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현대사상지도
현대사상지도 - 세계지성사를 풍요롭고 활기차게 한 핵심 키워드 88
기다 겐 (지은이),김신재,심정명,윤여일 (옮긴이)산처럼2005-11-20
Sales Point : 397
9.5 100자평(0)리뷰(4)
기본정보
456쪽
책소개
현대사상의 각 장르, 즉 철학, 언어, 심리,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인류, 종교, 과학, 비평 등에서 핵심이 되는 키워드 88개를 추려내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사유의 물꼬를 트고 유효한 사상이 된, 다양한 영역의 주요 용어들의 의미와 흐름, 그리고 한계와 전망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각 항목은 별개의 내용으로 완결되기도 하지만, 각 항목 끝에 화살표시(→)로 다른 분야의 연결되는 항목들을 소개하여, 여러 항목들을 찾아가며 확장되어가는 논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항목의 참고문헌은 원서 외에도 국내에 번역된 책과 국내 저자의 책을 함께 소개했다.
목차
- 책을 내면서_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출항하는 젊은이들에게
사상의 흐름
응용윤리학 / 해석학 / 문화연구 / 현상학 / 구조주의 / 실존주의 / 존재론 / 프랑크푸르트학파
분석철학 / 포스트구조주의 / 포스트모던 /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키워드
안티휴머니즘 / 일리아 / 말할 수 없는 것 / 가능세계 / 환경세계이론 / 기억 / 크레올
차이.차연 / 서발턴 / 죽음 / 젠더 / 소진 / 상징 / 생활세계 / 타자성 / 탈구축 / 지식의 고고학
철학적 인간 / 살 / 인식론적 단절 / 노이즈 / 노마돌로지 / 반철학 / 물상화
언어
기호론 / 언어게임 / 언어행위이론 / 시니피앙.시니피에 / 생성문법
심리
오이디푸스콤플렉스 / 거울단계 / 게슈탈트이론 / 중충결정 / 상징계.상상계.현실계 / 정신분석
이중구속 / 반정신의학
정치
공동체이론 / 정의 / 진체주의 / 내셔널리즘 / 문명의 충돌 / 유토피아 / 자유주의
경제
조절이론
사회
군중 / 커뮤니케이션이론 / 시뮬라르크 / 사회시스템론 / 실천감각.아비투스 / 미디어론
역사
아날학파 역사학 / 근대세계체제 / 역사의 종언
인류
경제인류학 / 증여 / 중심과 주변 / 야생의 사고
종교
성스러운 것 / 변증법적 신학 / 유대사상
과학
어포던스 / 오토포이에시스 / 카오스이론 / 과학사.과학철학 / 과학전쟁 / 바이오테크놀로지
패러다임 / 프랙탈 / 홀리즘
비평
에크리튀르 / 오리엔탈리즘 / 상호텍스트성 / 수용미학 / 폴리포니
- 옮긴이의 말_ 20세기 사상을 가늠한다는 것
현대사상 연표
저자 소개
인명 찾아보기
사항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전체주의
전체주의 지배의 조건은 '대중'사회이다. '공동의 세계가 완전히 와해되고 서로 분리되어 있는 개인으로 구성된 대중'의 존재가 전체주의의 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19세기적 질서였던 계급사회의 붕괴는 타인과의 관계를 상실하여 근거를 잃고 흩어져버린 개인 즉 공통의 이해로 결합되지도 않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할 계급의식도 지니지 않은 '대중'을 산출했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동원한 것이 전체주의이다. - 본문 258쪽에서 접기
P. 6<현대 사상 지도>
시간상 가장 오래된 것은 19세기부터 계승된 마르크스주의입니다.
그 뒤를 잇은 것이 20세기와 함께 시작된 정신분석과 현상학이겠지요.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은 *실증적인 뒷받침 없이도 *이론체계로서 정비되었고 현실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20... 더보기 - Cinema Paradiso
P. 6마르크스주의는 한 세기를 넘는 장대한 실험의 결과, 1991년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그 무효성이 증명됐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사상으로서 재상의 힘을 감추고 있다고 봐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정신분석도 과학 또는 치료수단이라기보다 오히려 문화이론으로서 유효성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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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1910년대에 형성된 것인 엑스퀼의 환경세계이론, 그리고 게슈탈트 이론입니다.
