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9

알라딘: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 윤여일 (지은이)돌베개2023

알라딘: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 
윤여일 (지은이)돌베개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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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s Point : 5,725

9.0 100자평(3)리뷰(1)

340쪽
책소개
변화의 시기이자 현재의 한국 사회를 주조한 1990년대 지성사를 문예지ㆍ학술지ㆍ계간지ㆍ대중문화지 등 잡지 형태로 발간된 문헌을 통해 그려봄으로써, 2000년대 이후 지금 시대로 이어지는 정신사의 의미와 향방을 가늠한다. 이 책은 지금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고 긴밀하게 연관된 주제를 다루는데, 바로 ‘문학’ ‘사상’ ‘문화’ ‘세대’ ‘디지털’ ‘지식인’ ‘진보’ ‘국가’ ‘통제’ ‘여/성’(페미니즘) ‘생태’ ‘위기’ ‘대중’이다.

1990년대는 시대적 단절과 변화와 연속이라는 특징을 모두 지닌 시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형식적 민주화와 함께 경제적 자유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가 만들어진 시대이다. 따라서 1990년대를 사유한다는 것은 가까운 과거 또는 현재의 ‘근기원’을 성찰하는 일일 뿐 아니라, 지금의 한국 사회를 탐색하고 사유하는 일이다.


목차


1. 프롤로그
지금 시대와 지난 시대
1990년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1990년대로 진입하는 방법
과거의 고민을 현재로 잇기

2. 문제적 시대로서의 1990년대
1990년대란 무엇인가
1990년대는 언제부터인가
1990년대 잡지계의 진용
1990년대와 1980년대
1990년대와 2000년대

3. 문학, 전장에서 시장으로
시련 이후 문학장의 형성
문학주의의 도래와 ‘문학의 위기’
문학 비평의 속사정
문학도 권력일 수 있는가
문언유착과 문단정치학
문학권력논쟁이 남긴 것들

4. 사상, 중심을 잃은 행방
혁명의 시대, 초월의 사상
사상지가 선언한 것들
현실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등장 이후
지적 주체성과 탈식민화
분기하는 사상계

5. 문화, 대중성과 실험정신 사이에서
문화의 시대인가
범람하는 대중문화지
새로운 문화적 영토
문학을 넘어서야 할 이유들
대중문화가 싸움터다
주류 문화관 바깥에서

6. 세대, 혼란의 범주
신세대 논쟁의 등장
자유와 일탈 사이
보라, 신세대를
세대론들의 시작
단명한 신세대론, 장기집권하는 386세대론

7. 디지털, 가능해진 것과 가려진 것
정보화의 빛과 어둠
디지털 글쓰기와 통신문학
‘새로운 문학’은 도래하는가
사이버문학론이 멈춘 자리
인터넷 신문 그리고 포털의 시작

8. 지식인, 흔들리고 갈라지는
적이 사라진 시대의 지식인
지식인상은 왜 변화했는가
시장경쟁력과 신지식인
전통적 지식인의 출현
지식 기반 사회에서 지식인의 운명
지식인의 죽음인가

9. 진보, 재장전과 분열
진보와 혁명
진보와 개혁
중산층 이데올로기
진보의 재장전
안티조선과 적 앞의 분열
빼앗기는 진보의 말들

10. 국가, 억압하고 또 욕망되는
세계화, 일류국가화 그리고 종속화
박정희 신드롬이 뜻하는 것
욕망하는 민족주의
이주노동제도, 한국판 노예제
한국사회 속 미국과 일본
북한 인식의 이면

11. 통제, 사상에서 일상으로
병영국가와 병역 거부
여전한 반공주의와 국가보안법
‘음란성’으로 규율하다
청소년을 보호하라
우리 안의 파시즘 논쟁
일상이 파시즘의 전선인가

12. 여/성, 가장 첨예한 정치 영토
제1차 페미니즘 붐
여성주의 잡지가 제기한 물음들
여성적 글쓰기와 페미니즘 문학
커밍아웃의 정치학
노골적인 젠더 갈등이 시작되던 장면
페미니즘, 평등과 공정 사이에서

