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월성을 걷는 시간
김별아 (지은이)해냄출판사2022-10-25
종이책의
미리보기
입니다.
전자책정가
10,680원
Sales Point : 15
10.0 100자평(6)리뷰(13)
종이책 페이지수 : 272쪽
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20만 부가 넘게 판매된 베스트셀러『미실』의 김별아 작가가 ‘제대로’ 경주를 만나기 위해, 2019년부터 경주 월성과 그 주변 지역을 답사하고 취재했다. 색공지신이었던 여인 미실을 중심으로 신라 왕실의 권력 암투를 그린 작품의 작가가 그 주요무대였던 신라 왕성 월성의 발굴현장을 실제로 걷고 기록한 만큼, 독특한 시각과 문학적 감수성이 어우러져 경주 답사기의 새로운 획을 긋는다.
김별아 작가는 우선 ‘천년을 잠들어 있던 도시’ 월성을 좀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문헌을 추적하여 역사적 맥락을 살피고, 발굴 작업 등에 관련된 이들을 인터뷰한다. 이어 월성 안에서 발견된 유물을 중심으로 ‘시간을 더듬어 신라인들의 삶의 흔적’에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아가 불국사와 문무대왕릉까지 월성 밖으로 시야를 확장해 월성의 주인인 신라의 지배계층이 꿈꾸었던 세상과 이념, 흥망성쇠를 다룬다.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현장 발굴 자료들이 소설가의 상상력과 감칠맛 나는 문장을 통해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았던 경주와 신라의 역사가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목차
프롤로그|천년 왕성, 월성의 모든 시간
1장 천년을 잠들어 있던 도시
처음 만난 월성, 다시 만난 월성 조심스레 얼굴을 드러낸 역사의 속살
정치의 무대, 권력의 각축장 문헌 속의 월성 1 『삼국사기』
신비와 이적이 난무하는 고대 판타지 문헌 속의 월성 2 『삼국유사』와 『화랑세기』
폐허를 노래하다 문학과 월성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세요! 월성이랑과 월성 걷기
⚫ 건물이 무너지면 짓고 또 지었던, 신라 사람들의 삶의 터전
이종훈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소장 인터뷰
2장 시간을 더듬어 만난 삶의 흔적 _월성 안의 이야기
성벽 아래 묻힌 두 구의 시신 월성의 미스터리
새끼손가락만 한 이방인 월성에서 발견된 토우, 원성왕릉, 그리고 처용
신라인의 밥상을 찾아서 월성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월성, 흐르다 신라인들의 생명줄 경주 하천
아, 신라의 밤이여! 풍류의 밤, 밤의 월성
연못에서 쏟아져 나온 신라 동궁과 월지 1
마침내 물 밖으로 나온 보물들 동궁과 월지 2
신라 시대의 술 게임 동궁과 월지 3
천년 전의 전염병과 화장실 동궁과 월지 4
⚫ “온종일 건지는 것 하나 없이 흙만 팔지라도” 권세규 월성 발굴 작업반장 인터뷰
3장 신라, 무엇을 꿈꾸었던가 _월성 밖의 이야기
망자의 집을 찾아서 왕릉, 월성의 주인들이 묻힌 곳
믿음의 길,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 월성의 주인들이 꿈꾼 세상
황룡사지, 폐허에 서다 화려했던 왕실의 위엄과 자존심
진정한 왕의 길, 영웅의 길 감은사지에서 대왕암까지
개의 이빨처럼 맞물려 있던 시절 신라・고구려・백제 왕성 비교
권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엿보다 진평왕릉과 명활산성을 걸으며
사랑하는 만큼 기억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존재한 신라와 월성
에필로그|다시, 경주
접기
책속에서
기원전 57년부터 기원후 935년까지 992년 동안 한반도 동쪽과 남쪽 지방을 통치했던 고대국가 신라는 서라벌-경주라는 빛나는 도읍과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서라벌 사람들, 그중에서도 왕국의 주인인 왕족들은 첨성대에서 별을 보고, 석굴암과 불국사에서 기도하고, 죽어 대릉원에 묻혔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서 살았을까?
신라의 천년 왕성은 월성(月城)이다. 월성은 파사이사금 때인 101년부터 신라가 멸망한 935년까지 834년 동안 신라의 궁성이었다. 56대 왕들 중 왕궁 건설을 직접 주도했지만 오래 거주하지는 못한 5대 파사이사금을 제외하면 6대 지마왕부터 56대 경순왕까지 50명의 왕이 살았던 곳이자 통치의 정청(政廳)이었으며 왕조 국가 신라의 중심이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접기
“월성? 그게 대체 어디야?”
