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2
Yuik Kim -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어 책이 원본이라니, 한국에 관심이...
Yuik Kim -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어 책이 원본이라니, 한국에 관심이...
Yuik Kim
21 hrs ·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어 책이 원본이라니,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일본 친구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고, 영어나 중국어 버젼도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책 내용에 대해서는 분명히 많은 비판도 따를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는 큰 틀의 흐름 잡기에서, 오구라 교수의 성리학의 리理와 기氣를 이용한 한국 분석이 매우 유효하다고 느꼈다.
이 관점은, 사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에피소드 1 - 20대 후반 그리고 30대 초반, 컨설팅 회사의 업무가 여러모로 내 성격과 능력에 맞지 않아,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 그때, 상담을 해주신 의사 선생님의 내 성격에 대한 진단이 참 재미있었는데, ‘윤리의식이 비대함’이라는 설명이, 특히 비대함이라는 표현이 기묘한 상상을 불러 일으켰다. 윤리의식이라는 엉뚱한 놈이 뚱뚱하다니 ㅋㅋㅋ. 여하튼, 당시 처방은, 너무 이것 저것 신경쓰지 말고, 인생 즐기라는 거였다. 오구라 교수의 프레임대로라면, 리理에 대한 집착을 좀 덜고, 기氣를 살리라는 처방이 되겠다.
에피소드 2 - 10년도 전에 베이징에서 살면서 깨달았던 것인데, 크고 작은 협상에 임할 때, 한국인들 보다는 중국인들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한국인들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협상을 못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일회성 거래라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오구라 선생의 설명을 또 빌자면, 한국인들의 理에 대한 집착이 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게 당시의 내 판단이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훨씬 덜하지만, 당시에는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 100% 가격 흥정이 필요했다. 특히, 무슨 짝퉁시장처럼,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면, 당연히 엄청 ‘후려친' 후에, 조금씩 밀고 당기는 지루한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것이 관행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죽 장갑을 하나 사려고 어떤 시장에 갔다고 하자. 점포가 많았는데, 내가 원하는 모델은 불행히도 딱 한 곳밖에 없었다. 그럼, 당연히 나는 치열하게 흥정을 했을 것이고, 여하튼 더는 못깎아 준다는 아주 얄미운, 최후통첩 가격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이 가격이 아무리 생각해도 바가지 쓰는 것 같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합당한 가격과 상인이 제시한 가격의 차이는 기껏해야 몇천원 차이일 뿐이다. 나는 여기서 이 장갑을 사지 않는다면,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 위해 다른 시장이나 백화점을 찾아야 하니, 시간 낭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내 마음에 드는 가격과 품질의 제품을 발견하리란 보장도 없다. 또, 쇼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나는, 다음 주말까지 기다리려면 외출할 때마다. 일주일을 추위에 곱은 손으로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 시장을 이미 한시간 넘게 헤매다가 이 물건을 찾았고, 또 흥정에 열을 올리느라 에너지를 엄청 소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 이 상인이 내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것은, 내 추측일뿐이지 실체적 진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씩씩거리며, 시장을 빈손으로 나선다. 내가 고생하고 말지, 너같이 "야비하고 무례한 놈”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랴 ! 이게 나의 논리이기도 하고, 내가 관찰해 본 많은 한국인들의 논리/행위 구조이다. 냉정하게 결과 ‘bottom line’만 보지 못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중간의 과정, 태도, 논리의 理에 집착한다.
지금도 최근 5년간 내가 중국인 친구들 (혹은 한국인)에게 크고 작은 화가 났던 상황들을 고려해 보면,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이것은 理에 맞지 않아!라는 나의 일방적인 판단인 경우가 많다. 물론 나는 화가 날 충분한 理가 있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들 나름의 상황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나의 시시각각의 사고와 판단을 리理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이런 관점은, 인접한 다른 국가와 사회의 발전과정을 평가하는데도 영향을 끼치는데, 이를테면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의 고결한 도덕정신과 숭고한 희생정신에 비추어 볼 때, 아베 같은 형편없는 이를 연이어 수상으로 뽑은 일본의 '한심한 정치현실'이나, 시황제의 철권 통치에 맞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이 14억인구의 그 큰 나라에 '열명도 없느냐'는 비아냥이 또, 이런 우리의 理에 의거한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사실, 이런 관점에 반대한다고 글을 쓴 적도 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래 우리 理가 짱이야라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ㅎㅎㅎ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38603.html
하지만, 촛불혁명의 반대자들에게 가장 정밀하고 효과적인 타격을 주는 이는 理가 아닌 탁하디 탁한 氣의 소유자 김어준과 그 패거리들이 아니가? ㅎㅎㅎ
연역적, 귀납적 사고 방법을 하나의 틀로, 책의 구조에 반영한 것도 재미있었는데, 귀납적 사고에 익숙한 내가 철학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나, 연역적 사고에 익숙한 친구와의 소통에 일정정도 고통을 겪는 이유도 좀 알것 같았다. 하지만, 매 페이지마다 자신의 설명과 사례를 단락으로 명확히 구분해서 설명하는, 귀납적인 구조가 지배적이라서, 나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역으로 정치한 논증을 원하는 분들은 이 얇은 책이 다루는 어마어마한 범위의 스케일 때문에, 혀를 찰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위에 예를 든대로 직관적으로 이 분석을 쉽게 받아들였지만.
서평을 좀 찾아보니, 이 책은 한국에서 사회적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데 결국 실패한 것 같은데, 아마 위에 얘기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의 구조와 논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이 책의, 여러가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이 지나치게 몰가치적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특히 진보진영의) 비위를 상하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평가. 만일 이 책이 좀 더 늦게 출간됐다면, ‘제국의 위안부’ 논쟁이 당연히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ㅎ ㄷ ㄷ
오구라 선생의 유튜브 한글 강연이나 인터뷰를 좀 찾아 보려했는데, 책이 출간되기 이전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밖에 없었고, 제대로 된 매체 서평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정말 그 회사 뿐이라니 ! ( 나와 우리 진영의 理에 의해서, 나는 언론사로 도저히 인정하기 힘든 ㅎㅎㅎ)
그렇지만, 이런 거리두기와 결과로서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몰가치적 평가는, 책의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했을 뿐더러, 그게 이 책의 중요한 미덕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을 이렇게 잘알면서도, 거리두기에 성공하면서, 일관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책이 어디 흔하겠는가 ?
귀한 책을 소개하고 번역해주신 조성환 Sunghwan Jo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ALADIN.CO.KR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리(理)와 기(氣)로 해석한 한국 사회
현대 한국 사회를 성리학의 핵심개념인 ‘리’와 ‘기’로 해부한 독창적인 한국론으로, 조선시대의 유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절반은 한국에 몸담고 있으면서...
29You, 박길수, Sunghwan Jo and 26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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