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0

[김진영의 매일통신] 난데없는 친일몰이 ‘일광’은 억울하다 < - 울산매일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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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매일통신] 난데없는 친일몰이 ‘일광’은 억울하다
근거없는 친일프레임 언론의 자충수
일광 지명 놓고 여론몰이 추태 민망
냉정한 시각으로 대일 관계 살펴야
 기자명김진영 이사·편집국장 입력 2023.04.12


친일프레임에 공격당한 일광횟집.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김진영 이사·편집국장

   사제총탄에 절명한 일본 극우의 상징 아베는 생전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요시다 쇼인을 꼽았다. 쇼인은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의 깃발을 한평생 흔들어댄 인물이다. 쇼인의 정한론에 고무된 일본의 극우세력은 한일강제병합 직후부터 한민족의 뿌리에는 ‘정체성론’, ‘당파성론’, ‘타율성론’의 피가 흐른다며 식민사관을 날조했다. 대한제국 침략의 정당성과 영구 식민지배를 위한 이론적 기반부터 챙긴 셈이다. 바로 그 날조의 역사에 앞잡이가 된 자가 이마니시 류다. 고조선사 등 대한의 고대사를 연구했던 이마니시는 초대총독 데라우치에게 조선병합과 동시에 조선인이 자신의 역사를 알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조선의 역사와 관련된 서적을 싹쓸이해 분서갱유를 단행했다. 

 이마니시 류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선에서 그는 제자들을 키워 이병도 같은 자신의 식민사관 추종세력을 만들었고 그의 소원대로 해방 후에도 이병도가 이끈 식민사관의 후예들이 대한의 역사를 날조하고 일제의 식민사관을 숭상하는 치욕의 역사를 이어가게 했다. 난데없는 식민사관 이야기가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지 궁금하겠지만 바로 최근의 부산 해운대 횟집 친일 해프닝 때문이다. 강제징용 해법과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후 지겹도록 이어지는 친일몰이나 친일척결은 이 정도 뿌리부터 이야기해야 들어줄 만하다는 이야기다.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나라를 팔아먹었다느니 윤완용 어쩌구로 대통령을 욕보이려는 현수막이 속된 말로 쪽팔리는 현실이지만 눈살만 찌푸릴 뿐, 아무도 현수막에 가위질을 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오늘이다.


 말이 난 김에 친일 이야기 한번 해보자. 겨울연가라는 드라마가 한류 바람을 탈 무렵, 남이섬은 일본 관광객의 천국이었다. 그 이후 우리 젊은 세대들도 남이섬 숲길을 걸으며 추억의 시간을 동여매고 젊음의 한자락을 엽신처럼 곱게 접었다. 바로 그 남이섬은 대표적인 친일파로 알려진 민영휘의 후손들이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땅이다. 민영휘는 일제에 부역한 공로로 일왕의 자작 작위와 은사금을 받았다. 그 남이섬은 민영휘의 손자 민병도가 1965년에 매입해 경춘관광주식회사를 설립했고 민영휘의 증손자인 민웅기가 ‘주식회사 남이섬’으로 변경해 등기했다. 이번주 엄청난 불길로 100여채의 집을 태운 강릉 산불의 인근에 위치한 선교장도 대표적인 친일 잔재다. 또 있다. 한 번쯤 가봤을 법한 서울 남산골 한옥 마을도 친일의 잔재로 속병을 앓고 있다. ‘옥인동 윤씨 가옥’, ‘관훈동 민씨 가옥’,‘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이 주인공이다. 옥인동 윤씨 가옥은 윤덕영의 집이다. 윤덕영이 누구인가. 조선의 마지막 황후였던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다. 한일병합 날인을 강요하던 어전회의를 엿듣던 순정효황후가 옥새를 치마 속에 감추었지만 이를 빼앗아 순종에게 옥새를 찍도록 강요한 자다. 

 친일 운운하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지만 일제강점기 36년과 그 전후 세월을 포함한 반세기 이상의 시간은 우리 역사에서 참으로 뼈 때리는 세월이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다 간 이들도 있지만 부끄러움이 설핏 머무는 자부터 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자까지 우리는 그렇게 근대를 시작했다. 아베의 정신적 지주 쇼인의 묘를 해마다 찾아가 극일의 결심을 다져온 철학자 최진석은 바로 이 시기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쟁의 도구화로 변질하려는 세력을 경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저서에서 "북한 건국세력들 대부분이 항일 무장 단체 출신들이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반면, 대한민국 이승만 정부 초기내각은 대부분 임시정부나 광복군 출신들의 독립운동가들이었다. 나는 누가 더 친일파를 제대로 척결했는지를 따지려 하지 않는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외세의 간섭하에 황망하게 국가를 세우면서 친일 세력을 완전히 척결할 수 있는 독립적 구조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룬 해방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라고 정치권에서 툭하면 터져 나오는 친일프레임에 일침을 가했다. 

 최근 인터넷 언론이 제기한 친일 논란도 그렇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방문 이후에 벌어졌다. 행사가 끝난 뒤 저녁 자리를 잡은 곳이 해운대구에 위치한 ‘일광수산횟집’이었다. 좌파매체로 알려진 한 언론이 바로 이 식당 이름을 두고 친일 프레임을 씌웠다. 이 매체는 일광수산에서 일광은 일본의 ‘욱일기’를 의미하고, 일광읍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행정구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횟집이 친일 식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횟집에 별점을 1개만 주는 식의 ‘별점 테러’, "윤완용(윤 대통령+이완용)이 나라 세금 가지고 회 X 먹은 곳" 등의 악플이 이어졌다. 

 사실일까. 이 매체가 주장하는 일광은 일본과 무관하다. 부산시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편찬한 부산역사문화대전을 보면, 읍으로 승격되기 전의 일광면(日光面) 명칭은 일광산에서 비롯했다. 일광산은 아침 햇살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부산역사문화대전에 다시 일광산(日光山)을 검색해 보면, "‘기장현 읍지’(機張縣邑誌·1885)에 아침 햇살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고 나온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자료를 보면, 일제강점기로부터 무려 160여년 전인 1750년대 초 제작된 해동지도(海東地圖)의 기장현 지도에도 일광산(日光山)이 등장한다. 결국 일광이란 지명은 일제와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식이라면 윤 대통령이 울산 일산동에서 회를 먹으면 ‘일본의 산’이 있는 동네에서 회를 X 먹었다고 떠들어댈지도 모르겠다. 

   딱 한 일이지만 그래도 첫 보도를 한 매체는 일광이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부여한 지명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알고보니 그 매체는 흑석선생 김의겸 의원의 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 그리고 변호사 30여명이 강남 룸바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을 떠들어 댄 뉴스의 발원지다. 개 한 마리가 짖어대니 그 그림자를 보고 뒤따르던 개들이 일제히 짖는 형국이다. 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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