13. 생태, 그때 이미 사고했던 것들
생활세계 오염에 대한 각성
페놀 방류와 리우회의
개발주의 정부와 국토의 부동산화
쓰고 버리는 사회
생태 문제, 각론에서 총론으로
순환적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14. 위기, 지금 시대가 서 있는 토대
‘유연화’ 시대의 도래
개인이 무장해야 하는 사회
여성에게 요구된 것들
정신세계의 퇴락에 맞서
어떤 1990년대의 종언

15. 대중, 그들은 다음 시대를 열어냈는가
월드컵 논쟁
분출하는 하위문화활동
촛불시위의 등장
노풍과 탄핵 그리고 ‘오로지 경제’의 시대로
흐름으로서의 대중
국가, 자본, 시민사회와 대중

16. 에필로그
사라지는 잡지들
인터넷 시대 잡지의 운명
1990년대를 떠나며
사회적 사유와 시대적 사유를 위하여

미주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P. 11
1990년대는 과거의 시간이지만, 지금 시대는 민주화 이후,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소비사회 진입 이후, 경제위기 이후의 장기 국면에 속해 있다. 지금의 사회적 현상과 문제들은 1990년대로부터 기원한 것이 많으며, 그것들을 파고들다 보면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야 할 일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1990년대는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시간대이자, 지금의 사회 현실을 이루는 한 가지 지층이다. 접기
P. 49『비평과 전망』은 창간 이후 출판자본을 갖춘 대표적 문학지 문학과 사회」,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와 그 편집위원들을 ‘문단권력‘으로 지목해 줄기차게 비판했다. 이들만이 아니라민음사, 실천문학사, 세계사 등이 발간하는 당시 문학지는 주식회사인 출판사와 공생관계에 있었다. - 얄라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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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윤여일 (지은이)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로 베이징에서, 도시샤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교토에서 체류했다.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 제주에서 지내고 있다. 『물음을 위한 물음』, 『광장이 되는 시간』, 『사상의 원점』, 『사상의 번역』, 『동아시아 담론』,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상황적 사고』, 『여행의 사고』(전3권)를 쓰고, 대담집 『사상을 잇다』를 펴냈으며,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전2권),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 더보기

최근작 :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경계’에서 본 재난의 경험>,<공동자원의 영역들> … 총 44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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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사회의 현재는 1990년대로 통한다”

사상과 문화의 황금기이자 문제적 시대
누구에겐 자유와 노스탤지어로 누군가에겐 좌절과 위기로 기억되는 1990년대
―시대의 사유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성찰할 것인가?

문학ㆍ사상ㆍ문화ㆍ세대ㆍ디지털ㆍ지식인ㆍ진보ㆍ국가ㆍ통제ㆍ페미니즘ㆍ생태ㆍ위기ㆍ대중…
―1990년대의 정신적 행방을 좇아 지금 시대의 좌표를 가늠하다!

■ 1990년대 지성사를 그려, 지금 시대의 의미와 향방을 가늠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는 변화의 시기이자 현재의 한국 사회를 주조한 1990년대 지성사를 문예지ㆍ학술지ㆍ계간지ㆍ대중문화지 등 잡지 형태로 발간된 문헌을 통해 그려봄으로써, 2000년대 이후 지금 시대로 이어지는 정신사의 의미와 향방을 가늠한다. 이 책은 지금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고 긴밀하게 연관된 주제를 다루는데, 바로 ‘문학’ ‘사상’ ‘문화’ ‘세대’ ‘디지털’ ‘지식인’ ‘진보’ ‘국가’ ‘통제’ ‘여/성’(페미니즘) ‘생태’ ‘위기’ ‘대중’이다.

■ 1990년대를 사유한다는 것은 시대와 사회를 함께 사유하는 일
1990년대는 시대적 단절과 변화와 연속이라는 특징을 모두 지닌 시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형식적 민주화와 함께 경제적 자유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가 만들어진 시대이다. 따라서 1990년대를 사유한다는 것은 가까운 과거 또는 현재의 ‘근기원’을 성찰하는 일일 뿐 아니라, 지금의 한국 사회를 탐색하고 사유하는 일이다.

