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8

[클로즈업 북한] 北 ‘정전협정일’을 ‘전승절’ 주장…왜? > 남북의 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北 ‘정전협정일’을 ‘전승절’ 주장…왜? > 남북의 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北 ‘정전협정일’을 ‘전승절’ 주장…왜?입력 2016.07.30 (08:07)수정 2016.07.30 (22:52)남북의 창



다음기사[통일로 미래로] 분단과 생명의 땅을 누빈다…청소년 DMZ 탐험대
<앵커 멘트>

지난 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이 멈춘 날, 어떤 면에선 잊혀진 날처럼 돼있는데요.

북한은 이 날을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라며 국경일로 떠들썩하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역사까지 왜곡하며 정전협정일을 소위 전승절이라고 선전하는 속내는 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정전협정 체결일을 하루 앞두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중앙보고대회가 열렸다.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6.25 전쟁을 ‘승전’이라 주장하며 자축하는 보고를 했다.

<녹취> 박영식(북한 인민무력상) : “7월 27일은 미제의 강도적인 침략으로부터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영예롭게 지켜낸 제2의 해방의 날이며...”

각종 기념행사도 떠들썩하게 열렸다.

곳곳에서 가극과 합창 등 다양한 축하 공연과 무도회가 열리고 대규모 행진도 이어졌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7일) : “승리의 공화국 깃발을 최후 승리의 그날까지 펄펄 휘날려갈 불타는 결의를 격조높이 구가하며 수도의 거리를 보무 당당히 행진해 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만수대 언덕 김일성 동상 앞에 헌화하고, 참전 노병들을 위한 만찬이 열리는 등 전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잇따랐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기습 공격을 시작하며 한반도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됐다.

유엔군 참전과 중공군의 개입으로 밀고 밀리며 3년 여간 계속된 전쟁.

국토는 초토화되고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마침내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6.25 전쟁의 쉼표가 찍혔다.

<녹취> 마크 웨인 클라크(당시 유엔군 총사령관/1953년 7월 27일) : “우리는 총격을 멈췄습니다. 그것은 군인들과 가족들에게 엄청난 의미입니다. 한국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것입니다.”
판문점에서 만난 유엔군과 북한군, 중공군이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한반도에는 불완전한 평화가 찾아왔다.

정전협정일 63주년을 맞아 서울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다.

기념식은 6.25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고 유엔군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녹취> 황교안(국무총리) : “6.25 전쟁의 뼈아픈 교훈을 영원히 기억하면서 강력한 안보태세를 구축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안위와 생명을 지키겠습니다.”

같은 날을 두고도 그 기억의 방식이 사뭇 다른 남과 북.

유례없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켜 놓고, 그 전쟁의 ‘휴전일’을 이토록 떠들썩하게 기념하고 선전하는 북한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북한은 정전협정 직후부터 줄곧 6.25전쟁은 외세의 침략에 맞선 ‘조국해방전쟁’으로, 정전협정일은 그 전쟁에서 ‘승리한 날’로 부르며 왜곡된 역사관을 주민들에게 주입해 왔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미 제국주의와 남조선 괴뢰도당이 들어와서 우리 인민들을 학살하고 그리고 공화국 북반부를 잿더미로 만들고 우리를 굴복시키려고 했지만 결국은 위대한 수령님, 김일성 원수님이 이것을 다 극복해내고 미제를 판문점 항복 문서에 도장을 찍는 그 자리에 바로 꿇어앉혔다. 이런 식으로 북한 주민들한테 선전을 함으로써 결국은 반제, 반미, 반남한 교육도 하면서 김일성의 우상화도 하면서...”

이를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빈번하다.

북한의 전쟁기념관에 마련된 특별전시실.

<녹취> 北 연속 기록물 ‘전승의 역사 영원하리’ : “어뢰정으로 중순양함 격침! 세계 해전사에 없는 하나의 기적이며 신화입니다.”

6.25 전쟁 당시 동해 주문진 앞바다에서 북한군 어뢰정 4척이 미 해군의 중순양함 ’볼티모어호‘를 격침시켰다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볼티모어호는 미 본토 해군 기지에 정박해 있었고, 이 주문진 전투에선 유엔군 함정의 공격으로 북한 어뢰정 4척 중 1척만 가까스로 도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퇴한 전투를 승전으로 왜곡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

북한군을 초토화시킨 연합군의 대승이었지만 북한은 명백한 사실조차 날조하고 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 3부’ : “인천상륙전에서 맥아더 5성 장군은 1개 군단을 가지고 1개 중대 앞에 패전하는 장군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북침설’은 어떨까?

1990년대 중반 이후 속속 공개된 구소련의 비밀문서 등에는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에 수십 차례 요청한 끝에 남침을 승인받은 정황들이 드러나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처럼 6.25를 외세를 물리친 승전의 역사로 왜곡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세계에서 최강인 미제와 그 어중이떠중이 16개국을 다 합친 것을 조선인민군 혼자의 힘으로 때려눕혔다. 그런 굉장한 일을 우리 수령님 우리 김일성 최고 사령관님이 하셨다고? 이건 정말 북한 권력기반의뿌리라고 할 수기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절대로 거기서 양보를 하지 않고 그 어떤 반대되는 말도 용서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주민들을 반복해서 교육을 시키는 거죠.”