월성을 취재하러 간다고 말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나름 식자들이고 경주 여행도 여러 차례 했건만 월성은 잘 모르고, 알아도 역사책에서나 읽었다고 했다. 그들에게 어떻게 월성을 알릴 수 있을까?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의 숫자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것들이 빠르게 지워지는 경조부박한 세상에서 무엇으로 잠시나마 천년의 시간을 돌이키게 할 수 있을까.
―<1장 천년을 잠들어 있는 도시_처음 만난 월성, 다시 만난 월성> 중에서 접기
‘월성이랑’을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은 수학여행이나 소풍 등 현장체험학습으로 월성을 찾는 초중고 학생이다. 아무런 흥미를 못 느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가끔은 해설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역덕(역사 덕후)’도 있다.
해설자들은 얄팍한 흥미를 끌기 위해 공수표를 남발하지 않는다. 10년쯤 지나 어른이 되어 다시 와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일 수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다만 약간의 희망을 품은 채로, 혹시 관심이 있다면 관련 학문을 전공해서 월성에서 일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해 준다. 그렇다. 월성은 이미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왔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할 테니까.
이성문 연구원은 마지막 한마디를 전했다.
“오래 걸릴 거니까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 월성 해설자로서 웃으며 덧붙였다.
“월성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세요!”
―<1장 천년을 잠들어 있는 도시_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세요> 중에서 접기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럼에도 쌓으면 무너진다. 무너지면 다시 쌓는다.
이처럼 도저한 불가항력 앞에서 고대인들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통해 이루려 한다. 토지의 신이든 물과 바람의 신이든 어떤 신령에게든 희생 제물을 바쳐 애써 쌓아올린 성벽과 다리와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간절한 만큼 치열했고, 처절한 만큼 끔찍한 사람 기둥의 설화가 월성 성벽 발굴을 통해 국내 최초로 확인되었다.
―<2장 시간을 더듬어 만난 삶의 흔적_성벽 아래 묻힌 두 구의 시신> 중에서 접기
버려진 안압지에는 잡초들이 무성했고 가운데 물이 얼마간 고여 있을 뿐이었다. 서북쪽으로는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었고 동쪽에 자리한 임해정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놀았다. 동쪽으로는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뒤쪽으로 정식 술집은 아니지만 막걸리도 팔고 안주도 파는 민가가 있었다. 연못이 있고 정자가 있으니 꼼짝없이 유원지로 여겨졌던 것인지, 지금 동궁과 월지 매표소 건너편 자리에도 삶은 달걀이며 과자며 소주를 파는 장사가 있었다고 한다.
빛나는 삼한 통합의 증거, 월성이 펼친 너른 날개는 그렇게 세월 속에 잠겨 있었다. 안압지 준설 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연못에 흙이 두껍게 퇴적되어 있어서 물이 깊지 않으니까 양수기로 물을 퍼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물을 빼노라니 붕어 같은 물고기들이 많이 나와서 일부 큰 고기는 불국사 연못에 넣고 일부는 인부들이 집에 가져갔는데 고기 한 마리가 지게에 짊어지고 갈 정도로 컸다는 ‘썰’이 있다. 그러니 버려진 연못 안압지 전체가 그토록 정교한 호안석축으로 둘러싸여 있을 거라고 그 누가 생각했을까?
―<2장 시간을 더듬어 만난 삶의 흔적_연못에서 쏟아져 나온 신라> 중에서 접기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별아 (지은이)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실천문학》에「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기 사회 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 내려간『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을 발표했고,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 후 장편소설『영영이별 영이별』『논개』『열애』『가미가제 독고다이』『백범, 거대한 슬픔』등을 발표하고 ‘조선 여성 3부작’으로『채홍(彩虹: 무지개)』『불의 ... 더보기
수상 : 2018년 허균문학작가상, 2005년 세계문학상
최근작 : <월성을 걷는 시간>,<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큰글자책] 그래도 행복해지기 > … 총 9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생생해지기를!”
베스트셀러『미실』의 작가 김별아가 신라 천년을 지켜온 왕성이자 작품의 주요 무대였던
경주 월성을 걷고 느끼며 기록하다
발걸음을 늦추고 상상력의 보폭을 넓혀 다시 만나는 경주 그리고 신라
“다시 천년을 걷다!”
