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9

월북작가 한설야 장편 [대륙] 발굴 - 통일뉴스

월북작가 한설야 장편 [대륙] 발굴 - 통일뉴스

월북작가 한설야 장편 [대륙] 발굴
연합뉴스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03.05.20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카프`의 중심인물로 1960년대 초반까지 북한 내각 문화상과 교육상 등을 지내다가 숙청됐던 월북작가 한설야(1900-76)의 장편소설 [대륙]이 발굴, 공개됐다.

문학평론가 김재용(원광대 국문학과 교수)씨는 계간 [역사비평] 여름호에 기고한 <새로 발견된 한설야 소설 [대륙] 과 만주 인식>을 통해 이 소설의 존재를 학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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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최근 국립중앙도서관 지하 자료실에서 발굴한 이 소설은 일제시대 매일신보사의 자매지로 발행되던 일본어 주간지 `국민신보`의 제10-26호(1939년 6월 4일-9월 24일)에 연재됐던 것으로 200자 원고지 900장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일본어로 쓰인 이 소설은 만주족 처녀 조마리와 만몽모직회사 회장의 아들인 오야마 히로시의 사랑을 기둥 줄거리로 삼고 있다.

만몽모직회사의 고토 사장이나 오야가 겐지 회장 등 만주에 진출한 일본인 자본가들은 일본인으로서 우월감을 갖고 살아가지만 오야마 히로시는 민족우월적 행태를 비판하며 만주인, 조선인과 공존하려는 인물이다.

만주의 군벌 출신인 조마리의 아버지 조집오는 근대적 방식을 수용하면서도 일본 중심의 만주국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인물이다. 한편으로는 군벌이 인민들에게 행하는 폭압적 지배방식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만주국이 표방한 `오족협화`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식민주의와 자민족 중심주의의 경향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김씨는 "한설야가 이 소설을 일본어로 쓴 것은 조선에 있는 일본인들에게 식민주의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같은 시기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한글 소설 [마음의 향촌] 은 만주지역에서 항일운동을 하는 인물을 간접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설야가 [대륙] 에서 조선인을 거의 등장시키지 않았고 만주지역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상을 다루지 않은 것은 검열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일본어로 쓴 [대륙] 에서 일본 주도의 만주국이 결국 일본주의의 연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한글로 쓴 [마음의 향촌] 에서 식민지하 조선민중의 희망이 만주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인물에 있다고 한 것은 두 작품이 내적으로 깊게 연계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1930년대 말에 쏟아져 나온 만주 관련 소설들은 대부분 일본 식민주의에 동조하는 작품이어서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면서 "반면 [대륙] 은 만주국의 건국이념인 `오족협화`의 허구성을 밝혀내고 `다민족 공존` 이념이나 `자민족 중심주의`의 길항을 통해 만주국의 실제 모습에 근접하고 있어 향후 재만주문학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소설을 한글로 번역해 7월께 실천문학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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