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3

권용득 - 정부에서 매달 지원해주는 위안부 피해자 생계비가 제법 된다고 한다. 그래서 위안부 피해자가 돈이 없어서...

(48) 권용득 - 정부에서 매달 지원해주는 위안부 피해자 생계비가 제법 된다고 한다. 그래서 위안부 피해자가 돈이 없어서...

권용득
25 May at 23:43 ·
정부에서 매달 지원해주는 위안부 피해자 생계비가 제법 된다고 한다. 그래서 위안부 피해자가 돈이 없어서 겨울철 난방을 못했다거나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얘기가 의심스럽다고 한다. 토착왜구와 조중동의 이간책동 타령도 빠지지 않는다. 이러다가 ‘위안부 피해자는 거짓말쟁이’ 소리까지 나올까 봐 걱정이다. 그거 일본 극우 세력의 단골 레퍼토리인데,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극단적인 사람들끼리는 어떻게든 서로 닮는(통하는) 모양이다.
그 생계비 얼마를 언제부터 어떻게 지원해줬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고, 일단 돈을 쓰려면 돈을 쓸 만한 일상이 있어야 한다. 가령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불금을 즐기고 때때로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일상. 그런데 대부분의 가시화된 위안부 피해자는 1991년 ‘김학순 쇼크’ 이후 정대협(지금은 정의연)이 주도하던 운동에 동참했다. 그 운동의 방향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피해자는 운동을 훼손하는 가해자 취급받기도 했다. 말하자면 상당수 위안부 피해자에게는 30년 가까이 운동이 곧 일상이 된 셈. 더 이상 운동을 할 만한 여력이 없으면 나눔의집에서 방문객을 맞거나 아니면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참고로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미 하원에서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이끌어낸 김군자 할머니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증언하러 다닐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반면 일간지 부고 기사로나마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던 배춘희 할머니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던 비가시화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배춘희 할머니 통장에는 1억 5800만 원이 있었지만, 배춘희 할머니는 그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배춘희 할머니에게는 직계가족이 없었고, 자신의 전 재산을 승가대학에 기부하고 싶어 하셨다. 그런데 나눔의집 운영진이 배춘희 할머니의 기부약정서를 위조해 승가대학에는 5000만 원만 기부하고, 나머지 돈은 아직 행방을 모른다.
한편 영화 <귀향>의 실제 모델인 강일출 할머니는 영화가 생각보다 흥행했다는 소식에 그럼 그 돈을 자기한테도 좀 나눠 달라고 했다. 적지 않은 정부보조금을 받는 강일출 할머니가 대체 왜 이렇게 말했을까. 이제나마 내부 고발로 알려진 바로는, 나눔의집 운영진과 이사진은 피해자들의 복지에 후원금을 사용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복지에 정부보조금을 사용했을 뿐이고, 후원금으로는 수익사업을 궁리했다.
이게 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생계를 위해 별도의 예산을 집행하고도 그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제대로 관리 안 했다는 자기 고백인가? 그 자기 고백조차 정부 스스로 할 용기가 없어서 지지자들이 대신 해주고 있는 상황인가? 아니면 어떻게든 윤미향 씨와 정의연만 지키면 되는 일인가? 당사자의 문제 제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돈이 있어도 그 돈을 쓸 만한 일상이 없고, 어디서 눈먼돈이 들어와도 당사자가 그 돈의 관리 주체가 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심지어 우리는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고 싶은데, 당사자는 그 돈을 퍽이나 자기 자신을 위해 썼겠다. 그 존나 부담스럽고 시혜적인 돈을.
위안부 피해자의 생계를 지원하는 정부보조금이 얼마가 됐든, 우리사회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평범한 일상을 되찾아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치, 언론, 학계, 운동 어느 쪽이 먼저랄 것 없이 그들을 위기 때마다 히든카드처럼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삼았다. 그러다 쓸모가 다하면 그들을 시설에 격리하거나 방치했다. 애초에 이 카르텔에 끼지 못한 피해자도 있을 테고, 이 카르텔을 문제 삼으면 시쳇말로 토착왜구가 되기 일쑤였다.
다들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는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이 이렇게 들렸다. 이 운동에 나를 끌어들였으면 끝까지 책임져라. 물론 이 한마디로 뭉뚱그릴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이용수 할머니는 그만큼 지금까지의 운동의 공과 과,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운동의 주체였고 당사자였다. 우리사회는 그런 이용수 할머니를 필요에 따라 소녀로, 할머니로, 성노예로 박제했다. 이제 와서 인권운동가라고,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충분히 화낼 자격이 있다.

*과거에 이용수 할머니가 비례대표 신청한 거 꼬투리 잡는 인간은 일본 극우와 한통속이라고 생각한다.
**조중동 문제 많다. 그거 누가 모르나? 그런데 이 사달이 정말 조중동 때문인가?
266김희숙, Park Yuha and 26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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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 Jin Lee
Hye Jin Lee 미투 운동에서 피해자에게 일상을 돌려주자는 구호가 있었는데... 작가님 글을 읽고 일상을 빼앗기고 운동에 적합하게 정형화된 틀 안에서 오랜세월 사셔야 했던 분이 "이용당했다"라고 말씀하실 때 어떤 심정이셨을지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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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 Ji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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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
임요희 권샘의 이 글에도 설득되지 않는다면 진짜 병든 마음이거나 악한 마음인 거여요. 이렇게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아직도 윤미향만 억울하고 이용수 할머니는 노망이라고 주장한다면ㅠㅠ 권샘이랑 저랑 분신해도 소용 없는 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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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득
권용득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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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박은규 텍스트 복사해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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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Active now
Park Yuha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를 보고 믿기지 않았네요.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ㅠ
이 분 말씀 중 관련된 포인트는 “함께 하는 사람만 극진히 대우 받는다”인데, 너무나 중요한 얘기였죠. 수도권 중심주의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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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득
권용득 아... 그런 말씀도 하셨군요. 저는 사실 기자회견 못 봤어요. 나중에 뉴스에서 하이라이트 장면만 봤고. 그나저나 말씀하신 대목 정의연이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은데... 이건 뭐 그 정의연 지키겠답시고, 아니 엄밀히 말하면 윤미향 씨 한 사람 지키겠답시고 선을 완전히 넘은 것 같아요. 이거야 말로 걷잡을 수 없는 백래쉬 같은데, 정의연은 말릴 생각이 없는 것 같고... 결국 당사자의 문제 제기조차 진영논리 앞에서는 '나중에'로 밀릴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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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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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jung Moon
Hyejung Moon 난방도 제대로 못했다 소리에 진짜 억장이 무너지는줄요 이건 눈물 날 이야기가 아니예요 피눈물이지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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