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자위대 장교의 중국대사관 침입…중·일 관계 새로운 악재 부상
수정 2026.03.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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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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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경찰, 23세 육상자위대 하급 장교 체포
용의자 “칼은 자결용” 중 외교 “살해 협박”
중 매체 “우경화 방치 위험” 일제히 공세
로이터연합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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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주일 중국대사관에 흉기를 들고 침입한 용의자가 현직 자위대 장교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사건이 얼어붙은 중·일 관계의 새로운 악재로 부상했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도쿄의 중국대사관 부지에 침입한 혐의로 미야자키현 에비노시에 주둔하는 육상자위대 3등 육위(소위급) 무라타 고다이(23)가 경시청에 체포됐다. 대사관 부지에서는 부엌칼 크기의 단도 1자루가 발견됐다. 부상자는 없었다.
무라타는 “대사에게 의견을 전달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현장에서 자결해 상대를 놀라게 하고 싶었다”며 “일본에 대한 강경 발언을 자제하라고 직접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라타는 이달 초 임관했으며 사건 전날 주둔지를 이탈해 도쿄에 온 것으로 보인다.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대사관 경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무라타가 “‘신의 이름’으로 중국 외교관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일본 측에 즉각적인 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는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과 우경화에 책임이 있다며 공세를 쏟아냈다. 린 대변인은 “이 사건은 일본에 극우 사상·세력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과 ‘신군국주의’의 위험성을 드러낸다”며 “일본 정부가 역사와 대만 등 중·일 관계 핵심 사안과 관련해 잘못된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쑤샤오후이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를 내버려 두면 필연적으로 더욱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타의 범행 당시 발언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질 조짐도 보인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일본어로 작성한 엑스 게시물에서 무라타가 외교관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할 때 “신을 대신해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현대 국제질서와 문명의 기본 규범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이라며 일본 언론들이 이 사안을 축소 보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신의 이름으로’ ‘신을 대신해서’라는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 대신 “하늘을 대신해서 내가 벌을 내린다”는 뜻의 ‘천주’(天誅)라는 표현이 19세기 중후반 메이지 유신 과정에서 정적 살해를 정당화할 때 사용됐다. 무라타가 ‘하늘’ 또는 ‘신’을 언급하며 살해 협박을 했는지는 일본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용의자가 현역 자위대원으로 확인된 만큼 일본 정부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거나 충분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2024년 중국에서 일본 초등학생 살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는 ‘반일 정책의 결과’라고 압박했으며 중국은 ‘개별 사건’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승빈 한국외대 일본연구소 초청연구위원은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이 조용히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일본은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는 주장이 입증돼 내부 단속이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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