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3

종군위안부 | 성균관대학교 오거서

종군위안부 | 성균관대학교 오거서

종군위안부
노라 옥자 켈러 밀알 1997/08/08
노라 옥자 켈러의 『종군 위안부』는 구술사 방식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자인 순효(아키코)의 이야기와 순효의 딸인 베카
(백합)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종군위안부』에서는 하와이 이주여성인 순효가 인종적 층위와 섹슈얼리티의 층위에서 어떤
식으로 타자화되고, 그녀의 목소리가 억압이 되는지 잘 드러난다. 또한 그녀는 샤머니즘적 방식으로 그녀의 타자화와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샤머니즘적 방식-젠더의 권력 관계 ‘문명-비문명’의 구도에서 피지배 위치에 있는-인 빙의와 굿, 제사는
순효가 타국에서 고국의 정신을 지키는 수단이다. 빙의와 제사는 순효의 딸인 베카에게 전승되며 순효의 정신 또한 베카에게
이어지며, 그녀의 목소리는 끝나지 않는다. 푸코적 젠더의 정의를 통해 ‘지배-피지배’의 구도가 소설 내에서 어떻게 형성되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이주 여성인 순효에게 억압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녀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며 그녀의 자손인
베카에게 전승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젠더의 지배 구도에 따른 억압은 목소리의 전승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순효는 열두 살이 되던 해 큰 언니 순자의 결혼지참금 마련을 위해 일본군 위안소로 팔려간다. 순효는 ‘아키코41’이라는
이름을 물려받고, 끝없이 쏟아지는 군인들에게 성착취를 당한다. 가까스로 위안소를 탈출하여 천국과 지상 맨톨라툼과 성냥
회사 건물의 선교원에 도착하여 선교사들에게 돌봄을 받지만, 그녀를 욕정하는 선교사 브래들리와 결혼을 하게 되고, 미국으로
하와이로 떠나 이주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순효는 인종적 층위에서 ‘식민-식민지배’의 구조와 ‘동양-서양’의 구조에서
조선인으로서, 아시아인으로서 타자화되고, 섹슈얼리티 층위에서 ‘남성-여성’의 구조에서 타자화되고 억압된다.
먼저 ‘식민-식민지배’의 구조에서, 일본인들이 ‘선천적으로 지배당하게끔 타고난 식민지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려하는 시도와
‘인종들 간의 진화론적 차이와 생물학적 기벽으로 인해 한 인종의 여자들은 너무 순순하고 다른 인종의 여자들은 너무나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말’에서 조선인은 사회진화론적 측면에서 비문명화되어있어 식민 지배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며, 조선인
여성들은 생물학적으로 문란하기에 일본군 위안부로서 착취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이 나타난다. 이것은 다만 인종적 층위뿐만
아니라 섹슈얼리티의 층위에서의 타자화와 억압이 나타나지만, 인종적 층위의 억압과 타자화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순효를 비롯한 위안소로 끌려온 여성들은 일본 군인들에게 봉사하는 데 필요한 말 이외에는 어떤 말을 알아 들어서도 안되고
어떤 말도 하지 못하도록 억압받았다. 일본의 우생학적 관점에서 식민 지배와 여성의 성착취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일본인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타자화된 것이다. 순효는 위안소를
탈출하는 것으로서 육체적 지배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여전히 정신은 위안소에서의 지배와 억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모습을 종종 보인다. 표면적으로 ‘식민-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선교원으로의 탈출과 선교사 브래들리와의 결혼은
‘동양-서양’ 구도의 지배 관계와 ‘여성-남성’의 지배 관계를 고착화시키는 방면으로 나아간다.
‘동양-서양’의 구도에서 순효의 한국적 가치, 샤머니즘적 가치인 굿과 제사, 빙의를 ‘마녀’와 같은 것으로 치환하는 서양
기독교 지배 가치의 억압이 나타난다. 또한 아시아인의 다양한 인종 구성을 중국인 혹은 일본인으로 단순히 환원하고,
아시아인은 불쌍한, 누군가 돌봐줘야 하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이 나타난다. 사실 선교사 브래들리의 구원과 기도는 한 인간
존재의 생명을 살리는 방향이 아닌, 한 여인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투영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그는 ‘하느님의
말씀’, ‘신이 나에게 이 아이를 구원하라고, 어린 양을 인도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들먹이며, 전쟁의 피해를 입은 동양의 여자
아이를 자신이 구원하는 행위라고 정당화하는데, 이는 동양인을 계몽시켜야 하는 존재로 그리는 서양 제국주의의 하나로서도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순효가 선교원에 흘러 들어오는 과정에서도 ‘동양-서양’의 지배 관계에 의한 타자화를 발견할 수 있다.
만신 아지매는 순효를 선교사에게 데려가며 굿은 ‘악마의 방식’이기 때문에 더는 할 수 없고, ‘기독교식 구원’을 받아야하고,
순효를 맡긴 댓가로 얼마의 돈을 지불받는다. 순효의 거취는 만신 아지매 혹은 선교사에 의해 정해지며, 거취를 정하는 과정에서
순효는 물질화되며, 샤머니즘의 방식은 비문명화된 방식으로 환원된다. 돈에 의해 인간이 물질화가 되는 원리는 서양의
제국주의의 힘의 논리가 미국으로 넘어가며 신제국주의가 형성되면서 자본주의에 의해 새로운 ‘지배-피지배’의 구조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쉽고, 너무 싸고, 너무 쉽게 채워지는’ 미국에서 순효는 남편인 브래들리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올라가는데 그곳에서 ‘이 나라에서 어떠한 얼굴도, 어떠한 자리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화려한
