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프라하의 소녀시대>와 <대단한 책>로 알려진 작가의 실화 소설. 스탈린 시대에 실존했던 무용천재 올가의 가혹했던 삶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파헤친 추리소설이다. 소설의 틀은 추리형식이지만 올가와 스탈린 시대를 견딘 자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역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60년, 시마는 체코의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무용천재에 독특한 반어법으로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는 무용교사 올가 모리소브나가 있다. 시마는 올가에게 금새 매료된다. 그러나 늘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올가.
30년이 흐른 뒤, 러,일 동시통역사가 된 시마는 모스크바로 가 올가의 반생애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녀가 스탈린 치하 ‘알제리’수용소의 생존자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기억의 문이 하나씩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삶의 실상이 강렬하게 그려지기 시작한다.
1960년, 시마는 체코의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무용천재에 독특한 반어법으로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는 무용교사 올가 모리소브나가 있다. 시마는 올가에게 금새 매료된다. 그러나 늘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올가.
30년이 흐른 뒤, 러,일 동시통역사가 된 시마는 모스크바로 가 올가의 반생애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녀가 스탈린 치하 ‘알제리’수용소의 생존자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기억의 문이 하나씩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삶의 실상이 강렬하게 그려지기 시작한다.
목차
- 올가의 반어법
- 대담|‘반어법’이 풍부한 세계로부터
- 해설|여성 도스토예프스키의 탄생
- 옮긴이의 말
- 참고문헌
책속에서&밑줄긋기
한편, 인문계나 예술계 등 수용소에는 필요하지 않는 교육을 받은 여자들은 고생이 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점토벽돌 만들기에 동원되었다. 점토와 건초를 섞어서 맨발로 충분히 반죽한 다음 나무틀에 흘려 넣어서 볕 좋은 곳에 운반을 한다. 그리고 틀 안에서...+ 더보기
카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시마의 젖은 얼굴을 닦아주었다. 시마도 카챠에게 똑같이 했다.
"일본어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듯 싱싱한 미인'이라는 말이 있어. 관능적인 매력이 넘치는 여자를 보고 하는 말이야."
"하하하, 우리도 기껏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100쪽
"일본어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듯 싱싱한 미인'이라는 말이 있어. 관능적인 매력이 넘치는 여자를 보고 하는 말이야."
"하하하, 우리도 기껏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100쪽
"아아, 신이시여! 이거야말로 신이 내려주신 천성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거기 수려한 용모의 신동이여! 나는 감동에 겨워서 떨림이 멈추지를 않는구나."
카챠와 시마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봈다. 올가 모리소브나의 반어법이다. 쉰 목소리와 인토네이션도 똑같았다. R도 프랑스어처럼 가래가 섞인 것 같은 R이었다. 기세등등하고 어딘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올가의 욕설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떴다. 지아와 핏줄은 연결되어 있을 리가 없지만, 틀림없이 올가의 딸이라고 시마는 생각했다.
올가의 모든 것이 반어법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희극을 연기하는 것 같은 의상과 화장, 그리고 언동은 그 뒷면에 있는 참혹한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걸까.
"뭐? 다시 한 번 말해보렴, 거기 있는 천재 소년이여! 제 생각에는......이라고! 흥, 칠면조도 생각은 참신하단다. 하지만 결국 수프 국물이 되어버렸지만. 알았니?"
또다시 들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에 깨달았다. 올가 모리소브나의 반어법은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더 것이 아니라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을......-429쪽
카챠와 시마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봈다. 올가 모리소브나의 반어법이다. 쉰 목소리와 인토네이션도 똑같았다. R도 프랑스어처럼 가래가 섞인 것 같은 R이었다. 기세등등하고 어딘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올가의 욕설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떴다. 지아와 핏줄은 연결되어 있을 리가 없지만, 틀림없이 올가의 딸이라고 시마는 생각했다.
올가의 모든 것이 반어법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희극을 연기하는 것 같은 의상과 화장, 그리고 언동은 그 뒷면에 있는 참혹한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던 걸까.
"뭐? 다시 한 번 말해보렴, 거기 있는 천재 소년이여! 제 생각에는......이라고! 흥, 칠면조도 생각은 참신하단다. 하지만 결국 수프 국물이 되어버렸지만. 알았니?"
