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5
알라딘: 화산도 1~12 세트 - 전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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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도 1~12 세트 - 전12권
김석범(저자) | 김환기(역자) | 김학동(역자) | 보고사 | 2015-10-16 | 원제 火山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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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170,000원
판매가 161,500원 (5%, 8,500원 할인) | 무이자 할부
5488쪽 | 223*152mm (A5신) | 7683g | ISBN : 9791155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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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2만 2천 장, 20여 년에 걸친 집필 끝에 완성된 재일조선인작가 김석범의 노작으로, 연재 중이었던 1983년에 아사히신문 오사라기 지로상을 수상했고, 단행본은 1998년 마이니치 예술상을 수상했다. 소설의 전반부는 80년대 후반에 우리말로 옮겨진 바 있으나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화산도>의 진면목을 궁금해 했던 독자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소장인 김환기 교수의 번역으로 최초 완역판 <화산도>가 출간됐다.
<화산도>는 제주 4.3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1948년 2월 말부터 이듬해인 1949년 6월 제주 빨치산들의 무장봉기가 완전히 진압될 때까지의 해방직후 혼란스러운 정국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의 주요 무대는 제주도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서울과 목포뿐만 아니라 오사카와 교토, 도쿄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빨치산들의 무장투쟁 자금의 유입 경로, 재일동포들의 실상과 일본공산당과의 관계 등이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일각에 알려진 것과 달리 김석범의 <화산도>는 제주의 문제만을 다루지 않았으며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좇는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이 소설은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민중의 슬픈 역사를 애도하는 장중한 진혼곡이자, 야만적인 폭력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존엄 평화를 외치는 작품이다.
조선총독부의 일장기 대신 내걸린 서울 미군정청의 성조기는 내려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왜 저기에 성조기 깃대가 계속 서 있는 것일까? 저건 태극기가 아니고 성조기가 틀림없나? 아니, 성조기로 보이는 건 내 착각일 것이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비현실적인 감각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_<화산도> 1
우리말이 서툰 이 노인이 국수주의와 멸공의 깃발을 치켜들고 민족과 국토를 양분하는 선거를 치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점령군 군법회의에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사형 또는 기타의 형벌에 처한다. 이방근의 뇌리에 맥아더 포고문 제2호의 결말 분분이 떠올랐다. _<화산도> 2
난 전쟁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실제로 전쟁터에 끌려가 옥쇄를 각오한 자가 아니면,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어리석은지를 모르는 법이지요. 무엇 때문에 모두들 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뭡니까, 지금 강 선생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제주도에서 무장봉기가 시작된다, 즉 무기를 손에 들고 적과 싸운다니까, 그것도 일종의 전쟁입니다. _<화산도> 3
무장봉기…, 음, 무장봉기란 말이지…. 무장봉기는 장구벌레가 들끓는 물을 마시고, 조밥과 고구마를, 아니 조와 고구마 줄기로 죽을 쑤어 먹는 섬사람들이 일으키는 것이다. 그들은 여차할 때 들고 일어난다. 매일같이 낮잠을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일어난다.
