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놈들”이라더니 “기시다 각하”…김정은, 지진 피해 위로전문
이제훈 기자입력 2024. 1. 6.
2012년 집권 이후 첫 공개편지
북·일 정상 대화 물꼬 트일 가능성
지난 2023년 12월26~30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 8기9차 전원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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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일본 이시카와현의 지진 피해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한테 ‘위로전문’을 보냈다고 6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12년 집권 이후 김 위원장이 일본 총리한테 공개 편지를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일본국 총리대신에게 위로전문을 보내시었다”라고 6일치 2면 셋째 기사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위로전문에서 “나는 일본에서 불행하게도 새해 정초부터 지진으로 인한 많은 인명피해와 물질적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에 접하고 당신과 당신을 통하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피해지역 인민들이 하루빨리 지진피해의 후과를 가시고 안정된 생활을 회복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위로전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일본국 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각하”한테 보내는 형식이다. 기시다 총리한테 “각하”라는 존칭을 덧붙인 사실이 눈길을 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연말 노동당 중앙위 8기9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실현하는 데서 가장 충실한 졸개, ’충견’ 역할을 놀고 있는 남조선놈들과 일본놈들”이라는 표현으로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공개 표출했다.
하지만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한 김 위원장의 이번 위로전문을 계기로 북·일 정상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기시다 총리가 답전 등의 형식을 빌려 김 위원장의 위로전문을 북·일 정상 외교의 밑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27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인 납북자 귀국 촉구 국민대집회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서기(총비서)와 일조(일북)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조선(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고, 그해 6월21일 총리관저 기자회견에서 “조선(북한)과 일본 간 현안을 해결해 양측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간다는 관점에서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의 결의를 김 위원장에게 계속 전달하고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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