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7

황대권 - 나는 민족통일을 반대한다 < 시민언론 민들레

나는 민족통일을 반대한다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나는 민족통일을 반대한다
황대권 생명평화운동가

민들레 광장
입력 2024.05.26 15:50

[황대권 칼럼]남북 ‘통일운동’ 참가를 거부하는 이유

  • 반제국주의보다 더 큰 문제는 반민족주의다
  • 민족주의, 민족국가는 제국주의 지배전략의 산물
  • 탈국가, 탈자본, 탈민족의 '간디 노선'이 옳다
  • 베트남전쟁에서 미국 패배 주요 요인은 ‘마을 전쟁’
  • 친일파보다 그들을 대리인으로 세운 미국 먼저 봐야
  • 시대가 바뀌었다…국가·민족보다 마을·지역 중심으로


황대권 '야생초 편지' 작가


오늘은 미친소리를 좀 하려고 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건드려서 안 될 성역을 짓밟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언젠가는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옛날에 김지하라는 한 천재시인이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죽음의 굿판을 때려치우라”고 일갈하여 운동권으로부터 지탄 받은 일이 있었다. 군사독재에 맨 몸뚱아리로 저항하던 학생과 서민대중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저항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글이었다.

한두 명쯤이면 모르겠는데 마치 전염병처럼 분신이 이어지던 시점이었다. 세계인이 감탄해 마지않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성공에는 이런 지독함과 치열함이 깔려 있었다. 생명운동을 하는 시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주장이다. 나는 김 시인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그 엄중한 시기에 조선일보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백번을 고쳐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어쩌면 이 글도 그런 욕을 얻어먹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싣는 매체가 조선일보가 아니라서 조금은 안심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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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회의가 열린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관계자들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2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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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열렬한 중립화통일 운동가 고은광순 선생 때문이다. 작년 7월 27일 선생은 휴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평택 미군기지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주관했다. 한반도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지 않으려면 나가라는 요구였다. 당시에 나는 선생의 요청으로 한 구간을 맡아 행사에 동참했다. 땡볕에 많은 분들이 와서 고생하셨지만, 행사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마을’ 회원들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손에 성조기를 들고 와서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퍼부으며 북으로 가라고 조롱했다. 거기에 광화문 광장에서나 쓰는 초대형 스피커를 비좁은 행사장 옆에 세워놓고 악다구니를 쓰는 바람에 참가자들끼리 소통을 하려면 귀에 입을 대고 큰소리를 질러야 했다.

전쟁 일어난 지 70년이 넘었어도 남북대결 또는 좌우대결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어느 사회나 의견을 달리하는 집단이 있지만 우리처럼 극단적으로 상대방을 혐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니 혐오를 넘어 상대를 물리적으로 제거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다. 전쟁이 잠시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전 고은광순 선생이 전화를 걸어 이번에도 행사를 하니 지난번처럼 도와달라고 요청하였다. 나는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한 뒤 다음 같은 메시지를 보내며 완곡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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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통일당 장경동 대표, 전광훈 고문 등 당 관계자들 10일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당사에서 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2024. 04.1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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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북 ‘통일운동’ 참가를 거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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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친 일정이 계속되는 바람에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한반도의 영구중립과 평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님의 발걸음에 감탄하면서도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는 저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전국민회>에서 <생명평화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그동안 준비위원회로만 존속하던 생명평화위원회의 첫모임을 가졌습니다. 한 20명 남짓 모여 21세기 대안담론으로서 생명평화사상의 정립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제가 기조발표를 했는데, 거기서 “나의 생명평화론은 반제국주의로 시작해서 반제국주의로 끝난다”고 선언했습니다. 실로 저의 생애 전체는 반제국주의로 점철되어 왔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냐고 물으시겠지요?

