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8

탈북자 연구원 최경희씨 인터뷰 : 서울대학교 통합 온라인 소식지 SNU NOW

탈북자 연구원 최경희씨 인터뷰 : 서울대학교 통합 온라인 소식지 SNU NOW




HOME > 학내기관 소식 > 통일·평화연구원 > SNU NOW 1호2011-10-17


탈북자 연구원 최경희씨 인터뷰




도쿄대 박사과정 학생인 최경희씨는 지진이 나기 바로 며칠 전에 한국으로 왔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파견오기로 한 예정된 일정 때문이었다. 가족들은 다행이라며 부등켜안았지만 그녀는 일본에 남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아픈 것을 느꼈다고 한다.

“사십 평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모두를 위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북조선 사람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새터민(탈북자)이다. 북한에서 태어나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며 꼬박 30년을 살았다. 북한은 늘 ‘우리 모두를 위해서’가 강조되는 곳이었지만 정작 ‘모두를 위해’ 공감하는 법을 모르고 살게 만든 곳이었다.

“북한을 떠날 때는 '나만큼 남한을 잘 아는 사람이 없을거다'고 자신을 했었습니다. 매일 밤 라디오로 남한 이야기를 듣고 황장엽 선생의 만세 소리까지 실감나게 들었어요.” 하지만 “콩을 마음 놓고 먹는다”던 남한의 현실은 상상 속의 천국보다 더 낯설었다.

북한의 언론과 교육이 "우리식대로 살자"고 외치면서 보편성을 잃고 있다는 것을 간파는 했지만, 탈북한 후에 보니 그 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극단적인 사회였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북한에서 '과학적 지식'이라고 배웠던 역사나 철학마저도 '여기까지는 맞고 여기부터는 과장이겠지'했던 경계선이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았던 세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학문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북한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것을 학력으로 인정 받아 한양대에 편입해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고, 국제 정치에서의 북한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국제관계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사회과학의 '정상적인' 연구 방법론을 익혀 학자의 기본 자질을 갖추는 과정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내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다른 북한 연구자들이 그녀에게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북한을 연구한다고 북한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극히 제한적인 자료만으로 그 속 뜻까지 분석하려면 그 곳에서 자란 사람의 아비투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 해 북한이 사건을 낸 후“힐러리 클린턴은 장마당 할머니 같다. 미국의 당근은 하늘소나 먹을 것”이라는 암호같은(?) ‘담화문’이 공식 입장의 전부였을 때, 그 뜻을 하나하나 풀어서 전달한 것이 그녀다.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는 미국과 계산하겠다”고 발표한 성명에 대해서는 "강경해 보이면서도 여지를 남긴 것은 추후에 미국과 협상하고 싶다는 북한식 표현"이라고 다른 전문가들과는 다른 해석을 내 놓기도 했다.

남한의 북한 연구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또 다른 한계를 만났다.

“내가 라디오를 들으며 남한을 상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들도 가 보지 않은 북하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더군요."

남한에서 북한을 '외국'으로서 연구하는 것의 한계를 목격하면서 그녀는 북한을 경험한 연구자로서 새로운 차원의 연구를 해 보겠다는 소명을 갖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학문적 역량을 갖춘 북한 분석가가 되고자 하는 개인적인 필요를 조화시키기 위해 그녀는 제 3국 일본을 택한다. 일본은 냉전시기부터 사회주의 국가와 왕래하면서 북한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연구에 유리한 곳이다.

도쿄대는 23,000여 명 탈북자 중에 유일하게 제3국에서 북한학을 연구하는 그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주었다. ‘학문의 권위는 있지만 교수의 권위는 없는’ 도쿄 대학에서 그녀는 학자로서 소양을 차근차근 익혔다. ‘젊을 때 잘못 배운 것들을 따라가느라 요즘도 바쁘다’고 말서도 유창한 일본어로 간간히 동료들과 전화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하루 하루가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명문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니며 한국의 청소년으로 자라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통일평화연구원’라는 명패를 보며 그 이름에 가슴이 떨리면서, 그녀는 행복하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통일을 시들하게 생각한다는 게 처음에는 충격이었지만 이제 이해는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의 길을 찾아서 제시하려고 이렇게 공부하는 겁니다.”

그녀는 자신의 소명이자 꿈에 대해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북한을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통일의 길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제대로 알면 반드시 통일의 길은 있을 겁니다.”

최경희씨는 구 소련 몰락기의 북한의 정치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는 데 한창이다. 탈북자 출신 동경대 박사 1호의 연구가 기대된다.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박명규 교수)은 본부 직할 연구원 중 하나로 통일을 우리 민족과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인식하고 통일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다양한 영역의 문제들을 통합적, 학제적으로 연구함으로써 통일을 대비하는 지적 역량을 축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자료제공: 통일평화연구원 (http://tongi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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