또다시 들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에 깨달았다. 올가 모리소브나의 반어법은 비극을 호소하고 있었더 것이 아니라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을......-429쪽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러시아어 번역을 생업으로 하는 히로세 시마. 1960년대 초,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녔던 그녀의 뇌리에 동구권 ‘해빙’ 뒤, 한 늙은 무용교사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오랜 상처처럼 욱신거린다. 재학 시절 어느 날, 올가 앞에, 살집이 좋은 커다란 남자가 스쳐지나가다가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시마와 그녀의 어린 친구들은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나이를 알 수 없는 발레교사 올가 모리소브나의 정체는 무엇이었던 걸까. 소비에트 붕괴를 거쳐 이미 마흔을 넘긴 시마는 그 진실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스크바로 날아가서, 아카이브에서 자료를 찾고, 어린 시절의 친구와 재회를 하며, 올가의 놀라운 운명을 모조리 알게 된다. ……올가가 경기를 일으키던 ‘알제리’를 의미하는 이 러시아어가 올가의 가혹한 운명을 뜻하는 ‘강제수용소’를 가리키는 약칭이었음이 밝혀진다.
Editor Blog
짧은 명절, 긴 재미- 외국어/만화 MD 김세진 l 2008-09-04
짧은 명절, 긴 재미짧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 어쩐지 기분 업되는 추석, 책 없이 보내기 허전하시죠? 어지간한 영화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 다섯 권을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소비에트를 경험한 일본작가, 요네하라 마리가 되살려낸 스탈린시대의 기억
―문제적인 역사소설
<요미우리 문학상> <고단샤 에세이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에세이스트로 명성을 떨친 러?일 동시통역사 요네하라 마리의 소설이 출간됐다. 일본의 대표적 여성지식인인 마리는 1960년대 공산당 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에 거주했던 어린 시절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와 소설을 집필해왔다. 또 2005년 건강악화로 은퇴하기 전까지 러시아 주요인사가 방일할 때마다 수행 통역하는 일류 동시통역사로 활약하면서 국제정세와 각국의 문화 차이에 관해 새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에도 이미,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 재학시절을 애틋하게 그린 『프라하의 소녀시대』와 다독가로서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단한 책』 등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올가의 반어법』 역시 요네하라 마리의 자전적 경험을 소재 삼아, 스탈린시대를 무대로 가혹한 삶을 산 무용천재 올가의 인생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구성한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의 틀을 가져왔지만 주인공 올가는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의 실존했던 인물이자 스탈린시대를 견딘 자들에 대한 알레고리이기에 문제적인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여성 도스토예프스키의 탄생’(가에야마 구니오龜山郁夫, 도쿄외국어대학 학장)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 소설은 2003년 제13회 <분카무라 두마고상文村ドゥマゴ文學賞>을 수상하였다.
무용천재 올가의 베일에 싸인 인생, 그녀의 진실은 무엇인가
1960년, 체코의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 들어간 ‘시마’는 무용교사 올가 모리소브나에게 매료된다. 나이는 들었지만 무용천재에, 자신만의 독특한 반어법을 자랑하는 올가. 탁한 목소리로 ‘거세 돼지는 암컷 돼지에 올라탄 다음 생각한다’(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뜻), ‘도대체 언제쯤이면 알겠니! 자기 불알보다 높이는 날 수 없는 법이야!’ 등 냉소적인 유머와 독설로 가득한 반어법으로,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는 그녀의 솜씨는 천하일품이다. 하지만 늘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올가는 존재 자체로 거대한 수수께끼다.
소비에트 학교를 졸업한 30여 년 뒤, 러?일 동시통역사가 된 시마는 마침내 모스크바로 날아가 올가의 반생애를 거슬러 올라간다. 대담한 반어법을 구사했지만 유독 ‘알제리’라는 말에는 창백해지곤 했던 올가. 그녀는 놀랍게도 스탈린 치하 ‘알제리’ 수용소(북아프리카의 구 프랑스 식민지와는 무관하다)의 생존자였고, 기억의 문이 하나씩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잔혹한 삶의 실상은 그야말로 강렬하다. 『올가의 반어법』은 스탈린 치하에서 숙청, 가족과의 생이별, 혹독한 추위, 굶주림 등 무자비한 시대적 폭력에 시달렸던 자들에 대한 애정과, 지배 권력에 대한 분노를 생생히 그리고 있다. 또한 곤핍한 삶 가운데에서도 서로를 다독이는 끈질긴 생명력과 인간의 존엄함을 이어가는 인물들은 독자들을 압도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여자들이 낮 동안의 노동으로 녹초가 된 몸을 딱딱한 침대에 눕히는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서 부드러운 알토 소리가 들렸다.……그 뒤로는 매일 밤, 모두 기억 속에 있는 책을 생각해내고 소리를 내며 이렇다 저렇다 서로 보완하면서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비참한 상황에 빠져있던 우리가 안나 카타리나를 동정해서 눈물을 흘리고 일리야 일프와 예브게니 페트로프의 <열두 개의 의자>에 우스워서 뒤집어졌다면 믿기지 않을 거예요.” (230쪽)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설에 시종일관 유머를 안겨주는 ‘올가의 반어법’이다. 그것이 단순한 독설이 아니라 권력자들로부터 올가 자신과 수용자들을 지키던 무기였으므로. 여성 수감자들을 강간하려는 고위 관리에 맞서 ‘흥, 그 출렁거리는 지방은 서지 않을 텐데. 거세 돼지인 주제에 허세를 부리지 말라구. ……아아, 더러워! 거세 돼지가 올라타느니 총살되는 게 낫겠어’라고 대거리하는 장면, ‘욕설과 함께 권력과 권위에 순종하지 않는 삶을 배웠다’는 올가의 회상 장면은 이 소설의 ‘반어법’이 가진 의미를 명료히 보여준다. 가에야마 구니오의 지적처럼 올가의 반어법은 ‘그들의 양심이 은밀히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의지처였으며, 그 작고 뾰족한 혀끝이야말로 전능한 스탈린 권력이 죽을 만큼 싫어하고 무서워했던 힘’이었다.
