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은이),정영목 (옮긴이)
알에이치코리아(RHK)2015-05-26
원제 : Native Sp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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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정가10,360원
종이책 페이지수 5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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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리뷰"Who am I?"
아버지는 끼니마다 한국식 밥과 김치를 먹고 나물과 튀긴 것들을 먹는다. 아버지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고, 어머니는 결코 이웃에게 무엇을 빌리러 가지 않는다. 부부에게 가족은 인생의 전부이며, 서로를 존경하나 애정을 표현하진 않는다. 자의로 선택하여 미국에 살러왔지만, 그들은 언제나 한국인이었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어떨까? 아이는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학교에선 영어를 배운다. 피부가 하얗고 까만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그중 하나와 결혼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무뚝뚝함과 지나친 완고함을 증오하지만, 그 역시 아버지처럼 아내에게 문제를 털어놓지 않는다. 그는 한국 사람인가, 미국인인가?
주인공 헨리 박(한국명 박병호)은 얼핏 보기에 평범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7살에 죽었고, 현재 백인 아내 릴리아와 별거 중이다. 다니는 회사의 고객은 다국적 기업, 외국 정부 부처, 재력과 연줄이 있는 개인들. 그는 고객의 기득권에 손해를 입히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첩자'다.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인류 보편의 질문이지만, 그에게는 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문제이다. 그는 한번도 온전히 자기 삶의 '주인'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내가 누구인지 의심하고, 발음이 정확한가 말할 때마다 의식한다. 영어든 한국어든.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누가 먼저 접근하지 않는 한 다가서지 않는다. 선한 일을 해도 무언가 대가가 있을 거라 생각지도 않는다. 그는 태어나서 이제껏 '손님'으로 살아왔으며, 손님에겐 '당연한' 것이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give and take이다,
하나의 임무에서 실패한 그는 존 강이라는 새 인물의 정보탐색에 나서게 된다. 존 강은 미국계 한국인으로 뉴욕의 시의원이며 유력한 차기 시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헨리가 평소 꿈꾸어 오던 인물상이며, 동시에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 존재이다. 그는 존의 성공과 몰락을 지켜보며 자기자신을 알아간다.
결국 이 소설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를 '나'이게 하는 것.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확인하며 살아가야 하는 불행한 인생.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해도 그 안에 스며있는 '문화'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절망. 헨리 박,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더 큰 내러티브 안에서 보다 거대한 진실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작품이다.
그곳 뉴욕에서 탐정 또는 첩자 헨리 박은, 길을 잃고 또 길을 찾는다. 풍성한 세부묘사와 진지한 주제의식, 형식과 내용의 조화로운 합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삶을 성찰하고, 또다른 부분에서는 인물들의 감정에 동화되어 격한 서술을 보이기도 한다. 강약의 흐름이 적절히 조화되는 이민자 문학의 수작. - 박하영(2003-09-19)
책소개현 미국 문단의 선두에 선 대표적인 한국계 미국 작가이자 매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소설가 이창래의 1995년 첫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이 작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출간된다.
정치적 사건에 연루된 한국계 미국인 '헨리 파크'를 앞세워 이방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던 한 남자의 삶과 정체성 문제를 다룬 <영원한 이방인>은 1995년 출간 당시 30세 신인 작가가 처음 선보인 작품임에도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서정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서사로 미국 문단에서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또한 이듬해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비롯한 6개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여 화제가 되었고, 오늘날 펭귄에서 선보이는 '드롭 캡스 시리즈'에 수록되며 명실공히 현대 영미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매김했다.
