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sang Sohn
드라마 <설강화>는 세 가지 죄악을 저질렀다.
첫째는 안기부 미화(애국심으로 투철한 멀쩡한 인간처럼 보임).
둘째는 간첩 미화(간첩이 정해인이다).
셋째는 여대생 미화(지수 같은 여대생이 어디있는가).
그러나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은, 학생운동과 간첩을 등치시키는 묘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설강화>에 반발하는 한국의 반응은 과거 <색, 계>에 반발했던 중국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색, 계>는 잔악하기 짝이 없던 왕징웨이 정권을 타도하러 파견된 탕웨이가 아뿔싸 난징의 안기부장인 양조위와 사랑에 빠져버리는 이야기다. 단순한 로맨스물은 아니고 시대의 비극에 초점을 맞춘 영화였으나 중국에선 이 작품이 왕징웨이 정권을 미화한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중국은 <색, 계>의 상영을 금지시키고 탕웨이의 영화출연을 제한해 한국으로 시집을 오는 물적토대를 만들어주었으니, 만일 한국에서 <설강화>의 방영을 중단한다면 완전 중국식 사건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한국식은 그런 게 아니다. <색, 계>에서 탕웨이의 암호명이 왕자즈인데 사실 왕자즈라고 발음하지 않으나 제대로 표기하면 큰 사단이 나기 때문에 자막에만 왕자즈라고 나오는 위태위태한 짜릿함이 한국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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