반제국주의보다 더 큰 문제는 반민족주의

반제보다도 더 큰 문제 ‘반민족주의’ 때문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제국주의는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가’와 ‘자본’과 ‘민족’입니다. 여기서 민족을 규정하기가 매끄럽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민족주의는 제국주의 세계지배 전략의 주요한 수단임이 틀림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민족주의로 무장되어 있는 한 생명평화세상은 불가능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지금 반제투쟁에 나서고 있는 분들은 철저한 민족주의 정서와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일을 하자는데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하시겠지만, 통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상의 평화입니다. 이것은 마치 그 옛날 사회주의 진영 내부에서 민족모순보다 계급모순을 더 중히 여겼던 일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지나온 역사를 톺아보면 공산주의 운동 역시 민족주의운동의 일부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스탈린주의를 비롯해 사회주의 성향을 가졌던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이 모두 그러했지요. 민족주의를 잘못 다루면 또 다른 폭력과 갈등을 불러옵니다. 제국주의는 대부분 ‘애국주의’로 포장되어 나타나고 그 바탕에는 민족주의가 있습니다.

 

자유통일당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조직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고 있다. 2024. 03. 0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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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국가, 탈자본, 탈민족의 간디 노선

저는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을 꿈꾸었던 마하트마 간디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탈국가, 탈자본, 탈민족’을 행동의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아직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한 나라에서 탈민족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은 옳습니다. 하지만 민족주의로 인해 100년 넘게 피투성이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민족으로 분리하여 지배하는 것이 제국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라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부족과 종족도 분리통치하는 바람에 제3세계에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래서 마을공화국은 ‘열린’ 민주공화국으로 나가야 합니다.

국가를 그렇게 만들려고 했지만 제국주의 꼭두각시들이 나타나 국정을 농단하는 바람에 국민들만 개고생한 지난 세월이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국가시스템이 앞으로도 백년은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가시스템은 자본주의와 함께 기후위기 속에서 힘을 잃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국가와 자본, 민족을 넘어 지역에 뿌리박은 마을공화국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남북통일도 국가단위 또는 민족단위로 접근하면 이룰 수 없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중국이 그 자리에 들어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민족주의적 접근은 대중에게 호소하기 좋지만, 결과는 세상의 평화와 더 멀어질 뿐입니다. 지금의 러-우 전쟁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슬라브 민족주의의 충돌을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용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제 입장은 확고합니다. “반제는 좋지만 민족주의는 안 된다”입니다.

이런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내어 통일운동 하시는 분들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 되도록 조용히 뒷전에 물러나 있습니다. 제 주변의 통일운동 하시는 분들을 물론 존경하고 그들을 사랑합니다만 저는 되도록 통일 얘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합니다. 하시는 일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 헬리콥터 모함 JS 이즈모(전경)를 중심으로 한 전함들이 2022년 11월 6일 도쿄 남부 사가미만에서 국제 함대 검토에 참여하고 있다. 2022.11.6. AP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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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민족국가는 제국주의 지배전략 산물

민족주의 또는 민족국가는 19세기 말 제국주의 세력이 세계를 난도질할 때 생겨난 개념이다. 제국주의 종주국 미국의 지위를 넘보고 있는 중국을 보면 민족이란 개념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이 근대 국민국가로 거듭난 것은 1937년에 발발한 중일전쟁 때문이다.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치열한 국공내전을 거쳐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함으로써 비로소 중국은 민족국가의 꼴을 갖추게 된다.

그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제국주의가 남의 땅을 짓밟고 들어서면서 전에는 그저 ‘땅의 사람’ 또는 ‘왕의 백성’이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민족’이 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지만, 한편 제국주의가 조장한 측면이 있다. 부족과 신민에게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들을 서열화함으로써 지배민족에게는 터무니없는 우월감과 인종차별의식을, 피지배민족에게는 열등감과 아부근성을 갖게 했다.