- <영원한 이방인>은 지금까지
- <척하는 삶(A Gesture Life)>,
- <생존자(The Surrendered)>,
- <가족(Aloft)>,
-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
등 총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쌓아올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이창래 문학의 원류가 되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원한 이방인> 이번 판본에서는 지난 2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첫 작품이 작가의 삶에서 가졌던 의미와 애정을 담은 이창래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이 수록되며, 정영목 역자가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이창래 작가와 그의 작품을 보다 많은 한국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읽히기 위해 2003년 번역했던 원고를 10여 년 만에 '지금, 여기'에 충실한 목소리로 전면 재번역하여 더욱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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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 서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19장
20장
21장
22장
23장
옮긴이의 말-초판
옮긴이의 말-개정판
접기
책속에서
내가 한국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이것이 크나큰 갈망이 담긴 소설이라는 것. 자신을 이해할 방법을 찾고자 하는 갈망, 진정한 ‘모국’어를 찾고자 하는 갈망, 고향을 떠난 곳에서 고향을 찾고자 하는 갈망. 이것은 결국 예술적이고, 은밀하고, 또 늘 신비한 갈망일 수도 있겠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P. 21 목록에 담긴 모든 내용을 잊을 준비가 거의 되었을 때, 심지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늘 나에게 알려 주고 싶어 하던 그리스도처럼 완전히 용서까지 할 준비가 거의 되었을 때, 청소를 하다가 우리 침대 밑에서 종잇조각을 하나 발견했다. 이번에도 그녀의 필체였다. 언어를 엉터리로 말하는 사람.
P. 94~95 “쉿!” 어머니는 내 두 손목을 움켜쥐었다. “아버지를 창피하게 하지 마! 아버지는 자존심이 아주 강한 분이야. 너는 몰랐겠지만, 아버지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셨어. 따라서 과일하고 채소를 파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아. 그건 창피한 일이야. 병호야, 아버지는 너를 위해서 그 일을 하실 뿐이야. 모... 더보기
P. 113~114 미국인들은 이름을 부르며 산다. 릴리아는 우리 언어-엄격하고, 통제적인 가족과 하인들의 언어-에 그 여자의 이름이 한 번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순간이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왜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지도.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때 아버지와 나는 그녀를 ‘아줌마’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한국에서 친척관계가 아닌 여자... 더보기
P. 143 “우리가 본론에서 벗어났군.” 재니스는 에두아르도의 귀 위의 검고 억센 곱슬머리를 잡아당겼다. “우린 헨리의 비밀 작가 생활 이야기를 하고 있었잖아.”
“그런 건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상상력이 없어요.”
“그거야말로 내 도움을 받을 부분이지.” 재니스는 다시 멜론 속을 떠냈다. “이건 부패와 스캔들 이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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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창래 (지은이)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으며, 예일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분석가로 1년간 일하다가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5년 『영원한 이방인』으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그는 1999년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에 충격을 받아 집필한 작품 『척하는 삶(A Gesture Life)』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한국계 일본인이었다가 2차 세계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한 후 미국으로 이민한 70대 남성 프랭클린 하타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루었기에 더욱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 작품으로 이창래는 아니스필드-볼프 문학상을 비롯한 미 문단의 4개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뉴요커>의 ‘미국을 대표하는 40세 미만의 작가 20인’에 선정되었다.
2004년 출간된 세 번째 장편소설 『가족(Aloft)』은 50대 후반의 ‘불만투성이’ 남자 제리 배틀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미국 중산층의 화려함과 완벽함이 얼마나 피상적인지를 다루며, 현대 가족의 의미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조명하였다. 전작들에서 주로 ‘이방인과 그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문제에 주목함으로써 미국 내에서의 작가적 입지를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타임>에서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 중 하나로 이 책을 선정하기도 했다. 2010년 발표한 네 번째 장편소설 『생존자(The Surrendered)』는 6.25를 배경으로 세 명의 남녀 준, 헥터, 실비를 통해 전쟁이 만들어 낸 인간의 비극을 예리하게 묘사함으로써 <뉴욕 타임스>로부터 그간 발표한 작품 중 가장 야심 차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평가받았다. 2010년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TOP 10’에 선정되었고, 2011년 데이턴 문예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동년 퓰리처 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4년 다섯 번째 장편소설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에서는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세계의 구축을 시도한다. 가상의 미래 사회에서 살아가는 중국계 잠수부 소녀 판의 모험을 그린 이 작품은 2015년 전미 비평가 협회 소설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으며, 동년 4월 카네기 메달 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라 귀추가 주목된다.
