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1

세계적인 MZ세대 흐름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한국의 MZ세대 담론이 이와 정반대로 가는 이유는? | 사회주의자

세계적인 MZ세대 흐름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한국의 MZ세대 담론이 이와 정반대로 가는 이유는? | 사회주의자:


세계적인 MZ세대 흐름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한국의 MZ세대 담론이 이와 정반대로 가는 이유는?
글쓴이: 박준규
-2021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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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부터 언론에서는 ‘MZ세대’라는 개념으로 청년세대를 일컫고 있다. 이 용어는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인 ‘밀레니얼(millennial)’과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인 ‘Z세대’(어렸을 때부터 IT기술을 많이 접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세대라는 의미)의 각 앞 글자를 따와서 만든 말이다.
한국 언론들이 말하는 MZ세대의 특징

현재 한국 언론은 지금의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MZ세대라는 용어를 즐겨 쓰고 있다. 이들 언론이 MZ세대의 특징으로 주로 언급하는 것들은 다양성 선호, 개인의 취향 존중, SNS 등을 기반으로 한 익명성과 느슨한 인간관계 선호, 자신에게 흥미로운 것에 집중, 자기중심적 소비생활, 안정적인 직장보다는 다양한 삶의 경로 모색,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거대담론에는 무관심함 등이다. 매일경제에서는 2020년 2월 23일에 낸 기사를 통해 MZ세대의 특징을 “새로운 세대에게 직장은 그런 의미에서 오랜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보금자리이기보다는 경력 관리를 위해 거쳐 가는 정류소”, “MZ세대의 관계망은 아주 느슨 …… 의리 및 우정 등은 애초에 배제된 상태의 친구”, “다양성을 추구하고, 작은 참여라도 소중하게 여기며, 느슨한 관계망을 선호하고, 재미있는 놀이에 집중 …… 과잉보다는 절제적 소비”라고 표현했다.

수구언론의 경우는 MZ세대에 대해 자신들의 프레임을 투영시켜 ‘노력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중시하여 시험이나 경쟁을 중시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나 각종 여성정책에 대해 반대’와 같은 것을 MZ세대의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 예로 얼마 전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해 건강보험공단과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이 ‘불공정’이라며 반대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에서는 이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MZ세대 직원들’이라고 명명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올해 9월 15일에 낸 창간기획 「2040 세대 성향 리포트」 기사를 냈는데, 이 기사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20대는 북한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고, 난민 수용을 반대하며, 실력을 통한 경쟁을 중시하여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고, 자신에 대한 이익과 합리성을 중시하여 탈원전에도 반대하며, 여성가족부 폐지와 여성 징병제에 찬성하고,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언론들의 주장대로라면, MZ세대의 특징은 한 마디로 ‘개인주의’와 ‘우경화’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으로부터 눈을 돌려 다른 나라들의 MZ세대들을 보면, 한국 언론에서 말하는 특징과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른 점은, 한국의 지배계급들, 그리고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언론들이 결코 한국 청년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세계 MZ세대의 진짜 특징이다. 그 진짜 특징이란 무엇일까?
한국 언론들이 애써 숨기려는, 세계 MZ세대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반자본주의’와 ‘사회주의’다

MZ세대 개념의 원류라 할 수 있는 미국, 영국과 같은 나라들의 청년들이 현재 다른 세대에 비해 갖는 뚜렷한 특징은 ‘반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이다. 이들은 그들의 부모세대에 비해 반자본주의를 적극화하면서 사회주의에 대해 높은 선호도를 드러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기사를 해당 국가들의 언론에서도 내고 있다.

2021년 9월 20일 영국 언론 가디언에는 「‘부자들을 먹어라!’ 왜 MZ 세대는 자본주의에 등을 돌렸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 의해 10월 1일 한국에도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해당 기사에서는 영국 청년들의 80%가 주택문제 때문에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75%가 기후위기를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믿고 있으며, 67%가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조사결과를 언급하며, “영국 청년들은 확실히 좌파로 기울어져 있다”고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영국에서는 MZ세대의 특성으로 ‘반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청년들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해당 기사는, “영국의 임차비는 임차인 실소득의 반을 차지한다. 그리고 런던에서는 74.8%를 차지한다. 21세기가 시작된 이후 1/3이 상승했다. …… 젊은층이 이러한 경제적 시스템을 옹호할 합리적 이유가 없”으며, “제로아워 계약 노동자 1/3 이상이―주당 얼마를 그들이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 알지 못하며―25세 이하이다. 반면 그 외에 많은 사람들이 ‘가짜 자영업’ 상태이다. …… 실제로 한 고용주 밑에서 일을 하지만, 최저임금 또는 유급휴가와 같은 권리는 박탈된다. 자유시장은 그들에게 자유를 줄지 모른다. 그들은 대신에 불안정을 선물 받는다”며, 자본주의가 낳은 일자리 문제와 주거문제를 비롯한 삶의 문제를 그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발전한 청년들의 사례를 들고 있다.