북한은 1972년 정전협정일을 조국해방전쟁 기념일로 지정한데 이어, 1996년 ‘전승절’이란 국가명절로 격상해 자축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자칭 ‘전승절’을 통한 체제선전은 더욱 강화됐다.

해마다 이 날에 맞춰 전쟁 관련 기념관과 박물관, 김일성 부자의 동상을 새로 지으며 김일성의 업적을 부각하는데 집중했다.

또, 각종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며 이른바 ‘전승절’ 분위기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것은 지난 2013년이다.

<녹취> 장정남(당시 북한 인민무력부장/2013년) : “조국해방전쟁승리 60돌 경축 열병식을 시작하겠습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군중시위와 열병식이 함께 개최됐고, 평양시민 10만 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열렸다.

외신기자들을 대거 초청했고, 이례적으로 김정은에 대한 밀착취재까지 허용됐다.

<녹취> 중국 봉황TV 기자 : “중국 국민들에게 몇 마디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봉황TV 기자입니다.”

집권 3년차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세계에 과시하는 선전 무대로 삼은 것이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나는 조국해방전쟁을 승리로 이끈 김일성 원수님의 직접적인 후계자다 이런 것을 온 세계, 북한 사람들한테 전파를 시키는 것이고요. 김정은이 할아버지 따라하기 첫 시작이 7.27을 광폭적으로 선전하고 그리고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결국은 자기가 김일성의 직접적인 후계자라는 것을 인민들한테 보여주려는 의도가 가장 강력하게 깔려있다고 볼 수가 있죠.”

<녹취> 6·25 반미 투쟁 평양시 군중대회 : “지금부터 6.25 미제 반대투쟁의 날 평양시 군중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 당국은 또, 해마다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일인 7월27일 까지를 반미공동투쟁월간으로 정하고 주민 사상 교육에 열을 올린다.

<녹취> “미국 놈은 나쁜놈! 때려부수자!”

어린이들에 대한 반미 세뇌교육도 계속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전승절만 되면 미제 승냥이라고 하죠. 북한에서는 미제 승냥이라고 해서 인민학교 학생들한테 미국 놈 머리를 만들어 놓고 거기다가 총창 꽂는다든가 이런 분노를 가지게 해서 계급교양을 시키기 위해서 7월 27일 전부터, 25일 정도부터 28일 끝날 때까지 그런 교양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자칭 ‘전승절’을 전후로 미국과 한국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녹취>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지난 25일) : “미국은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고 아시아와 세계를 지배하려는 변함없는 침략야망에 사로잡혀 화약내 짙은 침략광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19일,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또 다시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 TV에선 적의에 불타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빠짐없이 내보낸다.

<녹취> 김명원(북한 주민) : “정말 이가 갈리고 치가 떨려서 못 견디겠습니다. 미제 살인마들은 이 땅에서 영영 쓸어버려야 합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맞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 : “실제적으로 바깥으로부터의 위협이 없더라도 인위적으로 사실 이런 위협을 좀 조장을 해서 오히려 강조를 하고 그래서 지금 대외적으로 상당히 엄혹한 상황이니까 군을 비롯해서 모든 주민들이 동참하고 집체적으로 노력을 해나가야 된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면서 이제 체제를 공고화하는 그런 형태로 사실 나간다고 할 수가 있죠.”

이런 분위기 속에 주민들은 각종 행사에 동원될 뿐 아니라 각종 상납금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탈북민의 전언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전승절만 되면 군부대 위문공연 가라고 하지 그 다음에 군관들 노병들 위해서 쌀 걷지, 걷어서 그 사람들한테 가야되지 하다보니까 주민들은 상당한 부담이죠. 이런 행사하는데 바치는 것을 안 바치게 되면 정치적으로 걸고 들어요. ‘야 너는 침략자들이나 이놈들의 만행을 만천하에 알리는 사업인데 네가 돈 안내면 되냐 이바지 안하면 되냐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까...”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한 과도한 주민 동원과 체제선전이 오히려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 : “배급은 배급대로 주지 못하면서 이러한 공식 행사는 자꾸 더 배가시킨다는 거예요. 그렇게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만이 자꾸 강화가 되고 표출이 됨으로써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 또 김정은 체제에 부정적인 어떤 그런 세력으로 다시 강화가 될 수 있는 그런 가능성도 여전히 지니고 있죠.”


지난 27일, 6.25 전쟁의 실상을 다룬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개봉됐다.

<녹취> “인천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남쪽에선 사실상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 정전협정일.

반면 북한은 수십년째,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며 이 날을 김일성 일가에 대한 우상화와 체제 결속, 대외적 체제 과시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