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9

알라딘: 사상이 살아가는 법 - 다문화 공생의 동아시아를 위하여 쑨거 2013

알라딘: 사상이 살아가는 법


사상이 살아가는 법 - 다문화 공생의 동아시아를 위하여 
쑨거 (지은이),윤여일 (옮긴이)돌베개2013
-04-01

















































정가
20,000원

기본정보
384쪽


책소개
서구 중심의 아카데미즘을 넘어 ‘동아시아 원리’ 찾기. 서구 중심의 아카데미즘을 비판하며 동아시아 사상의 원리를 탐색해온 중국인 학자 쑨거의 평론과 논문 모음집이다. 2000년을 전후로 한 시기부터 거의 10년에 걸쳐 진행된 중국과 일본 사회의 격렬한 변동에 관한 생각을 기록했다.

이 책의 역자이자 편자이기도 한 윤여일은 기존의 연구자들이 기대오던 서구이론의 해석틀이 아니라 동아시아인의 시각으로서 동아시아의 현실과 역사 문제를 파고드는 저자의 사상적 고투를 담으려 했다고 선집의 의의를 밝힌다.

쑨거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국, 일본, 한반도 사이에는 일종의 ‘분단체제’가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뿌리 깊은 단절을 극복하는 것이 오늘날 자신의 사상적 과제임을 두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그 뿌리 깊은 단절은 이미 조공시대의 ‘중심-주변’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목차


한국의 독자에게
독자에게

1부 상황적 사고
1. ‘사스’라는 사상사의 사건
2. 사고의 습관
3. 동북아의 ‘전후’戰後를 어떻게 논할 것인가
4. 역사의 교차점에 서서
5. ‘종합사회’ 중국과 마주하기 위하여

2부 중국과 일본 사이
1. ‘상호인식’, 세우는 법과 말하는 법
2.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로 보내는 시선
3. 다문화 공생과 ‘문화-정치’
4. 나하에서 상하이로
5. 오키나와가 우리 눈에 비칠 때

3부 현재 속의 역사
1. 다케우치 요시미의 역사철학
2. 다케우치 요시미를 읽는다는 것, 역사를 읽는다는 것
3. 왜 지금 다케우치 요시미인가
4. 사상으로서의 ‘아즈마 시로 현상’
5. 근대사와 마주하는 윤리적 책임

4부 동아시아라는 사유공간
1. 기억 속의 아시아
2. 오카쿠라 텐신을 다시 읽는다
3. 아시아를 말한다는 딜레마
4. 왜 ‘포스트 동아시아’인가?
5. 동아시아 시각의 인식론적 의의

접기


책속에서


P. 11우리의 지역에서 원리적 사상이 서서히 축적되고 있다. 서구 지향으로 말미암아 외면당해왔지만 우리의 사고가 제로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는 일본과 한국에서 계승할 수 있는 지적 유산을 발굴하는 일이 절실하다.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능력이 모자라니 동아시아의 다른 사회를 아우를 수는 없지만, 자신을 열어감으로써 타자를 열어내는 과정에 근거해 인류의 사상 원리의 하나로서 ‘동아시아 원리’를 추구해가는 과제를 나 자신에게 부과하고 있다. 나는 아직 한국 사회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책을 거쳐 한국의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그로써 한국이라는 타자를 열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접기

P. 71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감정기억의 문제라면,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사회적 기억일 것이다. 중국 사회와 일본 사회는 둘 다 이러한 감정기억이 현실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했으며, 그리하여 감정기억의 ‘동시대사적 진실성’을 둘러싸고 공동인식에 도달할 수 없었다. (……) 감정기억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는 극히 복잡한 정치학적 과제이자 사상사적 과제가 된다. 이제까지 지식인은 이 과제에 충분히 주목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접기

P. 81중국을 전체주의 국가로 설정하는 한, 비상사태에 관한 해석은 모두 하나의 지점으로 회수된다. 정부와 민간의 복잡한 응답 관계는 오로지 ‘관민일치’로 치환되고, 시위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참가자는 ‘난폭한 민중’으로 낙인찍힌다. 아직도 지엽적 반일사건으로만 중국 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이번 반일 시위는 그야말로 ‘난폭한 민중’에 딱 어울리는 행동이었으리라. 그러나 정부의 요구도 있었고 직장이나 지역의 리더가 종용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시민이 주체적 판단에 따라 움직였다고 이해하는 편이 실상에 가까울 것이다. 9?11 이후의 미국과 비교한다면, 지금 중국의 여론이 훨씬 유연하다. 접기

