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1

Lim Myungmuk - 이란 전쟁 (잡소리) :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결과는 가장 건전한 기준이기에... | Facebook

(14) Lim Myungmuk - 이란 전쟁 (잡소리) :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결과는 가장 건전한 기준이기에... | Facebook

Lim Myungmuk

이란 전쟁 (잡소리) :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결과는 가장 건전한 기준이기에 어떤 사건을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결과만을 근거로 한 판단을 인간 지혜의 증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 전역(캠페인)이 왜 실패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그것을 비판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 나아가 그 원인들이 미리 보였어야 했고 그에 따라 행동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비평가의 역할을 자처하며 장군 위에 서게 된다." - 클라우제비츠
(It is legitimate to judge an event by its outcome, for this is its soundest criterion. But a judgment based on the result alone must not be passed off as evidence of human wisdom. To discover why a campaign failed is not the same thing as to criticize it; but if we go on and show that the causes could and should have been seen and acted on, we assume the role of critic, and set ourselves up above the general.)

여기서 어떻게는 윤리적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닐까? 나는 지금도 이란에 내 친구들이 살아있는지 아닌지 연락이 안 되어서 아주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전쟁이 게임이냐고 나한테 따질 사람들 중에 전쟁 끝나고 미국 입국 차질 감수하고도 테헤란 갈 생각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 하여튼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전쟁의 전개를 바라보고 분석할 때의 태도이다.
나는 군사 문제를 잘 알지 못한다. 밀덕 이런 거 전혀 아니고 병역도 자랑스럽게 공익으로 해서 둔전병으로 농사나 지었으며 중학교 때 끌려간 해병대 캠프에서도 개폐급이었다. 자랑스러운 문과기 때문에 무기 체계와 전술과 기술적 혁신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도 전공을 하는 시대인 20세기를 공부하면서 보기 싫어도 반미 국가들과 혁명 세력이 미국과 싸워대는 암울한 역사를 공부해야만 했다(당연히 대일본제국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전쟁의 개전, 정치적 동기, 전개 과정, 현장의 제약, 목표 달성 혹은 출구 전략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마추어 수준으로 공부를 한 편이다.
물론 역사책을 읽어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진행 중인 과정을 보며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에게 그러한 경험은 당연하게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었다. 대다수는 2022년 전쟁 초기의 정신없는 전개와 2023년 우크라이나 대반격 실패까지만 보고 러우전에 관심을 끊었겠지만 나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매일매일 러우전 팔로우업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이는 전쟁 분석에 있어서 다소간의 훈련은 되었다.
러우전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여론을 둘러싼 인지전이 엄청난 수준으로 전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2014년 돈바스 전쟁과 시리아 전쟁에서 지정학 관찰자들 사이에서는 일어나고 있던 현상이었지만, 2022년까지 일어난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러우전쟁이 갖는 정치적 함의 때문에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폭발했다. 우선 정치적 측면. 러우전쟁 정도의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양측이 갖는 정치적 결의와 사회의 정치적 지지의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승리하고 있다고 선전을 해야했고, 러시아도 자신들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고 선전을 해야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중요했다. X에 들어가면 오신트가 넘쳐나는 세상이고, 아마추어 분석가들도 차고 넘치며, 유튜브에는 수많은 라이브 채널들이 화상 인터뷰를 하면서 매일매일 전쟁에 대한 분석을 제공한다. 이는 데이터, 자료에 대한 접근권과 해석 능력이 있는 소수의 군사전문가들을 넘어서는 일종의 '전쟁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엄청난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X-유튜브-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아마추어-준전문가-전문가들이 수없이 얽혀 있는 미디어 생태계야말로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인지전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분석에 좋아요를 누르고, 분석을 퍼가는 식으로 전쟁에 대한 자신들만의 서사를 형성했다. 특히 러우전처럼 민간 차원에서도 서사가 대립한 전쟁은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러우전의 교훈은 명확하다. 설레발은 필패라는 것이다. 개전 초에 많은 이들이 러시아군이 약소국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초기 충격 당시 일정한 작전적, 전략적 성과를 거두었으나 전술적으로 많은 추태를 보였으며, 단기전 예상은 처참히 깨지고 전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후에는 '러시아군 졸전' '경제제재로 무너지는 러시아 경제'에 대한 온갖 얘기가 나왔다. 하이마스, 재블린, M777 같은 온갖 '게임 체인저'들에 서방 전차와 공중 지원만 있으면 무능한 인해전술 러시아 군대는 박살날 것이라는 희망회로가 넘쳐났다.
물론 현실은 그 중간이었다. 러시아군은 군사적으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현재 병력과 군수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잡았음에도 이를 전장의 명확한 성과로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으며, 재정적인 리스크가 커져서 트럼프와 어떻게든 평화 협상을 쇼부치자고 마음이 급하다. 우크라이나군은 조국을 지키겠다는 결의로 무장하여 절대적인 병력과 자원 열세에도 부족하고 감투 정신과 전장 혁신을 바탕으로 러시아군에게 계속 출혈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만큼의 군사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몹시 회의적인 것도 현실이다.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도, 러시아측의 유리함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유럽이 얼어죽을 걸 얘기했고, 서방측의 회복력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북미와 중동을 통한 공급망 헷징이 효과를 볼 것을 얘기했다. 이것도 결론은 중간이었다. 유럽이 얼어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조업 경쟁력 타격은 회복 불능 수준이라는 말이 많다. 경제 제재는 어떠한가? 러시아가 경제 제재로 망할 것이라는 예측과 경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는 경제를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충돌했다. 역시 현실은 중간이다. 러시아는 유가상한제가 효과를 보고 전비 지출이 어마무시해지면서 재정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소비재 산업의 국내화와 일정부분 중간재 자급, 군사케인즈주의를 통한 지방 중산층 형성 등의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만 4년을 끌어온 장기전의 결과다. 흑백은 없고 회색만이 있다.