_<화산도> 4
해방된 지 3년, 이렇게 많은 자기 민족의 유혈과 시체를 초석으로 삼으면서 무슨 정부 수립이고 건국 축전입니까. 아니지요, 원래 괴뢰정권이라는 게 그런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해방이고 나발이고, 패전국인 일본과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후 민주주의 같은 것은 이 나라와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자력으로 독립과 해방을 달성한 것이 아닙니다. _<화산도> 5
서울로 이주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본적을 제주도에서 본토로 바꾸어 자신의 고향 땅과 작별을 고하고, 유려한 서울말을 익혀서-이방근은 이에 대해 구역질을 느꼈지만- 변신한다. 제주도가 본적이어서는 ‘입신출세’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_<화산도> 6
넌 ‘친일파’ 아버지를 둔 걸 불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일제 때 생활을 백 퍼센트 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친일이라면 친일이 아닌 사람이 없을 게다. 이 작은 섬에서 무슨 친일이냐. 큰 악은 서울 같은 육지에 있는 게다. _<화산도> 7
산은 우리들의 해방 지구, 제주 해방의 기지이고, 미래의 조선 혁명에 있어 제주도의 근거지입니다. 그곳으로, 한라산의 품 안에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 그제야 안심이 돼요. 평지에 있으면 부자유스럽고 숨이 막혀 임무가 끝나면 서둘러 산으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_<화산도> 8
우리 제주도민은 빨갱이이고, 빨갱이는 인간이 아니니 죽여도 된다는 무책임한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정부의 고관이나 현지의 토벌부대 사령관 중에는, 가솔린을 섬 전체 여기저기에 뿌리고 불을 질러 30만 도민이 전멸해도, 대한민국의 존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 놈도 있습니다. _<화산도> 9
그래, 자네의 말처럼 화평의 길은 이미 닫혀 있어. 결론부터 먼저 말하지. 산중의 게릴라 전원을 조직적으로 섬에서 탈출시키는 길…. 게릴라 토벌전이 장기화됨으로써, 적에게도 사상자가 나오기 마련이니, 탈출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어느 정도의 정치적 타협이 생길 여지도 있으니까.
_<화산도> 10
금고에서 권총을 꺼낸 황동성이, 필요하다…면 주겠다는 것을 거절하면서도, 만약 권총이 자신의 것이 된다면 이것이 홀로 걸어 다닐 것 같은, 순간 어디에선가 왠지 엄청난 일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_<화산도> 11
언젠가 장래에, 네 생일과 4월 3일에 대해 이야기하겠지. 4월 3일이 결코 저주받은 날이 아니었다는 것을. 30년 후, 이 불행한 민족과 나라 위에 행복이 있을까. 아아, 형님, 저는 이틀 먼저, 4월 3일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 그런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_<화산도> 12
우카이 사토시 (히토쓰바시 대 교수)
: 우리는 역사를 알고 있는가? <화산도>에서 들려오는 이 물음은, 4.3 사건에 입회할 수 없었던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인 동시에, 이질적인 많은 타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타자들”에게는 일본인 독자가, 재일조선인 독자가, 그러나 또한 그 시대를 살았던, 그리고 그 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남북한 모든 민중이, 그리고 결코 이 책의 독자일 수 없는 제주도 4.3 사건 당사자인 희생자 분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너무나 이질적인 시간을 살아온, 굉장히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동거하는, 참으로 그런 의미에서 있을 수 없고 불가능한 ‘우리’이다. <화산도>는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지, ‘역사’와 이야기는 어떻게 다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화산도> 전권의 한국어 번역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 및 동아시아에 있어, 아마도 최대의 문화 사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카모토 아쓰시 (도쿄 이와나미서점 대표이사)
: <화산도>가 일본 전후문학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 있어서도 유례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민족상잔과 내전에 이르는 비극의 한국 현대사가 일본어로 쓰여졌다는 점이다. 일본어란 일본 식민지 지배에 의해 조선인을 강요된 말이다. 김석범 선생님을 시작으로 재일(在日) 작가나 시인들은 애당초 민족 언어로 쓸지, “적”의 언어인 일본어로 쓸지 논쟁하였고, 깊은 갈등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선택에 의해 일본인은 제주도를 무대로 하는, 해방직후의 정치적 대립이나 투쟁 모습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아가는 조선인의 모습-식사나 부모 자식 관계, 제사, 문화, 연애, 우정, 용기 등을 읽을 수 있었다. 한편, “4.3 사건” 그 자체를 터부시하여, 오랫동안 이야기 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한국에서는 이 작품은 결코 쓸 수도, 발표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의 완역 출간은 참으로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5년 10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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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석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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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 2017년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최근작 : <1945년 여름>,<까마귀의 죽음>,<화산도 1~12 세트 - 전12권> … 총 15종 (모두보기)
소개 :
1925년 오사카(大板)에서 태어난 김석범은 평생에 걸쳐 ‘제주 4·3 사건’에 관련된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 그는 18세인 1943년에 제주도에서 일 년여 머물며 의기투합한 청년들과 조선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1945년 3월에는 중국으로 탈출해서 임수정부를 찾아간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 오사카로 돌아가야 했다. 해방 후인 1946년에도 그는 서울로 돌아와 국학자 정인보 선생이 설립한 국학전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사카로 밀항한 뒤, 40년이 넘는 세월 ...