1914~18년의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20년대에 등장한 것이 카를 바르트를 필두로 한 변증법적 신학, 물상화이론을 축으로 한 루카치의 서구 마르크스주의, 셸러로부터 시작한 철학적 인간학, 하이데거의 존재론, 역시 하이데거가 확장시... 더보기 - Cinema Paradiso
P. 7프랑크푸르트학파가 형성된 것도 이 시대입니다.
1930년대에 들어서자 야스퍼스가 제창하는 실존철학,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이론, 역시 그를 기점으로 하는 논리실주의의와 분석철학, 프랑스에서는 루시앙 페브르와 마르크 블로크를 중심으로 한 아날학파가 발족합니다.
하지만 이윽고 파시즘과 스탈린주의라는... 더보기 - Cinema Parad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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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기다 겐 (木田元)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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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야마가타(山形)현에서 태어나 2014년 세상을 떠났다. 도호쿠(東北) 대학 철학과를 졸업했고 주오(中央) 대학 명예교수를 지냈으며 마르틴 하이데거, 에드문트 후설, 모리스 메를로 퐁티 등 현대 서양 철학자의 주요 저작을 일본어로 알기 쉽게 번역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패전 직후 암상인으로 생활을 꾸려간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지은 책으로는 《현상학》 《반철학사》 《현대의 철학》 《하이데거의 사상》 《메를로 퐁티의 사상》 《암상인이 될 뻔했던 철학자》 《피아노를 치는 니체》 《철학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가》 등이 있다.
최근작 : <소크라테스에서 미셸 푸코까지>,<반철학이 뭡니까?>,<현대철학사전 세트 - 전5권> … 총 49종 (모두보기)
김신재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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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이며,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삼취인경륜문답>, <반일과 동아시아>, <근대일본사상사 강좌> 등이 있다. 2005년 현재 번역일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작 : <강의 한국사> … 총 2종 (모두보기)
심정명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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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교수.
원폭, 오키나와 전투 등 전쟁의 기억을 중심으로 일본 전후문학을 연구해 왔으며 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 격차나 빈곤과 같은 여러 재난들이 문학에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중이다. 『시작의 앎』(문학과지성사, 2020), 『처음 만난 오키나와』(한뼘책방, 2019) 등을 번역했다.
최근작 : <‘경계’에서 본 재난의 경험>,<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민주주의 증언 인문학> … 총 45종 (모두보기)
윤여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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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로 베이징에서, 도시샤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교토에서 체류했다.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 제주에서 지내고 있다. 『물음을 위한 물음』, 『광장이 되는 시간』, 『사상의 원점』, 『사상의 번역』, 『동아시아 담론』,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상황적 사고』, 『여행의 사고』(전3권)를 쓰고, 대담집 『사상을 잇다』를 펴냈으며,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전2권),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 더보기
최근작 :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경계’에서 본 재난의 경험>,<공동자원의 영역들> … 총 44종 (모두보기)
평점 분포
9.5
마이리뷰
'현대 사상'에 관한 개념어 사전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첫 문장이다. 완결된 고대 그리스 문화의 구조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하는 루카치의 이 문장은 너무도 유명하다. 20세기를 전망하고 있는 듯한 이 문장은 어둠과 암흑의 시대를 예견이라도 하는 듯하다.
