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 전후 - 1940-1949 Sejin 서재
유종호(저자) | 민음사 | 2004-08-15
양장본 | 297쪽 | 230*160mm | 446g | ISBN : 9788937480546
리뷰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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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국민학교에 입학한 해(1941년)부터 중학 3학년 때(1949년)까지의 유년기 동안의 과거 체험을 담은 책. 단순히 과거를 기록한 것이 아닌 지은이가 살아온 시대를 회고하고 증언하고자 한 책이다.
해방 이튿날 이종환이라 불러달라는 담임 니시하라 선생과의 기이한 통성명 의식, 조고약과 이명래고약이 매상을 올리던 시절, 일 년에 두 번씩 회충약을 한 국자씩 떠먹어야 했던 시절 등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 등을 소개했다. 1941년 대동아 전쟁을 선포하던 일제 식민 통치기에 식민 교육을 체험한 일, 해방 전후로 직접 겪은 변화들, 전쟁이 발발하게 되기까지의 직접 겪은 과거사도 흥미롭다.
책은 8.15 해방과 6.25 전쟁에 대한 기억과 유년 시절의 기억 등 과거의 사회상을 통해 지은이가 문학소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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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들어가면서 ㅣ 기억의 복원을 위하여
유년의 지도
지적.정서적 빈민굴
발팃재 가는 길
좋다! 좋아!
지프차와 엿목판
잃어버린 사람들
그때 부른 노래
고향의 사계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전국학련 잘 싸웠다!
어느 예언자
그 전날 밤
해방은 그 시절의 우리에게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제까지 듣던 얘기와는 정반대의 얘기를 같은 교사의 입을 통해 듣는다는 것은 정신이 멍멍해지는 충격이었으나 그것을 깨끗이 잊어버린 것이다. 사람의 기억이나 회고담처럼 못 믿을 것은 없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 이튿날이던가 다시 있었던 조회에서는 자기의 본래 성이 이마기가 아니라 조(趙)씨이니 조 교장으로 불러달라고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때는 해방이니 독립이니 생소한 낱말을 사용하며 그전과는 정반대되는 얘기를 하여 무엇인가 세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실감을 다시 갖게 되었다. 조회가 끝난 후 우리는 교실로 돌아왔다. 담임인 니시하라(西原) 선생이 들어와 칠판에 커다랗게 이종환(李鍾煥)이라고 한자로 판서를 하더니 이종환이라고 발음을 하고 나서 이것이 나의 이름이니 그리 알라고 하셨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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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종호
수상 : 200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1995년 편운문학상, 1988년 대한민국 문학상, 1959년 현대문학상
최근작 : <고전 강연 1>,<고전 강연 7>,<고전 강연 8> … 총 61종 (모두보기)
소개 :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공주사범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를 거쳐 2006년 연세대학교 특임교수직에서 퇴임함으로써 교직 생활을 마감했다. 저서로 『유종호 전집』(전 5권) 외에 『시란 무엇인가』,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한국근대시사』, 『나의 해방 전후』,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 등이 있고 역서로 『파리대왕』, 『제인 에어』, 『그물을 헤치고』, 『미메시스』(공역) 등이 있다. 2018년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며,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만해학술대상 등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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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호의 한 마디
이 책의 표제는 이태준의 <해방 전후>에 기대어 있다. 그러나 내가 취택한 것은 간결한 표제의 적정성이지 그가 드러내고 있는 신참 개종자의 관점은 아니다. 이 책의 일부는 몇몇 계간지에 단속적으로 발표된 바 있으나 이번 기회에 몇몇 착오를 정정하고 대폭적으로 보완하였다. 인간의 기억은 때때로 기억 주체를 오도하고 혼란시킨다. 바로 그 점을 의식하기 때문에 이 책에는 있지도 않은 일을 적었거나 사실을 변조한 허구 부분은 전무하다는 것을 하늘을 우러러 떳떳이 말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친척 한 사람을 제외하고선 전부 실명이라는 것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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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없이 읽은 책이었지만 너무 잘 읽었다.식민지시대를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slbm00 ㅣ 2014-04-22 l 공감(0) ㅣ 댓글(0)
책 상태도 멀쩡하게! 수업에 필요한 책이었는데 잘 읽었습니다^.^
서울은흐림 ㅣ 2010-06-30 l 공감(2) ㅣ 댓글(0)
진정한 역사공부를 위해 젊은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mint ㅣ 2009-03-12 l 공감(1) ㅣ 댓글(0)
총 : 4편