역자 : 김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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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아르헨티나 Argentina 코리안 문학 선집 세트 - 전2권>,<브라질 Brazil 코리안 문학 선집 세트 - 전2권>,<아르헨티나 Argentina 코리안 문학 선집 : 시.수필> … 총 24종 (모두보기)
소개 :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현) 동국대학교 교수/동국대일본학연구소 소장
<시가 나오야>, <재일 디아스포라 문학>, <브라질(Brazil) 코리안 문학 선집>,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혼종성’과 초국가주의」 외 다수.
역자 : 김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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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장혁주의 문학과 민족의 굴레>,<재일조선인 문학과 민족>,<장혁주의 일본어 작품과 민족> … 총 18종 (모두보기)
소개 : 일본 호세이(法政)대학 일본문학과 졸업
(현) 동국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연구원/공주대학교 출강
<재일조선인문학과 민족>, <장혁주의 일본어작품과 민족>, <한일 내셔널리즘의 해체>(역서), 「김석범의 한글 <화산도>론」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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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제주 4.3 평화상 수상 작가
일본 마이니치(每日) 예술상 수상작
아사히신문 오사라기지로(大佛次郞)상 수상작
신경숙 사태 이후 한국문학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깊어진 지금,
문단문학의 협소함을 압도하는
한민족 문학의 최대 문제작 김석범의 <화산도>를 만나자.
“재일 조선인 작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 자신 속에 각인된 식민지성,
이른바 부(負)의 각인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_김석범, 「‘在日’의 思想」(1981) 중에서
신경숙 사태 이후 한국 현대 문학을 향한 독자들의 실망과 환멸이 깊다. 오늘날 한국 문학의 갱신을 고대하는 독자들에게 문단문학의 비루한 굴레를 압도하는 한민족 문학 최대 문제작 <화산도>를 소개한다. <화산도>는 원고지 2만 2천 장, 20여 년에 걸친 집필 끝에 완성된 재일작가 김석범의 노작으로, 연재 중이었던 1983년에 아사히신문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상을 수상했고, 단행본은 1998년 마이니치(每日) 예술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의 전반부는 80년대 후반에 우리말로 옮겨진 바 있으나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화산도>의 진면목을 궁금해 했던 독자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소장인 김환기 교수의 번역으로 최초 완역판 <화산도>가 출간됐다.
폭력적 탄압에 의해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
해방 정국의 혼란한 상황을 재조명하는 시대의 증언록
“살육자들이 승리자가 되어 서울로 개선한 뒤,
폐허가 된 광야를 건너는 바람 속에 허무는 있는가?
섬을 뒤덮은 시체가 허무를 부정한다.
죽음의 폐허에 허무는 없는 것이다.”
<화산도>는 제주 4.3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1948년 2월 말부터 이듬해인 1949년 6월 제주 빨치산들의 무장봉기가 완전히 진압될 때까지의 해방직후 혼란스러운 정국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의 주요 무대는 제주도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서울과 목포뿐만 아니라 오사카와 교토, 도쿄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빨치산들의 무장투쟁 자금의 유입 경로, 재일동포들의 실상과 일본공산당과의 관계 등이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이방근은 독립 운동가였으나 전향을 약속하고 병보석으로 출옥한 인물로, 해방 후에도 친일파가 반공의 기치를 내걸고 득세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이방근은 북한의 공산주의 정권에 대해서도 새로운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세력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친일파 세력과 서북 청년단의 잔혹한 탄압에 맞서 저항하기 위해선 그들을 지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대와 달리 제주 빨치산의 무계획적이고 무모한 활동은 수많은 제주 민중을 희생시키고 이방근은 더 깊은 허무와 절망감에 빠진다. 빨치산과 서북청년단, 친일파 경찰이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의 지옥도에서 이방근 역시 사람을 죽이게 된다. 친일파이자 제주 민중을 탄압하는 일에 앞장 선 유달현과 정세용을 처단한 것이다. 이방근은 그들과 친척과 친구 사이였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은 타인을 죽이기 전에 자살한다.”는 소신을 깨뜨린 이방근은 끝내 자살을 선택한다.
