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한동대 성명서 사태와 김미영 교수
김미영 교수 단독 인터뷰···학교 측 조사위 “명예훼손 우려”, 보고서 발표 안 해
기자명 김은석
승인 2009.06.29
한동대학교 총학생회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소 설치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을 빚은 지 한 달이 지났다. 다수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총학생회는 탄핵 투표 전 ‘학우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서둘러 성명서를 냈다’며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낮은 투표율 속에 탄핵 발의안은 부결됐고 총학생회는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일부 언론에 보냈다.
학생들이 개최한 공청회에서 총학생회는 성명서 작성과 외부 유포 과정에 김미영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가 관여했음을 밝혔다. 학교 측은 조사위원회(위원장 김영섭 부총장)를 구성, 김 교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조사 범위는 추모소 설치과정과 대학교회 예배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설교를 한 교목으로까지 확대됐다. 조사위원회는 6월 18일 조사를 마무리했으나 조사보고서를 일부에게만 공개했다.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조사보고서를 학내 구성원 전체에게 알릴 경우 사실을 적시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명예훼손을 주장하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사보고서는 김영길 총장에게 보고한 상태이며 이후 진행 절차와 보고서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지난 6월 10일 포항 한동대학교를 방문해 김미영 교수를 만났다. 성명서에 관여한 과정과 성명서에 대한 김 교수의 평가, 한국사회와 한동대학교를 바라보는 김 교수의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학생 아이디 도용 논란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총학생회 탄핵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투표 시행 후 기사화할 것을 요청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 공개한다.
“기도하며 만든 성명서, 앞으로도 영향력 발휘할 것”
“노 전 대통령이 죽은 소식을 듣고 한 시간 동안 기도했다. 그의 죽음은 자연인의 죽음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생겼다. 국가적 사태라고 판단했다. 내가 아는 모든 학생에게 3일간 금식하라고 연락했다. 한동은 나라와 열방을 위해 기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박총명 총학생회장이 글을 써 왔다. 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담겨 있었다. 그대로 내보내면 인간적으로 어려움을 당할 것 같아 첨삭했다. 성명서 내용을 보면 20대 청년이 썼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성명서는 3일간 금식 기도하며 만든 것이다. 앞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많은 복음주의적 교회가 성명서에 감동하고 있다. 이미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에 보여준 위력을 총학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건국·통일 과정에 하나님이 본격적으로 개입하실 것
“하나님이 역사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시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건국 시기다. 미국 건국의 역사에는 조지 휫필드의 영적 대각성 운동이 있었다. 이후로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2차, 3차 대각성 운동이 일어났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부흥 운동으로 가능했다.”
“우리나라 건국 과정에는 김구와 이승만이 있다. 낭만적 민족주의 노선을 걸었던 김구를 존경하는 이들은 이승만의 현실주의 노선과 기독교 배경을 폄하한다. 그러나 이승만의 노선이나 치적과는 별개로 당시는 하나님이 생생하게 역사하신 시대였다. 유교 전통의 나라에서 국회 속기록 첫 부분에 기도문이 작성됐고 애국가는 찬송가와 비슷한 곡조였다.”
“건국 시대 못지않은 하나님의 개입이 통일 과정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2005년부터 북한이 열릴 무렵 하나님께서 남한에 부흥 운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통일의 비밀은 기도 운동과 부흥 운동이다. 3년 안에 북과 남이 본격적으로 결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북한은 후계 구도에 따라 근본적인 체제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권력이 그대로 이양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하나님의 역사 개입을 소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국가적 기도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해 류영익 교수(전 연세대 석좌교수)를 강사로 초청했다. 국제정치학회에서 뉴라이트 교수라며 비판한 대자보를 내가 뗐다. 류 교수님은 뉴라이트가 아니다. 건국 과정에서 하나님의 간섭을 연구한 세계적인 이승만 연구가일 뿐이다. 국제정치학회는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문제제기를 했다. 한동이라면 일반 대학과 다른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나. 하나님의 큰 손을 봐야 한다. 그 사건 후 학생들을 직접 양육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노무현의 죽음은 지성주의에 대한 심판!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심판으로 봐야 한다. 그를 통해 헌법의 권위가 대통령의 권위보다 높아졌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낭만성에서 나오는 무지와 좌파적 접근은 반성해야 한다.”
