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1

박정미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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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2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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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지난 주말, 약속이 있어 세종로를 지나는데 젊은 시절 외우고 다니던 신동엽시인의 시가 불현듯 떠올랐다. 세종로 양 끝에 따로 진을 치고 탄핵을 찬성 혹은 반대하는 무리들의 극한적 엠프 소리에 귀가 먹먹해졌을 때였다.

ㅡ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ㅡ

<껍데기는 가라>는 정치적메시지가 워낙 선명해서 당시 대학가나 진보적 문예판에서 가장 많이 불리워졌지만 정작 신동엽시인을 좋아했던 나는 이 시에 큰 감흥이 없었다.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참여시의 전형이라 생각했고, 내 상상력과 생활경험은 교과서적인 이해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십년도 훨씬 더 지난 이 나이에 와서 갑자기 시인의 예술적 직관이 선취해낸 시적 진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시는 피상적으로 민족정서를 내세우며 남북화해를 쉽게 노래한 시가 아니다.
시인은 스무살 젊은 나이에 6.25전쟁을 겪은 후 십오년여가 지나서 전쟁의 원인과 남북화해의 방안을 숙고하여 이 시를 썼다. 시인은 총과 죽창으로 동포형제를 살육한 진짜 내전을 겪었다.
왜 그 참혹한 전쟁은 일어나야만 했는가. 어떻게 하면 서로를 죽인 한 형제가 서로를 한 나라 한 지붕안에 받아들일 수 있는가.


시인의 목소리는 총만 안들었다뿐이지 심리적 내전을 치르고 있는 2025년 1월의 서울 세종로에서 선명하게 다가왔다.
껍데기를 벗고 알몸으로 서야 한다. 중립의 초례청에 마주 서야 한 지붕을 이고 살 수 있다. 그래야 이 사상적 내전상태를 극복하고 하나된 대한민국으로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다.

아아. 우리는 지금 껍데기를 벗는 아픔을 통과하고 있다. 이 껍데기를 벗어야 우리는 서로를 적대감 없이 존중하며 합방으로 가는 맞절을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진영대립을 극단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두 세력이 바로 이 시에서 말하는 껍데기가 아닐까. 한쪽 껍데기는 전광훈 밑에 선 태극기부태 반공보수이고 한쪽 껍데기는 민노총을 비롯한 종북진보이다.

색깔만 달리할 뿐 껍데기는 모두 갑옷이고 전투복이다. 전투복은 서로를 겨누고 있는 전쟁상태에서만 존재의 의미가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선 윤석열대통령은 평생을 자유민주주의자로 살아왔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2월 3일 자신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사람임을 온 국민 앞에서 생중계로 증명했다. 그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수준은 태극기부대와 일치했다. 즉 공산, 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반대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 임기 동안 자유주의적 정책설계나 실행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딱 하나 외교정책에서만 자기정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 고민 없이 자유주의 블럭에 밀착하고 북중러에 대립각을 세울 수 있었다. 편을 들고 편을 짜는 것은 껍데기로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래서 자유민주를 억압하는 계엄을 아무런 주저 없이 실행하고 아무런 반성 없이 국민들 앞에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민주당에 민주주의가 없는 것과 정확히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민주당과 86세대도 민주주의를 반민주세력과의 투쟁으로만 이해하는 데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의미를 투쟁에 두기 때문에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야 하고 적과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선거에서 지자마자 대통령탄핵을 외칠 수 밖에 없었던 연유다.

