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6

김상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 전망과 과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 전망과 과제

김상기 (평화연구실 연구위원)



2019년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최근까지 북·미관계는 소강 국면을 지속 하고 있다. 북한은 향후 북·미관계가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1월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불확실하다. 지난 2월 4일 바이 든 대통령은 국무부를 방문하여 외교정책 전반에 대해서 연설할 때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공식 입장은 검토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2021년 바이든 행정 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가? 북·미관계는 개선의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우선 최근 북한의 대미정책을 살펴본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를 전망하고, 한국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북한의 대미정책: 대북적대정책 철회 요구 및 강대강-선대선

지난 1월 북한은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
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라고 밝혔다. 향후 북·미관계는 미국 하기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2019년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일관되게 지속되고 있다. 2020년 7월 10일 김여정은 대미 담화를 통해 북·미협상의 기본주제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 해제’가 아니라 ‘적대시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라고 밝힌 바 있다. 즉, 북한은 미국이 대북적 대정책 철회로 간주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지 여부가 핵협상 재개의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대북적대정책 철회의 내용적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관계 개선 의지를 반영 한 신뢰 조성 조치들로 해석되며, 대표적인 예는 북한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한미연합 훈련의 중단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대미정책 원칙으로 이어진다. 만약 미국이

제재와 압박 중심의 강경책으로 나온다면 북한도 비타협적으로 강경책을 취할 것이며, 미국 의 압박 혹은 위협 수위에 따라서는 정세의 격화 및 긴장 고조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만약 미국이 관계 개선 의지를 가지고 전향적 조치를 취하면서 대화·협상에 나선다면 북한도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대미정책 입장과 원칙은 명확하다. 북한은 미국에 먼저 유연하게 접근하 거나 또는 먼저 위협을 가할 의사는 없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적극적 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우선은 북·미관계 상황관리를 도모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를 주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미국 대선 국면부터 지금까지 말이든 행동이든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거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전략무기 실험을 통해 미국을 자극하고 시험하던 패턴과 뚜렷하게 다르다. 경제 문제와 코로나19 방역 등 국내 현안 극복이 핵심적 과제인 상황에서 대미 전략무기 실험으로 인한 긴장 고조가 초래할 손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 신정부의 태도 변화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대미협상 기회를 먼저 축소시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함께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대미 억지력 강화 동기는 전략무기 실험 필요성을 상시적으로 수반한다. 미국의 전향적 대북 접근 없이 제재는 지속되고 대화 부재의 시간이 오래 경과할수록 북한의 전략무기 실험 가능성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을 실행할 경우 또는 미 행정부 고위 인사가 북한체제 부정과 같은 적대 인식을 뚜렷하게 표출할 경우 북한의 전략무기 실험 또는 대미 비난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이는 3월 한미연합훈 련 시행 여부가 북한의 행동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의제 확대, 단계적 접근 vs 억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아직 불확실하며, 뚜렷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미국 국내

상황,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의 발언,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패권 회복을 추구하 는 대외전략은 대북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 추론 가능하게 한다. 우선, 미국의 대북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점은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중 실질적인 대북 접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국내 문제의 심각성이다. 코로나19 대응이 핵심적 과제이며, 인종갈등과 경제침체, 1월 6일 워싱턴 사태로 대표되는 민주주의 위기와 정치적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이다. 1월 29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정부의 최우 선 과제는 국내 문제 해결이라고 밝혔다. 패권 회복을 위한 국내적 동력 확보에 제약이 따를 것이며, ‘난제’로 인식되는 대북정책의 조기 추진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외정책의 실질적 이행이 전반적으로는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다가오는 지구의 날(4월 22일)에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대북정책의 재검토 및 수립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와

다르게 전체적인 대외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일관성 또는 사안별 연계성을 함께 고려 하면서 대북정책을 수립하고자 할 것이며, 또한 과거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현재 북핵문제에 대한 진단 및 해법 마련을 위한 내부적 논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1월 19일 상원 의회 청문회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안보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인도주의 측면까지 대북정 책 전반에 대해 검토할 의사를 밝혔다. 또한 2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첫 전화 통화에서 ‘포괄적인 대북전략’ 수립 필요성에 공감했다.