겨우 7년이 흐른 시점에서 20세기를 정리한다거나 마무리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인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무언가 끝맺고 싶은 욕심과 정리하려는 본능을 가진 것 같다.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객관적인 시점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20세기를 정리하려는 노력은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혹은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장석준은 <혁명을 꿈꾼 시대>라는 책을 통해서 20세기는 인류의 역사상 끊임없는 혁명을 꿈꾸었던 시대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것은 역사의 결정적 시기를 나눈 또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기다 겐은 <현대 사상 지도>를 통해 20세기의 세계 지성사를 풍요롭게 했던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고 있다. 88개의 개념을 통해 19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고 있다. 한 사람이 이 작업을 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여러 명의 일본 학자들에 의해 정리된 이 책은 일종의 현대 사상에 관한 개념어 사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선 사상의 흐름과 키워드를 제시하며 거시적 관점에서 20세기를 파악한다. 응용윤리학에서 출발해서 해석학, 현상학, 구조주의와 실존주의, 분석철학, 포스트모던 등 지난 세기를 풍미했던 개념들을 소개하고 가능세계, 젠더, 상징, 타자성, 탈구축, 노마돌로지, 차이와 차연 등 현대 철학의 용어와 개념을 설명한다. 그리고 언어, 심리,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인류, 종교, 과학, 비평에 관한 용어들을 분야별로 잘 정리하고 있다.
어떤 책이든 장단점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감탄과 아쉬움이 교차된다. 우선 장점을 보자.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개념들과 한 시대의 사상의 흐름을 깔끔하게 일별할 수 있다. 특히 개념 중간 중간 학자들과 학파들 그리고 사상의 흐름들을 표로 정리하고 있다. 영향 관계를 화살표로 정리해 놓고 있어 시각화의 장점을 백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용어와 핵심 개념들을 서로 연계 시키고 있고 마지막 부분에 그 개념과 관련된 용어와 키워드를 찾아 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즉 순서대로 읽는 책이 아니라 화살표를 따라 지도를 찾아 가듯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현대 사상 지도>라고 지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장점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의 수고가 돋보인다. 공저가 갖게 되는 문제점, 즉 일관성과 통일성의 결여는 이 책에서 의미가 없다. 어차피 개별 개념들에 대한 정확하고 명쾌한 설명이 필요한 책이니까. 그리고 공동 번역의 효과는 모르겠지만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연구원 세 명의 노력이 좋은 책을 소개하고 있는 것 같아 흥미 있게 읽었다. 내용 자체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마는 머릿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는 현대 사상의 흐름과 용어들이 그나마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용어별로 마지막 부분에 우리말로 번역된 관련 서적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책꽂이에 꽂아 놓고 사전처럼 쉽게 찾아보고 관련 서적을 찾아본다면 훌륭한 현대 사상의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떤 책이든 그렇겠지만 이 책의 활용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읽고 사용할 것인가는 개별 독자가 선택할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당연하게도 지나치게 짧고 굵은 설명이다.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짧게는 한 페이지가 안 되는 것도 있다. 서너 페이지에 걸쳐 특징과 흐름을 잘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관심도 없었고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은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일 것이다.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책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독서라는 것이 처음부터 예정된 길만 걷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연히 이 책을 만난 독자라면 오히려 혼란스럽고 어려운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다.
비슷한 얘기지만 하나의 개념이나 용어를 설명하는 데 있어 분명하고 핵심적인 접근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모호한 표현이나 설명하는 방식에 따라 변죽만 울리고 마는 것도 있다. 일일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쉽고 간단한 것을 너무 어렵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몇 가지 아쉬움이 남지만 곁에 두고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은 책이다.
20세기는 루카치의 말대로 별빛이 길을 안내해 주지도 않았고, 지도가 없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21세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길이 보이지 않아도 걸어야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인류가 걸어온 사상과 문명 발달의 길이 더욱 험난하게만 느껴진다. 양보와 배려를 위한 이타적 유전자보다는 자본으로부터 소외되고 물질적 욕망의 덩어리로 가득한 세상을 비참하기만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합의도 없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책이 답을 줄 수는 없다. 다만 사상의 흐름과 사유의 방식을 뒤돌아보는 방식을 통해 미래를 짐작하고 고민하며 한 걸음 내디뎌 볼 뿐이다.
080227-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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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ptic 2008-02-2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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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상의 흐름을 아주 간결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무척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많은 사상들을 간결한 도표와 그림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핵심만 짚어주니 흐름 찾기에 도움이 됩니다. 철학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사상들을 담고 있는 점도 무척 맘에 드네요.
