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Seunghwan Lee - 두괄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윤미향 당선인 이슈가 터진 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근본적인...
Seunghwan Lee
1 June at 11:33 ·
두괄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윤미향 당선인 이슈가 터진 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민 단체가 열악하거나, 감시가 없거나, 감시가 있다고 해도 아직 초보적 단계라는 점이다. 정말 중요한 건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제를 좀 쪼개어 보았다.
1. 횡령이 존재하는가?
난 아마, 엄격하게 들어가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도 세무조사에서 털면 탈탈 나오는 게, 확인되지 않은 애매한 건 모두 문제시된다. 하물며 개인통장으로 돈을 받고, 그 통장이 각 사업별로 집행되지 않았으니 횡령을 피해가긴 힘들 것 같다.
2. 횡령(의 규모)은 국회의원 제명 감인가?
지금은 국민정서법 시대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사실 현재 프레임에서 윤미향이 유리할 건 없어 보인다. 이미 이용수 할머니라는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이와 대립 중이다. 뭐라 말을 할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민사회에서 이런 돈 관리 엉망은 흔한 일이긴 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확립된 곳은 소수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를 사적으로 유용했을 때, 그것은 국회의원 제명에 합당한 수준일까. 여기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3. 이용수 할머니와의 갈등은 무엇인가?
정의연의 패러다임은 지속적으로 윤미향 당선인이 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간 갈등은 복잡하고, 꽤 오랜 시간 계속되어 온 것 같다. 아마 이용수 할머니는 한일 미래세대와의 화해를 바란 듯하고, 윤미향은 세계에서의 지지를 통해 공격적으로 일본을 압박하길 원해온 것 같다. 난 한일 양국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보급하자는 입장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도 윤미향 당선인의 행동력이 큰 힘이 된 건 사실이다. 어쨌든 미국까지 움직일 정도였으니.
4. 또 그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그러나 윤미향 당선인의 행동이 이용수 할머니 등에게 상처로 다가갔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다. 사실 운동의 영역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정치도 단일대오 형성이 힘들고 누군가가 힘을 쥐고 누군가는 힘을 잃는다. 하지만 윤미향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해오던 할머니에게 비난과 비꼼을 보내는 모습이 몹시 보기 싫기는 하다. 배후론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더욱.
5. 운동과 정치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져야 할 것인가?
이번 위성비례정당 사태가 나은 가장 큰 문제는 문제는 양당제를 못 깬 것이 아니다.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원내에 진입할 관문인 비례제도가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여기서 전문성은 특정 이슈에 관한 전문성도 있으나, 동시에 기성 정치에 관한 이해도 역시 중요하다. 윤미향은 그래도 전자에 관해서는 꽤나 전문성이 있다. 하지만 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정치에 대한 준비 없이 왔으니, 애초에 메시지 정리도 안 된 상황이다. 사실 윤미향은 그나마 낫다. 한국당, 시민당, 정의당의 몇몇을 보면 후자도 없다.
6. 정당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한국은 국민정서에 많은 결정을 기댄다. 스포츠를 예로 들 때 미국의 4대 스포츠는 선수에게 고소가 들어오면, 일단 선수협에서 그를 보호한다. 아직까지 알 수 없으니, 법의 판결을 기다려보자는 거다. 한국의 국회는 이런 기다림이 없다. 언론은 그저 크게 이슈화하기 바쁘고,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정당에 좋다는 거다. 문제는 계속되는 선례다. 내보내는 건 내보내는 것인데, 무언가 좀 더 확실히 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해도 충분하다. 나는 이것이 특정 정당의 보호보다, 정치인이라는 동업자들 사이에서의 컨센서스로 작용하는 게 맞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윤미향이 잘리든 말든 난 관심이 없다.
7. 그래서 윤미향과 무관하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건 무엇인가?
시민사회단체의 감시를 위한 지원이다. 이는 자연히 시민사회단체의 조직적 역량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시민사회단체는 자봉 위주로 회계감사가 돌아가고 있다. 일 하나하나를 깔끔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기업도 깔끔하기 힘든데, 정신 없이 저임금의 열정으로 돌아가는 시민사회단체가 그럴 리 없다.