P. 243‘민족 감정’을 추상적으로 논하면 구체적인 맥락의 까다로운 지점을 흘려버린다. 또한 ‘민족 감정’을 그저 구체적인 ‘감정’으로 대한다면, 거기에 숨겨진 문제성은 떠오르지 않는다. 가령 난징대학살 때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람이 “일본인은 나쁘다”고 술회할 때, 짧은 이 두 마디 말은 피로 얼룩진 학살에 대한 모든 감정기억, 그리고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계승해야 할 저 무거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고 있다. 이 두 마디를 값어치 없는 감정적 발언으로 폄하한다면, 역사 속으로 비집고 들어갈 계기를 놓치고 만다. 그런 자에게 역사는 두 번 다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리라. 접기

P. 280아시아론은 아시아 지역을 살아가는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세계적 담론이자 역사적 유산이다. 이제 아시아는 정신이자 담론으로서 우리의 피부 감각에 스며들고 있다. (……) 서구의 비판적 지식인과 더욱 효과적으로 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아시아라는 상상을 둘러싼 차이점을 더욱 분명히 인식하고 역사의 기억을 되살려 정신적 유산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접기


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3년 4월 9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쑨거 (孫歌)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55년생.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일본 근대사상사, 비교문화를 연구하며 동아시아 담론을 이끌고 지식인들의 협력을 만들어내는 학자다. 중국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도립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중국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고(2015년 퇴임), 도쿄대와 워싱턴대에서 객원연구원을, 릿쿄대와 하이델베르크대에서 객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베이징제2외국어대학에서 가르친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왜 동아시아인가』 (2018), 『중국의 체온』(2016), 『사상이 살아가는 법』(2013),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2007), 『아시아라는 사유 공간』(2003)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왜 동아시아인가>,<지속 가능한 미래> … 총 19종 (모두보기)

윤여일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로 베이징에서, 도시샤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교토에서 체류했다.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 제주에서 지내고 있다. 『물음을 위한 물음』, 『광장이 되는 시간』, 『사상의 원점』, 『사상의 번역』, 『동아시아 담론』,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상황적 사고』, 『여행의 사고』(전3권)를 쓰고, 대담집 『사상을 잇다』를 펴냈으며,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전2권),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 더보기

최근작 :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경계’에서 본 재난의 경험>,<공동자원의 영역들> … 총 44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돌베개
출판사 페이지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한국고전문학사 강의 3>,<한국고전문학사 강의 2>,<한국고전문학사 강의 1>등 총 588종
대표분야 : 역사 3위 (브랜드 지수 846,295점), 음악이야기 4위 (브랜드 지수 25,715점), 한국사회비평/칼럼 8위 (브랜드 지수 57,255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열린 동아시아를 향한 고뇌의 연대

“우리는 나라가 아닌 고뇌를 단위로 연대를 기도해봅시다. 이를 위해 먼저 상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기존의 이론을 소비할 게 아니라 관성화된 사고방식을 해체할 물음을 함께 빚어냅시다. 그리고 고민의 연대를 위해서라도 각자가 처한 현실에 천착하기로 합시다. 다만 표층에 머물지 않고 아주 깊게 자신의 현실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공통의 과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섣부른 공감을 꾀할 게 아니라 고민의 번역을 시도합시다. 상대의 타자성을 희석시키지 않은 채 상대의 고민을 자기 안으로 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하나의 주체, 하나의 사회는 자기완결적이고 단수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 타문화를 매개해 해체되고 복수화되며 자신의 갱신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 바로 고뇌의 연대, 그리고 진정한 동아시아의 연대가 움틀 것입니다.”