유리바다 2007-09-02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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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오디세이>지젝,감각의논리,사랑의문화사,진중권,필립아리에스 등
요새 너무 오랫동안 책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다. "나의 게으름을 남에게 알리지 마라!". 정말이지 '게으름에 이르는 길'을 어쩔 수 없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아침에 동아일보를 보다가 신간에서 '지젝'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요새 띄엄띄엄 읽고 있는 책이 <까다로운 주체>인데, 중간을 넘어서 버틀러 부분을 훑고 있는 중이다. 이걸 끝내면, 사 놓고 고히 책장에 모셔만 둔 <신체 없는 기관>을 볼 작정이다. ... + 더보기
TexTan 2008-03-22 공감 (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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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상 지도
20C 세계 사상 한눈에 보여요 현대사상 지도기다 겐 편저|김신저·심정명·윤여일 옮김|산처럼|456쪽|2만3000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대입수능시험을 잘 봤건 아니건 한숨을 돌리자. 이제 대학에 들어가면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더 큰 고민을 펼쳐야 할 터. 그렇다면 먼저 지금의 세계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20세기 세계 지성사의 흐름을 장르별, 항목별로 묶어 88개의 핵심용어로 정리했다. 해석학, 현상학, 구조주의, 실존주의, 프랑크푸르트... + 더보기
stella.K 2005-11-30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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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론
프레시안에 새롭게 연재되는 글이다. 관심이 가는 주제다.
[동아시아를 묻다·1] 동아시아에 내재하기 위하여
동아시아론, 버블기의 끝자락
제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동아시아. 외래어였다는 흔적조차 희미해진 말 아시아(Asia)에 '동(東)'이라는 방위가 달린 이 말은 담론의 대상이자 통찰의 주제로 빈번이 회자되었습니다.
동아시아론. 동아시아에 관한 담론은 탈냉전, 세계화, 지역화, 탈국경화 등의 추세와 맞물려 부상했으며 역내 교류의 증가, 북핵 위기, 중국의 부상, 일본 우익의 준동, 한류의 확산에 이르기까지 현실 사건과 반응하며 현실감을 더해 학술 쟁점 이상의 담론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학술 영역에서라면 동아시아론은 사상사, 문화 연구로부터 지역학에 이르는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전 방위로 논의되며 인문학에서는 주체 구성의 지평으로, 사회과학에서는 긴박한 분석 범주로서 조명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되어 동아시아론은 인문·사회과학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출구라는 인상마저 풍겼습니다. 바야흐로 동아시아론은 풍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동아시아론은 철지난 담론이 될지 모릅니다. 이미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는 인상입니다. 여전히 여러 논의가 쏟아져 나오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내리막길 위의 자전거 페달이 공회전하듯 담론은 지면(현실)과 무관하게, 그간 쏟아져 나온 동아시아론의 관성으로 인해 자기운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동아시아 사상사를 공부합니다. 그러나 동아시아론의 성장세가 멈췄다고 아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동아시아론이 외형적 성장을 거듭할 때도 그 번영과 사상적 공백 사이의 낙차가 제게는 눈에 밟혔습니다.
