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광주 진압 사이…미국은 자국 이익을 택했다
입력 : 2017.04.13 19:57 수정 : 2017.04.13 23:47손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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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밀당’한 미국
1980년 5월 광주 시내에 배치된 계엄군이 전남도청에 남아 저항하던 시민군을 체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은 결코 관찰자가 아니었다. 미국은 박정희 정권 이래 한국 독재정권의 인권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미국이 10·26 이후 전두환 신군부를 다루는 과정은 밀고 당기기의 연속이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미국을 이상과 현실 사이의 양자택일로 내몬 사건이었고, 미국의 선택은 자국의 이익이었다.
■ 1980년 5월22일 백악관 회의
계엄군이 광주에서 일시 퇴각한 1980년 5월25~26일 주한미군사령관 존 위컴은 주영복 국방장관·이희성 계엄사령관 등 한국군 간부들을 만나 ‘한국의 광주시민들에 대한 군대 사용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는 KBS의 보도에 항의했다. 정확하지 않은 미국 입장을 누가 언론에 흘렸느냐는 취지였다. 이에 유병현 합참의장은 “이 지역에서만 당국의 허가 없이 딱 한 차례 방송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가 본국에 보고한 5월26일 전문에 등장하는 이 내용은 미국이 광주 문제에서 한국군·광주시민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썼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로부터 나흘 전 워싱턴에서 내려진 정책결정을 보면 이 보도가 꼭 오보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에드먼드 머스키 국무장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안보보좌관, 도널드 그레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관, 데이비드 존스 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5월22일 회의에서 미국은 한국군대가 광주 진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후방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최우선 순위가 “광주의 질서회복”으로 정리됨에 따라 “질서회복을 위해 필요할 경우 (미국의) 무력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질서가 회복되면 한국 군부를 압박해 정치적 자유의 신장을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당면 과제는 시위대 진압이었다. 브레진스키는 “단기적으로는 (한국 군부를)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정치상황 개선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폭력사태가 광주 밖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국내 치안을 위한 한국군 재배치가 한·미 연합전력의 대북태세에 지장을 줄 경우에 대비한 계획도 세웠다. 오키나와기지의 조기공중경보기(AWACS)를 한반도에 파견한 데 이어 필리핀 해상의 항공모함 코랄시(Coral Sea)를 동해로 이동하기로 했다.
■ 광주시민들의 환멸
항모 파견 소식에 일부 광주시민들이 “미국이 전두환을 혼내주러 온다”고 반겼던 것은 순진한 기대였다. 오히려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은 광주시민의 희생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됐다. 한국군은 작전통제권을 쥔 동맹국의 이런 결정을 무자비한 진압에 동의한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5월18일 리처드 홀브룩 동아·태차관보가 김용식 주미 한국대사를 불러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에 우려를 표하며 “향후 며칠간 민주화를 향한 진전으로 복귀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추가적인 조치와 성명을 내놓을 것”이라고 압박한 데서 선회한 것이다.
그 배경엔 장기화된 이란의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 위기를 다루는 상황에서 광주가 ‘제2의 이란’이 되길 원치 않았던 미국의 바람이 있었다. 또 광주의 초기 상황에 대한 정보 부족도 한몫했다. 5월21일 계엄군이 일시 철수하기 전까지 광주 상황은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초반에 공산주의자들과 북한 간첩들이 대학생·시민들의 시위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국군의 잘못된 첩보를 그대로 보고하기도 했다. 그 후 보고들은 북한 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기술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었다.
■ 자위대 군함이 동해 출몰한 이유
미국의 관심이 어디 있었는지는 당시 일본의 역할에 대한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태평양사령부합동정보센터(JICPAC)가 공개한 5월23일 기밀문서를 보면 ‘일본의 공중과 해상 순찰 증가 계획’이 나온다. 광주의 일본인 거주자들이 부산으로 대피하고 있으며, 자위대가 “북한의 침투” 가능성에 대비해 동해상의 순찰을 늘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자위대 전력의 동해 출몰은 미·일 군당국의 협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문서는 과거에 한국 해군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에서 정찰활동을 할 경우 알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며 “이번 사태로 기존 정책이 바뀔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일 과거사 갈등으로 인해 군사정보공유협정(GSOMIA) 체결이 어려움을 겪다가 2016년에야 마무리된 점을 고려하면 당시 한국군은 일본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직접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에서 한·미·일 3자 군사협력이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의 숙원사업이었던 셈이다.