조심스럽게 속살을 드러낸 ‘천년 왕성’ 월성의 발굴 현장과
월성 안과 밖의 유적지를 눈으로 보고 발로 밟으며
거대하고 아득한 시간의 흔적에 다가가다
해마다 관광객이 10퍼센트 이상 증가하고 한해 방문객 수만 1,270만 명이(2019년 기준) 넘는 도시 경주.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 유적 도시로서 수학여행의 단골코스이자, 힙한 황리단길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경주가 품고 있는 역사와 공간적 의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20만 부가 넘게 판매된 베스트셀러『미실』의 김별아 작가가 ‘제대로’ 경주를 만나기 위해, 2019년부터 경주 월성과 그 주변 지역을 답사하고 취재하여 신작 산문집『월성을 걷는 시간』을 펴냈다. 2019년부터《경북매일신문》에 약 1년간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답사와 보충을 거쳐 완성하였다. 색공지신이었던 여인 미실을 중심으로 신라 왕실의 권력 암투를 그린 작품의 작가가 그 주요무대였던 신라 왕성 월성의 발굴현장을 실제로 걷고 기록한 만큼, 독특한 시각과 문학적 감수성이 어우러져 경주 답사기의 새로운 획을 긋는다.
월성, 건물이 무너지면 짓고 또 지었던 신라 사람들의 삶의 터전
역사와 시간, 사람에 대한 예의를 생각케 하며 경주 답사기의 새로운 획을 긋다!
월성은 파사이사금 때인 101년부터 신라가 패망한 935년까지 천년 신라를 지켜온 왕성으로 오늘날 경주 인왕동 지역에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모양이 초승달 모양을 닮아 월성, 반월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신라 패망 이후 서서히 흔적이 지워지며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1910년대 일본 고고학자들에 의해 성벽과 주변 상태가 확인되었고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시굴 조사를 통해 해자의 존재와 건물지 여부가 확인되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1985년부터 2010년까지 3기에 걸쳐 발굴 조사를 진행하던 중, 2007~2008년 최초의 전면적 지하 레이더 탐사를 통해 생생한 유구의 존재가 드러났다. 2014년 12월 이후 월성 내부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진행되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대 신라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신라의 경제, 문화, 정치는 월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역사상 도읍이 바뀌지 않고 무려 800년가량 유지된 왕성은 유례가 없는 것임에도, 월정의 존재와 가치를 아는 제대로 이가 드물다. 그렇기에 본격적인 월성 발굴과 복원은 단순한 인기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생생히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으로서 경주를 재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어왔다.
김별아 작가는 우선 ‘천년을 잠들어 있던 도시’ 월성을 좀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문헌을 추적하여 역사적 맥락을 살피고(1장), 발굴 작업 등에 관련된 이들을 인터뷰한다. 이어 월성 안에서 발견된 유물을 중심으로 ‘시간을 더듬어 신라인들의 삶의 흔적’에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간다(2장). 나아가 불국사와 문무대왕릉까지 월성 밖으로 시야를 확장해 월성의 주인인 신라의 지배계층이 꿈꾸었던 세상과 이념, 흥망성쇠를 다룬다(3장).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현장 발굴 자료들이 소설가의 상상력과 감칠맛 나는 문장을 통해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았던 경주와 신라의 역사가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배움과 상상력이 함께하는 시간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인간의 삶을 성찰하다
작가는『삼국사기』를 통해 신라 시대 역병의 창궐에 대해 더듬어보고 깔끔쟁이 신라인들의 면모가 보이는 ‘수세식 화장실’을 답사하며 코로나19로 몸살을 않는 오늘 우리와의 동질성을 떠올린다. 이방인의 복색을 한 왕릉을 지키는 석상과 토우들을 통해 이민족을 존중하며 공생했던 신라인들의 포용정신을 21세기 대한민국으로 소환하기도 한다. 또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과 박목월이 처음 만나 우정을 나눈 곳이자 김동리의 자랑이기도 했던 문학도시 경주의 서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완벽한 폐허 황룡사지가 탄생한 내력, 동해바다에 자신을 수장하여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한 문무대왕의 기개, 개의 이빨처럼 맞물려 있던 삼국의 팽팽한 투쟁까지 월성 밖으로 확장된 시선에는 ‘천년 왕국’ 신라 왕들의 고뇌와 신념이 포착된다.
무엇보다 저자는 현재진행형인 월성 및 경주의 발굴 현장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된 이들의 목소리와 그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버려진 연못 안압지가 월성의 확장을 증거하는 ‘동궁과 월지’로 밝혀지는 과정, 2017년 월성 성벽 부근에서 발굴되어 모두를 놀라게 한 인골과 인신공양의 미스터리는 여러 번을 읽어도 흥미롭다. 이를 통해 과거를 되살리는 발굴 및 복원 관계자들의 분투와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경주 사람들의 열정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월성의 발굴 현장은 비록 푸른 ‘갑빠’로 덮여 있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삶 속에서 개방되어 살아 숨쉰다.
