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5

알라딘: 근대 동아시아 역사상의 재구성



알라딘: 근대 동아시아 역사상의 재구성
근대 동아시아 역사상의 재구성

나카무라 사토루 (지은이) | 정안기 (옮긴이) | 혜안 | 200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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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판 서문
- 일본어판 서문
- 옮긴이의 글
- 목차

[1] 동아시아 자본주의사의 탐구 - 최근의 연구에 의거하여
1. 과제 - 분석 시각
2. 제1절 동아시아 근세, 근대 경제사 연구의 새로운 조료
3. 제2절 소농사회론
4. 제3절 동아시아 경제권론
5. 결론에 대신하여 - 동아시아 자본주의 형성의 제 단계, 제 특징
6. 참고문헌

[2] 전간기 동아시아와 일본 자본주의
1. 과제
2. 제1절 조선 - 식민자본주의의 형성
3. 제2절 중국 - 개발독재형 중진자본주의화
4. 제3절 동남아시아 - 식민지 경제로부터 동아시아, 태평양경제권의 태동으로
5. 결론 - 몇 가지 논점

[3] 일본의 자본주의화와 중소공업 - 일본자본주의 형성과 일 특질
1. 과제
2. 제1절 일본의 공업생산에서 중소공업의 비중 - 국제비교
3. 중소공업 발달의 제 조건
4. 제3절 중소공업 존재형태의 특징

[4] 동아시아 자본주의 형성의 역사적 제 조건
1. 과제
2. 제1절 동아시아 자본주의 연구의 시각
3. 제2절 세계자본주의 발전의 제 단계 - 주변으로부터 본 시점
4. 제3절 동아시아 자본주의 형성의 내재적 조건들

[5] 20세기 자본주의로부터 21세기 자본주의로
1. 과제
2. 제1절 현대의 역사적 위치 - 20세기 자본주의로부터 21세기 자본주의로의 이행기
3. 제2절 본격적 자본주의의 세계화 경향
4. 제3절 자본주의 성숙의 인류사적 의미
5. 제4절 동아시아 속의 일본자본주의
6. 제5절 21세기의 가능성

- 출전 일람






저자 : 나카무라 사토루 (中村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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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근대 동아시아 경제의 역사적 구조>,<동아시아 역사교과서는 어떻게 쓰여 있을까?>,<근대 동아시아 역사상의 재구성> … 총 5종 (모두보기)
소개 : 1931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나 교토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중퇴했다.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조수, 류코쿠 대학 경영학부 조교수, 교토대학 경제학부 교수와 후쿠이겐리쓰 대학 대학원 경제경영학연구과 교수를 거쳐, 2007년 현재 가고시마 국제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교토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근대동아시아사상의 재구성>, <메이지유신의 기초구조>, <노예제, 농노제의 이론>, <세계자본주의와 메이지유신> 등이 있다.



역자 : 정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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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근대 만주 자료의 탐색> … 총 5종 (모두보기)
소개 : 1964년 전남 영광 출생으로, 1990년 고려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교토대학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동 대학 대학원 경제학 연구과 박사과정 수료하고, 1996년부터 일본학술진흥재단 특별연구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선도연구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현재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현대 일본 경제의 이해>가 있으며,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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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1편




다각적 비교가 돋보이는 동아시아 자본주의 연구 에로이카 ㅣ 2005-10-08 ㅣ 공감(3) ㅣ 댓글 (0)


2005년 가을을 맞이하며 읽은 책이다. 간단하게 이 책의 미덕과 단점을 추려보자.