소설의 서사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개성적이고 우아하며 유려한 문체로 높은 문학적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이창래는 설익은 희망적 메시지 대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나오는 극복의 에너지에 집중해 왔다. 2002년부터 프린스턴 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4년 연세대학교 석좌 교수로 임용되었다. 접기
수상 : 1996년 펜/헤밍웨이 문학상
최근작 : <영원한 이방인>,<알럽 스페셜박스 : 소설>,<만조의 바다 위에서> … 총 58종 (모두보기)
정영목 (옮긴이)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이 있고, 옮긴 책으로 『클레이의 다리』 『바르도의 링컨』 『로드』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새버스의 극장』 『미국의 목가』 『에브리맨』 『울분』 『포트노이의 불평』 『바다』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달려라, 토끼』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 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 더보기
최근작 :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21세기 청소년 인문학 1> … 총 29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거장의 숨결로 써내려 간 젊은 날 열망의 기록!
현대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창래의 데뷔 20주년 기념판
★ 1996년 펜/헤밍웨이 문학상 수상 ★
★ 1996년 반스앤드노블 신인작가상 수상 ★
★ 1996년 아메리칸 북어워드 수상 ★
★ 1996년 QPB 뉴비전 문학상 수상 ★
★ 1996년 오리건 북어워드 수상 ★
★ 1996년 미국도서관협회 주목할 만한 책 선정 ★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을 찾아 나선 한 남자의 처절한 내적 싸움의 기록!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 문학의 원류(原流)이자, 이미 현대 고전의 반열에 오른 명작!
번역문학가 정영목의 보다 완성도 높인 재번역으로 새롭게 출간!
현 미국 문단의 선두에 선 대표적인 한국계 미국 작가이자 매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소설가 이창래의 1995년 첫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이 작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출간된다. 정치적 사건에 연루된 한국계 미국인 ‘헨리 파크’를 앞세워 이방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던 한 남자의 삶과 정체성 문제를 다룬 『영원한 이방인』은 1995년 출간 당시 30세 신인 작가가 처음 선보인 작품임에도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서정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서사로 미국 문단에서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또한 이듬해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비롯한 6개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여 화제가 되었고, 오늘날 펭귄에서 선보이는 ‘드롭 캡스 시리즈’에 수록되며 명실공히 현대 영미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매김했다. 『영원한 이방인』은 지금까지 『척하는 삶(A Gesture Life)』, 『생존자(The Surrendered)』, 『가족(Aloft)』,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 등 총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쌓아올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이창래 문학의 원류(原流)가 되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세 번째로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선보이는 『영원한 이방인』의 이번 판본에서는 지난 2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첫 작품이 작가의 삶에서 가졌던 의미와 애정을 담은 이창래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이 수록되며, 국내 최고의 번역문학가로 손꼽히는 정영목 역자가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이창래 작가와 그의 작품을 보다 많은 한국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읽히기 위해 2003년 번역했던 원고를 10여 년 만에 ‘지금, 여기’에 충실한 목소리로 전면 재번역하여 더욱 의미가 깊다. 미국에서 매해 고교생 필독서 및 프린스턴 대학교 독서 프로그램 필독서로 선정되며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영원한 이방인』이 작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이창래 문학만의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이창래보다 더 뛰어난 소설가가 누구인가?” _LA타임스
선과 악의 모호한 공존, 그 틈새를 파고드는 아름다운 문장들……
상처와 좌절의 기록을 넘어 문학 특유의 계시의 힘을 보여준 명작!
『영원한 이방인』을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손꼽는 것이 먼저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일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탐정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안을 채우는 위대하고 울림 있는 미사여구를 읽다 보면 누구나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뉴요커」의 베를린 클린켄보르크는 “모든 문장이 절제되어 있으면서 수수께끼 같고 시적이며 아름답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비평가 팀 엔글스는 “첩자라는 헨리 파크의 직업을 나타내면서 미국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민자의 삶을 영리하게 밝히며, 헨리 파크의 이중생활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보편적 삶을 은유적으로 이끌어낸다”라 호평했다. 또한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계 미국인이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을 감시하는 첩자가 된다는 이야기 설정은, 흡인력이 뛰어나 단숨에 읽히는 묘미를 지니면서도 ‘정체성 회복’이라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한다. 이에 벽돌집을 짓는 장인처럼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쌓아올리는 탁월한 구성력까지 더해지면서, 소설 『영원한 이방인』은 출간 당시 평단의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천부적인 작가의 재능이 빛을 발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원한 이방인』이 돋보이는 것은 작품 전체에서 내비치는 ‘진실성’과 ‘보편성’이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은 미국에서 자랐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으며, 백인인 미국 여자와 결혼했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그럼에도 늘 문화적 대립 사이에서 혼란의 감정을 느껴왔고, 이를 시적이고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내며 더욱 애달프고 절절한 감상을 안겨준다. 현대인이라면 도처에서 느끼게 되는 소외의 감정을 정체성 문제와 결부시키며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자의 삶임에도 누구나 공감할 법할,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이야기는 다민족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존재하는 소수 민족의 삶을 그리는 것에서 나아가 늘 경계선상에서 긴장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체성 찾는 여정으로도 읽힌다.