‘월성을 걷는 시간’은 결국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방대하고 거대한 신라의 역사를 만나는 일을 ‘코끼리 더듬기’에 비유한다.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이지만,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생생하게 체험해 보길 당부한다. 그 중심에 바로 월성이 있음을 강조하며.
이 책은 경주를 여행하고 공부하려는 이들로 하여금 좀더 깊고 다채롭게 그 시간과 공간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나아가 놀라운 역사적 사실들과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함으로써 항상 우리 곁에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경주의 비밀을 푸는 또 하나의 열쇠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접기
====
읽었어요 (17)
이 책 어때요?
평점
분포
10.0
경주 월성의 역사적 흔적을 따라가 보게 된다.
깐도리 2022-09-01 공감 (3) 댓글 (0)
Thanks to
공감
소설가 김별아가 천년 왕성 월성에서 걷고 느끼고 적어나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지금껏 잠자고 있던 우리의 유산이 이제 막 깨어나는 느낌으로 생동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카일라스 2022-09-03 공감 (3) 댓글 (0)
Thanks to
공감
경주 월성, 천년 전 역사를 새롭게 마주했네요~
오즐 2022-09-04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우리가 알고 있는 신라와 서라벌은 코끼리 코 만지기와 비슷하다며, 작가는 신라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기 위해서는 월성을 빼고는 신라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남아 있는 문헌과 현재까지의 발굴조사, 사람과 상상력을 통해 그동안 잠들어 있던 월성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책끌 2022-09-03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경주 월성의 역사를 따라 걷는 시간이었습니다 :) 너무 좋은 에세이를 만나다
오키도키 2022-09-03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더보기
마이리뷰
구매자 (0)
전체 (13)
리뷰쓰기
공감순
월성을 걷는 시간
물론 여전히 황량하다. 아직은 적막하다. 하지만 겨울의 동토가 이미 봄의 생명을 품고 있듯 한때 이곳에서 융성했던 왕조의 비밀이 발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27-)
'월성이랑'을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은 수학여행이나 소풍 등 현장 체험학습으로 월성을 찾는 초중고 학생이다. 아무런 흥미를 못 느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가끔은 해설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역덕(역사덕후)'도 있다. (-71-)
달 뜨는 시간에 모여 남산 일대를 둘러보는 사단 법인 경주 남산 연구소의 '경주 남산달빛기행' 도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개최되는데 참가비는 무료다. 달빛에 비친 바위 부처님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홀리 holy' 해서 없던 신심마저 돋아날 듯하다. (-136-)
경주에 가거든 문무완의 위적을 찾으라. 구경거리의 경주로 쏘다니지 말고 문무왕의 정신을 기려보아라. 태종 무열왕의 위업과 김유신의 훈공이 크지 않음이 아니나 이것은 문헌에서도 우리가 가질 수 있지만, 문무왕의 위대한 정신이야말로 경주의 위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니, 경주에 가거들랑 모름지기 이 문무왕의 유적을 찾으라. (-223-)
소설 『미실』, 그리고 『논개 』 로 널리 알려진 역사 덕후이자 작가 김별아 작가의 에세이 『월성을 걷는 시간 』 이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시대를 지나, 나당연합으로 서서히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트리고 삼국 통일을 꾀한 통일신라는 이후 후백제의 왕 견휜에게 먹히게 되었으며, 서서히 나라의 기틀이 무너지게 되었다. 한 왕조가 사라지면, 그 왕조의 수도는 폐허가 되곤 한다. 백제의 문화와 역사와 영광이 신라에 의해 무너졌듯이 통일 신라의 영광 또한 신라의 수도와 함께 사장되고 말았다. 우리가 알고 있느 화랑도는 그 당시엔 쓰여지지 않는 단어였다.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면,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황리단길, 그리고 최부잣집을 가는 것에 그치는 우리의 보편화된 여행이, 월성 앞에서는 머뭇 거리게 된다. 그건 월성이 신라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볼품없는 폐허인 채, 터로서 현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고고학자가 투입된다. 과거의 오랜 역사를 더듬어서 고고학자의 두 손에 의지하여, 시간과 공간의 독특한 역사적 흔적을 재현 회복하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경주 첨성대 주변에 가면 거대한 신라의 진공 이자 성골의 왕릉이 있다. 그러나 월성에 대한 기억은 현존하지 않는다. 막연하게 신라의 왕은 거대하고, 웅장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책에는 초라하게 서 있는 왕릉 하나가 보여지고 있었다. 관리조차 되지 않은 그 왕릉의 모습이 신라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신라에 대해서, 역사의 도시 경주에 대해서 좀 더 알고자 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 구석구석 두 발로 걸어가면서, 그 흔적을 찾아야 한다. 두 손과 두 발이 바쁘면,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이뻐지게 된다. 그것이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되고, 새로운 시선으로 경주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접기
깐도리 2022-09-01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
월성을 걷는 시간 김별아 에세이
같은 장소라도 누가 가느냐가 이렇게 다르게 다가온다.
