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일본의 사상 - 포스트 제국과 동아시아론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김항 (지은이)창비2015-04-03
9.0100자평(2)리뷰(0)
343쪽
152*223mm (A5신)
505g
책소개
제국의 기억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콘크리트 공사’에 비유한다. 포스트 제국 시기가 도래하자마자 동아시아 각국들이 과거 제국의 기억을 깡그리 지우는 일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이는 식민지배를 한 일본뿐만 아니라 여러 식민지에서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전후 일본은 ‘파시즘’ ‘침략전쟁’ ‘식민지배’를 지금의 일본과 분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국을 담론장에서 지워나갔다. 뼈아픈 식민경험을 한 한국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단일 민족’ 등의 구호를 통해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듯 제국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해방과 동시에 찾아온 미소냉전과 한국전쟁, 뒤이은 극심한 좌우분열 때문에 제국일본을 성찰할 여유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엄연히 존재했던 제국일본이라는 지층을 탐사하려는 노력 없이,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명분으로 콘크리트를 바르듯이 제국의 기억을 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제국일본은 콘크리트 바닥 아래에서 가만히 잠들지 못했다. “정상국가로 돌아가자”며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평화헌법 개헌 움직임에 대해 과거 식민지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제국과 식민지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제국일본이라는 지층은 요동쳤고, 콘크리트에 균열을 냈다. 악화 일로에 있는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가 이를 잘 나타낸다. 이제 과거를 콘크리트로 덮는 일을 멈추고, 제국일본이라는 지층 탐사에 나서자는 게 이 책이 주장하는 바다.
책속에서
P. 37 냉전체제의 종식 이후 동아시아는 낡은 질서의 위기와 새로운 질서의 부재 속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한국-대만을 잇는 동아시아 반공체제는 여전히 강고하게 남아 있지만, 그것이 향후에도 구속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은 규범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루야마가 머무르고자 했던 저 중역의 지대는 여전히 동아시아의 정치적 상상력을 배양하기 위한 자리다. 주권의 번역과 수용으로 독립 주권국가의 성립이 바로 국가의 위기 초래와 중첩되는 역설적 공간 속에 내던져진 근대 동아시아의 정치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접기
P. 89~90 10분 동안의 연설 뒤 “텐노오(天皇) 폐하 만세”를 세번 외치고 미시마는 다시 총감실로 돌아와 준비했던 의식(儀式)을 거행한다. “총감에게 원한은 없습니다, 텐노오 폐하께 자위대를 돌려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유감을 표한 뒤, 미시마는 상의를 벗고 미리 지참했던 단도를 꺼내 할복 의식을 거행한다. 그가 복... 더보기
P. 128~129 여기서 이광수 개인의 친일을 단죄하는 입장은 검토를 요하지 않는다. 개인으로서의 이광수가 이 글의 관심이 아닐뿐더러, 친일이라는 전제 위에서 식민지 치하의 정치·문화·사회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민족이 민족주의 없이는 실존할 수 없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민족을 민족주의에 앞서 존재하는 불변의 실체로 간주하는 도착적 의식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민족은 오래전부터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며 살아온 인간집단을 민족으로 사념케 하는 민족주의라는 실천을 통해 비로소 실존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광수의 친일은 한반도에서 펼쳐진 민족주의의 한 양상이지 반민족행위가 아니다. 그의 친일이 한반도에서 민족이 실존하기 위한 사념을 나름의 방법으로 전개했기 때문이다. 접기
P. 234 두 사람에게 ‘아시아’는 근대 유럽의 ‘정치적 원리’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장이었다. 마루야마는 그것을 끝나지 않는 ‘근대’의 완성, 즉 무한한 결단의 반복인 ‘결단으로서의 내셔널리즘’이라 정의했고, 타께우찌는 유럽적 근대세계에 대한 근원적 관계설정을 ‘절망’과 ‘저항’으로 극복하는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라고 정의했다. 이들의 이러한 언설은 근현대 일본 사상사 속에서 어떤 때에는 노예적 욕망의 표상으로서(아시아주의-대동아공영권), 또 어떤 때에는 노예적 자기상실의 변명으로서(순수일본-문화국가) 발화된 ‘아시아’를 ‘정치적 원리’의 근원으로 재탈환하려는 시도였다. 접기
P. 270~271 이렇게 그는 1945년 이후 아시아에서 벌어진 혁명과 전쟁이라는 국제적 사건을 전후 일본 국민의 주권의식과 연결시킴으로써 앞에 길이 놓여 있지 않은 동양의 저항을 위한 길을 개척하려 했다. 그는 태평양의 해적선을 노예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종국에는 선상 탈취 끝에 해적선이 될 수밖에 없는 노예선의 선상 반란이 아니라, 노예선 자체의 항해를 멈추고 항로 없는 망망대해에 표류하며 길을 모색하는 난파선의 고통을 일본 ‘국민의 반복적 재형성’을 위한 이미지로 제시한 것이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항 (지은이)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도쿄대학교에서 수학했고, 표상문화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관심은 문화이론 및 한일 근현대 지성사이며 지은 책으로는 『말하는 입과 먹는 입』(2009), 『제국일본의 사상』(2015), 『종말론 사무소』(2016)이 있고, 옮긴 책으로 『예외상태』(2009), 『정치신학』(2010) 등이 있다.
최근작 : <레드 아시아 콤플렉스>,<동아시아 역사와 자기 서사의 정치학>,<종말론 사무소> … 총 20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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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 시간에 일본 제국의 사상의 기원과 그 원인을 알기 위해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
초록민들레 2016-01-2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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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있던 독서였습니다. 아시아에서 근대란 무엇일까...가벼운 독서였지만서도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lealea 2017-04-20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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