의제 확대: 핵문제와 인도주의 혹은 인권 재검토 과정을 거쳐 가시화될 미국의 대북정책은 과거에 비해 의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블링컨이 시사한 바와 같이 핵문제뿐만 아니라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 중심 외교를 반영한 인도주의 이슈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주의 측면에 대한 검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만약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협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북한의 근본적 관심사는 아니지만, 제재의 유연화를 동반할 경우 북·미 간 신뢰 조성에 기여하고 핵협상 재개에도 긍정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리스 부통령 은 2019년 8월 미국외교협회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검증가능한 단계적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스냅백을 전제로 선별적 제재완화 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만약 인도적 측면의 검토가 북한 주민의 자유권에 대한 문제제기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귀결된다면, 북한은 내정간섭 및 체제부정으로 인식하면서 강하게 반발할 것이며, 핵협상 전망이 더욱 어두워짐은 물론이고 북·미관계의 악화가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TV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폭력배(thug)라 칭한 바 있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정 박은 국무부 합류 직전(1월 22일) 보고서 발표를 통해 북한과의 화해·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 정부를 부정확하고 매우 빈약한 자료에 기초하여 비판하면서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 주민의 자유권 관련 대북 압박과 인도적 지원을 동시에 추구할 가능성 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단계적·동시적 접근 가능성 북핵 해법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는 단계적·동시적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2018년 6월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기고에서 이란 핵협정을 북핵 해법의 모델로 제시하면서, 핵프로그램 공개 및 핵동결 등의 조치와 제한적 제재완화를 교환하는 중간단계 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지난해 9월 CBS와의 인터뷰에 서 “북한이 내일 당장 전면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단계적 접근 방식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기 핵 비확산을 위해 제시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군비통제 공약의 연장선이다. 물론 단계 적·동시적 방식이 아직 공식화되지도 않았고 구체적 내용도 불확실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사실상의 선비핵화 혹은 빅딜 주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해법 을 하나의 선택지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억지·관리 가능성 다른 한편,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단계적·동시적 해법 마련·추진에 주력하기보다는 억지와 관리에 더욱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미국에서는 북핵 위협 인식이 과거에 비해 증가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 조야에 만연했던 빅딜이 아니면 노딜이 더 낫다는 주장이 암시하듯이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여전히 매우 높지는 않아 보인다. 비핵화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인식도 증가했다. 북핵문제가 ‘난제’라는 인식과 ‘해결’의 시급성에 대한 높지 않은 인식은 북한과의 협상 타결을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여하기보다는 북핵 위협을 군사적 으로 억지하고 경제적 제재·압박을 지속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제2의 전략적 인내로 귀결되는 경우이다.

특히 이러한 판단의 가능성은 북핵문제가 미국의 핵심 과제인 중국 견제와 연계되는 경우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을 규합하고 군사적 억지 태세를 강화하 는 데 북핵 위협이 중요한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 북핵 위협 억지와 중국 견제·억지가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오바마 정부는 북핵 위협을 명분으로 중국 견제를 위해 사드 배치 및 한·미·일 삼각안보협력 강화를 추진했다. 한·일 위안부문제 합의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오바마 정부의 재균형 전략의 산물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미·중 전략경쟁의 틀에서 다룬다면 문제 해결보다는 억지와 관리에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협력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며 북·중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북·미관계 전망

상반기: 소강 국면 지속 가능성 높지만, 3월 한미연합훈련이 변수 북·미관계는 향후 수개월 혹은 올해 상반기 동안 대화가 부재한 교착 국면 속에서 상황관리