추리소설 구성, 개인사와 현대사를 교차시키는 다큐멘터리
대개 자기고백적인 형식을 취하는 ‘수용소 문학’과는 달리 이 소설은 여느 추리소설 못지않은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볼쇼이 극장, 볼쇼이 발레 학교 등이 위치한 모스크바 거리를 헤매며, 소녀시절 동경했던 한 인물의 과거를 성인이 되어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형식은 소설 말미에 인물들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시종일관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그리고 이 미스터리 형식이 배경으로 하는 교차하는 세 개의 시공간―시마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현대(1992년)의 모스크바, 올가가 발레교사로 활약하는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 재학 시절(1960년대), 올가의 모든 것을 앗아간 스탈린시대(1930~1940년대)―은 때로 겹치고 흩어지며 시간적, 공간적 깊이와 풍부한 입체감을 더한다. 그것은 주인공 ‘시마’의 개인사와 ‘올가’의 현대사를 촘촘히 교차시켜 개인의 삶에 아로새겨진 역사를 재현하려는 작가의 고민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용소 소설이 결국 ‘사실史實’의 추체험에만 그친다면 소설로서 지닌 생명력은 쉽게 말라버렸을 것이다. 여기서 요네하라 마리가 사용한 방법은 새롭다. 눈물과 웃음으로 가득 찬 이 소설을 단순히 미스터리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철저히 아카이브 자료에 천착했다. 책 말미에 수록한 참고문헌의 다양한 자료들은 그녀가 역사학자 이상으로 스탈린시대의 기록에 매달렸음을 짐작케 한다. 기록뿐 아니라 직접 수용소 생존자, 갈리나 예브게니에브나 스테파노바(소설에도 등장한다)를 취재하는 열정 또한 철저한 기록으로 시대를 증언하려는 마리만의 미덕이다.
추리소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는 『올가의 반어법』는 새로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스타일의 수용소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문제적인 역사소설
<요미우리 문학상> <고단샤 에세이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에세이스트로 명성을 떨친 러?일 동시통역사 요네하라 마리의 소설이 출간됐다. 일본의 대표적 여성지식인인 마리는 1960년대 공산당 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에 거주했던 어린 시절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와 소설을 집필해왔다. 또 2005년 건강악화로 은퇴하기 전까지 러시아 주요인사가 방일할 때마다 수행 통역하는 일류 동시통역사로 활약하면서 국제정세와 각국의 문화 차이에 관해 새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에도 이미,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 재학시절을 애틋하게 그린 『프라하의 소녀시대』와 다독가로서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단한 책』 등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올가의 반어법』 역시 요네하라 마리의 자전적 경험을 소재 삼아, 스탈린시대를 무대로 가혹한 삶을 산 무용천재 올가의 인생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구성한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의 틀을 가져왔지만 주인공 올가는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의 실존했던 인물이자 스탈린시대를 견딘 자들에 대한 알레고리이기에 문제적인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여성 도스토예프스키의 탄생’(가에야마 구니오龜山郁夫, 도쿄외국어대학 학장)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 소설은 2003년 제13회 <분카무라 두마고상文村ドゥマゴ文學賞>을 수상하였다.
무용천재 올가의 베일에 싸인 인생, 그녀의 진실은 무엇인가
1960년, 체코의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 들어간 ‘시마’는 무용교사 올가 모리소브나에게 매료된다. 나이는 들었지만 무용천재에, 자신만의 독특한 반어법을 자랑하는 올가. 탁한 목소리로 ‘거세 돼지는 암컷 돼지에 올라탄 다음 생각한다’(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뜻), ‘도대체 언제쯤이면 알겠니! 자기 불알보다 높이는 날 수 없는 법이야!’ 등 냉소적인 유머와 독설로 가득한 반어법으로,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는 그녀의 솜씨는 천하일품이다. 하지만 늘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올가는 존재 자체로 거대한 수수께끼다.