33세의 은행원인 잭 포스터는 어떻게 그의 삶이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대학을 중퇴한 후에 콜센터에서 일했다. 그것은 상당히 비참한 일이었다. 금융위기가 그의 정치적 태도를 만들었다. 그의 세대에게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택문제가 특별히 컸다. “나는 임차인이다. 나는 집을 살 수 있을까?” “나의 엄마는 청소부였고, 아빠는 장애인이었다,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내가 아는 한, 그들의 부모 도움이 있었다. 이것은 일자리와 저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산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런 현상은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2008년 대공황을 계기로 터져나온 월가 점거투쟁과 같은 운동에 참여했던 밀레니얼 세대부터 시작된, 지금의 MZ세대가 미국의 사회주의 확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9월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청년층 3명 중 1명 (31%)이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 또는 사회주의자라고 답하였다. 2019년에는 10대 여성들을 주독자층으로 하는 패션잡지 ‘틴 보그(Teen Vogue)’가 자본주의, 맑스, 파업, 노동자계급 등에 대해 설명하는 기사를 게재하며 사회주의를 선전하기도 했다. ‘더 칼리지 픽스(The College Fix)’라는 언론매체에는 대학에 간 자녀가 얼마 뒤 맑스주의자가 되어 돌아왔다는 내용의 아래와 같은 만평이 2019년 11월경 게재되기도 했다.



미국 사회에서, 특히 미국의 MZ세대 사이에서 이렇게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가 확산된 배경에도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삶의 문제가 있었다. 2008년 대공황 이후로 미국의 MZ세대는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평균 수입이 1980년대 이래 가장 낮은 세대가 되었고, 18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층 4명 중 3명은 학자금 등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객관적 상황이 미국의 MZ세대로 하여금 월가 점거투쟁과 같은 투쟁에 나서게 하였고, 거기에서 싹튼 문제의식이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반대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었다.

미국 사회의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도 여전하다. 올해 4월 1일 미국의 방송사인 CBS에서는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2021년 사회주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또한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된 한 여론조사는 미국 MZ세대의 반자본주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2년 전인 2019년에는 18세부터 34세까지의 미국 청년층 중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58%이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38%였는데, 이제는 같은 나이대의 청년층 중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49%,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46%로,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 의견이 더 늘었다. 자본주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은 보다 젊은 층인 18세에서 24세까지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54%로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통해 영국과 미국의 MZ세대와, 그들에 대해 보도하고 발언하는 영국과 미국 언론들의 이러한 모습은 한국 언론들이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세계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인 것이다.
한국 언론들이 말하는 ‘MZ세대의 특징’은 실제 MZ세대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지배세력이 왜곡시킨 담론이다

세계적으로 MZ세대가 반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대거 움직이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MZ세대 담론이 횡행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한국의 지배계급이 MZ세대 관련 담론의 구조를 현실에 맞지 않게 전반적으로 왜곡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담론을 설정하여 유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언론이 부각시키고 있는 MZ세대의 특징이라는 내용들의 상당수는 한국의 전체 청년이 아닌, 정규직 등 안정적인 일자리로 들어가기 위한 개별적인 노력이 가능한 조건에 있는, 혹은 그에 성공한 상태에 있는 일부 청년들에 국한되는 내용들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청년들이 어떻게 직장을 ‘경력을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 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 있으며, 월세 내고 먹고 살 돈조차 빠듯해 고시원에 살며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어떻게 문화나 여가생활 같은 ‘자기중심적 소비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실제 한국 청년층의 대부분은 일자리문제와 주거문제, 거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더 극한으로 치닫는 취업경쟁에 대한, 그리고 그런 상태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이다.

언론에서는 특히 ‘공정성’을 내세우며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청년 정규직 노동자들과 취업준비생들의 사례를 부각시키며 ‘공정성’이 MZ세대의 화두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도 실제 현실과 다르다. 2021년 4월 16일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 주최 “청년 일자리 토론회”에서는 이 점에 대해 지적하는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필자는 며칠 전 계층과 성향이 상이한 고향 친구 세 명에게 “공정성과 능력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다. 자본가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권 대학에 진학한 친구 甲은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어가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자본주의적 모법답안을 제시했고, 생산직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취업전선에 뛰어든 친구 乙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열심히 사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사무직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영남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친구 丙은 “어차피 공정성이든 능력주의든 인서울 명문대 졸업한 사람들한테나 중요한 것”이라며 “지방에서 나고 자라 지방대를 나온 사람들은 그 틈에 낄 자격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간 중앙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비춰 온 “불공정에 분노한 청년들”이라는 프레임이 모든 청년에게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계층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는 사실이다. …… 친구 乙과 丙의 말에서 보듯, 지방의 청년들은 공정성과 능력주의를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틈에 낄 자격도 없다”라고 자조하거나, “열심히 사는 것”밖에 대안이 있느냐고 한탄한다. 여러 매체와 정치권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노한 청년들’에는 지방 청년들의 존재가 사실상 소거되어 있는 셈이다.

