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아니라 '비핵지대'를 말한다
한반도 '비핵화' 아니라 '비핵지대'를 말한다
[프레시안 books] <한반도의 길>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0.05.30. 10:54:05
남북-북미 관계의 핵심 문제는 비핵화(denuclearization)다. 한반도에 평화가 안착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프레시안>에 오랜 기간 칼럼을 연재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에 따르면, 놀랍게도 아직 비핵화 합의의 핵심 당사자들인 이들 국가 사이에 비핵화에 관한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합의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지난 수십 년 간 비핵화 합의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소리다. 합의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정 대표는 그간 한반도 문제가 공전한 핵심 원인이 바로 정의되지 않은 비핵화라고 지적한다. 당장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결정적 이유도 북미 양자 간 비핵화 정의와 최종 상태를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이 설정한 '비핵화' 정의에 북한의 입장이 맞지 않으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걸어가는 비핵화 로드맵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침공 의사로 해석한다. 공전할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신간 <한반도의 길-왜 비핵지대인가?>(유리창 펴냄)에서 비핵화의 정의부터 제대로 내린 후, 이 정의를 따라가는 나름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비핵화는 결국 한반도에서 핵 위협을 영구히 없애자는 뜻을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반영한 용어가 바로 '비핵무기지대(nuclear weapons free zone)' 혹은 '비핵지대'다.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포함해 유엔이 문서상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전 세계 115개국이 비핵지대에 속해 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몽골 등이 비핵지대에 자리한 국가다. 지구 면적의 절반 이상이 비핵지대다.
비핵지대 체결국은 해당 지대 내 국가들과 5대 핵보유국이다. 보통 비핵지대 합의에는 네 가지 내용이 따라온다. 해당 지대 내 핵무기의 부재, 즉 핵무기의 개발, 제조, 실험, 보유, 배치, 접수, 반입 금지가 첫 번째다. 핵보유국들의 비핵지대 내 안전 보장, 조약 준수 기구 설치, 조약 유효 기간은 무기한으로 설정한다는 원칙도 뒤따른다.
정 대표는 이미 지구상 보편적 개념인 비핵지대를 한반도 비핵화의 최종 목표로 삼자고 주장한다. 이미 글로벌하게 정해진 합의가 존재하는 만큼, 이보다 쉬운 비핵화 로드맵은 없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간 갈등을 빚어온 남북미 주체들이 비핵지대에 합의한다손 쳐도, 그 해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 대표는 핵 재처리 문제와 주한미군 문제, 북한 안전 보장 문제는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이웃 국가들까지 얽히는 핵우산 문제 등의 걸림돌을 넘어서야만 한반도 비핵지대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들 장애물을 넘는 해법을 제시한다. 이 해법은 '종합예술'처럼 이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이 프로세스 이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우리부터 우리의 힘을 제대로 자각하는 것이라고 정 대표는 강조한다.
▲<한반도의 길-왜 비핵지대인가?>(정욱식 지음) ⓒ유리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52910330390865?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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