'경주 월성을 가다'라는 글 앞에 '소설가 김별아'라고 적혀있으니, '아, 이 책 읽어봐야겠다!'로 마음이 동한다.
그런데 월성이 어디지?
프롤로그에 보면, 경주를 찾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첨성대와 불국사와 석굴암은 알아도 월성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창 시절 배웠던 역사 교과서에도 없었고, 월성지는 실제로 천년이 넘도록 궁성의 흔적조차 없이 완벽한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호기심이 생겨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었다.
베스트셀러 『미실』의 작가 김별아가 그 주요 무대였던 경주 월성을 걷고 느끼며 기록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 『월성을 걷는 시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별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선 여성 3부작'으로 『채홍』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내는 등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 『미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를 다룬 『탄실』, 조선 뒷골목의 살인 사건에 세밀한 상상을 더한 『구월의 살인』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과 산문집을 다수 출간했다. 2016년 의암주논개상, 2018년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프롤로그는 박목월의 「사향가 思鄕歌」로 시작한다.
밤차를 타면
아침에 내린다.
아아 경주역.
이처럼
막막한 지역에서
하룻밤을 가면
그 안존하고 잔잔한
영혼의 나라에 이르는 것을.
천년을
한가락 미소로 풀어버리고
이슬 자욱한 풀밭으로
맨발로 다니는
그 나라
백성. 고향사람들.
_박목월, 「사향가思鄕歌」 중에서 (프롤로그 4~5쪽)
목월의 시 「사향가」가 수록된 시집이 출간된 1959년 무렵에는 서울에서 경주까지 하룻밤을 새워 달리는 야간열차가 있었다는데, 밤기차로 꼬박 달려 새벽에 닿은 경주역은 어떤 풍경이었을지 궁금해하는 저자의 말에 나는 이제야 그곳을 궁금해한다.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대릉원……. 수학여행지이거나 관광지로 만난 경주의 첫인상은 맥락 없이 나열되어 기억 속에 흩어져 있기 일쑤다. (8쪽)
나에게도 그랬다. 수학여행을 가서 여기저기 끌려다니듯 수동적으로 돌아다녀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곳을 '언제 한 번 다시 가야지' 생각했다가, 그 생각마저 잊고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 신라의 천년 왕성 월성을 이야기하니 무척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천년 잠들어 있던 문화재 발굴하듯 조심스럽게, 비밀의 문을 열 듯이 두근거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천년 왕성, 월성의 모든 시간'을 시작으로, 1장 '천년을 잠들어 있던 도시', 2장 '시간을 더듬어 만난 삶의 흔적_월성 안의 이야기', 3장 '신라, 무엇을 꿈꾸었던가_월성 밖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다시, 경주'로 마무리된다.
일러두기에 보면, 이 책은 2019년 《경북매일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 <월성을 걷는 시간>을 토대로 수정 보완하여 구성하였으며, 본문에 소개되는 『삼국유사』 『삼국사기』의 내용들은 한국사데이터베이스를 참고로 작성하였다고 언급한다.
신라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첫날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오직 두 발로 월성을 걸어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길을 건너자마자 불쑥 나타난 고분은 마총과 금관총을 포함한 노서리 고분군이었다. 거기서 길을 건너면 동남쪽으로 천마총과 황남대총으로 유명한 대릉원이 자리하고, 대릉원에서 길을 따라 가면 첨성대 그리고 계림이 나타난다.
이때부터는 발걸음을 늦추고 상상력의 보폭을 넓혀야 한다. 천 년 전, 천오백 년 전 그때의 사람들처럼 천진하게 혹은 위엄 있게 주위를 둘러본다. 월성 입구에서 3, 400미터 앞쯤에는 오뚝하고 어여쁜 첨성대가 하늘을 향해 머리를 열고 있다. (22쪽)
아, 기억난다. 아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나도 걸으면서 그곳을 둘러보았는데, 경주에 가봤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희미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그곳에 직접 가서 걷고 있는 것처럼 읽어나갔다.
오히려 직접 가는 것보다 이 책으로 접한 것이 훨씬 실감 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직접 가더라도 나에게는 안 보이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르니까.
특히 전혀 모르던 것이 아니라, 얼핏 알던 것들이 조각조각 맞춰지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니 읽는 맛이 있다.