이 책의 첫째 미덕은 오래 전 돕과 스위지에 의해 주도된 자본주의 이행 논쟁이나 국내의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 간의 대립등이 기반하고 있는 하나의 허위적 대립을 지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허위적 대립은 맑스가 {자본} 3권의 말미에서 구분한 초기 자본주의 발전의 두 가지 길이다. 이 구분을 통해 맑스는 생산력이 발전함에 따라 질곡으로 작용하게 된 기존 생산관계가 모순을 잉태, 발전시킴으로써 자본주의가 그 내적 모순의 작동 결과로 등장하게 되는 "진정으로 혁명적인 길"과 외부에 이미 성립되어 있던 자본주의적 시장 세력에 의해 기존의 전자본주의적 관계가 잠식되는 경로 두 가지를 설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베버적인 의미에서의 이념형이다. 곧 현실에서 초기 자본주의 발전의 경로는 이 두 양극단 사이의 어디 쯤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양자 중 하나로 clear-cut하게 나누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만일 자본주의로의 이행의 역사적 사례들이 양자 중 하나로 범주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이론과 현실을 혼동하는 것이며, 추상의 폭력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자본주의 이행 논쟁이나 식민지 근대화 / 내재적 발전 논쟁은 사실상 이러한 추상의 폭력을 재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나카무라 사토루는 자본주의의 일국내재적 발전 경로는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본다. 조선 뿐만 아니라 식민본국인 일본 역시 외부의 자본주의 세계경제와의 접촉을 통해 자본주의화가 진행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편입되는 지역이 편입 이전에는 마치 진공상태나 처녀지였던 것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 지역에 독특한 자본주의 경제를 형성하게 만드는 고유하게 존재해온 역사적 조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내재적 발전론자들이 얘기해온 자본주의 맹아란 바로 이런 자본주의 세계경제와의 접촉 없이 옛 체제의 한계 내에서 발전해온 생산력의 발전과 생산관계의 상품화가 아닐까?



이 책의 두 번째 미덕은 동아시아 자본주의 발전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다. 이 특수성은 다양한 수준에서의 비교 - 동북아시아와 북서유럽 간의 비교, 동북아시아와 다른 주변부 지역 간의 비교, 그리고 동북아시아 내부 국가들 간의 비교 -를 통해 도출된다. 예컨대, 동북아시아의 소농경영의 발달은 북서유럽과의 비교 속에서, 화교와 인교에 의해 매개된 동아시아 역내 무역의 급증은 라틴 아메리카와의 비교를 통해서 (cf. 스기하라 가오루), 그리고 조선, 중국, 일본의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자본주의 발전경로는 고립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지역적 전체의 입장에서 해명된다. 이러한 지역간, 지역내 비교의 결합은 고립적으로 상정된 단위 국가들의 비교를 통해 제시되는 차이들의 나열을 넘어 차이 간의 연결을 보여준다. 곧 A와 B라는 국가의 공업 발전 경로에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 차이는 한 나라 내부의 조건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개별 차이들은 보다 큰 과정의 계기를 이루는 것으로 조망된다.



