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독교 공동체들, 한자리에 모이다
공동체 세미나 첫날 현장 스케치, 온전한 복음의 공동체를 꿈꾸며
기자명 유연석
승인 2009.08.20 14:07
개척자들(선교 공동체), 독일기독교마리아자매회(수도 공동체), 민들레공동체(농촌 공동체), 새터마을(통일 공동체), 아름다운마을공동체(도시 생활 공동체), 일본비전공동체(유학생 공동체), 사랑방교회(교육 공동체), 함께하는교회(셀 공동체) 등 한국의 기독교 공동체들과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기독교공동체협의회(한공협·운영위원장 김현진 목사·사귐의교회)는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포천 사랑방교회(정태일 목사)에서 '온전한 복음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제14회 기독교 공동체 세미나를 열었다. 26개 단체 160여 명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3박 4일 동안 공동생활을 한다. 성서를 읽고 느낀 점을 쓰고 묵상하는 '성서 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듣는 공동체 선택 강의가 진행된다. 오후에는 운동 및 교제 그리고 숲 속 산책이, 저녁에는 강의가, 강의 후에는 30분간 합심 기도를 하고 하루를 마친다.
한국에 있는 다양한 기독교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공동체 세미나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공동체 소속의 참가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는 다른 유형의 공동체를 만날 수 있고, 공동체끼리 서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 얻을 수도 있다. 또 공동체 생활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자신보다 먼저 공동체를 시작한 선배를 만나 충고 및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남식 목사(대전 꿈이있는교회)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처럼 마을에 학교를 세우고 함께 사는 도시 생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현진 목사는 "공동체 세미나는 한국의 다양한 기독교 공동체가 연합하는 자리다. 하나씩 보면 매우 약하지만, 연합하면 한국교회의 기저를 흔드는 힘이 있다"라며 "기독교 공동체는 교회가 세속화로 본질적인 복음의 생명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교회 갱신의 샘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 첫날에는 개회 예배 설교와 주제 강의 그리고 저녁 강의 등 세 개의 강의가 진행됐다. 각 강연자는 자신이 삶의 자리에서 느낀 공동체를 이야기했다.
주제 강의를 맡은 김현진 목사는 한국 기독교 공동체 연합에 관심을 두고 일해 왔다. 제1회 공동체 세미나부터 제14회까지 단 두 번을 제외하고 강연을 했다. 그는 "기독교 공동체야말로 예수께서 말씀하신 교회의 본질에 가장 닮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 공동체의 연합 사역에 힘쓰는 이유에 대해 "기독교 공동체가 한국교회의 영적 나침판과 희망이 되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기독교 공동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회복을 위한 일"이라며, "기독교 공동체들이 온전한 복음을 기반으로 하여 먼저 하나가 된 모습을 이룰 때, 한국교회는 공동체 일치 운동을 주목하고 올바른 방향을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년 가까이 공동체 운동을 하며 살아온 윤공부 목사(그나라공동체)는 18년 동안 꾸려온 그나라공동체를 2007년 11월에 함께 일해 왔던 이에게 인계했다. 그는 "자신의 믿음을 검증하고 싶어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공동체 생활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이제는 다른 소망이 생겨 올해 9월 태안에 수도 공동체를 세우고 새로운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고 했다. 윤 목사는 "수도원은 소원 성취를 위해 기도하는 기도원과 다르다. 우리는 본질(하나님)로 돌아가기 위해 기도한다"며 "앞으로 하나님과 더 깊은 사랑을 나누고 교감하는 일에 여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저녁 강연을 맡은 음동성 목사(동교동교회)는, 비록 자신은 공동체 생활은 하지 않지만 주변에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 등 공동체 사역을 하는 지인이 많다며, 평소 느끼고 생각한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음 목사는 참된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성서에 본보기가 될 만한 공동체가 없다. 완벽했던 아담과 이브의 공동체도 선악과를 먹은 후 죄를 감추려고 서로 탓하면서 깨졌다. 아브라함·이삭·야곱 등의 혈연 공동체도 치열한 암투·시기·원망 등이 무성한 불완전 공동체였다"고 했다. "출애굽을 한 말씀 중심의 십계명 공동체도 간음·우상숭배·이기심 등으로 온전치 않았고, 신약의 예수 제자 공동체도 허물이 있었다"며, "인간은 이기적이고 정욕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권력 지향적이라 공동체를 오래 지속하지 못 한다"고 했다.
음 목사는 "가톨릭 수도 공동체든 개신교 공동체이든 오랜 역사를 가진 공동체의 특징은 공동체 멤버가 성령의 강력한 권능을 받고 계속 예수를 닮아가는 변화가 일어났다"며, "참된 공동체는 하나님의 말씀이 날마다 들려오고, 성령이 임재하고,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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