“당신의 억양은 완벽해요, 하지만 엉터리예요……
자기가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니까요!”
뉴욕의 사설 탐정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
현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창래, 그가 들려주는 극복의 서사!
헨리 파크. 한국 이름은 박병호.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와 25년간 청과상을 운영해온 아버지 밑에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영위해온 그는 미국인 아내와 결혼하여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릴리아는 돌연 “당신의 언어는 엉터리”라는 말과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곁을 떠나버린다. 언젠가 헨리 파크의 영어 억양이 완벽하다고 했던 기억에 비추어보면, 아내가 남긴 마지막 말은 생각을 거듭할수록 궁금증만 증폭시킨다.
당신은 숨기는 게 많아 / 인생에서는 B+짜리 학생 / 무엇보다도 바그너와 슈트라우스를 흥얼거리는 사람 / 불법 외인(外人) / 정서적 외인 / 장르광(狂) / 황화(黃禍): 신미국인 / 침대에서는 훌륭하지 / 과대평가되고 있음 / 파파 보이 / 감상주의자 / 반(反)낭만주의자 / ______분석가(빈칸은 스스로 채우도록) / 낯선 사람 / 추종자 / 반역자 / 스파이 -본문 중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아내까지 떠나보낸 그는 파경에 이른 개인적 삶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 정치가 존 강을 뒷조사하는 임무를 맡는다. 지극히 유교적인 방식으로 뉴욕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던 존 강은 시장 출마를 앞두고 있는 상태이고, 그를 남몰래 염탐하던 헨리 파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는 동시에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데…….
소설은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헨리 파크의 뿌리에 대한 것으로, 그의 아버지가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건너왔을 때 당신이 그러했듯 뉴욕에서 나름 성공한 삶을 꾸리기 위해 새로운 이민자의 노동을 착취하며 사업을 일구는 데 전력을 다했던 과거의 삶이다. 또 다른 하나는 현재 헨리 파크의 주 임무라 할 수 있는, 성공한 뉴욕 시의원 존 강에 대한 보고서 내용이다. 계속되는 과거로의 회상과 고뇌, 그리고 현재의 성공 신화 존 강의 뒤를 쫓는 긴박하고 치열한 삶은 작가 특유의 이성적이면서도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결말로 귀결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온전한 성취감과 깊은 만족감을 맛보게 된다. ‘정체성을 찾는 여정’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도 읽히는 『영원한 이방인』은 ‘헨리 파크’라는 다면적 성격의 매혹적인 주인공을 통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극복의 서사’를 만들어냄으로써, 오늘날 영미 문학에서 독창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읽는 이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주는 독보적인 작품으로 군림하고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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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분포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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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를 구매해서 읽고 작가에 관심이 있어 e-book 으로 구입해서 읽고 있는데..
번역이 완전 엉망이네요. 읽다가 짱나서 그만 읽습니다. 교수시라는데..정말 실력이 의심스럽습니다... 이 책 번역한분이 한 책은 앞으로 절대 읽지 않을거 같네요.. 구매
ssnowcat 2017-06-23 공감 (4) 댓글 (5)
즐건독서 2017-09-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이창래 작가 작품 3권 구매해서 읽었는데, 영원한 이방인은 아직 못읽어 봤네요. 근데 번역가 정영목님은 국내 번역가중 탑클래스인데, 읽어보았던 다른 작품들은 괜찮았는데, 그정도 인가요.궁급합니다.qoq 2017-10-27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예 정말 별로예요. 그냥 사전을 찾더라도 원서를 읽으시길...20년 만에 재번역 되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재번역이 아니라 그냥 그거. 제대로 번역하시는 분이 좀 정성들여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독거노인 2020-03-2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영문으로 읽지 않았으면 번역을 논하지 말 것.dulgi 2020-12-29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영문과 국문 둘다 읽었는데 번역 정말 별로예요. 이 책 이후로 번역서 자체를 안읽게 됐어요.끄적끄적 2021-02-0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번역은 아마추어가 하고 이름만 올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그림도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요.독자들을 우롱하는 짓거리죠...