이후 세계는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가운데 국가 단위로 나뉘어 경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당연히 나라마다 부국강병책을 채택하여 피지배의 위치를 벗어나려 노력하지만 제국주의는 절대 패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분단도 제국주의 세력 다툼에서 빚어졌다. 70년 동안 계속된 분단 상태는 그것이 주변 강대국들의 이익에 최적의 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갈등과 분쟁 모두 국가간 이해충돌로 벌어졌다. 역사상 제국주의가 그어놓은 분단을 자력으로 해결한 사례는 베트남 전쟁이 유일하다. 하지만 베트남 통일은 서구에서 일어난 68혁명의 영향이 컸다. 제국주의 내부에 혁명적 사태가 벌어져 분단 상태를 강제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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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5월 9일 워싱턴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자들. 1970.5.9.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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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에서 미국 패배 요인은 ‘마을 전쟁’

그러나 외부조건이 아무리 좋다 한들 최후의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내부적 요인이다. 베트남 전쟁을 일부 학자들은 ‘마을 전쟁’(Village War)이라고 부른다. 위에서 아무리 폭격을 하고 지역을 점령해도 마을 또는 마을 전통을 없앨 수는 없었다. 마을을 불태우면 다시 돌아와 마을을 세우고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반제국주의 투쟁을 이어나갔다. 베트남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가 ‘마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제국주의 지배를 거부하고 싫어해도 국가를 중심으로 행동하면 어떤 결실도 맺지 못한다. 국가란 것은 가진 것 없는 활동가나 일부 계층이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제국주의 종주국의 간택을 받은 사람이나 제국주의 노선을 기꺼이 따를 사람 또는 집단이 국가를 장악한다. 지난 세기에 민중봉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일이 종종 있었으나 그마저도 집권 후 변절하거나 제국주의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내 주변에도 통일운동가들이 많다. 그들은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인데도 통일운동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이 한 몸 바쳐 통일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는 감동스럽지만, 통일을 둘러싼 모든 조건과 정세가 70년 전과 비교해 너무도 달라졌다. 쉽게 말해 당위론적 통일론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친일파보다 그들을 대리인으로 세운 미국 먼저 봐야

먼저 민족이나 국가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의 대재앙을 눈앞에 두고 있음이다. 산 위에 있는 댐이 터져 거대한 물더미가 내려오고 있는데 두 동네가 해묵은 물꼬 문제로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다음은 정보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국가 단위의 정체성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세계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한국땅에서 한국인 날삯 노동자가 중국인 반장 아래에서 일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셋째로, 설사 분단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제국주의 세력은 이미 자기네 입장에서 만들어 둔 시나리오가 있어 통일운동가들의 염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해방 후 국내에 들어온 독립운동 세력이 찬밥 신세가 된 것과 같다.

남한의 진보진영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친일파 미청산을 꼽고 있지만, 친일파는 미국 제국이 통치 대리인으로 심어놓은 것인데 미국을 문제삼지 않고 같은 한국인을 증오하는 것은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이 학살당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로힝야족은 식민지 시절 영국이 미얀마를 통치하기 위해 외부에서 데려온 대리통치자였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 상황에서 분단 상태를 변경하는 것은 이후의 전개가 우리의 염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가단위’ 또는 ‘민족단위’의 통일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어차피 한 나라가 강대해지면 주변이 불편해하고 쓸데없는 긴장이 조성된다. 베트남이 통일되면서 이웃국가인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얼마나 긴장하며 쫄고 있는지 현지에 가보면 안다. 동남아에서 베트남인의 갑질은 이미 유명한 얘기다. 한 국가의 강대함은 이웃이 쫄지 않을 만큼 약하고 함부로 침략할 수 없을 만큼 강하면 된다. 대신 국가는 마을 살리기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는 길이며 실제적인 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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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9월 11일 베트남 하노이 대통령궁에서 보 반 트엉 베트남 대통령과 만났다. 전쟁 당사국들이었던 미국과 베트남 원수들이 베트남전쟁과 통일의 영웅 호치민 흉상 아래서 화해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 강화방안을 모색하는 모습. 2023.9.11.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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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민족보다 마을과 지역 중심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은 ‘국가’와 ‘민족’을 버리고 ‘마을’과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다. 국가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도 많은 비용이 들고 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도 많은 갈등과 긴장을 일으킨다. 사실 국가와 민족은 제국주의가 자기들 마음대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만든 허구의 개념이자 프레임이다. 세계 인민들은 이 프레임에 빠져 백 년 넘게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다가 자신도 망치고 지구생태계도 망쳤다.