■ 다양한 사상과 이론이 목소리를 내다
1980년대 정치 현실의 대안으로 대학가에 널리 퍼진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빠르게 포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포스트콜로니얼리즘) 등의 포스트주의 이론으로 대체되었다. 한편 외국 이론의 무분별한 수용에 대해 ‘지적 주체성’ 내지 지적 탈식민화의 목소리가 지식계 내에서 나오기도 한다(김영민ㆍ조한혜정). 1990년대 한국의 사상계는 여러 흐름으로 분기하는데, 저자는 이를 ‘사상, 중심을 잃은 행방’(4장)이라고 정리한다.

■ 문화의 황금기를 열다
영화와 대중음악 등 문화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십대가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주류로 올라섰다(6장. 문화, 대중성과 실험정신 사이에서). 1990년대에 성장한 한국 영화와 대중음악이 이후 전개될 한류 또는 케이컬처의 토대가 된다. ‘신세대’는 참신한 스타일의 잡지 편집위원으로서 대중성과 실험정신을 동시에 염두하며 때론 과감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펼쳐 보였다. 기성세대가 주입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도그마를 거부하는 도전적 선언이었다.

■ ‘개인’ ‘내면’ ‘일상’으로의 전회―1990년대 문학
1990년대 문학은 1980년대 문학을 반면교사로 삼기라도 한 듯 ‘개인’, ‘내면’, ‘일상’으로 전회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총체적 이념보다는 구체적 현실 속으로 깊이 들어간 것이다. 민족문학론의 거점인 『창작과 비평』, 문학적 모더니즘을 지향하는 『문학과 사회』와 더불어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게 되는 계간지 『문학동네』가 등장하여 ‘작가’와 ‘작품’ 자체에 집중하는 ‘문학주의’를 이끌었다. 『문학동네』는 동명의 출판사가 한국 문학을 선도하게 되는 전초 기지 역할을 수행한다(3장. 문학, 전장에서 시장으로).

■ ‘개인이 무장해야 하는 사회’, ‘위기’가 항시적으로 존재하는 사회
이제 한국 사회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1997년 IMF 경제위기는 한국 사회의 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IMF 이후 신자유주의 질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어 노동의 ‘유연화’와 비정규직이 보편화되었고, 한국 사회는 ‘개인이 무장해야 하는 사회’, ‘위기’가 항시적으로 존재하는 사회가 되었다. IMF 구제금융은 끝났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IMF 체제가 제시한 시스템 속에 있다(14장. 위기, 지금 시대가 서 있는 토대).

■ 세대론, 페미니즘, 생태주의의 시작
세대론과 페미니즘, 생태주의의 시작도 1990년대이다. 진정한 첫 ‘신세대’인 X세대는 비교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기에 성장했으며, 이전 세대보다 자유와 개성을 중요시하고, 대중문화의 수혜를 누린 첫 세대이다. 이후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는 많은 표현들이 등장하는데 그 시초에 해당한다. 지금의 MZ세대라는 표현 역시 X세대의 또 다른 변주이다. 젊은 세대를 정체화하려는 세대론은 시간이 지나며 빠르게 잊혔지만, 386세대만큼은 486, 586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질긴 생명력을 유지했다. 저자는 이것이 386세대가 한국 사회에서 지닌 정치사회적 헤게모니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6장. 세대, 혼란의 범주).
몇 해 전부터 페미니즘 붐이라고 할 만한 흐름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데, 1차 페미니즘 붐은 1990년대에 있었다. 『이프』 같은 선구적 잡지가 흐름을 주도했으며, 문학계에서도 1960년대생 여성 작가들이 여성의 삶과 일상을 작품화하고 ‘여성적 글쓰기’를 시도했다. 이 시기의 페미니즘 역시 ‘평등과 공정 사이에서’ 수많은 논쟁을 낳았다(12장. 여/성, 가장 첨예한 정치 영토).
환경오염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며 생태주의가 싹텄다. 1991년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설립되고, 이해 3월 발행인 김종철이 주도하는 『녹색평론』이 한국 지식장에 독자적 메시지를 내기 시작하여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생태주의운동을 이끌었다. 저자 윤여일은 『녹색평론』의 가치와 그 안목이 지금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한다(13장. 생태, 그때 이미 사고했던 것들).
그 밖에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문명사적 전환(7장. 디지털, 가능해진 것과 가려진 것), 새로운 지식인의 양상(8장. 지식인, 흔들리고 갈라지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10장. 국가, 억압하고 또 욕망되는), 양면적 성격을 띤 ‘대중’의 정체(15장. 대중, 그들은 다음 시대를 열어냈는가)를 탐색한다. 접기