<하우스 오브 카드>에 사는 <스토너> 구매
stillyours 2017-09-0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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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부르는 이의 곁에서 살아가는 일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고 증명한다. 고유한 이름처럼 말이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습득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모국을 떠나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오직 모국어 하나뿐인데 타국에서 살아야 한다면 삶은 온통 공포와 두려움일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란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없다. 당연 정체성을 생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 문제가 가장 클 테니 말이다.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주는 놀라운 힘, 언어의 상징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언어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할 일이 없었으므로. 어떠한 이유로도(여행, 유학) 이 땅을 떠난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조금은 짐작할 수는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일상이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운 것인지. 나를 둘러싼 모든 소리가 공격적으로 들릴 테니까. 긴장한 상태의 일상을 유지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불러온다. 그런 환경에서 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가 흡수한 채 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을 증명하는 언어는 바뀌고 그 순간 정체성의 혼란과 마주하고 만다.
이창래 작가의 첫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은 언어가 상징하는 정체성의 이야기다. 소설은 자의로 한국을 떠나 미국을 선택한 이민 1세대 아버지를 둔 아들 헨리 파크(박병호)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최고의 공과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다.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어 고국을 떠나왔다. 그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 헨리는 집 안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밖에서는 영어를 사용했다. 수많은 이방인과 경쟁하며 살아가는 아버지는 아들은 온전한 미국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버지는 백인인 릴리아와 아들의 결혼을 기뻐한다. 아버지의 삶에서 자아나 정체성은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인처럼 보이는 게 다였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방식으로 헨리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전 어머니가 죽었고 어머니 대신 살림을 살아준 한국인 아주머니, 어려서 죽은 아들 미트, 릴리아와 헤어짐을 반복하는 모습, 그가 하고 있는 일까지 전부를 초반에 공개한다. 시민권을 부여받은 미국인이지만 어려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살았던 헨리가 다국적 기업의 정보 담담(스파이)란 직업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일 말이다.
고집스럽게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절대 미국인의 삶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헨리는 아버지가 닮은 듯 다른 한 남자 존 강을 통해 조금씩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존 강은 시의원으로 시장 출마를 꿈꾸는 사람이다. 헨리는 그의 사무실에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내야만 했다. 존 강을 돕는 다양한 사람들과 시내를 돌며 그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존 강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닮고 싶고 마지막으로 되고 싶은 인물이었다.
헨리는 자원봉사자로 일을 하면서 그날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회사로 보낸다. 보통의 스파이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존 강과 접촉하면서 그와 대화를 들으면서 그의 가족과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꾸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말았다. 아내 릴리아에 대해, 죽은 아들 미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해서도. 회사의 요구에 응하는 대신 존 강을 진짜로 돕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존 강과 대화를 나누면서 짧게 서툰 한국어를 사용할 때 전해지는 친밀감, 자신을 향해 모든 걸 오픈하는 존 강에게 그와 함께 간다면 괜찮은 삶을 살 것 같다.
그런 헨리의 변화를 눈치챈 것일까. 존 강의 사무실에 폭탄이 터지고 젊은 자원봉사자 에두아르도가 목숨을 잃는다. 헨리가 당할 수도 있는 사고였다. 상심에 빠진 존 강을 대신해 헨리가 에두아르도의 가족을 찾는다. 그들은 헨리가 존 강이라 여긴다. 사람들의 눈에 비슷한 외모의 미국계 한국인은 구별할 수 없다. 존 강을 대하는 그들 가족의 태도는 절대적으로 보였다. 헨리는 이민사회에서 존 강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그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존 강은 쉽게 무너진다. 단단하게 쌓아올린 그의 정체성은 한순간 허물어진다. 위태롭고 나약한 한 인간에 불과했던 존 강을 보면서 헨리는 자신을 찾아간다. 지금처럼 경계인으로 살아도 괜찮은 건지.