(“청년 일자리 토론회” 자료집, 박한솔 토론자의 토론문 중에서)

즉, ‘공정성’ 담론 자체가 수도권 중심의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 중 취업 등을 위한 스펙을 쌓는 노력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또는 그런 조건에 힘입어 정규직 취업문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일부 청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담론인 것이며, 그렇지 않은 청년들, 예를 들어 대학을 나오지 못하고 곧바로 노동에 뛰어들었거나 비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거나 비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상당수 청년들은 오히려 ‘공정성’ 담론에 대해 긍정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MZ세대는 공정성을 중시한다’라고 잘못된 일반화를 하는 것은 청년층 중 일부의 사고를 청년 전체의 사고인 것처럼 부풀려 청년 담론을 자본가계급에게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또 언론에서는 MZ세대는 보수화 내지는 우경화되고 있다는 프레임을 유포하고, 그 근거로 수구정당 국민의힘에 대한 청년들의 지지율이 높다는 등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거기에 더해 이른바 ‘이대남’을 내세워 여성가족부 폐지 및 여성징병제 등에 찬성하고 ‘여성보다 남성이 더 힘들다’고 하는 남성 청년이 많다면서 청년층의 화두는 ‘성대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예도 있다. 이를 근거로 언론과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남성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언론에서 주로 부각시키는 프레임만 본다면 청년층이 ‘우경화’된 것이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부분을 톺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 한국 청년들의 상태를 들여다보자. 한국갤럽에서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무당층의 비율은 20대에서 40%로,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것으로 나왔다. 이것을 보면 청년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수구세력과 자유주의세력 모두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여성문제와 관련한 이슈에서도 청년층의 의식을 보면 단순히 ‘우경화’라고만 할 수 없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산하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최종숙 선임연구원이 2020년 3월에 발표한 「20대 남성 현상 다시 보기」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 점수는 남녀 모든 세대를 통틀어 20대 여성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왔다. 또한 20대 남성은 ‘전통적 남성성’을 모든 세대 남성 중 가장 적게 띄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들 중 ‘성별에 따라 집단과 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다르다’와 같은 고정관념에서 가장 먼 세대가 20대 남성들임을 뜻한다. 이 연구를 진행한 최종숙 연구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만 하락하면 그것이 젠더 간 갈등문제로 해석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연구를 시작한 배경”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예로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반여부를 묻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2017년에는 20대의 62.1%와 30대의 60.7%가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였는데, 2년 뒤인 2019년에는 20대의 74.1%와 30대의 71.5%로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낙태죄 폐지에 찬성한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두 해 모두, 20대가 모든 연령층 중에서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성여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런 결과들을 보면, 현재 한국의 청년들이 ‘우경화’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일면적인 분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부 청년층이 수구세력에 대한 지지를 보이고 여남 간 대립구도를 조장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지만, 그것은 수구세력도 자유주의세력도 아닌 명확한 대안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청년들 자신의 삶의 절박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과 분노가 바람직하지 않은 언어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즉 자본주의로 인한 삶의 문제가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심각한 실업, 희망 없는 극한의 취업 경쟁, 나날이 오르기만 하는 월세, 늘어만 가는 빚 등에 대한, 그리고 그런 상태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의 표현인 것이다.

‘MZ세대’를 들먹이며 나오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및 취업준비생의 대립구도, 여남간 대립구도는 청년들의 분노가 자본주의 체제로 향하지 않게 하기 위해, ‘당장 내 일자리도 내 몸 하나 누일 곳도 없다’는 청년들의 실제 목소리를 숨기기 위해 자본가 정치세력들이 조장하는 허구적인 구도이다. 실제로 MZ세대의 상태를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작업을 지배계급이 의도적으로 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되었던 중앙일보 창간기획 기사가 그 사례에 해당한다. 해당 기사의 논거를 제공하고 있는 ‘2040세대 성향 테스트’라는 이름의 중앙일보 자체 설문조사는 항목 중 통일 필요성과 북한에 대한 지원에 동의하며 여성징병제와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찬성, 난민 수용 찬성에 표시하면 40대로 판별되고, 그와 반대로 표시하면 20대로 판별되는 결과가 나온다며, 사실상 ‘MZ세대는 보수화되었다’고 말하려는 의도를 갖고 특정 결과를 유도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MZ세대도 얼마든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의 MZ세대는 우경화된 것이 아니다. 한국 MZ세대 역시 사회주의를 외치고 있는 미국, 영국 MZ세대와 마찬가지의 객관적 조건에 놓여 있다. 다만 한국 MZ세대의 경우는 앞에서 보았듯이 자본주의가 주는 고통으로 인한 불만이 아직 제대로 된 대안적 목소리로 표현되지 못하고 일부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청년들도 자신이 처한 객관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확보해가고, 이를 위한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주체적 노력이 결합된다면, 얼마든지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문제 삼으며 급진화될 수 있다.