올 한 해도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그 모든 선거에서 국민총생산(GNP)의 증가를 약속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 이는 곧 온실가스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국가 간 힘겨루기가 더 심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모두가 망할 줄 뻔히 알면서도 익숙한 길을 가고자 하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보아야 할까?

현재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임에도 하나의 민족국가와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어마어마한 자원을 낭비하면서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우리는 두 나라의 양식 있는 정치인과 시민들에게 국가와 민족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구 전체를 보라고 요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민족국가 단위의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 대신에 마을 단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세계의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다 보면 통일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이것은 항간에 떠도는 “서로 상관 말고 각자 잘 살자”는 단순한 통일포기론과 다른 주장이다. 세계 운영을 보통사람도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쪼개어 협력과 연대의 세상을 만들자는 프레임 전환운동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에 대한 착취는 물론 다른 생물종에 대한 착취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통일운동가들은 쫄쫄 굶어가면서 메아리 없는 구호를 외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모두들 자기 고향이나 살고 싶은 지역으로 내려가 열심히 마을을 일구며 이웃들과 재미지게 살면 그만이다. 굳이 북녘 동포를 만나고 싶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 마을 또는 지역 단위로 교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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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측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측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4.5.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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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감옥에서 만난 한 통일운동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온다. 통일한다고 북한 동포를 몰래 만났다가 두 번이나 감옥살이를 하고 나오니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되었다. 자신의 통일운동을 책으로 펴낸다 하여 나도 적잖이 기부를 했으나 아무도 사주지 않는 책을 끌어안고 자신이 살았던 감옥보다 더 나아 보이지 않는 반지하 쪽방에서 쓸쓸히 돌아가셨다. 당신은 스스로 위대한 통일운동가라고 생각하며 살았겠지만, 옆에서 보는 개인의 삶은 비참했고 역사적 임팩트는 제로에 가까웠다.

많은 전문가들이 통일도 하고 문명사적 전환도 하는 ‘이중과제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전 시대에 미처 하지 못한 과제를 반드시 마쳐야만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게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 모든 게 다 바뀐다.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국민국가 시대의 과제를 가볍게 밟고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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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 (ja**) 20분전 IP
공감합니다.
민족이란 ... 자신들의 선조에 대한 공통된 착각과 이웃들에 대한 공통된 적의로 결합된 사람들의 집단이다. 카를도이치 "민족주의와 그 대안"
민족주의는 내집단 편향으로 봐야 합니다. 유대인의 자유는 다른 민족의 불행을 전제합니다. 늑대의 자유가 사슴의 죽음인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비단, 유대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통일은 민족 단위가 아닙니다. 민중의 단위에서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통일방안은 근본적 문제가 있습니다. 즉, 민족통일 또는 흡수통일이라는 모순 때문입니다. 흡수든 민족통일 이런지 한국의 야무적 자본주의는 북한 민중을 착취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또다른 폭력의 시작. 남과북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를 통한 평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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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 (ss**) 3시간전 IP
글을 쓰신 분의 깊은 내용을 모두 이해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며, 그 역사 속에 있던 우리의 정신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익인간의 정신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인류는 방향을 잃은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는 조각 배와 같습니다. 인간 세상에 대한 근본을 잘 살펴 봐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지나(중국)과 우리 자신, 그리고 일본이 왜곡해 놓은 역사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면서 그 무엇을 바로잡을 수 있단 말입니까? 가장 시급한 것은 (단군)조선의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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