동아시아의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깊이 있는 사상적 모색

동아시아는 격동 중이다. 분쟁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 센카쿠 열도와 독도의 영토 문제, 해를 거듭하며 반복되는 일본 역사교과서 논란, 감정의 골이 깊은 일본과 과거 식민지 국가들 간의 갈등, 한반도와 주변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
과연 우리는 격동하는 동아시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동아시아 사회가 직면한 위기와 갈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동아시아의 문제 상황 속에서 건설적 과제를 도출해낼 사상적 단초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동아시아 문제가 또다시 중요한 화두로 부각된 지금, 중국의 대표적 지식인과 한국의 젊은 연구자가 동아시아의 ‘분단체제’를 넘어선 연대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사상적 모색을 시도한 책이 주목된다.
『사상이 살아가는 법』은 서구 중심의 아카데미즘을 비판하며 동아시아 사상의 원리를 탐색해온 중국인 학자 쑨거의 평론과 논문 모음집이다. 2000년을 전후로 한 시기부터 거의 10년에 걸쳐 진행된 중국과 일본 사회의 격렬한 변동에 관한 생각을 기록했다. 이 책의 역자이자 편자이기도 한 윤여일은 기존의 연구자들이 기대오던 서구이론의 해석틀이 아니라 동아시아인의 시각으로서 동아시아의 현실과 역사 문제를 파고드는 저자의 사상적 고투를 담으려 했다고 선집의 의의를 밝힌다.
쑨거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국, 일본, 한반도 사이에는 일종의 ‘분단체제’가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뿌리 깊은 단절을 극복하는 것이 오늘날 자신의 사상적 과제임을 두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그 뿌리 깊은 단절은 이미 조공시대의 ‘중심-주변’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분명히 한국과 북한 사이의 분단과는 다르지만, 어떤 의도적 단절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이 단절의 현대판이 바로 냉전이며, 냉전구조가 동아시아에서 성립할 수 있었던 뿌리 깊은 역사적 기반은 오히려 조공시대의 ‘중심-주변’ 구조였다. 중심이었던 중국은 근대 이후 ‘근대화’의 위상에서 주변화되었다. 주변화 과정은 냉전 이데올로기와 합류해 중국 사회는 한국 사회나 일본 사회로부터 더욱 멀어져갔다. (『사상이 살아가는 법』, 8쪽)

저자는 국가가 나선다고 이와 같은 단절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 단절은 “문화의 벽”에서 발생하여 역사적 과정 속에서 재생산되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절을 극복하려면 국가 단위의 발상을 해체해야 할 뿐 아니라 국가 간의 경계에 얽매이지도 않지만 그것을 경시하지도 않는 인식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 과제를 위해 저자가 치열하게 사색하며 고투한 흔적을 담고 있다. 중국문학 연구자로서 일본 사상사에 천착하고, 이제 한국 사회로 새롭게 시선을 돌리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으로부터 진정한 ‘동아시아 사상’을 일궈낼 수 있는 계기를 추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구 중심의 아카데미즘을 넘어 ‘동아시아 원리’ 찾기, 『사상이 살아가는 법』

『사상이 살아가는 법』은 이 책의 역자이자 편자이기도 한 윤여일이 한국어판 선집을 꾸리기 위해 쑨거의 논문과 평론을 모은 뒤 4부로 나눠 담은 것이다. 저자는 ‘상황적 사고’, ‘중국과 일본 사이’, ‘현재 속의 역사’, ‘동아시아라는 사유공간’이라는 네 개의 주제로 묶인 글들 을 통해 역사와 현실의 문제를 파고들며 새로운 ‘동아시아의 원리’를 모색한다.

1부에서는 현실 상황으로부터 새로운 인식론을 벼려내는 데 집중한다. 특히 중국에서 일어났던 ‘사스 사태’, ‘티베트 문제’, ‘반일 시위’ 등을 소재로 취해 중국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서구중심적 이론에 기댄 지식인들의 중국 읽기의 한계를 비판하고, 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중국 사회에 대한 고착된 편견을 파헤친다. 그리고 ‘종합사회’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국의 원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론을 가다듬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러한 노력은 오키나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을 향해서도 축적되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2부에서는 나라 간 차이로 인한 맥락의 전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탐구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을 둘러싼 역사기억의 문제에 집중한다. 「다문화 공생과 ‘문화-정치’」 편에서는 ‘난징’과 ‘히로시마’라는 두 나라가 경험한 비극적 사건이 어떤 발상법으로 전쟁기억을 국가 단위로 재생산하는지를 분석한다. 과거사 문제에서 ‘사실’을 압도하는 ‘상징’이 갖는 의미와 양국 시민들이 품은 ‘감정’의 중요성을 문화정치의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3부에서는 역사 속으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지를 탐구한다. 특히 다케우치 요시미의 역사철학을 끌어들여 역사 속 결단을 무시한 채 사후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역사해석의 방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사상으로서의 ‘아즈마 시로 현상’」 편에서는 난징학살에 참여했던 일본인 아즈마 시로 씨의 공개사죄가 일본과 중국 사회에 일으킨 파장과 거기서 빚어진 두 사회의 갈등 상황을 파고들었다.
4부에서는 동아시아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이를 위해 과거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과 후쿠자와 유키치의 논고를 다시 읽어 사상적 자원을 건져내고, 오늘날 인접국의 지식인들과 교류했던 체험들 속에서 실감 어린 사고의 소재를 취한다. 아시아는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는 ‘사유공간’이라는 저자의 입장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동아시아의 상황이 격랑을 거듭해 왔음에도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여전히 기성의 서구지향적 이론에 기대어 동아시아를 대한다고 아프게 꼬집는다. 동아시아인의 지적 생산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인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아카데미즘이 처한 상황을 예로 들고 있는데, 중국 학계는 “겉보기에는 서구 지향적이지 않지만, 서구중심주의를 부정하는 형태로 서구 지향성을 노출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 상황에서 동아시아 연구는 원리성을 낳을 수 없다.
이러한 비판은 중국 학계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의 아카데미즘이 처한 위기에도 유효하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저자는 인류가 공유할 사상 원리의 하나로서 ‘동아시아 원리’를 가다듬어가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고 있다.