해방 전후의 소년 물결처럼 ㅣ 2013-06-23 ㅣ 공감(0) ㅣ 댓글 (0)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보면,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 교장이 나온다. 살아온 세월을 반영하듯 얼굴이 온통 옥수수수염 같은 흰 털로 수북이 덮여있는 그는, 때때로 머릿속의 기억들을 회오리치는 물 같은 형태로 뽑아내어 교장실의 은쟁반 안에 담아 두곤 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해리포터를 그 기억 안으로 들어가게 해, 시뮬레이션 형태로 자신이 보고 느낀 과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를 보면서, 이 은쟁반이 자전적 에세이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숱한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서로 남겠다고, 혹은 떠나겠다고 경쟁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막연히 마법의 은쟁반이 있어서 다 풀어놓아버렸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일기를 쓰곤 하는데, 확실히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기억을 그러안고 있던 부담도 내려놓아진다. 나중에 다시 글을 보면 여전히 서글플 때도 있고, 우습고 허탈할 때도 있지만, 훗날 ‘객관적 정황은 기억하지 못한 채 당시의 감정만 남아 정체 없이 마음을 허물어뜨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나의 해방 전후』를 읽으며, 가장 유익했다고 느낀 점은, 해방 전후를 살아야 했던 세대의 그 ‘정체 모를’ 정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록과 교환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드러내고자’(29) 했던 작가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엔 누구나 다 고생했지’라는 상투적인 한 문장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기도 하던, 식민지 시기의 어린이 강제 노동, 창씨개명, 학교 교육과 교사들, 학생 간의 집단적 움직임, 문학에 목마른 소년의 눈에 띄던 몇몇 문학잡지 등을 풍속화 보듯 세세히 관찰하고 나니 조금 속이 후련해진 기분도 든다. 더불어 그저 주어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일상’이, 생기롭게 다가왔다.
책에서는 자기 자신보다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훗날에라도 아름답게 여겨질 법한 그리운 것들에 대한 서술이 워낙 없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당시 교사들의 야만적인 태도나 “기상천외한”(153) 내용을 가르치는 무지함에 관한 토로가 많은데, 그렇게 부정적인 인간상으로 유형화되어 있으면서도 “했는지 모른다”(147) 라거나 “별 수 없었다”(155)라는 식의 사족으로 유년의 이해에 대한 한계를 덧붙이고 있다. 한숨짓고 눈물 흘리고 욕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때문에 덧붙이는 자신 없어 보이는 말들이 껄끄러웠는데, 또 한편으론 가까운 과거를 쉽게 단정함으로 누군가 피해를 입거나 스스로 경망스럽지 않고자 노력한 것인가 싶다. 그래도 좀 더 자기 기억 속으로 단호하게 들어가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썼더라면 독자의 공감을 더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기억의 닳은 흔적에서 비롯되는 변형이나 왜곡은 이미 머리말을 통해 독자가 감안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시 작가의 말마따나 “유년기 활동사진의 최고 서정시”(50)로 언급하고 있는 증평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오기하라 선생의 “검정 외투 차림으로 함박눈 속에 서 있던”(50) 모습은 마음에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아름다운 것이라곤 느끼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 추운 겨울의 기억이라 더 따뜻하게 기억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서정시 때문에 나는 많은 것을 불문에 부칠 수 있었다”(50)는 작가의 고백은,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 고마운 기억들을 돌이켜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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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이야기 mint ㅣ 2009-03-12 ㅣ 공감(3) ㅣ 댓글 (0)
노 비평가의 중후하면서도 간결한 회고담이다. 저자의 나이 6세에서 15세까지의 이야기. 자신의 시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고 사회사 정립의 올바른 기여다. 기억에 의존해서 그런지 부정확한 서술, 불일치하는 사실도 더러 있고, 문장도 단문 위주로 간결하게 되어 있지만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그대로 증언한 진실이 주는 감동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소년의 눈으로 본 해방전후 풍경 외로운 발바닥 ㅣ 2006-03-26 ㅣ 공감(9) ㅣ 댓글 (0)
이 책은 지금은 70살이 넘은 노학자가 자신의 유소년기(대략 6살에서 15살까지)에 해당하는 해방전후기(1940년~1949년)의 기억을 복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6년간의 일제치하에 있다가 해방을 맞고, 해방이후에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혼란했을 그 시절을 실제로 산 사람이 당시 소년의 눈으로 해방전후의 생활상을 복원한 것이다.