평점 분포

9.0
 유의사항


구매자 (3)




성실하다. 덕분에 재미있다. 한 문단을 완성하기 위해 참고했을 자료들이 무척 많다. 덕분에 90년대에 청춘이었던 나도 새록새록 그 때의 치열함과 고민을 복귀할 수 있었다.
낱낱이 흩어진 정보들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것의 의미를 밝혀주니 덕분에 그 눈으로 지금을 돌아보게 된다. 귀한 책이다
bluetail3 2023-08-0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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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떨어져 1990년대를 다시 되돌아본다
태엽 2023-09-0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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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현재의시작1990년대
:예술가라면 꼭 읽어봐야 할것 같은 책. 억압되었던 1980년대 이후 펼쳐진 문화,예술,사상에 대하여. 이를통해 정신이 사라진 현시대에 추구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2023-08-25 공감 (0) 댓글 (0)

마이리뷰


‘90년대 ‘신세대‘라 해두자

[서문] '90년대 '신세대'라 해두자
- [1990's], 윤여일, 2023.


"1990년대 초중반 '신세대론'이 기세등등할 무렵, 1980년대와 작별하는 후일담 문학이 부상했다면, 1990년대 후반 '신세대론'이 위력을 잃어갈 무렵 30대인 기성세대가 1980년대를 긍정적으로 회상하며 자기서사를 구축한 것이다. '386세대론'은 '신세대'를 탈정치적이고 개인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세대로 담론화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변별하며 자신의 출현을 예비하고 있었다. 이후로 10대와 20대에 관한 세대론은 짧고 다양하게 변주되었지만, '386세대론'은 486, 586세대론으로 업데이트되며 끈질기게 살아 남았다... 이처럼 호황기에서 (IMF) 불황기로 넘어가며 젊은 세대담론은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공통점이라면 어느 쪽이든 기성세대가 젊은세대를 대상화하고 평가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 [1990's], <6. 세대, 혼란의 범주>, 윤여일, 2023.


일단, 나를 '신세대'라 해두자.
First, call me 'new generation'

나는 1974년도에 태어났고, 1993년에 스무살이 되었다.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가 시작되었을 때는 아직 서른살도 안되었고 서울 종로에서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목도하려는 열정으로 친구들과 그 '천년의 밤'을 꼬박 새기도 했다.

남들보다 굼뜨고 조숙하지도 못했던 내가 스무살에 세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는 더 이상 군사정권 시대가 아닌 '문민정부'였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독재'보다는 '개혁'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었다.
스물한살이 되었을 때 후배들을 보게 되었고 선배인 나는 그들을 유행 따라 'X세대'라 불렀다.

부조리한 군부독재와 독점자본의 세상에 저항했던 1980년대 선배들을 동경했던 나는, 옆구리에 거대한 모토로라 삐삐를 차고 자가용을 끌려고 운전면허 학원에 가던 한 살 어린 후배들에게 세상을 바꾸는데 관심없다며 비난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 '80년대식 끝물을 들이고 있었던 선배들이 보기에 '신세대'였던 나는 'X세대'가 되기를 거부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동경했던 '80년대 젊은이들은 '90년대 말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기성세대'인 '386세대'로 무대 위에 등장했고, 나는 여전히 그들이 규정하는 세대로, '90년대 '신세대'로 머물렀다.