두 양극단 껍데기는 정체성 자체가 자기실현이 아닌 타자반대로 이루어져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유와 민주를 조직내부에서 혹은 자기생활 영역에서 실현해내는데는 전혀 무능하고 반대하는 세력을 증오하고 미워하는데 온 신경이 가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껍데기라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 격렬한 진영대립의 기본동력을 이루고 있는 껍데기들을 우리사회는 어떻게 해서 벗어던질 수 있을까.
“껍데기는 껍데기끼리 싸우다 저희끼리 춤추며 흘러간다.”
신동엽시인은 <껍데기는 가라>를 발표한지 2년 후에 발표한 시 <조국>에서 이렇게 말했다(찾아보니 여기서는 ‘껍데기’ 대신 ‘껍질’이라는 시어를 쓴다).
껍데기는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흘러가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껍데기들끼리 싸우다 흘러간 후에야 보오얀 속살을 내보이는 알맹이가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껍데기가 가면 말랑말랑한 세상이 온다. 진짜 자유민주주의를 생활감정으로 정치문화로 수용한 중도진보와 중도보수가 정치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날이 온다. 양극단이 물러가고 중도 좌파와 중도우파가 중립의 초례청에 부끄럼 빛내며 마주설 그 날이 온다.

저기 광화문에 이쪽 저쪽 모인 이들 중에는 극단을 싫어하고 중도적 지향을 가지고 있더라도 북소리에 이끌려 광화문으로 나서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의 껍데기 속에 연하고 보오얀 속살이 가득 채워져 어서 탈각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어서 중립의 초례청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래 신동엽시집은 85년 간행된 3판이다. 내 책 중에서 가장 오래 가지고 있는 책이다. 젊은시절 광주에서 서울로, 서울 이곳에서 저곳으로, 서울에서 근교 소도시로, 다시 고향으로, 또다시 서울로 수없이 이사다녔지만 이 책은 꼭 챙겨가곤 했다.)
















SeungYong Y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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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ㅠㅠ


박정미
SeungYong Yang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쪽이 현실주의자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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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순
껍데기들이 죽어아 사는거야
100프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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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박애순 그렇게 새로 차오른 알맹이가 껍데기를 밀어내고 다시 딱딱하게 굳어 언젠가는 또 껍데기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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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순
박정미 그럼그럼
내가 매일 다 죽어야 산다고 한것이 그말이야
그래야 젊은이들의 나라가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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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o Lee
윤통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깼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맞는 말인데 좀더 상황을 깊이 이해하면 "오죽하면"이란 말이 가능하지 않나로 저는 기울고 있습니다. 
  • 국회는 민주당 패악질, 사법부는 우리법연구회가 뭔가 정치판사들로 오염, 국힘당은 전혀 보수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웰빙당, 
  • 그리고 마지막이 점점 저도 확신하게 된 것인데 선관위의 조직적 부정선거. 부정선거 주장하는 사람들 얘기는 음모론, 확증편향이라 치부하고 한번도 들여다 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면서 부정선거 결정적 증거들이 차고 넘치는데 이것을 선관위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고 법원은 그냥 덮으려고만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 이런 상황, 나라 전체가 중국의 손아귀로 서서히 무너져 가는 상황에 대통령이 그냥 폼 잡고 조용히 임기 마치면 될까요? 
윤통의 지지율 급상승, 좌편향 전교조 교육의 허위를 뚫고 일어선 2030세대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양비론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2030세대는 좌편향 한국현대사 교육, 반미친중 의식화가 먹히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미 대한민국의 국력이, 2030세대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기본값으로 설정된 세대라 그렇다 봅니다. 