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우선 국내 현안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를 주시하면서 그에 따라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국내 위기 극복이 시급하 며, 상반기 내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북·미관계는 교착 속 상황관리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3월 한미연합훈련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실행한다면,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성 발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ICBM이 아닌 경우에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간주하여 대북 비난과 더불어 추가 제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북·미 갈등 은 심화되고, 대화·협상의 재개는 더욱 지체되거나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전략무기 시험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더라도 한미연합훈련 실행은 북한에게 대북적대정책의 일환으로 인식되면서 핵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반기: 상반기에 비해 대화·협상 재개 및 관계 악화 가능성 동시 증대 하반기 북·미관계는 교착 속 상황관리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협상 재개 또는 관계 악화의 둘 중 한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만약 미국이 대북정책 전반에 관한 재검토를 마치고 대북적대정책 철회로 간주될 수 있는 신뢰 조성 조치를 취하면서 단계적·동시적 방법론으로 접근할 경우, 북한도 적극적으로 대화·협상 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은 남북 간 대화가 복원되고 관계가 개선될 경우, 한국의 중재를 통해 더욱 잘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인권 문제가 복병이 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 주민의 자유권과 관련하여 문제제기에 적극 나서거나 의제화를 추구할 경우, 북한은 반발할 것이며, 대화·협상 재개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이 대북 억지 및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재·압박을 지속하고 대화 부재

의 기간이 오래 경과할수록 북한은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북한은 대미 억지력 증대를 위해 전략무기 실험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8월 한미연합훈련 실행이 북한의 대미 전략 무기 실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 될 때 미국도 북한과의 협상 기대를 접고 추가적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며, 북·미관계는 갈등 심화 및 긴장 고조를 겪은 이후 장기적 교착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과제

북·미관계 전망이 불확실성에 쌓여있는 가운데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북·미관계 개선과 핵협상 재개·촉진을 위한 한국의 과제로서, 우선 남북 간 대화 복원과 교류 재개가 필요하다. 현재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이다. 북한과의 대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 이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수립·추진하도록 설득할 근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전략무기 실험을 자제하도록 설득하기도 어렵다. 한국이 북·미관계 중재·촉진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수뇌부 및 실무라인의 상호 이해 부족으로 한국의 중재 역할이 더욱 중요하지만, 그 역할은 남북대화 복원을 전제로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은 만약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억지·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실상 제2의 전략적 인내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북핵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경우, 남북한이 능동적으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도모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남북 간 대화 복원과 관계 개선을 위해 3월 한미연합훈련 연기 또는 취소가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1월 당대회에서 대남 메시지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사실상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3월 한미연합훈련 연기 또는 취소 없이는 남북 대화 복원이 적어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또한 한미연합훈련 연기/취소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관련한 조치로서 북·미대화 재개 여건도 개선한다. 즉, 한미연합훈련 연기/ 취소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재개에 동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2017년 1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연기 의사 표명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선 3월 연합훈련을 연기하여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이후 군사훈련 및 군비증강 문제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미 대화·협상의 여건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존중 입장 표명

을 통해서도 개선될 수 있다. 북·미 정상의 합의에 대한 미 신행정부의 존중은 그 자체로 북한의 대미불신을 완화하고 대미협상 재개 동기를 제고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 정신을 반영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포린어페어스 (Foreign Affairs) 기고에서 미국이 타국과의 합의를 스스로 폐기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신뢰 훼손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에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유효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계적·동시적 방법을 한국의 북핵 해법으로 공식화하고 구체적 협상안을 미국에 제안하면서, 미국이 가능한 조속히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고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설득 및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계적 동시 교환은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여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해법이다. 만약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 결과 억지 및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경우, 핵협상의 재개는 어려워질 것이다. 대미 협의 과정에서 한국은 단계적·동시적 방법에 기초한 전향적 대북 접근이 지체될수록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더욱 신장되고 바이든 정부의 비확산·군비통제 공약과 모순되는 결과가 야기될 것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가 핵협상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설득하면서, 제재의 유연화를 동반하는 인도적 지원·협력이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과 인권을 개선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도 중요한 과제이다. 남북합의의 제도화라는 국내적 의미는 물론이고 당면 한반도 정세의 난관을 주도적으로 극복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대북·대미 메시지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북 메시지로서는 남북합의 준수·이행에 관한 남한의 진정성 있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남북 간 대화 복원과 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비핵·평 화체제 구축을 위한 적극적 협력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진다. 대미 메시지 측면에서는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고 정책을 수립·추진할 때 판문점선언을 하나의 원칙 혹은 이정표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는 우리가 능동적으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일구어가기 위한 중요한 방편이 될 수 있다. ⓒKI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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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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