쑨거는 누구인가

국내 학계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는 쑨거는 현재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본래의 전공은 중국문학으로 2000년 이전까지는 비교문학을 연구했고, 2000년 이후부터 분과학문의 벽을 넘어 일본에서 정치사상사를 연구하고 있다. 동시에 동아시아를 둘러싼 현실 사회의 문제를 주요 연구과제로 삼아왔다. 국내에는 중국 지식인 가운데 드문 동아시아 논자로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쑨거의 책은 이미 한국에서 두 권 출간된 바 있다. 『아시아라는 사유공간』(창비, 2003)은 동아시아를 지리적 실체가 아닌 문제의식의 지평에서 사고하려는 한국 사상계의 수요에 조응하며 주목을 받았고,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그린비, 2007)에서는 서구적 근대성을 초극하는 아시아주의를 찾으려 했던 일본의 사상가 다케우치 요시미로부터 서구 근대주의와 동아시아 국민국가와 민족주의를 뛰어넘는 역사철학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 책은 이제 막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저자의 한국이라는 타자를 열어내고픈 바람을 오롯이 담고 있다.
접기
=====.


마이페이퍼
전체 (5)
페이퍼 쓰기
좋아요순



강유원-윤여일-가라타니 고진



'이주의 저자'를 좀 일찍 고른다. 주말에 고른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다. 인문 저자 3인인데, 먼저 강유원의 '고전 연속 강의' 시리의 하나로 <철학 고전 강의>(라티오, 2016)가 출간되었다. <역사 고전 강의> 이후 4년만이다.






"고전적인 의미의 철학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고도의 추상적 사유들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이 주요 철학자들의 저작들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철학의 전 영역이 아니라 전통적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다루고 있다. 철학의 영역에 속하는 모든 분야를 공부할 수 없으므로, 전통적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다룸으로써 철학의 전 영역으로 나아가는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려는 것이다. 헤시오도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와 같은 고대의 사상가들에서 시작하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데카르트, 칸트, 헤겔에서 이러한 시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검토한다."

인문 독자들이 오래 기다렸을 책인데, 강의의 템포에 맞추자면 일년 독서 거리로 고려해봄 직하다. 시리즈에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학 고전 강의>가 다음 차례일까.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와 번역을 진행해온 윤여일이 매듭을 짓는 성과로서 <동아시아 담론>(돌베개, 2016)을 펴냈다. 부제가 '1990 ~ 2000년대 한국사상계의 한 단면'인데, "1990년대 초반의 탈냉전기부터 2000년대 중반의 참여정부기까지, 국내에 동아시아 담론이 어떤 방식으로 유입됐고 분화되면서 변화를 겪어왔는지 지식사회학의 각도에서 분석한" 책이다. 바탕이 된 건 지난해 발표한 박사학위논문이라고. 동아시아 담론을 사상의 번역이란 측면에서 다룬 전작들, <사상의 원점>(창비, 2014)과 <사상의 번역>(현암사, 2014)에 잇대어 읽어봐도 좋겠다.







저자가 대화와 교류, 번역의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국 학자 쑨거의 책들도 내친 김에 다시 호명해놓는다.







