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민주화는 시대적 과제, 사회 변화 적극 따라야
기자명 남동진 기자
입력 2025.01.31
이종구 덕성학원 신임 이사장(고양포럼 운영위원) 인터뷰
이종구 덕성학원 신임 이사장(고양포럼 운영위원)[고양신문] 원로 노동사회학자이자 고양포럼 운영위원인 이종구 성공회대 명예교수<사진>가 창학 105년의 역사를 가진 덕성학원(덕성여대, 덕성여고, 덕성여중, 운현초, 운현유치원 등 운영) 17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12월 26일 취임식에서 이종구 신임 이사장은 “협력과 소통이 중요한 시대”라며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토론은 넓게, 정진은 깊게, 결과는 명확하게 할 것”을 강조했다. 이사장 임기는 오는 2026년 12월 7일까지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이종구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1년간 옥살이를 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95년 성공회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성공회대 부총장,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의장, 한국산업노동학회장 등 여러 중요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지역에서도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양무지개연대 공동위원장을 맡아 큰 성과를 거두는 등 많은 역할을 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고양시정운영위원회 위원장, 고양노사민정위원회 부위원장, 고양포럼 운영위원 등을 맡으며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긴밀하게 이어왔다.
비상계엄과 국회 탄핵가결 이후 여전히 혼란한 정국과 급변하는 대학 사회 속에서 이사장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 14일 서울 안국동에 자리한 덕성학원 이사장실에서 이종구 이사장을 만났다.
❚덕성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계기는.
2018년 교수 퇴임 이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겸직교수로 일하던 중 주변 추천으로 2020년부터 덕성학원 이사 자리를 맡았다. 사실 그냥 회의가 있을 때마다 얼굴만 비추면 되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이곳 재단이 예전부터 각종 비리문제에 휘말리면서 좀 복잡한 상황이었고 그런 까닭에 이사회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다행히 지금은 공익적인 성격의 이사들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어쨌든 4년간 이사로 활동해오다가 작년 새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출신인 제가 뽑혔다.
❚이사장을 맡은 뒤 일상의 변화가 있다면.
많이 바빠졌다. 형식적으로는 일주일에 3번 나오게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사립대학이라는 게 워낙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보다는 자주 나와야 한다. 교육부에서 이상한 지시도 수시로 내려오다 보니 거기에 대응해야 하고 자리가 자리다 보니 이런저런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한다.
❚지난해 말 취임식도 가졌는데.
한완상 전 교육부장관이 와서 축사를 해줬고 정근식 서울교육감도 영상축전을 보냈다. 원래 친구인 정동영 국회의원도 오기로 했는데 하필 그때 비상계엄이 터지고 국회가 정신 없었을 때라 참석은 못하고 전날 전화만 왔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학교재단의 이사장을 맡으면서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덕성은 그동안 유치원, 초중등학교, 대학, 대학원을 아우르는 종합 교육기관으로 발전해오면서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이 깊은 재단의 경영관리를 책임지는 이사장을 맡게 된 만큼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지난 십수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 등으로 인해 각 대학들의 사정이 어려운데 그나마 우리 대학은 앞선 이사장과 이사진 등의 노력 덕분에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며 내부 재구조화를 잘 추진해나가야 할 것 같다. 그 외 덕성여고의 경우 서울교육청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에 지정돼 2025년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12월 26일 취임식 당시 취임사를 하고 있는 이종구 이사장(출처=덕성여대 블로그)❚다른 질문이지만 최근 동덕여대 시위로 대표되는 것처럼 대학 사회, 특히 여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여대의 특성이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대학 본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학내 민주화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가 민주화 되어가고 있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가치관이 크게 달라진 반면 정작 사립대학 본부는 여전히 학생들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봉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학사회가 워낙 보수적이기도 하고 과잉보호되어 있다고 해야할까. 사실 대학교수들도 마찬가지인데 대부분 학교울타리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경향이 심하다. 본질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고 해야 할까.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야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는 말도 있는데 바꿔 말하면 지식사회가 그만큼 세상의 변화에 늦는다는 것이다. 여튼 이런 시각에서 보면 지금 나타나는 갈등은 문화통합이 안된 것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사회학으로 말하면 조직통합이 안된 건데 이게 사회가 안정돼 있을 때는 둘 사이의 마찰이 큰 문제가 안되는데 요즘 같은 격변기에는 큰 사건으로 나타난다.