이 두 번째 미덕은 셋째 미덕으로 연결된다. 곧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대한 동아시아의 관점을 구성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이다. 일국적 분석단위에 대한 거부는 일찍이 세계체제 분석에 의해서 주장되었으며, 널리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월러스틴의 작업을 위시한 세계체제 분석 역시 그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심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지적은 늘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자넷 아부룩호드, 에릭 울프 등과 같은 주변부 전공 연구자들에 의해 선구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너무 나가기는 했지만 얼마 전 작고한 안드레 군더 프랭크도 마찬가지였다 (프랭크는 '자본주의' 개념의 폐기를 주장하면서 브로델, 월러스틴이 넘어서고자 했던 랑케의 실증주의적 역사서술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우를 범한다). 최근에는 멕시코의 철학자인 엔리케 두쎌도 여기에 동참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들의 함의는 분석단위로서 세계체제를 채택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서구중심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나카무라 사토루 역시 이러한 비판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 미덕으로는, 이 대가의 세계경제에 관한 전망 중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을 꼽고 싶다. 무엇보다 공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의 성취라는 기존 후발국들의 전략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부의 사양산업이 (반)주변부로 재배치되는 기본 메커니즘의 존재 (데이빗 하비나 베벌리 실버가 말하는 spatial fix)로 인해 공업화 자체는 용이해졌지만, 그를 통해 발전을 이루는 것은 NIEs의 성공 이후로는 후발국간의 국제경쟁 심화와 선진국의 견제로 인하여 갈수록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cf. 지오바니 아리기). 이러한 공업의세계적 발전과 대조적으로 농업은 정체 상태에 있다. "더구나 문제는 식량수출국이 대부분 선진국이고, 수입국은 모두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이다. 즉, 국가별 농업생산력의 격차가 공업생산력 격차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19쪽). 이러한 두 가지 현실, 곧 (1) 후발국에게 공업화는 쉬워졌으나 공업화 자체가 경제발전과 등치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2) 선진국이 식량수출국이라는 점은 UN ECLA 이후 과거 라틴아메리카에서 "종속"과 "저발전"에 관한 논의가 한창일 때의 상황과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다른 지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최선진국과 최후진국 간의 소득 격차는 산업혁명 이전에는 약 3배, 1870년 경에는 약 15-20배에 이르던 것이 현재에는 약 500배 (실질소득격차는 대략 50배 정도)로 확대일로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229-300쪽). 따라서 종속 분석의기본적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문제의식이 옳다는 것과 분석이 옳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것이 변화한 시대 상황에 걸맞는 종속 연구가 수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 책의 다섯 번째 미덕으로는 일본 경제사 연구의 진행상황에 대한 소개를 들고 싶다. 일본의 경제사 연구는 나름대로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자칭타칭 식민지근대화론 진영에 속하는 국내 학자들에 의해 소개되어 왔다. 전에 스기하라 가오루나 호리 가즈오의 책을 재미있게 보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일본의 학자들은 세계의 관점에서 일본을 바라봄으로써 세계를 일본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학문적 발전의 길을 가고 있다. 이들의 연구가 일본의 경제사 연구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자기들의 성에 안 차는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의 논거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기각되는 것은 저열한 민족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실제로 위의 저자들이나 이 책을 지은 나카무라 사토루는 한국 내부의 민족주의 사관이 끼친 영향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들의 연구가 (마치 일본제국주의가 식민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끼친 것으로) 오독되는 것에 대해 늘 독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또한 지은이 나카무라 사토루는 구미숭배주의를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일본 민족주의 역시 경계하고 있다. 이는 그가 하마시타 다케시의 조공무역체제론을 실증적으로 근거가 박약하다는 이유로 비판하고 있는 점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44-46쪽). <90년대 이후 하마시타는 일본의 입장에서 수정된 세계체제 관점에 입각하여 16세기 이후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조공체제로 파악하면서, 일본에 갔던 조선통신사를 조공을 바치러 갔던 사신으로해석하여 조선이 중국과 일본에 조공을 바치는 이중적 주변부였다는 주장을 해왔다.>



칭찬할 점들은 더 있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였다. 단점들도 정리해보자.

첫째,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집필된 다섯 개의 원고를 편집한 책이라 중언부언하며 겹치는 주장이 많이 있다. 둘째, 대가의 글이라 선이 굵고 명료하며 통찰력이 돋보이지만 세밀한 논리 전개는 보이지 않는다. 셋째, 민족해방운동의 능동성은 경시하며 식민지 경제발전의 능동성만을 강조한다 (200쪽). 넷째, 선진-중진-후진 자본주의 / 본격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자본주의 세계경제라는 전체구조를 상정함으로써 일국단위의 진화론적 발전사관을 극복하는 듯 보이지만, 발전사관을 강화된 형태로 재도입하고 있다. 곧 개별 국가의 발전경로에 방점이 찍히지, 세계경제의 위계구조에 방점이 찍히지는 않는다. 다섯째, 놀랍게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의가 없다. 여섯째, 번역의 문제다. 문장은 깔끔하게 번역되었다. (이 점에서 전통과 현대에서 출판된 스기하라 가오루의 책은 정말 거지같이 번역되었다). 그러나 한국말 어휘에 없는 "비지적 공업화 (飛地的 工業化 )"나 책 다른 곳에서 소개되지 않는 나와 도이치의 "일본무역 3관절론" 같은 개념들은 옮긴이의 주가 필요한 개념들일 것이다.



남한 사회에서는 비록 식민지근대화론의 수괴 정도로 적대시되고 있지만, 지은이 나카무라 사토루의 목소리는 비분강개의 대상이기에는 너무도 이성적이다. 동아시아의 눈으로 한국을 보고, 세계의 눈으로 한국을 볼 때에야만, 한국의 눈으로 동아시아와 세계를 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나카무라 사토루의 {근대 동아시아 역사상의 재구성}은 그 길을 처음 떠날 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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