"1990년대는 동질적 내지 연속적 시기로 환원할 수 있는 하나의 실체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이질적 시간성들이 교차하고 혼재하고 갈등하는 여러 국면들로 짜여 있다. 그래서 그 때를 회상하는 사람의 이유와 방식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소환된다. 1990년대는 하나가 아닌 복수다."
- [1990's], <2. 문제적 시대로서의 1990년대>, 윤여일, 2023.


'90년대 초반 'X세대'와 중반의 'Y세대' 등은 지금 21세기의 'MZ세대'처럼 특정시기의 세대론을 지칭한다. 현재는 'X-Y-Z세대'가 없지만, 어느 시대든 '신세대'는 존재한다. 로마시대나 삼국시대에도 여전히 젊은이들은 '싸가지'가 없었을 테고 어른들이 보기에 그래서 세상은 '말세'였을 게다. 다만, '어린이'나 '젊은이', '청춘'이나 '청년'이 아닌 '신세대'로 세대론이 이 땅에서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기가 내 생각엔 1990년대 아닐까 싶다. 아니면 말고.

기성세대가 되어 정치와 경제 전반의 권력이 된 '80년대 청춘 '386세대의 회고와 추억으로 내가 접했던 1980년대는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했다. '후일담 문학'으로 문화권력까지 접근하던 '80년대가 보기에 1990년대는 더 이상 '변혁이론'도 안 통하고 '포스트모더니즘' 같이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대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그 '혼돈'에 앞장섰던 자들은 '소련의 몰락'과 탈냉전', '변혁이론의 쇠퇴' 등을 맞아 한 시대를 청산하고자 했던 '80년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90년대의 '신세대'는 여전히 '80년대 기성세대의 영향력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사회학자 윤여일 박사는 2016년에 1990년대 '탈냉전' 시대 [동아시아 담론]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가 '한국사상계의 한 단면'으로서 '동아시아 담론'이라는 주제를 연구할 때 주요 소재가 '잡지(雜誌)'였다. 그에 의하면 1990년대는 '잡지의 시대'였다. 시대의 저항과 진보를 대표하는 담론들이 수많은 무크지와 계간 및 월간지로 등장했다가 '90년대 후반의 불황기를 거치며 명멸했다. 윤여일 박사가 2023년도에 [1990's]라는 표제로 전 사회적 영역에서 1990년대의 특징을 설명하고자 했을 때는 박사논문 집필 과정에서 수행했을 '잡지'에 대한 방대한 연구와 조사, 그러나 [동아시아 담론]의 주제와 무관하여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마저 꺼내고 싶어서였을 거다.

결국 저자의 논문 [동아시아 담론]과 대중서 [1990's]의 결론은 같다. 1990년대의 '유산화', '역사화'다. 즉, 우리 역사에서 1990년대를 돌아보고 재역사화하여 미래로 이어지는 사상적 담론을 그려보자는, 뭐 그런 것 아니겠는가.


"... 그래서 1990년대는 무엇이었나... 희망도 자라났으며 위기도 드리웠다. 어떠한 변화는 원치 않았는데 닥쳐왔고 어떠한 변화는 그토록 갈구했으나 지난했다.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변화들 중에는 1980년대와는 달리 지금 시대에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게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1990년대는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만이 아니다."
- [1990's], <2>, 윤여일, 2023.


그래서 '90년대 '신세대'였던 나 또한 묻게 되었다. 나에게 1990년대는 무엇이었나.

군부독재의 종식과 문민정권의 등장, 초중반의 경제활황과 후반의 IMF 초유의 불황, 새세상을 꿈꾸었다면 역시 실망했을 수도, 역사는 진보하지만은 않는다며 회의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세기말이었기에 그랬는지 지난 시대인 '80년대를 계승했을 수도 부정했을 수도 있겠다. 또한 21세기하고도 사반세기가 지나는 지금 역시 마찬가지인 것처럼 도무지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의 본격적 태동기였을 수도 있겠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나날의 시사적 사건에 그때그때 반응하는 것보다 그 사건을 사태, 추이, 국면 그리고 시대의 징후로 옮겨서 읽어내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에는 더한 정신의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데도 굳이 그런 노력을 감당하려는 자가 있다면, 과거의 '잡지는 그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 [1990's], <16. 에필로그>, 윤여일, 2023.