미국+이스라엘 vs 이란전은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나처럼 이란의 충격 흡수력과 인민전쟁을 통한 장기 항전 능력, 미국의 정치적 제약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강조하는 쪽이 있다. 반대는 이란 체제의 취약성과 AI를 통한 미국의 압도적인 ISR 능력,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누리지 못한 공중우세를 강조하는 쪽이 있다.
물론 1. 러시아보다 군사적 역량이 훨씬 탁월한 미국의 총공세 2. 러시아-유럽 파이프라인은 비교도 안 되는 호르무즈의 공급망 중요성을 생각하면 이 전쟁이 러우전처럼 4년이나 끌 것으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근데 또 세상일이라는 건 모르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전쟁이란 모름지기 사활을 거는 쟁투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끌어쓸 수 있는 카드는 전부 쓰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것이다.

이 '고도의 정치행위'가 무엇인지 우리 조선인들은 다들 실감할 수 있는 교재가 있는데 윤카의 계엄과 탄핵 정국, 태극기 vs 응원봉의 대중동원과 미디어 인지전이었다. 이때 서로 얼마나 희망회로를 돌리다가 되는대로 안 풀리고 예상대로 안 돌아갔는지 다들 기억하시리라. 박근혜 탄핵처럼 스무스하게 될 거 같았는데 그보다 더 어이없는 윤카의 계엄이 거대한 대중동원을 촉발해서 탄핵을 장장 4개월이나 끌었고, 또 헌재 재판관 몇명이 장고를 하고 있네 마네 하다가 만장일치 탄핵된 걸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예측과 해설이라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 말을 얹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위험천만하며, 예측과 분석이 사후적으로 알고보니 알못새끼의 개헛소리로 드러날 것이라는 걸 전제해야 한다.
현장의 의사결정자가 중요한 이유는 전장의 안개로 인한 고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든 간에 자원 제약, 정치적 효과, 목적 달성의 가능성, 결정 과정의 시간압박을 뚫고 야수의 심장으로 배팅을 걸어야 한다는 데 있다. 사람 목숨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우유부단 우물쭈물하다가는 대재난이 터지며, 결과가 좋아도 공치사를 못 받고 나쁘면 책임만 져야한다(존경하는 모 선생님이 의사들 수술하는 거랑 군인들 전쟁하는 게 비슷하다고 하는 게 이런 이유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오신트 보고 커뮤랑 언론 보도 보면서 뇌피셜 돌리는 사람들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냥 자기가 생각하기에 이렇다를 건조하게 말하고, 항상 이게 틀릴 수도 있다는 유보적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복수의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생각지 못하는 변수들이 등장했을 때 기존 사고 구조에 어떻게 통합을 할지, 아니면 기존 사고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할지 계속해서 인지 도식을 조정하는 유연한 사고도 필요하다. 단일 시나리오 하나를 세워놓고 이대로 반드시 갈 거야!!라고 과몰입하면 2023년 우크라이나 대반격 꼴 난다. (이건 현장 의사결정자들이 진짜로 그렇게 단일 시나리오에 과몰입해서 벌어진 대참사다)
그리고 초기 정보에 과몰입해서도 안 되고, 내가 보는 정보 출처가 무엇인지, 그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어떤 인지 편향이 있고,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도 생각해봐야한다. 당연하게도 모든 문장은 if 조건문으로 말해야만 한다.
전투든 작전이든 모든 것을 볼 때는 전략적 사고의 틀 속에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 1. 전쟁의 정치적 목표와 제약을 검토할 것 2.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검토할 것 3. 정치적 목표 달성에 관여하는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것(정치, 물류, 금융, 기술, 문화, 기타등등) 4. 총체적인 프레임워크의 구조를 그리고 이를 일종의 사이버네틱스로 사고할 것.

당연히 내가 이런 것을 한다는 건 아니다. 나도 당연히 정보 소스에 편향이 있고, 내가 공부한 20세기 혁명전쟁과 실제 관찰, 분석해본 러우전쟁 등에서 발생한 인지 편향이 극심하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나의 생각을 말할 때는 항상 저 위의 몇 가지 원칙들을 잘 지켰는지를 생각하고 말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어떻게 하냐고요? 
글 써놓고 올리기 전에 AI한테 기준 몇 개 써주고 내가 쓴 글이 이 기준에 잘 부합하는지 검토해달라고 물어보세요. LLM 유료구독은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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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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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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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연
저도 이란에 대한 입장을 요구 받는다면 임선생님 입장과 비슷합니다. 저 경우 이란에서 순교한 기독교 지도자 유가족과도 연결되어있습니다..25년 넘게 제인생에서 이란은 뗄레야 뗄슈 없는 큰 부분이죠.
저도 지인들 소식이 너무나 간절히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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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호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 말을 얹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위험천만하며, 예측과 분석이 사후적으로 알고보니 알못새끼의 개헛소리로 드러날 것이라는 걸 전제해야 한다.
=>절대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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