내가 뒤늦게 해방전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히 읽었던 소위 ‘운동권적 성향’의 역사책을 통해 내가 이전에 알고 있던 막연한 역사적 지식과는 너무나도 다른 우리의 현대사를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방면에 더 관심을 가져 책을 몇권 읽다 보니 역사적인 fact는 하나인데 그것을 상반되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격변기였던 해방전후의 시기는 더욱 그러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 그 당시에 살았던 사람의 눈으로 당시 일어났던 일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한 책은 없을까하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던 중에 신문지상에서 ‘나의 해방전후’를 접하고 읽게 된 것이다.
격변기를 실제로 겪은 사람의 객관적인 fact의 서술 -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한 것이었고, 이 책은 그 기대에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책이었다. 저자는 ‘들어가면서 - 기억의 복권을 위하여’라는 책의 서두에서 이 점에 관하여 무척 공감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의 사고는 개인적인 경험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고 실제로 겪지 못한 과거의 일을 떠올리거나 이를 평가할 때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나 생활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주위에서 주워들은 단편적인 생각만으로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책을 읽을 때 종종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일상적이고 당사자들은 별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을 행위가 예상치 못한 큰 역사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거나, 또는 그러한 파장조차 없이 단순히 후세 역사가들이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말이다. 그래서 실제로 역사적 사건의 실제 상황을 포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거시적 역사와 미시적 역사의 불일치하는 지점을 찾아보고 싶은 욕구랄까.
물론 이 책을 읽고 그 욕구를 모두 충족시킨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내가 기대한다고 생각했던 것에 충실했고, 다만 내가 객관적 사실의 진술보다 내가 보고자 했던 어떤 것 - 기술된 역사와 실제 사건이 달랐다는 진술 등 - 을 읽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부모님을 통해 조금씩 들었던 당시의 생활상이 저자의 놀랍고도 성실한 기억의 복원작업을 통하여 많은 부분 재생된다. 그리고 저자는 정말로 객관적으로 당시의 생활을 그려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글 중간중간 드러나는 그의 삶이나 인생관을 통해 정말 그가 객관적으로 기억을 복원했으리라는 점에 대한 강한 신뢰가 생긴다. 복원된 기억 중 일부분은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활했었나 하고 쉽게 믿기지 않는 것도 있고, 불과 십수년 전에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일도 있고, 지금도 남아 있는 일도 있다. 그것이 아마 시대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겨우 30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해보는 것도 무척 의미가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불완전한 기억이 더욱 흐려지기 전에 어린 시절을 조금씩 기록해 봐야겠다.
과거를 있던 그대로 볼 수 있게 심술보 ㅣ 2005-10-04 ㅣ 공감(10) ㅣ 댓글 (0)
소년의 눈으로 본 해방전후 풍경 외로운 발바닥 ㅣ 2006-03-26 ㅣ 공감(9) ㅣ 댓글 (0)
이 책은 지금은 70살이 넘은 노학자가 자신의 유소년기(대략 6살에서 15살까지)에 해당하는 해방전후기(1940년~1949년)의 기억을 복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6년간의 일제치하에 있다가 해방을 맞고, 해방이후에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혼란했을 그 시절을 실제로 산 사람이 당시 소년의 눈으로 해방전후의 생활상을 복원한 것이다.
내가 뒤늦게 해방전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히 읽었던 소위 ‘운동권적 성향’의 역사책을 통해 내가 이전에 알고 있던 막연한 역사적 지식과는 너무나도 다른 우리의 현대사를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방면에 더 관심을 가져 책을 몇권 읽다 보니 역사적인 fact는 하나인데 그것을 상반되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격변기였던 해방전후의 시기는 더욱 그러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 그 당시에 살았던 사람의 눈으로 당시 일어났던 일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한 책은 없을까하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던 중에 신문지상에서 ‘나의 해방전후’를 접하고 읽게 된 것이다.