고대 총학생회가 다시 모임이 꾸려져 결의문 비슷한걸 내놓앟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았는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에 대항해 투쟁한다는 내용. 얼마나 앙증맞고 귀엽던지. 우리때는 미제축출이 술안주였는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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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Jeong-Woo Lee 저도 목사님의 기본 문제의식에는 모두 동의합니다. 단 하나 부정선거만 빼고요.
하지만 저는 12윌 3일 이후 목사님과 반대경로를 걸어왔던 것 같아요. 윤통을 심정적으로 이해하는 입장은 점점 희석되고 경각심이 높아져 이제는 양쪽 모두에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파시즘의 위협을 생생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오죽하면'이라는 국민의 동의 없이 시작되는 파시즘은 없습니다. 한번 지지자의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하면 이해는 확신으로 확신은 내면화된 감정으로 국민을 몰고가 파시즘의 확고한 정신적 심리적토대가 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그 프로세스에 휘말리게될까봐 무섭습니다.
모두들 저랑ㅇ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주저하다가 윤통지지입장으로 선회하는데에 결정적 트리거가 되는 것이 선거부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인 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모로 생각해봤지만 침소봉대의 혐의를 거둘 수가 없습니다.
역사의 베일은 서서히 그러나 결국 걷어질 것이고 맨 얼굴이 드러날 것입니다.제 입장이 백퍼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지금의 생각의 과정을 표현하면서 역사진행에 미력하나마 참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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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GunZag
Jeong-Woo Lee 이정우님, 새해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부정선거관련 아래 링크 두개를 한번 보시면 어떨까요? 나는 기본적으로 뭐든지 100% 확신하지 않습니다. 박동원과 이준석의 생각이 나에게 좀더 그럴싸 하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정우님 역시 부정선거론이 좀더 그럴싸 하다 여기는 거겠지요. 100% 확신만 안하면, 답정너 상태를 벗어날 수 있고, 상대방을향한 극단주의적인 배척이나 증오혐오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나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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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o Lee
박정미 네 충분히 공감합니다. 좀 지켜보죠. 투 다이나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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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o Lee
수군작 잘 살펴 보겠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계속 좋은 연구 글 부탁드립니다.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
사전선거 없애고
투표지 분류기 없애고
투표소 현장개표하면
부정선거론 없어진다는데,
장담하는데 뭘해도
부정선거론은 안없어진다.
약간 줄어들순 있겠지만.
부정선거론은 믿음과 종교의 영역이기 때문에.
우주선 계속 쏘아댄다고 달착륙 조작설이 안없어지고
위성에서 동그란 지구를 찍어도 지구가 평평하다 믿는 이가
안없어지는것과 같은 이치다.
부정선거론의 실체적 원인인 극단적 진영화와 상호불신이
팽배한 사회에 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못하는 인문부재도 한 몫하고.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잘못나온다.
- 점심 먹으러 나서기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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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태 and 216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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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새벽
음모론은 어떤 이유를 들어서래도 끝없이 이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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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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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의 후손인 대한민국 후손들은
항상 무조건 반대와 억지 부정주장을 합니다.
누가 정권을 잡던지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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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숙
의처증남편은 어찌해도 마누라 못믿죠.
그래도 일정이상 요구를 들어줘버리면 멋모르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은 좀 제자리 찾지 않겠나 싶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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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제성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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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용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워낙 빈번합니다. 부정선거의 실체가 밝혀지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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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용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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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Young Oh
초기에 저런 조치를 했으면 지금 같은 확산은 막았을텐데 이제는 소용없죠. 이미 믿는 사람들에겐 백약이 무효. 그래도 이제라도 더 번지는 걸 막는 의미는 있을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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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gbok Lee
선거주무장관이 행안부장관인데, 온갖 사퇴압박속에서 이상민은 충암파로 윤정부 출범부터 12.3까지 함께했는데 자기 심복(?)도 못 믿으면 누구를 신뢰한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죠. 왜 이상민은 계속 끼고 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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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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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선거만은 철저한 관리나 없애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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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태
의처증, 의부증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에 저도 동의합니다. 뭐든지 의심하겠다고 작정하면 한도 끝도 없이 영원히 의심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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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태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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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실
부정선거론 자들은 거의
병적으로 대화 자체가 안된다
부정선거에 빠지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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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의도
사전투표만 없애면ᆢ
사실 투표는 같은 조건에서 이뤄져야 하는 원칙을 고수해야 합니다ᆢ그런데 사전투표는 그걸 정면으로 위반하는ᆢ사전투표 후 후보의 비리나 찬사가 달라지는 걸 다 아시잖아요ᆢ다른 조건에서 투표해 같이 개표하는 건 넌센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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