소비에트 학교를 졸업한 30여 년 뒤, 러?일 동시통역사가 된 시마는 마침내 모스크바로 날아가 올가의 반생애를 거슬러 올라간다. 대담한 반어법을 구사했지만 유독 ‘알제리’라는 말에는 창백해지곤 했던 올가. 그녀는 놀랍게도 스탈린 치하 ‘알제리’ 수용소(북아프리카의 구 프랑스 식민지와는 무관하다)의 생존자였고, 기억의 문이 하나씩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잔혹한 삶의 실상은 그야말로 강렬하다. 『올가의 반어법』은 스탈린 치하에서 숙청, 가족과의 생이별, 혹독한 추위, 굶주림 등 무자비한 시대적 폭력에 시달렸던 자들에 대한 애정과, 지배 권력에 대한 분노를 생생히 그리고 있다. 또한 곤핍한 삶 가운데에서도 서로를 다독이는 끈질긴 생명력과 인간의 존엄함을 이어가는 인물들은 독자들을 압도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여자들이 낮 동안의 노동으로 녹초가 된 몸을 딱딱한 침대에 눕히는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서 부드러운 알토 소리가 들렸다.……그 뒤로는 매일 밤, 모두 기억 속에 있는 책을 생각해내고 소리를 내며 이렇다 저렇다 서로 보완하면서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비참한 상황에 빠져있던 우리가 안나 카타리나를 동정해서 눈물을 흘리고 일리야 일프와 예브게니 페트로프의 <열두 개의 의자>에 우스워서 뒤집어졌다면 믿기지 않을 거예요.” (230쪽)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설에 시종일관 유머를 안겨주는 ‘올가의 반어법’이다. 그것이 단순한 독설이 아니라 권력자들로부터 올가 자신과 수용자들을 지키던 무기였으므로. 여성 수감자들을 강간하려는 고위 관리에 맞서 ‘흥, 그 출렁거리는 지방은 서지 않을 텐데. 거세 돼지인 주제에 허세를 부리지 말라구. ……아아, 더러워! 거세 돼지가 올라타느니 총살되는 게 낫겠어’라고 대거리하는 장면, ‘욕설과 함께 권력과 권위에 순종하지 않는 삶을 배웠다’는 올가의 회상 장면은 이 소설의 ‘반어법’이 가진 의미를 명료히 보여준다. 가에야마 구니오의 지적처럼 올가의 반어법은 ‘그들의 양심이 은밀히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의지처였으며, 그 작고 뾰족한 혀끝이야말로 전능한 스탈린 권력이 죽을 만큼 싫어하고 무서워했던 힘’이었다.
추리소설 구성, 개인사와 현대사를 교차시키는 다큐멘터리
대개 자기고백적인 형식을 취하는 ‘수용소 문학’과는 달리 이 소설은 여느 추리소설 못지않은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볼쇼이 극장, 볼쇼이 발레 학교 등이 위치한 모스크바 거리를 헤매며, 소녀시절 동경했던 한 인물의 과거를 성인이 되어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형식은 소설 말미에 인물들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시종일관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그리고 이 미스터리 형식이 배경으로 하는 교차하는 세 개의 시공간―시마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현대(1992년)의 모스크바, 올가가 발레교사로 활약하는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 재학 시절(1960년대), 올가의 모든 것을 앗아간 스탈린시대(1930~1940년대)―은 때로 겹치고 흩어지며 시간적, 공간적 깊이와 풍부한 입체감을 더한다. 그것은 주인공 ‘시마’의 개인사와 ‘올가’의 현대사를 촘촘히 교차시켜 개인의 삶에 아로새겨진 역사를 재현하려는 작가의 고민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용소 소설이 결국 ‘사실史實’의 추체험에만 그친다면 소설로서 지닌 생명력은 쉽게 말라버렸을 것이다. 여기서 요네하라 마리가 사용한 방법은 새롭다. 눈물과 웃음으로 가득 찬 이 소설을 단순히 미스터리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철저히 아카이브 자료에 천착했다. 책 말미에 수록한 참고문헌의 다양한 자료들은 그녀가 역사학자 이상으로 스탈린시대의 기록에 매달렸음을 짐작케 한다. 기록뿐 아니라 직접 수용소 생존자, 갈리나 예브게니에브나 스테파노바(소설에도 등장한다)를 취재하는 열정 또한 철저한 기록으로 시대를 증언하려는 마리만의 미덕이다.
추리소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는 『올가의 반어법』는 새로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스타일의 수용소 문학이라 할 수 있다.
100자평(5편)
라훌라
- 20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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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 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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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A
- 201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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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
- 20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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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vha25
- 201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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