격변기를 실제로 겪은 사람의 객관적인 fact의 서술 -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한 것이었고, 이 책은 그 기대에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책이었다. 저자는 ‘들어가면서 - 기억의 복권을 위하여’라는 책의 서두에서 이 점에 관하여 무척 공감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의 사고는 개인적인 경험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고 실제로 겪지 못한 과거의 일을 떠올리거나 이를 평가할 때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나 생활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주위에서 주워들은 단편적인 생각만으로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책을 읽을 때 종종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일상적이고 당사자들은 별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을 행위가 예상치 못한 큰 역사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거나, 또는 그러한 파장조차 없이 단순히 후세 역사가들이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말이다. 그래서 실제로 역사적 사건의 실제 상황을 포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거시적 역사와 미시적 역사의 불일치하는 지점을 찾아보고 싶은 욕구랄까.
물론 이 책을 읽고 그 욕구를 모두 충족시킨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내가 기대한다고 생각했던 것에 충실했고, 다만 내가 객관적 사실의 진술보다 내가 보고자 했던 어떤 것 - 기술된 역사와 실제 사건이 달랐다는 진술 등 - 을 읽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부모님을 통해 조금씩 들었던 당시의 생활상이 저자의 놀랍고도 성실한 기억의 복원작업을 통하여 많은 부분 재생된다. 그리고 저자는 정말로 객관적으로 당시의 생활을 그려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글 중간중간 드러나는 그의 삶이나 인생관을 통해 정말 그가 객관적으로 기억을 복원했으리라는 점에 대한 강한 신뢰가 생긴다. 복원된 기억 중 일부분은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활했었나 하고 쉽게 믿기지 않는 것도 있고, 불과 십수년 전에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일도 있고, 지금도 남아 있는 일도 있다. 그것이 아마 시대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겨우 30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해보는 것도 무척 의미가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불완전한 기억이 더욱 흐려지기 전에 어린 시절을 조금씩 기록해 봐야겠다.
과거를 있던 그대로 볼 수 있게 심술보 ㅣ 2005-10-04 ㅣ 공감(10) ㅣ 댓글 (0)
요즘 역사논쟁이 뜨겁죠. 그런 논쟁을 볼 때 마다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가령 친일파 논쟁을 보면 누구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명백한 근거를 가진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몇가지 사실만으로 친일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주장에 다분히 개인감정이 들어있는 경우를 보게 되면 그 주장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유종호 교수의 "나의 해방 전후"에도 그런 얘기가 나옵니다. 창씨개명을 한 사람 중에도 애국지사가 있었던 반면 친일파이면서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는 겁니다. 시대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단순하게 창씨개명 여부만 가지고 친일이다 아니다 판단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유종호 교수는 이런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시대를 판단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이 책은 1940년부터 1949년까지 10년의 시간을 기록한 부분 미시사입니다. 유종호 교수는 우리 나이로 7살 국민학교 1학년부터 17살 중학교 때까지 자신이 몸소 듣고 본 것들을 가감없이 기록했습니다. 뛰어난 평론가 답게 쉽고도 유려한 필치로 담담하게 써내려 간 기록은 어떤 역사기록 보다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비록 좁은 지역과 얕은 시야에 국한되지만 이런 기록이야말로 당시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정보입니다.
가끔 과거를 알고 싶어서 자료를 뒤적일 때가 있습니다만 빈약한 정보로 분명한 실상을 알 수 없어 매우 안타까웠던 적이 많습니다. 공식자료나 신문의 기사는 사실관계만 기록하고 있을 뿐 배경이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시중에 나와 있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대부분 유명인물에 국한돼 자기자랑 하기에 바빠서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유종호 교수도 서두에 밝히고 있지만 저도 많은 분들이 이렇게 자신이 보고 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많이 남겨 주길 바랍니다. 유명한 사람 말고 보통 사람의 평범한 기록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런 기록들이 많이 쌓일 때 정확한 시대고증이 이루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냉정한 역사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1920년생인 우리 할머니나 1941년생인 우리 아버지를 생각 했습니다. 이 분들 돌아가시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많은 얘기를 듣고 기록해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시작이라고 볼 때 부모와 조상의 과거를 아는 것이 자신을 아는 시초가 될테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서펑도 큰 의미가 있네요. 자잘한 서평들이지만 이런 기록들이 모이고 쌓이면 후손들에게 훌륭한 과거의 자료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심정으로 솔직한 느낌들을 기록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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