일각에 알려진 것과 달리 김석범의 <화산도>는 제주의 문제만을 다루지 않았으며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좇는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이 소설은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민중의 슬픈 역사를 애도하는 장중한 진혼곡이자, 야만적인 폭력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존엄 평화를 외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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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글
1997년 김석범은 ‘필생의 역작’인 <화산도>를 완성했다. 작품이 비록 일본어로 쓰여지긴 했으나 한국/한국인/한국사회의 정서를 충실하게 담았을 뿐만 아니라 재일 디아스포라라는 특별한 위치에서 일구어낸 소중한 문학적 소산으로서, 특히 [4.3]과 맞물린 격동기 해방정국을 형상화한 역작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4.3]이란 무엇인가. 이 사건은 해방정국에서 전개되고 있던 냉전구도에 대한 제주 민중의 저항이었고, 분단의 비극적 현실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 선연한 폭력의 기억이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우리에게 남겨진 이 역사의 부채는 사건의 진실을 통해서만이 비극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 앞에 던진다. 작가는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을 대신해서 말하는, 역사의 수많은 하위주체들에게 강요된 침묵과 억압당한 생채기들을 활성화하는 존재이다.
저 고요하고 평화로운 지금의 제주 바다와, 그 너머로 탄식과 폭력 속에 놓인 절망과 극한 슬픔들로 얼룩진 과거의 잊혀진 기억은 결코 둘이 아니다. 폭력의 기억을 불러내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것이다. 위로받지 못한 정령들을 불러내어 그들의 슬픔과 좌절에 귀 기울이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직면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의 내막을 헤아림으로써 폭력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이렇게 사회적 역사적 성찰을 구조화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개량의 신화에 걸맞은 작가의 역할이자 문학 본연의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이 ‘인간 기록의 가장 세밀한 보고서’로 일컬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맥락에서 <화산도>는 한국소설계에서 거둔 값진 소산들과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성좌와도 같이 조밀하게 구성된 각계각층의 인물들이나 시공간의 넓이는 비록 [4.3]을 전후로 이삼 년에 불과한 시간대이지만, 이 시공간은 결코 제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본과 한반도 본토, 제주에 이르는 공간적 배경에다, 인물들이 맥동하는 신구 세대의 긴장/대립은, 단순한 갈등구도를 넘어 구 식민세대와 해방이후 세대의 대립과 갈등으로 확산되고, 다시 분단의 냉전구도와 통일을 열망하는 구도로 재배치된다.
<화산도>에서 접하게 되는, 하층민으로부터 사회 상층부에 이르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성찬은 부엌이로부터 이방근을 거쳐 당대의 정치가, 변호사, 재력가, 군인, 경찰에 이르는 각계각층에 걸쳐 있다. 이러한 특정/불특정 인물군의 생생한 현장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서사구조야말로 <화산도>가 가진 특장이 아닐 수 없다.