언어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유년 시절을 지내고 좋은 대학을 나와 예쁜 아내를 만났으니 보통의 삶이 주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도 괜찮았을 텐데. 헨리를 만들고 이룬 정체성 가운데 무엇이 그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을까.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그 경계의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그 사회에 올인 했더라면 훨씬 견디기 쉬웠을 것이다. 존 강을 만나면서 그와 아버지를 대입하면서 교차하는 감정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미국이라는 사회에 들어와 중도 탈락을 하지 않고 안착했지만 지향하는 목표가 다른 두 사람. 헨리는 존 강의 방식이 옳았다고 여겼지만 결국엔 그의 아버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돌아온다. 그 역시 아버지와 같은 이민자였으므로.
헨리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이었을까. 지독한 이방인으로 살았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미국인으로 사는 것일까. 아내 릴리아처럼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정체성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더 이상 스파이가 아니다. 경계인의 삶에서 벗어났다. 수많은 가짜 이름이 아닌 오직 하나의 이름, 헨리 박이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 릴리아가 부르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가장 익숙하고 가장 원초적인 사람이 된다. 아이를 가르치는 아내를 도우며 그 아이들을 통해 잊고 있었던 정체성과 마주한다. 그 아이들의 부모를 통해 아버지를 본다. 그리고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미국인으로 살든 미국계 한국인을 살든 상관없다. 그저 ‘나’의 이름을 부르는 이의 곁에서 살아가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어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든, 그곳이 어디든 살아있다는 게 중요하다. 나의 목소리를 듣고 알아듣는 이와 함께 말이다.
이제 그녀는 최대한 성의를 다해 아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고저와 억양까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나는 그녀가 아름다운 모국어 여남은 가지를 말하는 소리,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 주는 그 어려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5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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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0-06-02 공감(2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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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영원한 이방인
이민자에게 끝나지 않는 숙제랄까. 정체성이란 것.
사실 그게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이민자로 살아본 적 없는 이가 쉽게 말할 부분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생존을 위해, 관습에 의해 감정적으로 닫혀있는 부모로 부터 새로운 세계로 인도받은 2세대의 어떤 혼란과 부정적인 감정들.
라잔과 존 강은 아마도 헨리에겐 새로운 부모의 모습이었을지도.
내가 읽은 작가의 세번째 작품인데,
문장이 쉴새없이 나를 몰아쳤다. 격한 감정을 묘사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감정적으로 우울에 가까운 상태가 이 책을 어쩌면 약간 더 감정적으로 읽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가족’ 하나 남았는데, 조금 쉬었다가 읽어볼까.
다음 작품도 무척이나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돌아서지만
벗어나지는 않는다,
혼란스러워,
과거를읽고,
또 한 번 읽지만,
아직은 어둠. - 월트 휘트먼
원본은 파기했다. 나는 사물들의 다른 판본, 별로 귀하지 않은 복사본을 더 좋아한다. - 19
마침내 나는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녀는 얼른 마주 키스했지만, 그것은 진술이라기보다는 답변 같았다. - 31
무서워. 방금 당신하고 내 생각을 했어. 나는 뭘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니야. 그녀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미트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팔을 그녀 배에 걸쳤다. 릴리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그 방식, 아주 느린 방식, 우리 대화가 망가져 가는 아주 느린 방식이었다. - 115
곧 릴리아는 진정했고 울음을 그쳤다. 릴리아는 잘 울었지만, 우리 관계의 초기였던 당시에는 그것을 몰라 그녀가 울 때마다 나는 최악을 걱정했다. 우리 사이에 뭔가 파국이 일어날까 봐, 복구 불가능한 상처가 생기는 것일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내가 정작 두려워해야 했던 것은 보이지 않는 상처, 우리의 좋았던 마지막 해에 그녀가 우는 것으로 끝내려 하지 않았던 것, 심지어 이야기를 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 119
나는 아버지에게 그런 것들을 묻지 않았다. 그녀가 죽을 때 아버지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 나름의 말로 할 수 없는 그늘진 방식으로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관습에 따라, 그녀의 시신을 지역 시체 안치소로 옮겨 씻긴 다음 화장을 했다는 것, 유해는 한문이 아름답게 새겨진 순금 상자에 넣어 한국으로 부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비탄에 젖은 피붙이에게 보내는 우리의 선물. - 131
아이는 마지막으로 숨을 놓으면서, 왜 아버지가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처진다. 죽어 가는 사람은 통증은 느끼지 못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각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죽어 가는 사람은 약간 위에서 자신이 죽은 현장을 보며, 그가 어떤 사람이든 나이가 몇이든 그 마지막 광경으로부터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 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좁은 것이고 부서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길고 넓은 군도에 흩어져 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를 부를 수도 엇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를 볼 수도 없다. - 166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혀와 심장과 마음이 담긴 모든 범주의 침묵을 기념한다. 나는 현장의 언어학자이다. 당신 역시 그 곤혹스럽고 전문적인 위력을 알지 모르겠다. 그 위력은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단단한 표현을 찾아낸다. 지금 그 얼굴을 보라. 당신이 보는 것은 언젠가는 모두 희미해질 것이다. 너의 싸늘한 냉기만 남기고. - 260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해야겠죠. 나는 그에게 나의 삶의 일관된 답을 제시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만. - 296
당신은 강박에 사로잡혀 있어, 헨리.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한 번에 조금씩만 살려고 해, 당신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만 살려고 해.