8. 정부는 뭘 해야 하나.
결국 7에서 정부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 너 왜 이렇게 엉망이냐고 꾸짖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바꿔나갈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런 전제조건 없이는 시민단체 활동가가 정계 진출하려 할 때마다, 크고 작은 이런 이슈에 부딪힐 것이다. 크건 작건 어차피 이슈는 만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민단체가 돈 빼돌려서 잘 산다, 는 메시지가 언제라고 안 먹힐 메시지는 아니다.
9. 우리는 뭘 해야 하나.
어제 변재원 님을 만나서 느낀 이야기인데, 기부금 만큼이나 중요한 게 '재능기부'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시민사회단체의 부족한 부분을 수많은 사회인들이 도와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더 회계관리를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메시지를 더 잘 알릴 수 있는지, 이런 전문가들은 꽤 많지 않나. 기부는 물론이고, 이런 시민사회단체를 조직적으로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컨설팅 운동(?)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245Hun-Mo Yi and 24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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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7 정부의 지원으로 회계 정리를 할 것인지. 정부가 아예 공인제도를 없애고, 즉 사단법인이니 재단법인이니 허락해주는 걸 포기하고, 아예 민간 시장에 맡기는 것도 방법.
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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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9번 재능기부에 또 의존해야 하는가 솔직히 절망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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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 PhilNa 그 컨설팅 밷을 시간 조차 없어요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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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하루 웬종일 한쪽 극단에 서서 다른 한 쪽을 또 극단으로 매도하는 글들만 보다가 대표님의 이런 합리적인 고민을 보니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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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Sungjin 여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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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Yoon 할머니께서 돌아 가시면 잊혀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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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 Woo Chung 9번은 참...결국 이것도 재능기부를 연결하는 플랫폼운영에 돈이 들어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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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gPyo Lee 결국 모든 건 돈이 문제. 그렇게 원점으로 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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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wan Park 이용수 할머니와 같은 피해당사자와 윤미향 당선자와 같은 사회운동가들은 결국 괴리를 보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의 주체로 정의하는 존재도 다르고 지향하는 목적도 엄밀하게 일치할 수 없으니까요. 이용수 할머니에게 과거의 상처는 오롯이(?) 자신의 것입니다. 그러니 이에대한 배상?, 보상?, 지원?, 회복?은 피해를 받은 ‘자신’들에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있을 수 있죠. 인간적으로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운동가가 그 (피해자) 개인을 위해 자기 인생을 바친 것일까요? 사회운동가는 그 피해사건이 동질성을 갖는 유사집단(여성, 피침략국) 에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공감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즉, 사회운동가에게 피해받고 보상/보호받아야 할 주체는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과거의 피해여성들과 앞으로도 피해받을 수 있는 약소국의 모든 여성들인거죠.
그러니... 살아생전 고달픈 과거를 위로받고 죽기 전에 가족(?)들에게 안락함을 남겨주는 것을 지향하는 분과, 살아생전 고달픔을 감내하고 이미 떠난 분들의 한을 위로하고 미래의 고통을 방지하자는 입장이 충돌하는 시점이 오겠지요.
배.신.감으로..(무슨 배신..??)
이용수 할머니가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사회활동가로 결심하고 나선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세상은 스스로 고난의 투쟁에 들어서 인생을 바친 사회활동가를 제단에 올려놓겠지요. 그 피해자는 제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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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Doo Park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앞으로 누가 선의의 기부형 시민운동에 선뜻 나설지 걱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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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 Pyoungwon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면 됩니다. 백만명이 만원씩 기부하면 백억인데요. 그 돈이면 나랏돈(국민의 세금) 안 받아도 되고 정권(이명박, 박근혜) 눈치 안 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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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복 사적 소유의 지배 즉 사유화 행태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비판과 감시가 있어야 합니다.가면쓴 시민단체라는 오명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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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건 5. 맥락상, 후자도 없다 => 전자도 없다. or 둘다 없다. 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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