깊이 우려낸 육수 맛을 맛보는 듯, 그렇게 이 책을 음미하며 읽어나간다. 천천히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낯선 월성이 한껏 가까워진다. 그저 월성이라는 이름이 왜 붙여진 것인지부터 하나씩 호기심을 채워간다.
월성은 말 그대로 성의 모양새가 초승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월성을 찍은 위성 사진을 보면 낫 같기도 하고 눈썹 같기도 한 초승달 모양새가 선명하다. (37쪽)
열흘 붉은 꽃은 없다던가? 천년은 영화, 그리고 다시 천년은 폐허였다. 신라의 패망으로 더 이상 왕성일 수 없는 월성은 고려의 지배 하에 300여 년 동안 방치된 채 잊혔다. 한때 '황금의 나라'의 왕궁으로서 휘황했던 궁궐은 햇빛과 눈비와 바람과 이슬에 바래고 삭아갔다. 아니, 아무리 그렇대도 어쩌자고 흔적조차 말끔히 사라졌단 말인가? (51쪽)
이 책은 월성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읽어나가게 된다. 옛 시인의 시와 사료를 통해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현재 그곳을 직접 가보고 세세하게 풀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현재 그곳에서의 감정을 엿볼 수 있어서 현장감이 느껴진다.
월성은 반달을 닮은 터전 위에 지은 달의 궁궐이다. 풍류를 이야기하며 즐기기에는 쨍한 낮보다 어둑한 밤, 이글이글한 해보다는 은은한 달이 어울린다. 쌀쌀하지만 청량한 밤이다. 월성은 순량한 초식동물처럼 어둠 속에 나부죽하다. 발굴 조사 현장인 동시에 시민들의 산책로 역할을 하는 월성에는 LED등이 길을 따라 켜져 있어 천년 전의 횃불과 등롱을 대신하고 있다. (132쪽)
신라 그리고 경주와 서라벌의 중심이 바로 월성이다. 월성은 아직까지 다른 유물 유적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지금껏 파편적으로 이해했던 신라를 전체의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경주를 관통했던 동해남부선이 이설되고 동궁의 본래 범위가 확인되고 월성의 발굴 조사가 진행될수록 월성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질 테다. (265쪽)
월성의 최후에 대해서도 견훤이 불을 놓았다는 기록과 몽골 기병이 황룡사를 태웠다는 기록이 엇갈리며, 아무래도 신라 패망 후 방치되다가 화재로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크다(249쪽)는 것이다.
하지만 화재에 의해 일거에 사라진 것이라면 오히려 현재까지 땅속에 상당한 유물이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니, 월성은 계속 발굴되며 현재보다 미래에 더 많은 모습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소설가 김별아가 천년 왕성 월성에서 걷고 느끼고 적어나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월성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펼쳐들어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지금껏 잠자고 있던 우리의 유산이 이제 막 깨어나는 느낌으로 생동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 접기
카일라스 2022-09-03 공감(2) 댓글(0)
Thanks to
공감
월성을 걷는 시간
《월성을 걷는 시간》 은 소설가 김별아 작가님의 경주 월성 답사기예요.
경주 월성, 너무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지진, 월성원전, 삼중수소, 방사능 누출 등 어두운 이야기들이 모든 걸 덮어버린 것 같아요.
사실 경주는 알아도 월성의 존재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네요. 역사 교과서에도 언급되지 않았고, 실제로 월성지는 천년이 넘도록 궁성의 흔적조차 없이 완벽한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대요. 이웃한 안압지를 비롯해 대릉원, 황룡사, 남산, 첨성대 등이 월성을 둘러싸듯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거예요.
저자의 표현처럼 이 책은 천년을 잠들어 있던 도시 월성을 조심스럽게 깨워 역사의 속살을 드러내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2019년 《경북매일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 <월성을 걷는 시간>을 토대로 수정 보완한 내용이라고 해요.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다보니 어떻게 소재를 얻고 취재해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저자의 대답은 간단하다고 하네요. "공부합니다." (30p)
장편소설 《미실》을 집필하던 때부터 밑도 끝도 없는 공부가 습관이자 의식이 되었다는 저자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을 기본으로 하여 정사를 읽고 수많은 사서와 연구 논문 자료들을 읽으며 공부했는데, 《미실》의 배경인 서라벌, 그 중에서 왕성이 바로 월성이라고 해요. 책을 펴낸 뒤 월성 터를 둘러보았고, 꼬박 5년이 지난 후 다시 월성을 찾게 된 거예요. 월성이랑과 월성을 거닐며 월성 발굴 조사와 관련된 이야기뿐 아니라 문헌의 기록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월성 발굴 조사는 2014년 12월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묵묵히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834년 동안 신라의 왕궁이었던 월성의 가치는 지금 우리의 지식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데, 그토록 특별한 이유는 경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월성을 중심으로 도시 계획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한 공간에서 건물을 지고 무너지면 또 짓는 과정이 반복되며 수백 년 이어져 신라 문화와 기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된 거예요.
