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3

'종군위안부' 쓴 노라 옥자 켈러 "한일간 위안부 회담 모욕적"

'종군위안부' 쓴 노라 옥자 켈러 "한일간 위안부 회담 모욕적"

'종군위안부' 쓴 노라 옥자 켈러 "한일간 위안부 회담 모
욕적"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5-24 17:53 송고  |  2017-05-25 10:59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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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comfort woman)라는 단어는 알았어도 정확한 의미는 몰랐는데 1993년
하와이대에 일본군 위안부였던 한인 여성이 강연을 와서 그것을 듣고는 큰 충격
을 받았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미군부대 주변의 '양공주' 등 한국 근현대사에서 희생된 여성들을
작품에 담아온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노라 옥자 켈러(52)가 24일 오후 서울 광화
문 교보빌딩 대산문화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작품에 담
게 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한
켈러는 1997년 발표한 '종군위안부'(Comfort Woman)로 그해 전미도서상과 엘리엇
케이즈상을 휩쓸며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후 2002년에는 1960~70년대 한국
의 미군 기지 인근에 사는 두 소녀가 매춘으로 유입되는 과정을 담은 '여우 소녀'(Fo
x Girl)를 발표해 2003년 하와이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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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러는 "20만 여성이 끌려간 것으로 추정되는 위안부 문제를 한국문화를 어느 정
도 안다고 생각한 나도 전혀 몰랐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면서 "더 자세히 알기 위
해 인터넷을 검색해도 아무 자료도 나오지 않아 '한 세대가 어떻게 이 일을 모를
수 있나' '어떻게 (여태까지) 이들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이가 없었나'하고 화가 났
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단편을 주로 써온 켈러는 "내가 과연 이렇게 큰 주제를 다룰 자
격이 있는가"하고 주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안부 여성들을 더 취재해가면서 단
편 '모국어'를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편 '종군위안부'를 완성하는 등 한발 한발
나아갔다.
그는 위안부문제 관련해 2015년 12월 말 이뤄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서도
"굉장히 유감스러우며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가 일본
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을 정확히 인정하지 않고 법적
배상도 아닌 한국정부가 세운 재단에 10억엔(약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은
또 한번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많은
일본군의 증언이 있는데 이를(군의 책임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모
욕적인 일"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모두의 예상을 꺾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한국은
평화적인 촛불집회로 정권을 교체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를
둔 켈러에게 두 변화를 지켜본 소감을 묻자 "애당초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 충
격"이라면서 "그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트럼프가 후보로서 그리고
지금 대통령으로서 말하는 '미국 우선' '미국은 위대하다'는 미국이 가야 할 바람직
한 방향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한국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이뤄지는데
미국은 종종 폭력사태로 번진다"면서 트럼프 당선으로 촉발한 미국의 시위와 정
치상황을 우려했다.  
하와이의 명문 고등학교의 글쓰기 교사이기도 한 켈러는 "컴퓨터나 휴대폰의 '스
크린' 때문에 사람들의 읽기와 쓰기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몇 년 전 학생들이 전자책으로 책을 봐도 되냐고 해 '괜찮다'고 했는데 몇 년 사이
학생들이 점점 읽고 쓰는 것을 어려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종이에 줄을 쳐가며 읽는 것과 스크린을 통해 글을 읽는 것의 집중력의 차이가
큰 것 같다"면서 "글을 손으로 쓰지도 않아 이제 아이들은 필기체 영어도 못 읽는
다. 손과 눈을 이용해 종이로 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글 읽기와 쓰기의 '정
수'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의 작품 '종군위안부'는 위안부로 일했던 여성과 그의 딸을 주인공으로 해서 '트
라우마'가 어떻게 대를 이어 전달되는지 그리고 있다. 특히 위안부 생활을 한 여성
이 막사를 탈출하고 그 경험의 참혹함 때문에 결국 무당이 되는 등 강렬한 이야기
와 시적 표현이 특징이다.
"나는 (위안부를 다룬) 이 소설이 두 가지 방식으로 읽히기를 원했습니다. 주인공
의 엄마가 겪은 신체적인 고통이 영적인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
어요. 그리고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도 직접 보았는데 그들(무당) 대부분 여성인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무당처럼) 세상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현실의 세계와 영적 세계 속의 주인공의 모습을 둘 다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서울국제문학포럼은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
자'라는 주제로 25일까지 3일간 열린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
예비치와 르 클레지오를 포함, 10개국에서 외국 작가 13명과 김애란, 장강명 등
국내 작가 50여 명이 참석했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에는 '세계화 시대의 문학' '다매체 시대의 문학' '작가와 시장'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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