끝으로, 일본의 비평가이자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신작이 번역돼 나왔다. <제국의 구조>(도서출판b, 2016). 당초 지난 겨울에 나오는 걸로 들었지만 출간이 조금 늦어졌다. 예상할 수 있지만 <세계사의 구조> 서플먼트의 하나다.


"가라타니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 이후 그것을 보충하는 형태의 책을 세 권 펴냈다. <자연과 인간>, <철학의 기원>,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제국의 구조>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국의 구조>는 <세계사의 구조>를 완성시키는 책이다."

지난 겨울 <세계사의 구조>에 대해 강의하면서 <제국의 구조>가 출간되면 좀더 자세한 이해가 가능할 거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는데, 이제 확인해볼 수 있게 돼 반갑다. 일독하고 나서 여차하면 하반기 강의에서도 다루고 싶다...



16. 07. 20.
- 접기
로쟈 2016-07-20 공감 (43) 댓글 (0)
Thanks to
공감
찜하기


정민-진중권-윤여일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다작이라고 할 만한 국내 저자들로만 골랐다. 먼저 '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만난 후지쓰카 컬렉션'이란 부제를 단 정민 교수의 신작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문학동네, 2014). '우리시대 명강의' 시리즈로는 <삶을 바꾼 만남>(문학동네, 2011)에 이어서 두번째 타이틀이고, 18세기 지식인을 다룬 책으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 2007)을 떠올리게 한다. 한중 문예공화국이란 무얼 가리키는가.






정민 교수가 하버드 대학교 옌칭도서관에서 발굴한 일본 학자 후지쓰카 지카시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화 학술 교류사를 복원한 책이다. 문예공화국이란 말은 18세기 유럽에서 쓰였던 용어다. 언어가 달라도 공통 문어인 라틴어를 통해 글로써 자유롭게 소통하던 인문학자들의 지적 커뮤니티를 일컫는 상상 속의 공화국이다. 같은 시기 동아시아의 지식인들도 한문을 통해 만나서는 필담으로, 헤어져서는 편지로 소통했다. 그 중심에는 조선 지식인이 있었다. 그들은 중국, 일본의 지식인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며 그 만남을 문화 학술 교류의 네트워크로 확장시켜나갔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우리와 중국 지식인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다.





미학자 진중권의 신간도 출간됐다. <이미지 인문학>(천년의상상, 2014).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가 부제다. 1권이 먼저 나왔는데, 목차를 보니 2권으로 이어진다. 미학 강의에 이이서 '이미지 인문학'으로 한 걸음을 더 나아갔다고 할까. 어떤 기획인가.


<이미지 인문학>은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이미지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미학을 횡단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을 기술적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 사진 등 전통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생물, DNA, 비트, 나노까지도 포함한다.

저자는 이 책의 기본 물음이 '디지털, 혹은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말한다. 문제의 지형도와 함께 여러 가지 계발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듯싶다.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자 윤여일의 신간도 주목거리다.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를 생각하다'를 부제로 내건 <사상의 원점>(창비, 2014). 쑨거의 <다케유치 요시미라는 물음>을 되읽은 <사상의 번역>(현암사, 2014)과 쑨거와의 대담집 <사상을 잇다>(돌베개, 2013) 등에 잇닿아 있는 책. 사상의 원점을 탐색함과 동시에 사상의 번역론을 문제삼는다.


한국발 동아시아 담론과 사상의 실체적 의미를 예리하게 성찰해온 저자 윤여일이 타께우찌 요시미와 쑨 거 두 사람의 사유를 통해 진정한 사상적 실천의 의미를 묻는 책이다. ‘번역’과 ‘동아시아’를 키워드로 한 3부 8편의 글은 모두 ‘사상의 번역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쑨 거가 번역한 타께우찌 요시미를, 타께우찌 요시미가 번역한 루쉰을 읽으면서 타인의 사유를 읽어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번역의 의미를 깊이있게 탐색한다.





저자의 지속적인 준거가 되고 있는 쑨거, 그리고 다케유치 요시미의 책들과 함께 모아서 읽어봄직하다. 그 자체로 상당한 견적이 나오는 일이라 쉽게 엄두를 내긴 어렵지만...



14. 05. 30.
- 접기
로쟈 2014-05-30 공감 (23) 댓글 (0)
Thanks to
공감
찜하기





===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