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9

“조기정상화 안되면 2008년까지 파행” -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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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정상화 안되면 2008년까지 파행”
아베, 脫美시도 아시아외교에 관심 가능성

일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시대가 열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의 퇴장과 아베 체제 출범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베 관방장관은 20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총리의 후계자로 공식 선출된 후 26일 신내각을 출범시킬 전망이다. 문화일보는 19일 ‘일본 아베 시대의 출범과 한·일관계전망’을 주제로 한·일 양국 소장 학자 특별좌담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좌담에서 “한·일 양국이 내년 상반기 전까지 정상회담 등 조속한 관계회복에 나서지 않으면, 양국간의 미래지향적 관계회복은 2008년이후에나 시도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아베 차기총리는 일본의 미국 편중 외교에서 벗어나 대(對) 아시아 외교 강화에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한편으론 아베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우파고 헌법개정론자인 점에서는 갈등예상 국면도 있다”고 밝혔다.

―사회 =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는 아베 시대 도래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아베 체제 출범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진창수 = 고이즈미 총리가 가지고 있던 미국 편중 외교, 아시아 경시외교에서 아베 차기총리가 아시아 관계를 회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사실이다. 한편으론 아베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우파고 헌법개정론자인 점에서는 갈등예상 국면도 있다.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다.

▲박철희 = 일본 전후 체제에 안녕을 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가 아베 시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고이즈미의 신보수주의적 개혁노선을 계승하는 정권이라는 점에서 고이즈미 정권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것이 낫다.

▲기무라 간 = 아베는 확실한 지지기반 또는 반대그룹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모호성을 띨 수 있다. 아베는 명확한 메시지가 없다. ‘일본은 주장해야 한다’는 게 메시지이지만, 뭘 주장하는지가 문제다. 아베는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고, 미국에 대해서도 고이즈미와 다르게 하려고 하는 것 같으나 역시 명백하지 않다.

아베의 가장 큰 문제는 우파성향이라기 보다는 고이즈미 정권과 달리 불안정한 구조라는 것이다.

―사회 = 청와대와 외교부가 아베 시대에 여러 기대를 걸고 있다. 다음주 뉴욕에서는 한·미·일 대북 3자 협의회가 재개되고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때 한·일정상회담도 가능할 듯한 이야기도 나온다. 아베 체제출범에 대한 한국정부의 기대가 짝사랑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가.

▲박 = 양쪽 모두 정상회담의 필요성이나 압력은 굉장히 높다. 한국도 고이즈미 때처럼 대화없는 시간이 오래가는 건 부담이고 아베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만들려는 필요성이 있다. 아베로서도 일본의 아시아 외교 재건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다. 하지만 양국이 서로 바라보는 부분이 달라 쉽지 않다.

―사회 = 한국은 아베 체제 출범에 앞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제가 한·일관계개선의 전제조건이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는데.

▲기무라 = 아베를 지지하는 일본 여론은 고이즈미 지지층보다 더 민족주의적이다. 아베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어려운 상태가 된다면 야스쿠니를 갈 수도 있다. 한·일관계, 특히 중·일관계에서 연말이나 내년 2, 3월까지 아무 성과가 없으면 고이즈미보다 우익쪽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진 = 일본 매스컴 등에서 제기되는 아시아 관계개선 요구는 주로 한·일관계보다 중·일관계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아베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 내년 7월까지 애매한 태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일관계가 개선되면서 한·일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한·일관계는 대북정책에서 큰 인식차가 걸림돌이다. 아베는 ‘주장하는 외교’를 말하는 사람이고 한국도 더이상 조용한 외교를 안한다고 하니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박 = 아베로선 한국이 중국보다 외교면에서 관계하기 쉬운 상대다. 한국은 의외로 의견차가 조정가능한 접점이 있고, 서로 전략적으로 협력할 인센티브가 있다. 아베는 야스쿠니 문제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 가서도 안 되고 안 가도 안 된다. 동해 방사능오염 공동조사는 우리가 수용했다.

한국이 아베에게 보내는 포지티브 시그널이다. 일본이 제대로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아베는 알려진 바와 달리 독도문제를 크게 확대하지 않도록 관리할 사람이다.

▲진 = 아베가 아닌 일본 정부 시스템에서 독도문제 등을 제기할 수 있고 그것을 노무현 정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거기에 갈등의 씨앗이 존재하고 대북문제도 만나서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풀리지만 불신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의 만남은 성과도출이 쉽지 않다.

▲기무라 = 일본 사회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나 기대가 있는지 여부가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중·일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데 한국에선 그런 노력이 없다고 일본 정치가들은 생각한다. 마치 한국정부가 가지고 있는 고이즈미 정부에 대한 생각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본에서도 노무현 정부는 대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음 정부를 기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일본은 내년 7월에 선거가 있고, 한국은 내년 말에 대선이 있어 시간이 많지 않다.

한·일 양국정부가 노력을 할 수 있는 시한은 기껏해야 내년 2월까지다. 일본에서도 내년 3~5월이 되면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이다.

▲박 = 일본이 원하지 않더라도 노 정권은 1년6개월 남았다. 우리도 아베보다 유연한 사람이 나오면 좋겠지만 아베체제는 아무리 짧아도 1년이상 간다. 바꿔 말하면 노무현 시대는 아베와 상대해야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릴 수는 없다.

▲진 = 한·일간에는 독도문제도 있지만 대북정책이나 대미인식, 대중인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이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서 친북 좌파정권 아니냐고 매도하고, 한국 사람들은 고이즈미를 국내정치 개혁보다는 우파정서에 의존해 정치세력을 모으는 인물정도로 여긴다.

▲박 = 한국이 일본의 수정주의적인 역사관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일본은 자학사관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데 우리는 이런 현상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동시에 일본도 우리의 수정주의적 대북관을 이해 못한다. 냉전이 한반도에서 계속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기무라 = 일본에서는 한국의 정치세력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인식자체가 바뀌는 것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해를 못한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한·일관계에 대한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아베는 고이즈미에 비해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 한국이 아베시대 한·일관계에 대한 비전을 만들 수 있다면 아베정권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 아베 시대에 일본이 보통국가론을 가속화하면서 헌법을 개정해 군국주의 성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기무라 = 일본은 민주시민이 힘을 지닌 시대가 됐다. 일본 서민들은 세금증액이나 정부예산 확대에 민감하다. 민족주의적 경향은 강화되겠지만 군사대국화 등은 국민들의 세부담 때문에 회피할 것이다.

▲박 =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진전될 것이지만 하드 파워를 늘린다고 소프트 파워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근육질의 남자가 아니라 주변국가들에 매력적인 남자가 돼야 한다. 주변국들에 호감을 주는 친화력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진 = 헌법개정은 실제로 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헌법개정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 내정간섭이니까. 우리가 일본을 상대하는 관점을 정해야 한다.

정리 = 김종태기자 strato1@munhwa.com

◆참석자

▲ 진창수(44)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도쿄대 정치학 박사, 전 교토대 법학부 객원교수.

▲ 박철희(43)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 전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

▲ 기무라 간(木村幹·40)

고베대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 교토대 법학박사, 현대한국조선학회 회원.

▲ 사회 = 이미숙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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