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1

트럼프의 ‘이란 정권 교체’ 도박, 중국을 겨누다

트럼프의 ‘이란 정권 교체’ 도박, 중국을 겨누다

트럼프의 ‘이란 정권 교체’ 도박, 중국을 겨누다
[박민희의 차이나 퍼즐] 26 _중국과 이란
박민희기자수정 2026-03-11 06:56
등록 2026-03-10 18:3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1월23일 이란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만나고 있다. 사진은 이란 최고지도자실이 외신에 제공한 것이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에서 취재하고 있던 2020년 2월18일, 테헤란의 상징 ‘아자디 타워’ 앞에서 열린 한 행사를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이란 정부가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고 있던 중국을 응원하는 행사였다. 중국어로 쓴 ‘힘내라 중국’ ‘힘내라 우한’ 구호와 함께 오성홍기 모양이 아자디 타워를 붉게 물들였고, 이란 정부는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에게 방역 물자를 증정했다. 당시 이란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었는데도, 이란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 이토록 공을 들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가 이란군 최고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암살한 직후였다. 테헤란 거리마다 ‘순교자 솔레이마니’의 사진과 구호가 나부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엔 일촉즉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트럼프와 이란의 악연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를 2018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이어, 이란을 국제 금융망에서 퇴출하고 석유 수출을 막으면서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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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무자비한 압박은 이란이 필사적으로 중국을 ‘생명선’으로 붙잡도록 내몰았다. 중국도 그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중국은 이란을 일대일로의 주요 거점이자,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2021년 이란은 중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었는데, 25년 동안 중국이 4천억달러를 이란의 인프라 등에 투자하고 이란은 ‘낮은 가격으로’ 중국에 원유를 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제재로 국제시장에 팔 수 없게 된 이란산 석유는 헐값에 중국으로 흘러갔고, 중국 제조업 경쟁력은 낮은 에너지 가격 덕분에 더 커졌다. 이란 원유 수출의 80~90%가 중국으로 향했고, 이란 경제는 중국의 자금으로 생존하면서 점점 더 중국에 종속되었다. 중국과 이란은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를 하거나, 중국산 제품 가격을 이란의 자원으로 결제하는 물물거래를 했다.

미국의 제재로 한국과 유럽 기업들이 이란에서 빠져나온 공간은 중국 기업들이 모두 장악했다. 특히, 중국의 통신기업 화웨이와 중싱(ZTE)은 이란 통신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이란 정부는 안면인식 감시와 인터넷 검열, 국외 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는 중국의 기술을 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오랜 갈등은 결국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의 이란 전면 공격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살해로 파국으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목표에 대해 이란 정권 교체, 핵 개발 저지, 미사일 능력 약화 등으로 계속 말을 바꾸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주요한 표적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바로 중국이 이란과의 관계를 통해 누려온 에너지와 경제적 이익, 달러 체제에 대한 도전을 힘으로 무너뜨리려는 계산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4월2일 중국 방문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절대적인 힘의 과시로 주도권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관세 카드로 중국을 겨냥했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제조업 생산 능력과 공급망에 대한 우위, 희토류 카드에 밀려 오히려 수세적 처지에 서게 됐다. 그러자, 올해 1월부터 베네수엘라, 쿠바, 이란 등 ‘중국의 전략적 거점’을 군사력으로 압박하고 무너뜨리는 ‘절대적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 힘의 우위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전쟁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미국 의회의 동의를 얻은 뒤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 여겼지만, 트럼프는 이제 자신이 원할 때면 아무 때나 상대를 굴복시키는 지렛대로 쓰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3일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뒤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공유한 군사안보 전문가 마이클 월러의 ‘돈로 독트린 실행’ 보고서는 그것을 보여주는 단서다. 베네수엘라 공격이 이란, 쿠바로 이어지는 ‘반미 국가 붕괴 도미노’의 시발점이고 중국의 글로벌 전략을 흔들기 위한 ‘포문’이라는 내용이다.

