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0

강제동원 피해자와 다투겠다고…4억 소송예산 잡은 정부 :2310

[단독] 강제동원 피해자와 다투겠다고…4억 소송예산 잡은 정부 : 정치일반 : 정치 : 뉴스 : 한겨레

[단독] 강제동원 피해자와 다투겠다고…4억 소송예산 잡은 정부

등록 2023-10-09
장예지 기자 사진
장예지 기자

행안부 산하 재단 4억2천만원 예산안 마련
제3자변제 공탁 거부 법원이 수용하자 소송 대응
공탁업무TF 운영비에 2억2천만원 신청

2018년 10월30일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오른쪽) 할아버지가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판결금 공탁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불복 절차를 밟고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내년도 관련 예산으로 4억2천만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원재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원재단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판결금을 지급하는 업무 수행을 위해 2024년도 예산 4억2천만원을 신청했다. 앞서 지원재단은 일본 기업 대신 정부가 배상하는 제3자 변제를 거부한 피해자와 유족들을 상대로 법원에 판결금을 공탁해 변제를 마무리지으려 했다. 하지만 모든 법원이 “당사자가 원치 않는 제3자 변제는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지원재단의 공탁을 불수리했다. 외교부와 지원재단은 이에 불복해 12건의 항고심을 진행하고 있고, 대법원까지 다퉈볼 계획이다. 이번에 신청한 예산은 이같은 재판에 대응하고, 관련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데 쓰겠다는 비용이다.

지원재단은 4억2천만원 중 2억원을 법률 자문료와 소송비 등에 지출할 계획이다.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과 바른에 지급해야 할 비용이기도 하다. 두 법무법인은 법원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따른 이의신청 사건 및 현재의 항고심 12건에 대응하고 있다. 나머지 2억2천만원은 공탁 업무를 위해 지원재단이 만든 ‘기금관리단 티에프(TF)’ 운영비로, 사무실 임차료와 출장비, 사업추진비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외교부는 지난 3월 제3자 변제를 뼈대로 한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기 앞서 법무법인 세종에서 받은 법률 자문의 대가로 341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법을 발표한 뒤 외교부는 “제3자 변제 공탁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자세한 자문 내용과 여기 수반된 예산은 비공개에 부쳐왔다.


조정식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 박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국감 직후 열리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강제동원 관련 소송 대응 예산이 전액 삭감 되도록 당내 중지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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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UN에 “일본 강제동원 공식 사과했다”…의견서 파문

등록 2023-09-13
고경태 기자 사진
고경태 기자

유엔인권이사회 참석 NGO 대표단이 반박자료 내

파비안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 지난해 6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7일간의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며 출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현재 진행 중인 과거사 문제를 정부가 대부분 해결했거나 해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납북귀환어부 조작 간첩 사건은 북한이 납치 주체이므로 책임자를 특정할 수 없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5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과거사 문제 관련 한국 정부의 의견(원문) 중 이런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4·9통일평화재단, 민족문제연구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유엔 인권이사회 한국 엔지오(NGO)대표단은 13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 정부의 의견서를 공개하고 이를 반박했다.



앞서 파비안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진실정의 특보)은 지난해 6월 과거사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했고,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한 한국 정부의 의견을 들어 보고서에 담았다.



엔지오대표단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고,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청구권도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는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취지의 답변으로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짓밟았다”고 했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 정부는 1993년 일본의 ‘고노 담화’를 언급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와 2015년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긴 했지만, ‘국가 범죄이므로 정부 예산으로 배상한다’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도 1965년 한일협정으로 양국 간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며 비인도적인 강제동원에 대해 배상하라는 한국의 대법 판결 이행을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보고서에서 “구제를 위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진실 규명과 배상이 어려운 사안(서산개척단,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 등)에 대해서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로 해결될 것”이라 답변했다.



엔지오대표단은 “정부는 파비안 살비올리 특보에게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가폭력 트라우마치유센터 예산과 ‘위안부’ 및 ‘강제동원’ 관련 과거사 대응 예산을 삭감했으며, 공식 사과 등 진실화해위원회가 정부기관에 내린 권고도 대부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위와 같은 과거사 관련 정책의 역행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한테만 책임을 돌리고, 불법 연행을 비롯해 구금, 고문, 간첩 조작, 사찰과 연좌제를 적용했던 남한 정부 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한 의견서 내용도 “엉뚱한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엔지오대표단은 13일과 14일 유엔 사이드 이벤트 및 제54차 유엔인권이사회 시민사회 구두발언 등을 통해 정부 의견서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관해 국제 인권 기준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 방지 특별보고관은 각 국가를 방문해 해당 국가의 과거사 청산 전반을 살핀 뒤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국제기준과 권고를 수립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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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받으면 됐지 사과까지?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입장이다

등록 2023-08-24
장예지 기자 사진

강제동원 ‘제3자변제’ 공탁 4번째 기각…안산지원 “가해기업 면죄부”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제3자 변제’를 반대해 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을 대상으로 외교부가 공탁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제3자 변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 결정이 24일 또 나왔다. 앞서 광주지법, 전주지법, 수원지법에 이은 4번째 판단이다.


이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민사21단독 신성욱 판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낸 공탁 불수리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피해자 쪽이 일본 기업이 아닌 정부의 제3자 변제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지원재단의 공탁 신청을 불허했던 법원 공탁관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취지다. 앞선 광주지법(8월14일)과 전주지법(16일), 수원지법(21일) 재판부와 동일한 결정이다.

외교부와 지원재단은 법원 공탁관이 재단의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불수리)은 위법하다며 낸 이의신청서에서, 누가 판결금을 지급하건 차이가 없고, 일본의 사과를 강제할 순 없다는 논리를 폈다. “채무자(일본기업)가 직접 변제하는 경우나 제3자(한국 정부)가 변제하는 경우나 아무런 차이가 없고, 채권자(피해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금지한다면 채무자에 의한 변제만 강요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어느 누구도 사과를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신 판사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아무 이해관계 없는 제3자로부터의 변제를 강요당하면, 피해자가 받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사에 대한 심리적·감정적 만족을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부당한 결과에 이른다”고 짚었다.


일본의 사과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정부 쪽 주장도 기각됐다. “(지원재단은) 피해자가 사과를 받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법 감정의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통해 가해행위를 한 자가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그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구하고 있을 뿐”이란 것이다. 신 판사는 “가해기업이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지원재단이) 제3자 변제로 판결금을 변제한 뒤 가해기업에 구상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도 지적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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