“노무현의 시대가 상징하는 사조는 지성주의다. 지성주의는 근본적인 죄를 망각했다. 많은 이들이 북한에 가서 김일성에게 절했다. 김정일을 칭찬하고 통치자로 인식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스도인은 북한에 가서 김일성 시체에 절하면 안 된다. 많은 이들이 절했다. 그들은 십계명에서 강조한 우상숭배가 죄임을 인식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배타적인 하나님이시고 우상숭배를 싫어한다. 좌파 사상은 이와 같은 근본적인 죄에 대한 인식이 없다. 종교를 유물론적으로 해석한다.”
“노 전 대통령은 ‘모택동을 존경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모택동은 6·25 당시 중공군을 내려 보냈다. 한국 입장에서는 전범이다. 국가 원수가 전범을 존경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런 식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하나님께 지은 죄를 기자로서 많이 목격했다. 영혼의 범죄를 인식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뿐이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 개입하실 때 ‘너희가 내 앞에서 경건했는가’를 물으신다. 지성주의를 언제까지 허락하실지 모르겠다. 지성주의는 하나님에게서 돌아선 사상이다. 한국 사회는 비용을 치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한국 사회가 치른 비용이다.”
한동대는 거룩의 모판
“한동대학교는 거룩의 모판이다. 이번 성명서 건은 하나님의 계획과 분리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추모소를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자살이라는 이슈 때문에 신중했어야 한다. 일부 학생이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 문제다. 하나님의 대학으로서 민감하지 않았다.”
“금식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에스겔 24장 13절은 시대의 음란함을 말한다. 에베소서 2장 2절은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 권세 잡은 이들을 따라 사는 것을 경고한다. 이사야 56장 7~8절은 골육의 아픔을 피한 것을 말한다. 북한의 아픔을 의미한다.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여러 임원 등 20여 명이 국가를 위해 기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국가적 차원의 영적 범죄를 나았다.”
학생 아이디 도용 논란 “농담 몇 마디 두고 정직성 묻는 것은 유치”
“인트라넷에 들어갈 일이 없어 아이디를 만들지 않았다. 학생들이 불안과 혼란에 빠져 있어 보였다. 총학 아이들에게 농담을 통해 인트라넷 분위기를 가볍게 바꿔 보라고 했다. 아이디 주인인 여론수렴국장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쓴 글이다. 사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농담 몇 마디를 두고 정직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유치하다.”
“인트라넷 안에서 교수와 학생의 근본적인 관계가 깨졌다. 함부로 교수의 이름을 부르고 모독한다. 말리는 교수도 선배도 친구도 없다. 명예훼손 고발을 언급한 것은 학생들의 행위가 범죄임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였다. 범죄 행위나 다름없는 언행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송을 걸 생각은 없다.”
김 교수는 기자 출신답게 달변가였다. 그는 스스로를 "좌우를 넘나드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념적 편 가르기를 경계하고 시국과 역사를 평가하며 신앙적 관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 속에는 분명히 특정 이념이 묻어났고 신앙적 관점 역시 특정한 경향성을 나타내고 있다. 기도하며 만든 성명서라고 했지만, 그가 성명서 작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 임하며 “최대한 솔직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솔직함을 느꼈다. 곧 발표할 거라던 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당사자에 대한 어떤 내용 때문에 명예훼손을 염려하는지 궁금하다.
김 교수·한동대 총학 ‘보수’ 색 짙은 행사 함께 참여
조사 기간 중 사직서를 제출한 김 교수는 7월 6일부터 11일까지 수원 흰돌산기도원(원장 윤석전)에서 열리는 ‘지저스아미(Jesus army)’라는 행사에 강사로 참여한다. 청년 3000여 명과 탈북자 500여 명의 참석을 예상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은 교계 보수적인 그룹의 구국기도회에 단골로 참석하는 단체다. 지난해 촛불 정국 때에는 시청 앞에서 6·25 국가기도회를 열고 “좌파 정부와 좌익 언론이 나라를 망쳤다”며 촛불 정국의 책임이 좌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의 주 강사인 김준곤 목사(CCC 총재)와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등은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내 온 인사들이다. 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대표 김인중)와 보수적인 구국기도회를 주최해 온 한기총 영적대각성운동본부 등이 공동 주최한다.
주최 측은 한동대 총학생회를 이 행사의 협력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 한동대 총학생회는 교내 학사정보 홈페이지와 인트라넷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인트라넷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하자 총학생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영적대각성운동본부등에서 주최하는 의미 있는 행사이기에 협력을 결정하고 학우님들께 공지하게 되었다”고 답변했다.
‘추모소 설치는 이념적이다’라며 반대한 총학생회는, 다분히 이념적인 인사들이 주강사로 참여하는 행사에 한동대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협력하고 있다. 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던 한동대 프레이즈팀은 “특정 색깔을 띤 공동체로 보일 수 있기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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