동아시아론은 풍년처럼 보였지만 실은 버블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정권이 바뀌고 동아시아론에 관한 정책적 수요가 줄고, 관련 사업에 지원이 끊기자 동아시아론은 거품이 빠지듯 쇠락하는 풍경입니다. 역시 정책적 지원이 줄었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책적 지원 속에서 웃자란 동아시아론은 바로 그 이유로 '동아시아'에 관한 담론임에도 '내수용' 담론으로 성장해왔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한국의 사상계는 어느 사상계보다 '동아시아'를 자주 입에 담지만, 몇몇 값진 시도들을 제외하고는 타국의 사상계와 공유할 만한 동아시아론을 생산해냈는지는 의문입니다. 한국의 조건으로부터 긴장어린 사상 자원을 빚어내 다른 지역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모호한 지평에 자신의 기대를 투사하는 형국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동아시아의 모호함, 동아시아론의 애매함
동아시아는 분명 모호한 말입니다. '아시아'의 어감에 배인 모호함은 '동'아시아로 좁힌다고 그다지 희석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개념은 모호함을 대가로 지불하는 대신 풍부한 환기 능력을 얻습니다. '동아시아'는 그리하여 화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은 사회 현실의 다양한 면모에 새로 빛을 비추고, 기존의 학문적 대상과 범주들은 그 말 안에서 자명함을 잃거나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동아시아라는 말은 주체/타자, 근대/탈(반)근대, 국가/지역, 이론/역사 어느 개념과도 복잡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런데 동아시아라는 말을 통해 환기되는 문제의식들은 멀리서 넉넉하게 표현하면 다양하다고 하겠으나, 바짝 다가가서 내실을 들여다보면 여러 모순, 불균형한 갈등이 엿보입니다. 동아시아는 하나의 문제의식이 전개되는 전제로 오기도 하며, 문제 상황을 갈무리하는 자리에 오기도 했습니다. 문화 연구에서는 현실의 면모를 새롭게 들추는 분석 틀로 쓰이기도 하며, 특히 마르크스주의가 힘을 잃으면서 만들어진 공백을 메우며 이념의 위상에 서기도 했습니다. 동아시아라는 말은 직관과 추상의 영역을 오가면서 다양하게 회자되었습니다.
그것은 동아시아가 지리적 개념으로 안착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동적으로 사용된 까닭은 '동아시아'를 문제의식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던 시대 배경이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론은 어떤 배경에서 왜 요청되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게 갈라졌습니다. 앞서 탈냉전, 세계화, 지역화, 탈국경화 등 동아시아론이 부상하게 된 배경들을 늘어놓았는데, 그런 시대 조건들은 동아시아론이 성장해온 토양이자, 동아시아론을 복잡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동아시아라는 말은 모호성을 씻어낼 수 없었고, 그 모호성으로 말미암아 동아시아론은 생산성을 띠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추상화되기도 했습니다. '동아시아'는 때로 자국을 지역의 수준에서 확대 재생산하는 지평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국민 국가 단위의 자국 중심주의를 극복하는 장으로 모색되기도 했습니다. '동아시아'는 때로 지역 공동체를 설립해 경제적 근대화를 기도할 때 조명되기도 하며, 때로는 서구적 근대에 대한 '탈근대적 대안'으로 모색되거나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동학을 지닌 지역으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덧붙여 문명론으로 경사되기도 했죠.
그러나 그 어느 경우에도 '왜 동아시아여야 하는가'는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습니다. '동아시아'를 앞으로의 비전과 결부시켜야 하는 이유들은 쏟아져 나와 사상계를 넘어 정부 기구와 민간 단체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에 관한 상이한 접근들이 논의의 지평을 넓혀 갔지만, '왜 동아시아여야 하는가'라는 내적 원리는 밝혀지지 않은 채 동아시아라는 말의 모호함에 기대어 동아시아론은 애매하게 확산되었다는 인상입니다.
지금껏 다뤄오던 연구 주제나 기획을 그대로 '동아시아'라는 애매한 담론 장으로 옮겨도 성립하는 것처럼 보이고, '동아시아'라는 말이 붙으면 어떤 현실성마저 띠는 듯한 착시 현상 속에서 '동아시아'는 사고의 지평이라기보다 그럴듯한 수사로 전락해갔습니다. 그리하여 만연한 동아시아론은 구체적 현실에 직면하면 담론의 물질성이 휘발되고 추상성, 관념성을 노출하곤 했습니다.