사실, 1990년대 말 이십대 중후반의 내가 만약 소설을 써서 신춘문예에 당선된다면 어떤 '당선소감'을 낼까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하며 몰래 써보았을 때, 그 주제는 '90년대의 '부재(不在)'였다.
'80년대에 열렬하게 세계의 '변혁'을 외쳤던 그 세대들의 '부재', 현실에 존재하지만 또 한편으로 '부재'하던 '신세대'의 사상. 허생이 뒷문으로 달아난 좁은 방을 바라보던 포도대장 이완처럼, 어느덧 멍해져 버린 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잡지'를 통해 1990년대의 징후를 읽을 수 있는 것처럼, 한때 '90년대의 '신세대'였던 나는 생각한다.

지난 시절 인류의 '고전'들을 '20세기 소년'이자 '90년대 '신세대'의 눈으로 읽어서 계속 남겨보자.
'90년대를 살았다 해서 다 같을 수는 없지만, '다양성'의 시대였던 '90년대를 함께 통과했던 사람들이었으니만큼 한 시절 '신세대'의 이름으로 인류의 '고전'들과 몇 가지 책들을 나와 같은 세대들에게 읽어주자.
'노동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범상하게 커서 '노동자'가 된 나의 '90년대 관점으로, 나와 같이 늙어가는 동료 노동자들에게 책을 읽어주자.

내가 쓰는 서평 아닌 '서평' 또는 소설 아닌 '소설'의 독자는,
'20세기 소년'들이자 '90년대 한 때 '신세대'들이다.

한 때 우린 '변화'와 '다양성'을 지향하던 한 시절 같은 '신세대' 아니었는가.

그렇게,
아직도 '책 읽어주는 노동자'인 나를 여전히,
일단 '90년대 '신세대'라 해두자.

***

1. [1990's -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 윤여일, <돌베개>, 2023.
2. [동아시아 담론 - 1990~2000년대 한국사상계의 한 단면], 윤여일, <돌베개>, 2016.

- 접기
beatrice1007 2023-09-0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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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윤여일, 1990년대론1. 90년대 규정...







사회학자 윤여일, 1990년대론






1. 90년대 규정
■ 단수가 아닌 복수plurality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이질적.시간성들이 교차하고 혼재하고 갈등.
■ 90년대 언제부터?
: 1987년, 1991년에 주목!
: 대비법, 단절론의 유행_ 1980s 대항문화 vs. 1990s 문화주의
: 1999년 밀레니엄 신드롬

2. 문학
■1980s 군부정부의.언론기본법으로 비판언론탄압받고 잡지 폐간됨.
■ ˝문학동네˝ 1994 창간, ‘투사-사상가-선각자로서 작가‘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는작가로
■ 문단권력논쟁
: 문언유착_ 조선일보와 문학동네
: 크게 보면 비단 문학계 뿐 아니라.학계, 문화계, 정치권, 언론계 등 여러 영역.내.권력의 문제

04. 사상
■1980년대 ‘불온서적‘ 사회과학서
■ 포스트모더니즘.등장
■지적.주체성의 문제, 탈식민화
■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분기하는.사상계: 키워드는#타자#욕망#감각#몸#해체#개성#개별자

05. 문화
■ 소비대중문화의 출현과 확산
: 대중문화지의.범람.그.자체가.특징적인.대중문화현상







『비평과 전망』은 창간 이후 출판자본을 갖춘 대표적 문학지 문학과 사회」,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와 그 편집위원들을 ‘문단권력‘으로 지목해 줄기차게 비판했다. 이들만이 아니라민음사, 실천문학사, 세계사 등이 발간하는 당시 문학지는 주식회사인 출판사와 공생관계에 있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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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30 공감 (2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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