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란대사 “한국은 비적대국…미 파병 요구에 선 그어야”
기자명 박재산 기자
승인 2026.03.26
어린이 167명 희생... "미·이스라엘 만행 세계가 봐야"
"한국은 비적대국... 미 파병 요구에 선 그어야"
호르무즈 해협 '새 원칙' 예고... "파병은 또 다른 위험"
"트럼프 휴전 제안은 기만... 지상군 투입 시 미군 위험"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습 첫날인 2월 28일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긴 피 묻은 교실과 아이들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부모들의 장면이 기자회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규탄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 트럼프의 휴전 제안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주한 이란대사관에 전시중인 사진전어린이 167명 희생... "미·이스라엘 만행 세계가 봐야"
이날 회견은 전쟁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으로 시작됐다. 영상에는 이란 남부 미나브시 학교 공습 현장 수습 장면이 담겼으며, 영상 속 현장 시민은 “이 장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만행을 알 수 있도록 세계 모든 사람이 봐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생존 학생은 희생된 친구들을 떠올리며 “얘들아 아직 선생님이 숙제를 확인하지도 않았잖아”, “아직 수학 시험도 안 봤잖아”라고 울부짖었다.
이란 측에 따르면 이번 학교 공습으로 7세에서 12세 사이 어린이 167명을 포함해 총 180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쿠제치 대사는 “남녀 학생이 포함된 단일 학교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학살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국은 비적대국... 미 파병 요구에 선 그어야"
쿠제치 대사는 질의응답에서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규정하며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 요구에 동참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미국은 타국이 전쟁에 연루돼 피해를 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과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해 선박 정보를 요청하는 등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현재까지 한국 선원과 교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한국 대기업이 과거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호르무즈 해협 '새 원칙' 예고... "파병은 또 다른 위험"
해협 통행과 관련해 그는 “전쟁 이후 상황은 이전과 다를 것이며 새로운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통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는 이란군과의 사전 협의와 허락하에 안전 항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쿠제치 대사는 미국의 파병 요청에 동조하는 행위에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뢰 제거함 파견은 상식 밖의 일이며, 선박 호위함 파병도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란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미국 관련 기업의 경제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정당한 자위적 권리”라고 말했다.
"트럼프 휴전 제안은 기만... 지상군 투입 시 미군 위험"
트럼프 행정부의 휴전 제안에 대해서는 “다시 공격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기만 행위”라며 “이란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과 관련해 “단적으로 핵 활동 포기 요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한 평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상군 투입은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외부세력이 지원을 한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을 견딘 경험과 저력, 국민적 단합이 있는 한 누구도 이란을 굴복시킬 수 없다”며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질의응답]
Q1. 이란은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보는가?
A. 우리는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그런 정책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선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최근에도 우리 외무장관이 한국 측과 통화하면서 선박 정보를 요청하는 등 협력 채널이 유지되고 있다.
Q2. 트럼프의 휴전 제안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다. 오만의 중재로 두 차례 미국과 소통했고, 작년 6월에는 다섯 번째 회의 이후 여섯 번째 회의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공격을 받았다.
올해 2월에도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고, 빈에서 기술적 합의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그 직전에 공습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지난 2년간 미국과의 관계는 배신과 기만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휴전 제안 역시 진정한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공격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판단한다.
Q3. 미국의 평화안(15개안)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트럼프가 제시한 15개 안을 불법적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본다. 이는 모험주의적 작전이 실패한 이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핵활동 포기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우리의 핵활동은 평화적이며, IAEA 회원국으로서 정당한 권리다. 실제로 IAEA 보고에서도 군사적 활동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사찰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우리의 핵활동을 문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우리는 현재 미국과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있으며, 백악관의 요구를 고려할 상황도 아니다.
Q4.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현재 전쟁 상황에 있다. 전쟁 첫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 미나브 지역이 공습을 받았고, 학교가 공격당해 180명의 어린 학생이 희생됐다.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그 이익에 동조하는 세력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다.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활동하며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우리의 자위권이다.
우리 국민은 공장, 민간시설, 의료시설, 주거지 등에서 잔혹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관련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그대로 두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Q5. 해협 통과 요금 부과 및 관련 법안은?
A. 우리는 혁명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의 압박과 제재를 받았지만, 그동안 해협 통과는 자유롭게 협조해왔다.
현재 이란 의회에서 통과 요금과 관련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험적인 군사 행동을 시작한 이상, 전쟁 이후에는 해협 관리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Q6. 해협 통과에 관한 한국과의 소통 상황은?
A. 우리는 해협을 봉쇄하지 않았다. 26일간의 전쟁 상황에서도 많은 선박이 통과했다.
우리 군은 선박들이 통과할 수 있는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고 있으며, 우리와의 합의 하에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
한국과도 외교장관 간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고, 주한 이란 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선박 정보를 요청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공습이 지속되는 한 현재 상황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Q7. 통행 허용, 불허 국가 명단 존재 여부 및 비용 부과설은 사실인가?
A. 우리는 그러한 명단을 들어본 적도 없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통과 비용 부과 역시 사실이 아니다.
해협 관련 조치는 재정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다.
우리는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다만 일부 한국 대기업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 점은 유감스럽다.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이러한 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Q8.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미군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이란 국민들은 단결하여 정부와 군을 지지하고 있으며, 계속된 공습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이를 보여주고 있다.
Q9. 기뢰제거함·호위함 파견에 대한 입장은?
A. 현재 해협에는 기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뢰제거함 파견은 명분이 없다. 또한 선박 호위함 파견 역시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Q10. 전쟁 이후 해협 관리 구상은?
A. 우리는 전쟁 이후 상황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약 2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국민들은 이번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대응할 것이다.
Q11. 이란의 전쟁 지속 능력의 원천은?
A. 우리의 저력은 역사적 경험과 국민의 단결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라크와 8년간 전쟁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외부 지원과 화학무기까지 동원된 상황을 겪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현재도 국민들은 정부와 군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애초 계획과 달리 내부 혼란이나 반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Q12. 추가 메시지 (한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입장)
A. 우리는 한국 언론과 국민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란이 겪고 있는 피해와 긴장 상황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가짜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 휴전을 명분으로 다시 공격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평화는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문제다. 이스라엘의 팽창 정책이 통제되지 않는 한 전쟁과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을 신뢰하지 말고, 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은 민간인의 피해에 관심이 없으며, 다른 국가들이 전쟁에 연루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번 사태는 세계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동맹국의 이익조차 무시하고 있다.



박재산 기자 jsp2501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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