"아, 신라의 밤이여!"
가수 현인이 노래한 <신라의 달밤>처럼 월성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소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 '안압지'로 불리다가 이름을 정식으로 바꾼 '동궁과 월지'는 현재 인기 관광지가 되었어요. 일찍이 발굴 조사를 끝내고 복원한 동궁과 월지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워서 야간 개장을 하면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라는 것. 다만 달빛 대신 인공조명이 더 화려한 야경이라는 것. 복원된 월정교는 신라 시대 숱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지만 상상에 의지한 현대적 복원이라 많은 논란을 낳았다고 하네요. 월정교 복원의 논란은 월성과 황룡사 등 발굴 조사를 거쳐 언젠가 복원을 논의할 유적들이 모두 거칠 수밖에 없는 논란인데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네요. 지금의 월성은 흔적과 터만 남아 있을 뿐 실체는 역사 속에 묻혀 있어요. 차근차근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며 발굴 조사가 진행될수록 월성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질 거라고 이야기하네요. 폐허의 고도(古都) 월성을 거니는 시간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배운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접기
오즐 2022-09-04 공감(2) 댓글(0)
Thanks to
공감
[에세이] 월성을 걷는 시간
신라의 천년 왕성은 월성이라고 한다. 월성은 신라가 멸망할 때까지 약 830년 동안 신라의 궁성이었다. 신라의 왕들 중 50명의 왕이 살았던 곳이자 통피의 정철이었으며 왕조 국가 신라의 중심이었다. 경주를 찾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첨성대와 불국사와 석굴암은 알아도 월성은 모른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월성은 너무나 낯선 이름이다. 월성보다는 경주가 친숙하고 다들 경주로 여행을 간다. <월성을 걷는 시간>을 읽으면서 첫 경주 여행을 떠올렸다. 아주 오래전 경주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친구들과 단체로 가는 여행이라 빠질 수도 없었다.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경주의 여행의 설렘이나 기대는 없었지만 가을 경주는 자전거 타기엔 최적의 장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행을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 친구들이 가자는 대로 이끌려 다녔고 사람이 많아 자전거로 이동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가을의 경주는 최고였다. 그 뒤에도 각 계절의 경주를 여행했고 여전히 경주는 좋은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월성은 오래전에 불타고 침식해 사라졌지만 월성을 노래한 문학은 아직도 남아 있다. 고려 정몽주의 '포은집'에 실린 '첨성대'라는 시에 '첨성대는 반월성에 우뚝 서 있고'라는 구절이 있다. 이외에도 문학 속에 남은 월성은 흰 재와 검은 그을음이 폐허뿐이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동안 신라는 까마득한 과거로 밀려난 것이다.
2017년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 발굴 현장에서 발굴 조사를 하던 중 '성벽 밑에 잠들어 있었던 사람들'을 발견한다. 성벽을 본격적으로 쌓기 직전인 기저부 성토층에서 출구된 두 구의 인골이었다. 두 인골 모두 성인이고 외상의 흔적 없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전한 형태였다고 한다. 발치에는 흙으로 만든 항아리 세 개와 손잡이가 달린 컵이 놓여 있었다. 방사선 탄소 연대를 측정하니 50대의 남녀 인골임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그리고 이들은 자연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인골로 인주 설화로만 전해오던 풍습의 고고학적 증거가 나오게 된다. 새로 짓는 궁궐의 주춧돌 아래에 사람을 물속이나 흙 속에 파묻어 사람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거대한 토목 공사인 성 쌓기, 둑 쌓기, 다리 놓기 등을 할 때 사람을 기둥으로 세우거나 주줏돌 아래 묻으면 제방이나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삼국 시대부터 안정적인 농경 생활을 했던 신라의 식문화는 조리 기구나 시설의 발달로 변화된 조리 방법의 차이를 제외한다면 밥상의 구성 면에서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짐작한다. 콩 잎이나 가죽나무 잎, 더덕, 도라지, 무, 전복 등 뭐든 장아찌감으로 치는 경상도의 식문화는 월성의 맛과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라의 달밤'이라는 말이 있다. 경주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밤을 배경으로 한 행사도 많고 야경도 추천한다. 현재는 동궁이 월성보다 인기 있는 관광지이다. 일찍이 발굴 조사를 끝내고 복원한 동궁과 월지는 낫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접기
리나 2022-08-31 공감(0) 댓글(0)
Thanks to
공감
[책끌-서평] 월성을 걷는 시간
2000년대 이전에는 경주로 수학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 같은데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경주에 가면 불국사, 첨성대 등 역사 책에서 봤던 유적지들이 즐비하다. 그 유적지를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 한 컷을 남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경주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미실>의 김별아 작가가 2019년부터 경주 월성과 그 주변 지역을 답사하고 취재해 기록한 <월성을 걷는 시간>이 새롭게 출간됐다. 이 책은 신라 왕실의 권력 암투를 그렸던 <미실>의 주요 무대였던 월성의 발굴 현장을 작가가 실제로 돌아보고 느낀 점들이 소개되어 있다.
