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2

북한과 민노총 간부 간 지령문엔 "20년 따뜻한 동지"라 기재

북한과 민노총 간부 간 지령문엔 "20년 따뜻한 동지"라 기재

북한과 민노총 간부 간 지령문엔 "20년 따뜻한 동지"라 기재
정준휘 기자
2023-05-10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수차례 접촉하고 민주노총 내에 지하조직을 만들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한 민주노총 전직 간부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는 10일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A 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상 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 씨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민주노총 핵심부서(대외협력실 국장, 조직실장, 기획국장, 조직쟁의국장)의 책임자로서 민주노총의 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7년 9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노동당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선했다. 이듬해에는 중국에서 공작원을 만나 국내 활동에 관한 지령을 받았다. 2018~2022년 102회에 걸쳐 북한의 지령문을 수신하고 보고문을 발신했다. 2019년에는 베트남에서 또 다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 △군사장비에 대한 정보 등을 수집했다.

 
북한이 A 씨에게 보낸 지령문에는 "20여년 동안 서로 만나 굳게 손잡고 뜨겁게 포옹하며 밤새도록 따뜻한 동지, 혈육의 정을 나누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나날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A 씨의 간첩 행각이 단기에 그치지 않았음을 추측케하는 대목이다.

 
함께 기소된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 씨는 2017년 9월 캄보디아에서 공작원을 만난 이래, 강원 지역 조직결성에 대한 지시를 받고 A 씨에게 대북 보고문을 전달했다.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 씨와 전 민주노총 산하 연맹 조직부장 D 씨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공작원을 접선해 지령을 받은 혐의다.


검찰·국정원·경찰은 올해 1월 이들의 주거지와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북한 지령문은 모두 90건으로 역대 국가보안법위반사건중 최다 규모다.

 
수사당국이 확보한 지령문과 보고문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산하조직의 주요간부인 이들은 북한의 지령에 따라 위원장 등 민주노총 주요간부 인선과 정책노선 수립에 개입했다. 중앙본부·산별·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을 조직원으로 포섭하려 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직과 핵심 조직원의 호칭을 사기업 활동 형태로 위장했다. 북한 노동당 문화교류국을 본사, 지하조직을 지사로 칭했다. 총책 A 씨는 '지사장', B·C 씨는 팀장 등으로 불렸다. 김정은은 '총회장', 민주노총은 지하조직인 '지사'의 지도를 받는다는 의미에서 '영업 1부'로 칭했다.


북한은 이들에게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입수 △청와대·검찰·통일부 등 기관에 자유롭게 출입할수 있는 정보선으로서 활용가능한 인물과 인맥관계 형성 △화성·평택 2함대 사령부의 정보 △평택 화력· LNG 저장탱크 배치도 등 비밀자료 수집을 지령했다. 또 민주노총을 반미 투쟁, 보수세력 공격의 선봉으로 만들라고 지령을 내렸고 A씨 등은 이에 따라 대형참사를 계기로 한 정권퇴진운동 등을 전개했다.

 
국내정치 교란에 북한이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북한은 A 씨 등에게 특정 정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지를 지시했다. 이들은 북한에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전원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관계자는 "민주노총 내부에 지하조직을 구성한 노총 핵심간부들이 그 영향력을 이용해 민주노총의 활동을 북한 공작기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며 동조세력을 확대하려다 적발된 사건"이라며 "공판과정에서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엄정히 대응하고, 공범에 대한 수사도 증거와 법리에 따라 진행해 노조에 침투한 지하조직이 저지른 반국가적 범죄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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