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3

권용득 -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대부분의 비난은 사실 윤미향 씨보다 현 정권을 지키려는 시도다

 권용득 - 윤미향 씨와 정의연을 향한 대부분의 비난은 현 정권뿐만 아니라 진보 세력을 싸잡아 흠집 내고 허물어뜨리려는...



권용득
31 May at 21:57 ·



윤미향 씨와 정의연을 향한 대부분의 비난은 현 정권뿐만 아니라 진보 세력을 싸잡아 흠집 내고 허물어뜨리려는 시도이긴 하다. 보수 세력으로서는 물 들어올 때 신나게 노 저을 타이밍이라는 얘기.(이 판국에 '진보vs보수'라는 낡은 대결 구도 끌어오는 게 무슨 의미 있겠냐만, 편의상 그렇다는 얘기) 

반면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대부분의 비난은 사실 윤미향 씨보다 현 정권을 지키려는 시도다.(엄밀히 말하면 현 정권의 일부가 된 윤미향 씨를 지키려는 시도)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현 정권의 맹목적 지지자들이 조국 사태에 이어 폭주하고 있는 셈. 굳이 과실을 따지자면 후자 쪽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사자의 문제 제기를 가장 비열한 방식(2차 가해)으로 방어(공격)하고 있으므로. 이 와중에 윤미향 씨와 정의연이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비난을 멈춰 달라고 공개적으로 당부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그게 아무리 형식적인 말뿐인 말이라고 해도, 자신들과 함께 운동했던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할 도리는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여당은 오로지 윤미향 씨에게 굳세게 버티라는 신호만 보내고 있고(게다가 몇몇 의원은 2차 가해를 부추기고 있고), 청와대는 이 문제에 한해서 실종 상태다.

 청와대든 여당이든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비난을 멈춰 달라는 그 간단한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다른 이슈가 불거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자신들이 자초한 갈등과 혼란으로부터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못난 가부장 같다.

다 좋다. 윤미향 씨는 아무래도 사퇴하지 않을 것 같고, 이번 ‘이용수 쇼크’가 우야무야 대충대충 좋게좋게 넘어간다고 치자. 그 다음은? 가까운 미래에 당사자는 모두 세상을 떠날 텐데, 정권만 유지하면 그만인가? 그런데 앞으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게 위안부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국가폭력 희생자를 향한 자국민의 2차 가해도 방치하는 한국 정부가 과연 그럴 자격은 있는 걸까? '나는 한 가지를 안 속이려고 모든 것을 속였다'는 김수영의 시구처럼, 부디 속내를 들키지 말기 바란다. 애초에 위안부 문제는 정치적 수단에 불과했고 관심도 없었다는 속내 말이다.




91Park Yuha, Soon Ae Choi and 89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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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in Han 전쟁 상태와 같은 이 상황이 지나고
우리에게 남는 그 폐허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4월. 봄이 잔인했던 엘리엇의 감성을 우리는 어떻게 직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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