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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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의 #광장 을 이제사 읽었다.
한국문학과 사상사적 의미 및 기본 내용에 대해 여러번 들어서 이미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였다.
막상 읽고나니 기대치를 넘었다 말았다 했다.
작가가 1961년, 25세때 이런 수준의 글을 썼다는게 제일 놀랍다.
개작을 여러번 했다지만, 풍부한 표현력은 기본이고, 사유의 깊이도 돋보였다.
철학과 출신 주인공 명준은 아버지가 빨갱이 월북자라는 이유로 경찰서에서 취조를 당하면서 느끼는 남쪽의 개인주의적 '밀실'에 구토감을 느낀다.
월북하고 보니 북쪽은 '당'만이 흥분하고 도취하며 인민에게는 '복창'만 강요하는 획일화한 광장이다. 인민이 주체가 된 혁명은 없었고, 그저 '남 따라하기'뿐이다.
북조선에도 환멸을 느끼던 중 전쟁이 벌어졌고 명준은 포로가 된다.
명준은 남과 북 어디도 아닌 중립국 인도로 보내달라 요구했고, 인도로 송환되는 배에서 남과 북에서 사랑을 나눴던 윤애와 은혜, 특히 은혜와의 사랑을 떠올리며, 그리고가 원하던 '푸른 광장'을 상상하며 바다에 몸을 던진다. 이렇게 주인공은 남과 북, 어떤 이데올로기에도 안주하지 못한 채 결국 자살로 자신의 자유를 실천한다.
분단은 개인의 자유를 옥죄고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 잔인한 분단은 누구 책임인가.
깊이있는 사유가 뒷받침된, 남북의 사회와 인간의 심리에 대한 탁월한 묘사를 따라가노라니, 60년대 두 세계의 심층은 물론 남자의 사랑법까지 덤으로 추체험한 느낌이다.
너무 늦은 독서, 좀 부끄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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