p.20
내가 살면서 월성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 1월 고3 엄마가 되기 직전에 짬을 내어 혼자 여행을 떠났다. 무작정 잡아탄 버스가 경주행이었던 건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귀향의 안도감과 여행지의 설렘을 동시에 주는 곳, 졸작 <미실>의 무대로 소설 속에서 하세월 뛰놀고도 여전히 미로를 헤매는 느낌을 주는 곳이 경주이기 때문이다.
p.23
석빙고가 자리하고 있다는 건 월성이 그만큼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렸다! 하지만 월성 내 서빙고는 신라의 유물이 아니라 조선 영조 때 만든 것이다. 남한에 딱 여섯 개, 안동, 현풍, 경주, 청도, 창녕, 영산에 남아 있는 석빙고라지만 집집마다 냉장고는 물론 김치냉장고와 냉동고까지 보유한 세상에 대단한 흥밋거리는 아닌 듯하다.
월성(月城)은 경상북도 경주 분지 중앙에 있는 성(城)을 말한다. 신라 때에 있었던 반달 모양의 성으로, 사적지의 정식 명칭은 ‘경주 월성’이다. 그런데 작가는 왜 월성에 주목했을까? 시간을 거슬러 천년 왕실의 신라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경주로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여행이든 일이든 목적과 별개로 귀향의 감상이 깃들기 때문이다. 고향은 기억이자 그리움이며 사라진 시간에 대한 슬픔이다." 작가는 또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대릉원... 수학여행지이거나 관광지로 만난 경주의 첫인상은 맥락 없이 나열되어 기억 속에 흩어져 있기 일쑤다."라고 이야기했다.
p.71
월성 발굴 조사는 2014년 12월 시작해 원래는 2025년으로 기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한 기한 없이 꾸준히 묵묵히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발굴 일수만 따지는데 행정적인 단위로 몇 개년 계획으로 진행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p.104
월성 해자에서 발견된 새끼손가락만 한 이방인, 짐짓 무표정한 그의 두 눈과 벌어진 입을 오래 들여다본다.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1,5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1세기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 그의 눈에 그때의 신라와 지금의 한국은 얼마나 같고 어떻게 다른지? 과연 서로가 상처 주지 않으면서 공존 공생할 방법은 없을지?
작가는 유물과 유적을 관광 상품으로만 여기는 맹목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눈을 떠 문화유산을 새로운 이해와 애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며, 경주를 찾았던 사람들이 불국사와 석굴암은 알아도 신라의 천년 왕성이 있던 월성은 모른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라와 서라벌은 코끼리 코 만지기와 비슷하다며, 작가는 신라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기 위해서는 월성을 빼고는 신라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남아 있는 문헌과 현재까지의 발굴조사, 사람과 상상력을 통해 그동안 잠들어 있던 월성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p.142
삼국을 통일한 후 서라벌은 물론 월성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옛 고구려, 옛 백제에서 유입된 인구와 우대할 귀족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새로운 삶터와 일터가 필요하다. 문무왕은 서둘러 월성 확장과 증측 공사에 들어간다.
p.191
월성이 실질적인 왕성으로 기능한 것이 6세기 초 지증왕 때부터라고 학계에서 추정하는 바, 56명의 왕 중에서 월성의 주인으로 살았을 몇 분을 만나보기로 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월성 안에서 발견된 유물을 중심으로 ‘신라인들의 삶의 흔적’에 관한 자료를 찾고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월성은 천년이 넘도록 궁성의 흔적조차 없이 완벽한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반면에 주변의 안압지(동궁과 월지)를 비롯해 대릉원, 황룡사, 남산, 첨성대 등이 월성을 둘러싸듯 자리 잡고 있었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제라도 작가를 따라 월성으로 떠나보자. 작가가 걸었던 길을 따라 눈과 귀를 한데 모으다 보면 시간의 경계를 너머 월성이 다가올 것이다.
이 포스팅은 해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