<화산도>는 서장과 27장에 걸친 이야기, 마무리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흥미로운 구성은 화산섬인 제주의 공간적 특징(한라산)을 염두에 둔 듯, 서장-전개.위기.절정(1-27장)-종장의 형식과 건축학적 구도 안에는 [4.3]으로 치달아가는 아득한 높이와 깊이를 갖춘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인상적이다. 작가 특유의 간접화법과 직접화법이 뒤섞인, 그래서 인물의 결곡한 의식과 섬세한 관찰이 혼연일체를 이루며 역사적 개인들의 단단한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작품의 내용을 일별해 보면, 시대적으로는 1948년 전후 해방정국의 격동기를 배경 삼고, 공간적으로는 제주도-목포-광주-대전-서울-부산의 육로와 해로, 일본의 홋카이도-도쿄-교토-오사카-고베를 잇는 한반도 바깥의 육로와 해로를 아우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치이념적으로는 한반도(특히 제주도)에서 반목했던 남북한/좌우익의 갈등/대립과 함께, <제주4.3사건>을 둘러싼 군경-미군-무장대-제주도민 사이의 사상/무력충돌을 전면화하면서도, 유엔의 단독선거 결정과 남북분단, 이승만 정권의 등장과 함께 일제강점기 친일파 세력이 재기하는 사회현실만이 아니라 여수순천반란사건 등의 극한적 대립양상도 잘 형상화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으로는 당대 한반도에 존속해온 봉건적인 가부장제, 경제자본, 해외유학, 신세대의 결혼관/자유연애 등등, 해방 직후 제주도의 생태학적 문화지리를 깊이 있게 부조해 내고 있어서, 해방정국의 정치경제의 현실만 담아냈다는 선입견을 정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화산도>는 사회역사, 민속종교, 통신교통, 의식주와 교육에 이르는, 당대의 정치역사성, 사회문화적 지점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한, 작가 자신에게는 필생의 역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하기에 <화산도>는 민족의 자화상이자 디아스포라 소설, 저항/고발문학, 세계문학, 국가/자기중심적인 세계에 대한 안티테제의 역할과 기능을 포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자 원고지 2만 2천여 매라는 분량도 그러하지만, 1965년부터 시작된 창작의 여정은 30여 년에 걸쳐 언어와 발표매체를 달리하며 이어져 왔고, 마침내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는 오늘 모국어의 외피를 입고 한국의 독자들 앞에 등장했다. 전쟁과 폭력을 기억하는 것은 평화를 위한 것이다. 이 방대한 노작(역사/휴먼 드라마)을 관통하는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것은 <평화를 위한 진혼곡>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 간 <화산도>의 저 아득한 말들의 성찬 속을 헤매었다. 그러나 이 귀한 만남을 통해 읽고 연구하는 차원을 넘어, 김석범 작가의 두터운 신뢰와 격려 속에 난산을 거듭하며 겨우 번역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원고 번역을 탈고할 즈음 <화산도>가 2015년 <제주4.3평화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엄청난 분량의 원고에 담긴 작가의 마음과 노력을 모두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역자의 책임이다. 작가가 이룬 필생의 작업이 한국문학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질정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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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3편
제주 나무야!나무야! ㅣ 2017-09-01 ㅣ 공감(1) ㅣ 댓글 (0)진실은 밝혀져야 한다.외로운 섬, 제주가 살육의 현장이 되었다.친일파가 서북이 제주를 피로 물들였다.모든 채널은 차단된 고립된 섬에서 사람이 사람을 학살한다.왜?광기가 살육을 부르는 그 현장에서 외친다.왜?김석범 선생이 외친다.이방근이, 남승지가, 양준오가 외친다.왜 사람이 사람을,같은 민족이 민족을…친일청산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모두가 읽기를 소망한다!
[마이리뷰] 화산도 1~12 세트 - 전12권 쉽싸리 ㅣ 2016-04-02 ㅣ 공감(7) ㅣ 댓글 (2)김석범 선생 [화산도]를 다 읽었다.마지막 권은 아껴서 하루 수십여장씩 밖에 읽지 않았다. 이런 경험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일반적인 쪽수론 스무권에 달하는 규모의 소설인데 두 달정도 걸린게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내일이 4.3 이다. 4.3은 폭동, 반란, 사건, 사태, 항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 왔다. [화산도]는 그 모든것을 아우르려한 작품으로 보인다.죽어간 모든 영혼들이 구천과 저승에서 편안해지길......
2015년 ‘올해의 책‘-화산도 파란여우 ㅣ 2015-12-11 ㅣ 공감(13) ㅣ 댓글 (0)
“‘재일(在日)’이었고, ‘재일(在日)’이고, ‘재일(在日)’이어야 했던” 아흔 살 작가가 이십년 동안 혼혈을 다해 제주 4·3 항쟁을 씨줄로, 사상과 해방을 날줄로 삼아 왁달박달 언죽번죽하며 완악한 자들이 지배하는 오늘을 한 치 어긋남 없이 재현한 뜨겁게 끓어오르는 검질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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