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hee Kim - 요즘 페북에 올라오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인류학자로서 우리가 좀 더 냉정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Eunhee Kim
18 July 2019 ·
요즘 페북에 올라오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인류학자로서 우리가 좀 더 냉정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이 시국에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요즘같은 때일수록 인권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본다. 전쟁을 할 때에도 우리는 총을 들지 않은 민간인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개인의 존엄성은 전시에도 지켜져야 할 가치이다. 전시의 무차별 학살에 쉽게 분노하면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언어로 우리와 국적이 다른 사람들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는다. 중국인을 짱깨라 부르며 일본인을 쪽바리라 부른다. 일본이나 중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일본 혹은 중국사람 전체를 비하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은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단지 일본인이 주인이라고 그 상점의 상품을 불매하자는 운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쁜 나라'와 '좋은 나라'로 도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인종차별 못지않은 차별이다.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며 인종과 국적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전시에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는 것은 근대에 들어와서이다. 사회정의라는 것은 개인이 속한 가족, 친족집단, 혹은 영토집단과 상관없이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것에서 실현되며 이러한 정의 실현은 바로 근대적 법체계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근대법이 추구하는 사회정의는 인류학자들이 연구했던 종족사회 (tribal society)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종족사회에서는 소속이 다른 개인 간의 갈등은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 나아가 종족과 종족간의 전쟁으로 쉽게 비화된다. A라는 혈연 혹은 영토 집단에 속한 사람이 B라는 집단에 속한 사람을 죽였을 경우 집단 B에 속한 사람은 이에 보복하기 위해 집단 A에 속한 사람이면 아무나 죽여도 된다. 가령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 사람을 죽였을 때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사람 아무나 죽임으로써 '피의 보복'을 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종족사회의 정의이다.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테러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위에서 설명한 종족주의의 가상적 사례에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즉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 사람을 죽였을 때 그에 보복하기 위해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사람 아무나 죽임으로써 조금이라도 공평해진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의식수준은 종족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과거 한 때 일본의 식민지 였다고 해서 지금 어떤 사람을 단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싫어하고 비하하는 것은 종족주의이다. 비슷하게 아베의 정책에 반대하여 일본제품을 사지 말자 하는 것은 일본인 아무에게나 피해를 주자고 하는 종족주의적 보복이다. 그렇게도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정치 세력이 인권의 개념과 정 반대되는 종족주의적 정서에 몰입해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417박정미, 李宇衍 and 415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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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 Koo Jeon
Jeong Koo Jeon Wow
Very
Comprehensive
Analysis,
D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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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Bok Ahn
KwangBok Ahn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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