현재 한국에는 여러 방해요인들이 있어 아직 한국 청년들의 의식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노로 가지 못하고 막혀있다. 그 방해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오랜 분단 반공체제와 그 이데올로기를 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체제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기호 1번 아니면 2번’ 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자본가 정치세력들의 독점적 정치구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거기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청년들의 불만을 왜곡 해석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시키려는 지배계급의 시도가 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이 다른 나라 MZ세대의 급진화에 대해서는 완전히 함구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런 방해요인들을 타파하고 청년들이 급진화될 수 있게 하려면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진보세력은 자본주의 체제와 싸우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 안주하는 무기력한 운동만을 반복하고 있고, 상당수 사회주의세력 역시 불철저한 태도로만 일관하면서 대안세력으로서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청년들의 분노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노로 제대로 가지 못하고 막힌 채, 자유주의세력 아니면 수구세력이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맴돌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막힌 상태를 뚫어내고 한국 MZ세대의 의식이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발전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담론투쟁을 통해 담론을 적극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MZ세대 관련 담론은 상술했듯이 지배계급의 의도와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짜여 있는데 이런 프레임 자체를 깨버려야 한다. 실제 한국의 MZ세대들이 처한 현실을 부각시키며 MZ세대의 삶의 절박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를 건드려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자가 더 힘들다, 왜 여자만 챙겨주냐’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불공정이다, 시험 보고 들어와라’같은 주장에 대해 ‘차별이 불공정이다’와 같은 식으로 지배계급이 짜놓은 담론을 따라가며 수세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 생산력이면 충분히 가능한데 자본가들이 그걸 가로막고 있다’가 중심 담론이 되게끔 전환하는 식으로 담론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또한 청년들의 의식이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로 향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문제가 자본주의 모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적극 폭로하는 노력과 아울러 사회주의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갈 필요가 있다. 여기서 청년층으로 하여금 사회주의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어서 인간해방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식적 통제, 노동자 국제주의와 같은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알리는 것이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기존의 무기력하고 불철저한 태도를 극복하고, 청년들이 자신의 현실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학습선전, 선동활동, 사상투쟁 등을 전개해가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의 삶의 절박한 문제를 중심으로 투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 예로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에서는 공공부문 확대하여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규직 일자리 제공, 임금삭감 없이 노동시간 단축하여 일자리 나누기, 토지국유화, 1가구 1주택 초과소유분 몰수하여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비롯한 과도적 요구를 제출하였고, 이를 알려나가기 위한 선전전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서도 청년요구안을 제시하고 이를 알려나가기 위한 선전전 및 토론회와 같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요구들을 토대로 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면서, 청년들이 이러한 투쟁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 MZ세대의 의식발전을 막고 있는 요인들이 극복되면, 이 청년들이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발전해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은 충분한 상태이다. 마른 장작은 이미 넘쳐나며, 좋은 불쏘시개로 불을 지피는 일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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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패스트푸드 업계의 노동자. 맑스 저작과 자본론 학습을 통해 사회주의를 배웠다. 사람을 '노동자 대 고객'이나 '상사 대 부하'의 관계로 만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만으로도 모두가 유익해지고 발전할 수 있게끔 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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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adimir Tikhonov
3 h  · 
한국 20대의 좌파적 급진화가 가능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인데....아직도, 아쉽게도 그런 기류가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들이 많은데, 중요한 것은 중의 하나는 "성장기" 보내는 방식의 차이죠. 노르웨이에서는 정당마다 청년부가 있어 13-14세부터 급진적 정당 활동을 할 수가 있고 이외에 특히 환경 운동쪽에 청년 조직들이 많아요. 한국에서는 반대로 기존에 있었던 대학 서클들이 거의 사라지고, 청소년,  청년들에게 남는 것은 오로지 혼자서 시험 공부 내지 취준하는 건데....그 사이에 왼쪽으로 갈 만한 계기들이 쉽게 주어지지 않죠. 시간이나 에너지도 없고요. 한국에서 제도권이 개인을 넘 일찍 원자화시켜놓고 식민화하죠. 그게 큰 문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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