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13ofponstorhe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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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단상
가끔 한 얘기지만 나는 80년대 후반 엄혹한 시절에 유학중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멀리서만 보고 들었다. 그래서 이른바 민주화투쟁에 기여한 이들에게 늘 빚진 기분이었고 감사한 마음을 잃은 적이 없다.
그런데 조국사태 이후 돌아가는 걸 보면 이들의 문제가 바로 당시 위장취업등 하면서 ‘지도’를 경험하고 체화한 엘리트의식에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30년전에야 대학생은 아직 엘리트였다. 세상을 계몽하고 선도하는 역할. 이들에게 선도당하는 이들에게 가재 붕어 개구리로 평화롭게 살아갈 ‘깨끗한 개천’을 만들어 주는 건 엘리트들의 고결한 이상이자 자신의 임무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뒤를 이을, 자신과 같은 엘리트를 키워내는 것 역시(이상을 잃지 않는 고결한 엘리트. 욕망같은 것에 휘둘리지 않는 엘리트) 자신의 임무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니 가재 붕어 개구리 운운은 역겨운 위선이 아니라 그런 ‘순정한’ 엘리트의식이 만든 게 아닐까 싶다.
그들에겐 자신이 선도하는 공동체만이 올바른 것이고 그런 생각을 회의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특별한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나는 조국이나 전우용등의 말이 내용 이전에 말투가 계몽적인 것이 불편했는데 그 이유가 이제야 보이는 것 같다. 쑥스러움이나 자기회의가 한 조각이라도 있다면 그런 말투는 쓰지 못한다.
말하자면 “민주화 투쟁”이란 구조적으로는 이미 민주적이지않았다는 것. 물론 남녀간 위계 역시 그때부터 엄연히 존재했다는 것도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는 바, 안희정이나 박원순의 “그 후”의 문제 역시 필연이었지 싶다.
여기까지 썼는데 추미애장관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고 했다는 기사를 봤다. 아무래도 이 나라를 법률가 출신 정치가들이 망치고 있는 것 같다. 추장관도 386에 넣어야 하나.
334You, 이소, 박인식 and 331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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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Park Yuha진민 아니 안 주무시고..^^ 사람을 잘 못봤다기보다 변해야 할 사람들이 변하지 않은 거겠지요.· Reply · 6 h진민네말씀처럼 변하지 않은 걸 수도 있겠네요원래 그랬단 거니까요 ㅋㅋ아침 뉴스에서 그 분, 눈빛의 오만함을 보면서 갑자기 진저리가 쳐집니다~^^;
- 백퍼센트 맞는 말씀입니다. 스스로 경험한 사람으로서. 제 생각엔 추미애 노무현 문재인씨 등은 팔로워죠. 그런 삶을 부러워했고. 팔로우하면서 그게 정치적으로 먹히는 것을 경험하고 더욱 자기 정체성을 86에 맞춰간 사람들이죠. 요즘 열혈 문파 지식인들 상당수는 80년대에는 그렇게 살아보지 못했기때문에 더 진보연하는 분들이 많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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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h
-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말한 이해찬씨의 인식에서 중국에서 항일투쟁하다가 해방 후 귀국해서 조선 땅에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던 일뷰 독립운동가의 인식과 유사한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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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h
- 저도 한때 쎈 386이었고 지금도 속성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겸손하지 못한점이 있다고 생각해요.추 장관님은 아니지요. 공부만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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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h
- 민주화가 아니라 조선유생들의 조선화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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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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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만 열면 민주를 얘기하지만 누구보다 권위적이고 파쇼적이고 요즘 말로 하면 '틀딱꼰대'스러운 세대입니다. 적폐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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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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