동아시아가 환기한 것
저는 동아시아론의 쇠락이 안타깝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쇠락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라면 동아시아론의 유산화 작업에 착수하고 싶습니다. 동아시아론 자체에 가치가 있어서라기보다 동아시아론을 통해 환기된 몇몇 문제의식들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동아시아론은 서구 중심주의와 학문의 식민성을 문제로 부각시켰습니다. 사실 '동아시아(East Asia)'는 '극동(Far East)'에서 나온 말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국무부 내에는 '극동 업무(Far Eastern Affairs)'를 대신해 '동아시아 업무(East Asian Affairs)'라는 명칭을 단 부처가 등장했고, 아시아는 전후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개입의 필요에 따라 '동아시아(East Asia)', '동남아시아(South-East Asia)', '서남아시아(South-West Asia)'로 구획되었습니다. 즉, '동아시아'는 미국 지역 정책의 필요성에서 등장한 말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동아시아'는 미국 주도의 지역학에서 한 가지 하위 영역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사상계에서 '동아시아'는 다른 맥락으로 전용되었습니다. 동아시아론의 포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최원식의 "탈냉전 시대와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은 한국 사상사의 흐름 안에 있는 '변방적 경직성'을 질타하며 시작합니다. 교조의 권위에 매이지 않고 자기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의 변증법적 관여를 통해 창조적 비약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백영서는 "지적 실험으로서의 동아시아"를 제기하는 데 이릅니다. 그밖에도 '동아시아'를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을 성찰하는 지적 지평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그런 시도 안에 내재된 역오리엔탈리즘이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무튼 동아시아론을 매개해 서구 중심주의, 학문의 식민성 문제는 더욱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이 지역에서 사상적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도 동아시아 논의는 필요합니다. 이 지역에는 '동아시아 공동의 번영'이라는 수사로는 감출 수 없는 적대 관계가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분단, 과거사 문제, 양안 문제, 영토 분쟁, 경제 패권 등의 문제가 상존하여 한국과 북한, 중국과 타이완,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북한과 일본 사이에는 어지러운 갈등이 잠재해 있습니다. 긴장 관계가 어려 있는 각국 간의 역사인식의 충돌, 현실적 규모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지역 인식과 세계 인식의 간극은 동아시아의 문제 상황에서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지만,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아시아를 지리적 실체가 아닌 사유의 지평으로 삼으려는 시도들은 지난 20년 간 이 지역의 문제들을 들춰냈으며, 동시에 자국인 대 외국인, 내부 대 외부처럼 정합적으로 짜인 패러다임에 담겨지지 않는 사고를 산출해냈습니다. 앞으로도 현실상의 갈등 가운데 사상적 연대는 더욱 절실할 것입니다. 다만 사상적 연대를 도모할 때 국가 단위의 표상이 동아시아에서 얼마나 적절한지, 그리고 이 지역 내에 존재하는 지리적·역사적 규모의 비대칭성을 어떻게 사고할 것인지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셋째, 동아시아론은 한국 사상계 내부의 소통을 가능케 했습니다. 한국의 사상계에서 공동 언어의 소실 현상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동아시아론은 한국 사상계의 다양한 차원에서 논점을 생산하고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동아시아론의 애매함이 가중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사상계에서 동아시아론이 달아올랐던 까닭이 한국의 장소성에 관한 재인식과 깊이 결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해두고 싶습니다.
역시 여기서 창비 논자의 동아시아론은 더욱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의 논의는 건조한 동아시아 공동체론으로 경사되지 않고, 한국의 장소성에 근거해 한국의 동아시아론에 오리지널리티를 주입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을 냉전 체제의 결절 지대로 인식합니다. 또한 복합 국가론은 분단 체제와 세계 체제의 고리로서 동아시아를 사고한다는 문제의식으로 표출되었습니다.
물론 이를 둘러싸고 여러 논자들의 논의가 거듭되었습니다. 무척 값진 충돌의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동아시아론이 공론이 되지 않고, 한국의 상황에 근거하되 타국의 사상계와 공유할 만한 사상적 자원으로 연마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에 내재하기 위하여
결국 저는 '내재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탐색해보고 싶습니다. 즉 그저 지역 범주 혹은 지리적 근접성을 뜻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가 과연 무엇일 수 있는지를 공동으로 모색해보고 싶습니다. 지금껏 제가 적은 내용에서도 '왜 동아시아여야 하는가'라는 내적 논리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그 지점을 공동의 토의 주제로 다듬어나가고 싶습니다.
아직은 동아시아론을 장사지낼 때가 아닙니다. 후원 담론의 지위를 상실하고 거품이 꺼지는 지금이야말로 동아시아론은 사상적으로 유의미할 수 있는지, 자립할 수 있는지가 진정으로 추궁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윤여일 수유너머R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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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우스 2011-09-15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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