보수 성향의 미국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지네브 리브아 연구원이 지난 1일 공개한 ‘이란 공격은 모두 중국과 관련된 것’이라는 보고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미국이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들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에 묶여 있는 상황이 미국의 자원을 소모시키고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되어왔다면서, 트럼프의 이번 이란 공격은 “중국을 겨냥한 더 큰 전략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이란 정부가 2020년 2월18일 테헤란 ‘아자디 타워’ 앞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던 중국 우한을 응원하는 행사를 열었다. 중국어로 쓴 ‘힘내라 중국’ ‘힘내라 우한’ 구호와 함께 오성홍기 모양이 아자디 타워에 비치고 있다. 테헤란/신화통신 연합뉴스

트럼프가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과 전략적 거점을 뒤흔드는 데 대해 중국은 기회주의적이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지금까지 중국 외교부는 “깊은 우려”를 표하는 정도로 대응하면서, 미국과 트럼프를 직접 비난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다. 미국에 대해 ‘규탄’ 표현을 쓴 것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살해된 데 대해 딱 한번뿐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의 최우선 순위는 트럼프의 방중과 미중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중동이 안정돼 중국의 에너지 공급과 중동에 대한 투자 이익을 지키는 것이다. 이란 정권을 지키는 것은 부차적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미중) 양측이 성의와 신뢰를 가지고 서로를 대한다면 2026년을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는 기념비적인 해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왕이는 미국의 이란 공습은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라면서 즉각 휴전을 촉구하기는 했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를 지연시키는 등 대만 문제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고 관세전쟁의 ‘휴전’을 연장하는 게 이란과의 관계와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신호는 분명하다.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해 첫날 하메네이를 살해하는 ‘참수 작전’을 벌이자, 중국 전문가들과 여론은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에 대한 충격의 반응이 많았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의 군사력에 경탄과 두려움을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의 자신만만한 도박이 그의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단기간에 이란의 정권 교체나 항복을 받아낼 ‘압도적 승리’를 기대했지만, 이미 이란의 필사적인 반격에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의 미사일과 무기는 빠르게 소진되고, 에너지값 급등은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중동의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트럼프의 무모한 전쟁에 대한 분노와 미국에 대한 신뢰의 붕괴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여론, 전문가, 그리고 마가(MAGA) 지지층 내부에서도 압도적이다.

중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최대 쟁점도 ‘트럼프가 중동의 수렁에 빠질 것인가’이다. 물론 전선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부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의 전략 부재로 미국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상하이교통대의 리난과 천카이위 연구원은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 중문판에 쓴 공동기고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메네이를 참수하면서 이란에 남은 길은 ‘끝까지 싸우는 것’이 됐고, 미국은 다시 장기 소모전의 수렁에 빠져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가장 가능성이 큰 상황은 단기간에는 미국이 상징적인 전과를 얻지도 못하고, 이란도 시원하게 백기를 들지 않는 상황”이라며 “전쟁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끝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베이징대 에이치에스비시(HSBC)경영대학원 중동연구소 소장인 주자오이는 지난 2일 ‘차이나 유에스 포커스’(中美聚焦) 기고에서 이번 전쟁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에 부정적 충격을 주겠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중국에 전략적 공간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동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 중국을 견제할 여력은 상대적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고, 각국이 위기 속에서 안정적 중재자를 찾으려 할 때, 중국의 외교적 존재감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

중국은 이란 정권이 생존해 미국에 맞서거나 최악의 경우 이란이 혼란에 빠지더라도, 미국이 장기전의 늪에 빠진다면 유리한 국면에 서게 된다. 중국은 이란 정권의 반격이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을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하면, 이란에 무기 제조에 필요한 부품과 물자를 제공하는 배후 지원을 하면서 이란이 장기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는 철저히 “중립”과 “불간섭”을 표방할 것이다.

트럼프는 9일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시장과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그의 뜻대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수렁에 빠진 사이 중국은 군사적 능력을 급속하게 키웠다. 그 ‘끝없는 전쟁’을 비판하며 두번이나 대통령이 된 트럼프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전쟁을 중국은 주시하고 있다.






박민희 |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공부했다. 2007~2008년 중국 인민대학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한 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 곳곳을 다니며 취재했다. 통일외교팀장,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세계와 외교에 대해 취재하고 쓰고 있다. ‘중국 딜레마’ ‘중국을 인터뷰하다’(공저)를 썼고, ‘보이지 않는 중국’ ‘롱게임’ 등의 책을 번역했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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