자본주의 산물은 지배계급의 위치에 있는 미국인들의 소유물이지 이민자인 순효에게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은 것임을
드러낸다. 미국에서 순효는 특히 이민자로서의 타자화를 많이 겪게 된다. 순효가 휴게소에서 다른 여자의 음식을 훔쳐 먹었을 때
‘불쌍한 어린 일본 고아’로 인식된다거나 브래들리 여사의 집을 방문했을 때 ‘중국인들은 모두 그렇게 작나요? 정말 귀엽군요!
영어 할 줄 알아요?’ 라며 순효의 외모의 동양적인 모습만 보고 함부로 중국인으로 치부하고, 친밀함을 가장하고 동양인의
서양인과 다른 외모와 언어 능력의 차이를 평가한다. 제국주의에서 계몽을 가장한 침탈을 자행한 것처럼, 신제국주의는
친절함과 개방성을 표방한 채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은 기회를 은닉한다. 브래들리와의 결혼을 통해 순효는 ‘기독교인으로,
부인으로, 미국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말하지만, 순효는 단 한 순간도 한국인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신제국주의에 의한 지배 관계는 베카와 순효의 하와이에서의 삶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베카는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데, 동양적인 특징이 묻어나는 외모, 가난, 굿을 하는 어머니 순효가 요인이었을 것이다. ‘동양-서양’의
지배 구조에서 촉발된 신제국주의는 순효와 베카 모녀에게 ‘빈곤-부유’의 피지배 관계를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여성-남성’ 섹슈얼리티의 억압과 피지배 관계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성착취를 당하는 동안, 브래들리와의 결혼 생활 속에서
순효는 타자화되어 갔다. 앞서 인종적 층위의 타자화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군은 조선인 여성을 성적으로 문란한, 성적
쾌락을 즐기는 여성이며, 사람이 아닌 ‘새로운 음부’로 대상화한다. 이는 강간을 여성의 성적 욕망이나 성적 쾌락에서 비롯된
성관계로 치환하고, 여성의 성적 쾌락은 문란한 것, 통제되고 억압 받아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여성 섹슈얼리티의 억압이 현현히
드러난다. 또한 순효의 남편 브래들리는 순효가 ‘열 여덟 살 어른’이기 때문에 자신과의 결혼을 선택할 수 있고, ‘순진해
보이지만 그렇게 능숙하게 행동하는’ 순효의 태도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브래들리는 순효에게 ‘부인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고,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자 육체의 구원자’ 이며, ‘어린아이를 낳으면 신성’해질 것이라며 성관계를
강제적으로 이끌어 가면서도 쾌감을 느끼는 순효에게 ‘성욕은 죄’라고 설교한다. 남성의 성적 욕망을 촉발하는 것은 문란한
여성이며, 결혼을 통해 여성은 남성에 의해 육체적 구원을 받을 수 있고, 출산하는 것으로 여성의 역할과 의무를 모두 다 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여성 섹슈얼리티의 억압이 드러난다. 덧붙여, 여성의 성적 욕망과 쾌락을 ‘죄’라고 단정하면서 여성은 성적
욕망과 쾌락을 느끼면 안 되는 존재로서 억압하고 타자화하고 있는 것이다. 순효가 일본군 위안소에서 ‘사서 팔린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브래들리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며 ‘사악한 말’을 하는 순효를 교화시켜야하며, 그녀는 ‘창녀’이며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수치는 베카에게 돌아갈 것이니 침묵해야만 한다고 억압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순효는 강의 노래를 부르며 먼저 떠난 영혼들, 용선 귀신을 위해 울어주고, 자신의 몸을 빌려 이야기를
전해주고, 제사를 지낸다. 순효가 죽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위해 울어주는 것은 영혼들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의식이며, 의식의 주체는 순효에게서 베카로 전승된다. 육체는 타국의 땅을 밟고 있지만 영혼은 고국의 땅으로
돌려보내는 의식은 순효가 자신의 정신을 지키고 생존하는 방식이었으며 자연의 매개의 역할을 한다. ‘강의 노래’는 순효가 바리
공주처럼 엄마의 떠도는 영혼을 구출하는 이정표이자, 일본 군인들의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정신을 지킨 인덕의 영혼을
분리시켜 고향으로 보내주는 여행자의 역할을 한다. 순효는 결혼을 하며 한국을 떠나갈 때, 딸을 임신했을 때 흙을 맛보며
고국의 땅이 자신의 육체에 정신에 깃들어 영혼이 육체를 벗어날 때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였다. 순효는 베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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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강물에 씻겨 베카의 영혼이 날아가면 물을 따라 원래의 장소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베카의 피는 순효의 피를 물려받아
신령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고 그들을 위해 울어줄 운명을 짊어지게 될 것을 알려준다. 순효는 베카의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적인 방식으로 백일 상을 차려주고, 백일 떡을 돌리고 우유와 치즈와 같은 ‘살’이 아닌 ‘신령’의 것만 먹게 한다. 순효의
어머니의 동그란 머리와 개띠 자리의 우성을 공유하는 베카는 순효의 어머니가 순효에게 남긴 것과 같이 보관함을 통해 자신의
핏줄을 확인하고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인다. 베카는 죽은 자들을 위해 대신 울어줄 것을 약속하고, 강을 따라 그들의 영혼이
원래 그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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