❚이번 탄핵 집회에 20대 여성들의 참여가 화제가 됐다. 한때 젊은 세대가 보수화됐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는데.
쟁점이 있어야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그동안 사회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기존의 쟁점들이 해결됐다는 뜻 아닌가. 젊은 사람들이 문제제기하고 나서기 전에 법과 질서에 따라 해결된다고 한다면 그만큼 사회가 좋아졌다고 봐야하는데 그걸 보수화됐다 타락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7080년대에 투쟁했던 이유도 이런 문제로 젊은 사람들이 나설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과거 쿠데타와 군사독재시절을 경험해본 사회학자로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나.
역사적 반동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박정희 쿠데타 당시에는 조국 근대화라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윤석열은 기껏해야 의사들 복귀 안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이나 들어가 있고 게다가 선관위 점령하는 건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의 지시인지 모르겠다. 지시한 사람도 그렇고 그걸 또 이행한 군대의 수준도 너무 떨어져서 세상의 변화에 전혀 따라가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
❚대학 이사장이 된 만큼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대한 생각도 많을 것 같은데.
지금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방향을 정할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있지만 기껏 모여서 한다는 게 향후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교육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에 수시 몇 퍼센트 넣고 정시 몇 퍼센트 넣고 이런 교육부 사무관 수준의 고민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입시라는 건 사실 하나의 절차에 불과한 것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대학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가령 지금 대학 문제가 너도나도 AI를 외치는 세상인데 정작 가르칠 만한 능력이 있는 인재를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에 가면 10배는 더 받는데 대학교수로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 차원에서 인건비를 보조하든가 정부 부처가 책임지고 교수급 인력을 파견해주든가. 아니면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AI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센터를 몇 개 설치해서 국가적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결국 교육정책도 돈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문제인데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교육이야기에 왜 돈을 따지냐는 그런 풍토가 있어서 답답하다.
3호선 안국역 인근에 자리한 덕성학원 건물❚지역거점으로 대학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라이즈(RISE·Regional Innovation of System & Education)사업이라고 지역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국가사업이 있는데 사실 서울 대학들에는 크게 돈을 쓸 필요는 없고 지역 대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울산의 경우 경남대학교 양승훈 교수가 『울산 디스토피아』라는 책에서 잘 분석하긴 했지만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미 수도권으로 가버리니까 울산공대를 나온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 아닌가. 하다못해 예전에는 울산의 대학 나와서 현대 계열사 사무관리직으로라도 채용이 됐는데 이제는 대학과 기업 간의 미스매칭이 너무 심해졌다. 과거 전두환 시절 대책없는 대학증원 정책이 근본적 문제라고 보는데, 여튼 이제와서 보니 정작 사회에 필요한 실무인력을 양성하는 기능은 굉장히 약해지고 껍데기에 불과한 대학이 너무 많아졌다. 결국 이러한 미스매칭을 해소하려면 대대적인 대학 구조개편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많은 예산과 구성원들의 합의, 더 나아가 대학진학에 대한 사회적인 가치관 전환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 같다.
❚고양시도 이러한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산업 육성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고양시 같은 경우도 100만이 넘었으면 이제 자족적인 생활권을 만들어서 굳이 공장이 아니더라도 도시형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 산업, 문화 산업 같은 것들을 육성하거나 아예 고양파주를 연계해 신산업 거점을 만드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1시간씩 지하철 타고 서울에 가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출퇴근 시간 줄인다고 GTX사업 같은 것에만 치중하게 되면, 오히려 서울 의존도만 높아지고 나라 전체적으로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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