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1

오늘보다: 문재인 후반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공공부문 노동운동

오늘보다: 문재인 후반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공공부문 노동운동


문재인 후반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공공부문 노동운동
김동근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가 된 공공운수노조.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성과도 내었지만 철밥통 노동자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공공 부문 노동운동이 자기만의 영역을 넘어 모든 노동자들의 ‘당신 곁의 생각보다 든든한 힘’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들의 고민을 담은 두 개의 글을 기획으로 싣는다.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내 최대 규모의 산별노조가 되었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수는 2018년 12월 현재 20만 6000명으로 금속노조 규모를 넘어섰으며, 이는 2016년 12월 17만 명에서 3만 6000명 증가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은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20퍼센트가량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전략조직사업이 성과를 거둔 것이기도 하지만 정세적 조건 또한 크게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을 표방했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줄어들면서 노동조합 가입 및 결성의 장벽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전체적으로 조합원이 증가했다. 특히 공공부문은 상대적으로 경제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었던 데다 노동정책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조합원이 대폭 증가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임금인상 및 고용안정이 가능해지고, 정규직화 과정에 노동조합 참여가 이루어진 것이 조직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2019년 설립이 예상되는 사회서비스원에서의 조직화가 성과를 거둔다면 앞으로도 조직 규모는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간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구조적 위기 속의 순환적 상승 국면에 있던 한국 경제가 2018년부터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돌입하면서 노동운동 전반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고, 공공부문의 특수한 조건으로 인해 단기적·즉자적 대응에 치우칠 경우 전체 노동자의 단결 확대를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정세를 이러한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폐기와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기조는 2018년 중반부터 변화하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임금체계 개편, 대기업 투자 확대 등 ‘혁신성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이러한 변화는 문재인 정부의 지향과 현실 사이의 모순의 현실화라는 점에서 예상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노동자 임금 및 자영업자 소득 증대를 통한 성장이라는 전략은 경기순환에 대응하는 단기전략으로는 제한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자본 생산성 하락으로 인한 구조적 위기의 대안으로는 경제학적 근거가 없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초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효과를 민간으로 확산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의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은 일어나지 않았고,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감소로 논란이 되고 있으며, 2018년 경제실적은 제조업 위기와 고용 참사로 귀결되었다. 최근 발표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은 소득주도성장의 폐기와 혁신성장으로의 전환, 대기업 지원과 재정 조기 집행을 통한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개요로 한다.



정책 변화를 현실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정부의 태도 또한 적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산입범위 확대로 상당 부분 희석되었으며, 광주형 일자리를 매개로 ‘고임금 노동자’를 공격하고, 탄력근로제 확대 및 노조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자영업자·영세자본과 노동자의 갈등은 심화하고 있으며,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신 조직노동자의 이해만을 대변한다는 대중의 인식은 강해지고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서 이러한 개악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주도할 전략도, 사회적 대화를 상대화하면서 단결을 강화할 전략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더해, 문재인 정부 전반기 노동정책의 수혜를 직접 입었던 공공운수노조는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 또한 직접적으로 받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이미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역시 애초 공약에서 더욱더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2019년 상반기 중으로 직무급 도입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위기 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비대칭성’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부문 노동운동은 이중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경제 상황의 악화와 노동정책 변화에 따라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공격받는 것을 방어해야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될 경우 전체 노동자의 이해관계와 상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특징은 사용자의 중첩성이다. 직접적 사용자가 불명확하지만 궁극적 사용자는 정부이며, 노사관계가 정치적 성격을 띠는 한편 정부에게 모범사용자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은 일반적으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데, 한국의 공공부문 노동조합 조직률은 교원 14.6퍼센트(전교조 포함), 공무원 64.1퍼센트(전공노 설립신고 이전), 공공기관 67.4퍼센트(정규직) 등으로 10퍼센트 수준인 민간부문에 비해 상당히 높다. 또한 공공부문 노동자는 동일업종 민간부문과 비교해 상대적 고임금과 높은 고용안정을 누린다. 이는 민간부문에서도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성장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저성장 시기, 특히 경제위기 시기에는 그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민간기업의 지급능력 제약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세금으로 유지되는 정부의 지급능력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2018년 고용통계에서 최저임금인상이 영향을 미친 도소매, 음식·숙박, 시설관리에서 취업자 수가 18만 명 감소하고, 공공일자리 정책이 영향을 미친 공공행정에서 취업자 수가 5만 2000명 증가한 것은 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공공부문 노사관계 조건은 공공부문의 상대적 고임금, 고용안정과 맞물려 노조가 ‘독점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적 노조 운동’으로 나갈 가능성을 형성한다. 서비스업은 금융세계화 하에서도 다른 산업과 달리 해외로 이전하기 어렵다. 특히 공공서비스는 해외로의 이전이 아예 불가능하다. 이는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 및 경제투쟁이 용이한 조건을 형성한다. 공공운수노조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화에 성공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비정규직이 사회 문제가 된 상황에서 공공부문은 상대적으로 해결 방안이 현실화하기 쉽고, 여기에다 민간부문보다 고용 안정성이 높으므로 조직화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경제위기 시기 공공부문 노동조합 운동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경제투쟁은 노동조합의 기본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정당하지만, 민간부문을 포함하는 노동자 간 노동조건 격차와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재정 제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기적 이해에만 매몰될 경우 노동자계급 간 분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조직되어 경제투쟁에 나서면서 또 다른 ‘특혜 집단’으로 인식되어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것이나, 이미 재벌뿐 아니라 공공부문 노동자를 ‘귀족 노동자’로 인식하는 여론 역시 이런 현상의 일단을 보여준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 모든 노동자와 함께할 수 있을까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내 최대 규모의 산별노조가 되었으며, 따라서 공공부문 내의 쟁점과 노동자 운동의 전략뿐 아니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 운동의 방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당장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에 대응하는 동시에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적극적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노정 교섭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도 공공운수노조의 입장이 중요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공부문을 넘어서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조 할 권리를 확대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모두 공공부문 노동자 운동 내부의 쟁점이면서 동시에 전체 노동자 운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한국 공공부문 노동조합 운동의 역사적 형성 과정과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전략적 중요성, 공공부문 노정관계와 사회적 협의를 둘러싼 쟁점, 해외의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 사례를 검토하고, 현시기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의 방향을 제언한다.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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