안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 335
물론 여기에는 약간 필사적인 면이 있다. 근심과 공포. 우리는 삶의 무수한 구멍들을 다시 채우려는 것일까? 처음에도 그런 목적이었을까?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랬다 해도, 그것은 미트라는 결과, 어떤 경이로운 것, 우리의 모든 후회를 영원히 지워버릴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는 갔다. 나는 나 자신에게 계속 그렇게 말해야 한다. 영원히 잃어버렸다. - 422
자네를 태워 주게 해서 고맙네, 파키. 자네는 착한 사람이야.
착하게 굴 생각은 없습니다.
무슨 상관인가.
안녕히 가세요, 잭.
헬리. 그가 불쑥 말한다. 목소리가 이상하다. 우리를 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게. 잊을 수 있어. 잊을 수 있는 것은 잊게. - 497
이제 나는 늘 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내가 그녀의 장기 투숙객이 되는 게임을 한다. 나는 영원한 방문객이다. 그녀는 나를 그런대로 좋아하고, 내가 있는 것을 견디어 낸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일지 누가 알겠는가?- 507
이제 그녀는 최대한 성의를 다해 아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고저와 억양까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나는 그녀가 아름다운 모국어 여남은 가지를 말하는 소리,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 주는 그 어려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 끝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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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7-09-21 공감(11)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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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영원한 이방인 새창으로 보기 구매
잇다 2020-08-2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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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영원한 이방인 새창으로 보기 구매
기말시험 때문에 초치기로 교과서에 실린 이창래의 글을 보고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결국 읽기로 한 것은 스파이 소설이란 소릴 어디서 봤기 때문이다... 뭐 스파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정체성을 탐구하는데 스파이만큼 훌륭한 도구가 또 있을까?), 장르로서 스파이 소설은 아니었다.
전체 23장 중 6장 정도까지는 정말 모호했고 지루했다. 진정한 자기를 숨기는 것이 본능인 스파이(어쩌면 진정한 자신이란 게 뭔지 몰라서 또렷한 목소리가 안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의 1인칭 주인공/관찰자 시점으로 풀려가는 이야기라 더 그랬던 것도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에게 사고가 생긴다... 기억하고 있는 어떤 사고보다 충격적인 묘사였다. 이 때부터 다시 심기일전하고 읽었지만... 사건을 화자의 심리로 은유로 느릿느릿 따라가면서 도대체 내가 읽는 것이 한국어가 맞나, 모르는 단어는 없는데 진정한 의미는 잡히질 않나, 독해력이 이렇게 형편없었나... 아무튼 끈질기게 읽었고 마지막 장은 모든 주제를 명료하게 폭발시킨다. 개운치 않은 여운... 그 말이 맞다.
영어로 쓰인 소설은 ‘서정적이고 신랄하고 명민한 언어‘라는 평가도 있던데 번역을 거쳐서 그런가(아니면 정말로 형편없는 독해력 탓일지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속 깊은 곳을 찌르는 몇몇 문장들을 건질 수는 있었다. 원제 <Native Speaker>와 한국어 번역서의 제목 <영원한 이방인>은 어찌 보면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단어들인데 묘하게도 같은 의미를 지시한다. 개운치 않은 여운의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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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sum 2017-07-06 공감(0)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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