■ 미국과 전두환의 대결
5월 광주를 겪은 뒤 분명해진 것은 미국이 전두환을 통제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주한미군사령관 본국 소환, 안보협의회의(SCM) 같은 양자 관련 행사 연기 등 한국 압박 카드들이 동원됐지만 녹록지 않았다. 머스키 국무장관은 7월2일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전두환을 만나 전두환 일당이 우리의 확고한 안보 공약을 한국의 장기적인 안정을 해치는 방식으로 오용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김대중을 만나라’는 훈령을 보내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만시지탄이었다.
심지어 미국은 전두환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을 빼고 북한과 직접 양자대화를 할 수도 있다는 카드도 검토했다가 접었다(1980년 6월12일 전문). “대북 접근법을 바꾼다고 해서 한국 군부가 겁을 먹고 민주주의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고, 군부 내의 편집증을 유발해 정치 자유화 방향으로 이끌려는 미국의 능력을 제약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오히려 전두환은 인권문제를 제기해온 지미 카터 대통령이 1980년 중반 재선에 실패할 것이 확실해지자 4성 장군으로 ‘셀프’ 승진하고, 대통령 취임 절차까지 가속화했다. 전두환과 미국의 악연은 10·26 박정희 암살 사건의 배후에 미국이 있을 것이라는 전두환의 의혹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10·26 이후 전두환이나 그 측근들을 만날 때마다 그런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설명해야 했다. 전두환은 지금도 미국이 10·26에 관여됐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미국은 1981년 결국 전두환으로부터 김대중 석방이라는 상징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는 새로 출범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외국 정상들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전두환의 미국 방문을 받아주는 대가였다. 전두환은 미국의 승인을 받은 지도자가 됐고, 광주 학살에 대한 정의의 실현은 15년가량 더 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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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댓글khan 대표계정 입니다.ehddmfqhfk2017.04.13 21:52
광주시민은 게엄군들에게 다 죽는구나 했었다.
동해에 떴다는 미군함의 소식에 잠깐이라도 믿었었다.
제대로 된 민주정부가 통일을 이루고 어느 나라도 우리를 함부로 못하게 해야 한다.
침략만 당해왔던 우리의 역사를 더는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선거가 그래서 중요하다.
답글1공감10반대0
naver 대표계정 입니다.국민2017.04.14 10:45 · 공유됨(1)
@ehddmfqhfk 쿠테타 군인들은 시민들이 무조건 사살 할수 있다는 조항을 헌법에 넣어야 된다..
답글공감2반대0
facebook 대표계정 입니다.김연호2017.04.14 15:58
쌍팔년도 운동권 정신에서 아직도 머물고 있는 경향 수준봐라....쯧쯧 진심 경향은 답이없다
답글1공감0반대0
twitter 대표계정 입니다.nueva_cancion2017.04.15 17:42 · 공유됨(1)
@김연호 그럼 댁이 원하는 수준은 뭐유? 전땅크가 구국의 령도자라는 건지? ㅋㅋㅋㅋ
답글공감0반대0
twitter 대표계정 입니다.kmg000072017.04.14 14:41
역사적진실은,미국은 자국의 이익에따라 움직인다는것,반대로 이익이없으면 언제든 버릴카드도 준비돼있다는 뜻.그러므로 100% 자주국방실현을위해,온국민이 힘을합쳐야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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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대표계정 입니다.매곡최고2017.04.14 12:57
국민은 진정으로 알고싶다!!! 그때 광주에서 어떤일이 일어났는지... 원인.과정.결과를 정확히 밝히는 것도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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