고래는 자기 아픔만 생각하고 상처와 싸우려 하기 때문이랍니다. 사람들은 밧줄을 쥐고 고래가 지쳐 죽기만 기다리면 되었다고 합니다. 고래가 미련해 보입니까? 고래만이 아닙니다. 영리하다는 사람들도 자기 상처만 끌어안고 그 상처와의 싸움에 빠져 결국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특히 지적이고 예민한 그리고 자기에게 집착이 강한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196)



소설가 게오르규는 작가를 잠수함 속의 토끼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토끼는 산소의 양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즉시 죽어버린대요. 승무원들이 산소 부족으로 죽기 대여섯 시간 전에 토끼가 죽어버려서, 그 대여섯 시간 동안 승무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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