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2

md/미사일 - 한반도를 배회하는 ‘선제공격’이라는 망령

md/미사일 - 한반도를 배회하는 ‘선제공격’이라는 망령

한반도를 배회하는 ‘선제공격’이라는 망령
평화네트워크
http://peacekorea.org/zbxe/18205232016.10.19 10:43:40 (*.162.61.206)2420
16.10.13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프레시안 편집위원



미국발 대북 선제공격론이 한국 언론을 타고 연일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 차분해야 할 박근혜 정부는 한술 더 뜬다. 미국에서 제기되는 선제공격론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 차원에서 코멘트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임박한 징후가 있을 경우엔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생각 자체를 못하도록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발 선제공격론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태도에 대해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취사선택을 통한 아전인수가 바로 그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신형 엔진 실험 이후 미국 내에서 대북 선제공격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북 협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언론과 정부는 한쪽 눈으로만 미국 내 동향을 바라본다. 

사드가 ‘방어용’이라면서

선제공격론을 사드 배치 추진과 연관시켜 바라볼 필요도 있다. 한미 양국은 사드가 오로지 대북 방어용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동시에 대북 선제공격도 운운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중하다. 유사시 대북 선제공격을 통해 북핵 일부를 파괴하고 파괴되지 않은 채 날아오는 북핵은 사드와 같은 미사일방어체제(MD)로 요격한다는 군사 전략의 속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전쟁수행 방식은 이랬다. 이라크를 상대로 한 1, 2차 걸프전이 대표적이었다.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하기에 앞서 스커드 미사일 요격용으로 패트리엇 배치를 먼저 단행했다. 1994년과 2003-4년 북한 영변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검토할 때에도 패트리엇부터 배치했다. 당시 북한은 “우리는 이라크와는 다르다”며, 패트리엇 반입을 선제공격의 신호로 해석하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군사 전략과 사례는 내년에 ‘코리아 아마겟돈’의 위험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대북 선제공격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아마도 북한은 한미 양국의 선제공격이 임박했다며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잃기 전에 쏜다”는 핵 교리에 따라서 말이다. 이에 맞서 한미 양국도 신속한 선제공격 태세를 갖추려고 할 것이다. 그 결과는 상시적인 핵전쟁의 두려움이 될 것이다. 

안보 무책임의 극치,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성은 이 지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우선 미국발 선제공격론에 동조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국 강경파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우려가 크다. ‘북한을 끝장내는 데 한국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가 북핵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군사적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미국의 군사모험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탈북을 종용하고 북한 붕괴론을 언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게 얼마나 무책임한 언행인지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조금만 주목해도 알 수 있다. 태평양 건너에 있는 거대 국가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전쟁을 정치의 연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배치가 다가올수록 ‘코리아 엔드 게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한국의 운명은 미국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국 본토에는 화염이 없거나 극히 제한적이겠지만, 한국은 곳곳이 화염에 휩싸이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를 가능성을 수반하면서 말이다. 

기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전화위복의 기회를 잉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협상은 마다하고 강경론에 치우칠수록 미국 내에선 대북 ‘끝장’ 제재론이나 선제공격론이 힘을 얻게 된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갖게 되면 미국 내에서도 ‘협상다운 협상을 해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희망마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대화는 북핵 고도화의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는 황당하고도 거짓된 정부의 인식이 갈수록 굳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희망의 근거는 우리 국민 안에 있다. 반전반핵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넓혀서 평화 의지가 전쟁 의지를 압도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적인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실력과 의지를 갖춘 정치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평화는 요란한 실천을 통해 천천히 오지만, 전쟁은 순간의 오판에 의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키게 된다.


* 최근에 쓴 책으로 <말과 칼: 두 가지 한국에 관한 정치적 상상력>이 있습니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 겸 프레시안 편집위원.
* 이 글은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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